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30)
올 힘 마법사 1부 외전 007화
Ep 2. 세계파괴자 (5)
드라카의 눈물은 고니아스 바닥을 흠뻑 적시고 저 아래로 스며들었다.
“내 죗값을 묻겠다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그는, 울지 않았다.
눈에서는 여전히 피눈물 같은 눈물 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울지 않으 려 노력했다.
이대로 슬픈 얼굴을 들켜 버리면, 너무 비참해지니까.
왜 왔을까.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면서, 고니아 스를 찾은 것일까.
“잘못?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이냐? 너는 태어난 것 자체가 죄악이며 잘 못이다.”
“……나는 이렇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
“내 핑계라도 대고 싶은 것이냐? 왜 원하지도 않았던 너를 낳았냐고? 진부하구나, 대답할 가치도 없을 만 큼.”
모르긴 몰라도, 낳아준 어미의 저 런 비아냥거림을 보기 위함은 아니 었다.
머리가 핑핑 돈다.
지난, 기나긴 세월 동안 과분한 여 정을 했기 때문일까.
쥬토와 스트랑, 하늘산 오우거들을 만나며, 더이상 외톨이가 아닐 만큼 기나긴 행복한 여정을 했고…….
이 분에 넘치는 행운이, 주제를 모 르도록 만들었다.
그래.
잠시 잊어버렸지만, 자신은 원래부 터 이런 존재였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게조차 인정 받지 못하는 버려진 존재.
이 사실을 망각한 채, 주제도 모르 고 선을 넘어버렸다.
도대체, 뭘 기대했던 거야?
기대의 결과가 이것이다.
진짜 ‘가족’이던, 스트랑까지 위험 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돌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돌려놓을 수가 없다.
저들은 아득하리만큼 강력한 존재 들이고, 32,000 남짓한 힘으로는 애 먼 발악조차 할 수가 없으리라.
이기는 방법은, 오직 ‘그것’뿐이다.
드라카는, 스트랑의 머리를 헝클어 뜨리며 말했다.
“스트랑, 미안하다. 진작 퀘스트 좀 열심히 해둘걸.”
“……이 멍청한 자식. 그러게 내가 낮잠 그만 자고, 뛰라고 했지?”
“응, 그럴 걸 그랬어.”
자신의 가족은 바로 옆에 있었는 데…….
자신의 미래는 고니아스가 아닌 다 른 곳에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모든 것을 자신이 망쳐 버렸다.
자신에게 힘과 희망을 주었던 쥬토 의 꿈마저, 몽땅 망쳐 버렸다.
드라카는 이제 나중을 기약할 수 없다.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과거뿐이다.
콰직!
《신력(神方)의 조각을 흡수하시겠 습니까?》
드라카는 신력의 조각을 꽉 쥐고, 쥬토의 마지막 힘을 받아들이기 시 작했다.
“너, 뭐…… 뭐 하는 거야”
스트랑이 놀라며 황급히 소리쳤다.
이후에 펼쳐질 모든 파멸을 만류하 려는 듯, 자신의 팔을 붙잡고 흔들 기 시작했지만…….
드라카의 귓가에는 그 어떤 목소리 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폭주하고 있었다.
파괴 신의 신력을 온전히 받아들이 기에는, 그의 준비된 그릇이 너무나 도 작다.
작은 그릇에 큰 것을 쏟아내려 하 면 흘러넘친다.
하지만 드라카는, 넘치는 힘을 한 방울도 놓치지 않으려 꾹꾹 눌러 담 았다.
펑.
고막이 터지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모든 혈관이 터져 버리고, 육신이
찢어질 것만 같았지만 그는 이를 악 물었다.
신력.
단 한 방울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 해 발악하는 드라카의 주변으로는, 힘의 파동이 거칠게 터져 나오기 시 작했다.
“저, 저게 뭐지?”
“막아! 일단 막아!”
이런 드라카를 제압하기 위해 수호 룡 여럿이 드라카를 향해 달려들었 다.
하지만.
“••••••커헉!”
이들은 드라카의 물리력에 의해, 그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목을 붙잡혔다.
콰드득!
순식간에 수초룡들의 목뼈를 부숴 버린 드라카는, 더욱 폭주하기 시작 했다.
“로, 로드님! 저길 보십시오! 결계 가 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뭐라?”
“겨, 결계가……
금이 간다.
쩍! 쩌저적!
드라카의 영력은, 용들의 세계 고 니아스를 다른 종족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하던 두꺼운 결계를 모조리 깨 부수기 시작했고.
드라카의 혜력은, 물리력에 더해져 공기 중에 퍼져 있던 무수히 많은 마나를 메마르게 만들었다.
다급해진 쪽은, 드래곤 로드였다.
“죽여! 저 괴물을 당장 죽여 버려 라!”
드래곤 로드의 명령에, 수십 마리 의 수호룡들이 일제히 드라카를 향 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드라카 주변의 중력 은 완벽하게 붕괴된 상태였다.
“끄아아아아악!”
“사, 살려줘! 으아아악!”
쿠구구구구!
콰
붕괴된 중력은, 달려들던 수호룡들 을 모두 빨아들였고, 압사시켰다.
순식간에 수호룡 수십이 피떡이 되 어 흔적도 없이 구겨져 버리자, 드 래곤 로드는 눈을 부릅떴다.
“……역시, 진작 죽여 버렸어야 했어.” 그녀의 눈에 비친 자신의 아들은,
일궈놓은 자신의 땅 모두를 파멸로 이끌어갈 악마이고, 괴물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후회해 봐야 때는 이미 늦었다.
퍼엉!
드라카의 육체가 한계에 달했고, 신력을 담아내던 그릇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컨트롤하지 못하는 무거운 힘의 대가.
이 결과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했다.
고니아스 전체가 황량하리만큼 말 라가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중력 이
상이 생겨났다.
붕괴된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산이 무너져 내렸고, 수만 년을 일궈오던 이들의 터전이 파괴되었다.
용들의 위대한 마법으로도 소용없 었다.
“너, 이 괴물……
드라카는, 자신을 비롯한 세계 전 체를 파멸시키면서도 오롯이 그의 어미만을 노려보았다.
콰직!
드라카의 손이 어미의 목을 졸랐
고, 어미는 아득한 죽음의 수렁 속 에서도 아들을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 너 같은 괴물에게는 이런 결말이 딱이지.”
이 비극은, 누구의 탓일까.
원치 않는 삶을 선물 받고, 버림받 은 드라카의 욕심일까.
아니면, 책임지고 싶지 않은 아이 를 잉태한 어미의 이기심일까.
정답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죄책감은 갖지 않기로 했다.
“죽어.”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모두 자신의 잘못으로 돌려 버린다 면…….
끝까지, 너무 비참해지니까.
“드, 드라카……
콰앙!
스트랑은, 무너져가는 용들의 땅에 서 드라카만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육신이 무너져내리는 드라 카를 와락 끌어안으며 울음을 터뜨 렸다.
계약자인 드라카가 소멸하면, 그녀
역시도 이 자리에서 소멸할 것이다.
소멸이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
단지, 다시는 소중한 친구를 못 만 난다는 두려움 때문에 눈물이 났다.
쥬토도, 드라카도.
모두를 떠나보내기만 하는 자신의 운명에 눈물이 났다.
“……안녕. 드라카.”
스트랑의 마지막 인사와 동시에, 드 라카의 육신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
힘을 담지 못한 그릇은 깨졌고, 파 멸했다.
용들의 세계와 함께.
자신의 가족과 함께.
소중한 모두와 함께 파멸했다.
* * *
하늘산.
“흐음.”
하늘산의 초대 부족장인 쿤칸은, 하 늘이 어딘가 이상해졌다고 여겼다.
구름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도 함께 드리웠지만, 비는 내
리지 않았다.
또옥.
비를 닮은, 눈물 한 방울이 쿤칸의 볼에 떨어졌을 뿐이다.
“••••••짜군.”
이건, 눈물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물이라니?
참으로 기이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저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추측이 될 것도 같았다.
쿤칸이 알고 있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녀석은, ‘드라카’가 유일하지 않던가?
그래.
드라카의 눈물이 여러 방울 떨어져 내렸다.
그 눈물은, 땅에 닿아 씨앗이 되었 다.
떨어지는 것은, 비단 눈물만이 아 니었다.
“……저게 뭔가.”
소용돌이치는 구름 위에서는, 유성 우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여러 갈래 로 날아가고 있었다.
쥬토가 드라카에게 전해주었던, 석 판 조각들이었다.
석판 조각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 하는 쿤칸은, 유성우라 생각하며 하 늘 위를 바라보았고…….
그러던 중, 무언가가 하늘산을 향 해 직격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아차렸다.
저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그게 무 엇이든 맞고 죽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쿤칸은 조금도 겁먹지 않 고, 떨어지는 무언가를 부드럽게 받 아내었다.
턱.
1음?”
그것은, 조그만 돌멩이였다.
그때, 쿤칸을 향해 다가온 그의 아 들 킹그램이 물었다.
“그게 뭐야, 아버지?”
쿤칸은 이게 무엇일까를 한참을 들 여다보았다.
그러다, 돌멩이에 ‘°。’, 무한을 의 미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 견해내었다.
그리고, 스트랑이 돌을 까고 나왔 다는 이야기까지 기억해내었다.
이건, 드라카가 죽으며 재봉인 된
스트랑의 봉인석이다.
추측은 어렵지 않았다.
“아무래도, 드라카와 스트랑에게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다.”
“……뭐? 정말?”
킹그램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오우거들 중 유일하게 ‘마법’을 다 루는 그는, 드라카를 스승처럼 모시 고 있었다.
그런데, 드라카와 스트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니……?
쿤칸은, 돌멩이를 킹그램에게 넘겨 주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 둘 중 누군가가 돌 아온다면 이걸 반드시 전해주어라.”
둘 모두에게 안 좋은 일이 당했다 면서, 누군가 돌아오면 돌려주라는 것은 당최 무슨 의미일까.
아직은 어린 킹그램은, 쿤칸의 말 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러겠노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트랑의 봉인석을 품속 깊은 곳에 간직해두었다.
쿤칸은 땅에 떨어져 씨앗으로 변해 버린, 드라카의 눈물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킹그램, 언젠가 드라카에게서 용 의 눈물에 대해 들은 적이 있지?”
“응, 나도 기억해. 용의 눈물은 무 척이나 귀해 여러 가지로 쓰인다고.”
“기뻐서 흘리는 눈물은, 축복받은 마력의 샘이 되고……
“슬퍼서 흘리는 눈물은, 땅을 메마 르게 한다고도 했어.”
“마지막은 기억하니?”
용의 눈물의 마지막 쓰임새.
“한이 서린 용의 눈물은, 분명 알 이 된다고 했어.”
“……그랬지.”
쿤칸이 드라카의 눈물을 위로 들어 올렸다.
이건, 씨앗임과 동시에 미래를 약 속하는 ‘알’이었다.
“언제 깨어날지는 모르지만……
“응, 분명 깨어난다고 했어.”
쿤칸은 이 역시, 킹그램에게 건네 주었다.
“잘 간직해라……. 아들아.”
“ O ”
흐 •
쿤칸, 하늘산의 초대 부족장.
그에게는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드라카와 스트랑을 다시 만나고 싶 었지만, 아마 만나 볼 수는 없으리라.
그렇기에, 이를 간직하는 오우거는 킹그램이 제격이다.
이 아이는, 하늘산의 미래였으니까.
“꼭, 전해줄게.”
킹그램은, 쿤칸에게서 받은 물건들 을 소중하게 품속에 간직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드라카와 스트랑을 다시 만 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느낌이 아주 좋다.
이대로 영영 작별은 아닐 것이라 는,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단순한 오우거의 감일지도 모르지 만…….
킁킁.
이 봉인석에는, 친구의 냄새가 강 하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