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33)
올 힘 마법사 1부 외전 010화
Ep 4. 빛과 그림자(1)
제328회, 종합 신입생 토론회가 열 리고 있는 아카데미 도서관.
이런 도서관 가장 말석에 앉아 있 는 남자는 바로, 둠 프라임이었다.
같은 10살의 나이였지만, 둠은 다 른 신입생들과는 어딘가 다른 성숙 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빛’이 났다.
훌륭한 재능, 빼어난 외모, 든든한 집안 등.
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이러한 점 들이, 둠의 등 뒤로 나이에 걸맞지 않은 후광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가끔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을 때면 그 환한 빛이 사그라들 며, 빛 아래에 웅크리고 있는 또 다 른 분위기가 풍겼다.
그건, 그림자였다.
어린 나이지만, 이미 세상의 짠맛 쓴맛을 모두 알아버린 어른의 얼굴 과도 닮아 있었다.
“ 하암••••••
둠은, 토론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지루한 표정으로 연신 하품만 을 쏟아냈다.
“둠, 많이 피곤해?”
“하하……. 하긴, 너는 지금도 염왕 님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으니 까……. 좀 쉬어도 되겠다. 토론은 우리끼리 할 테니까, 너는 좀 쉬어.”
“재미가 없다.”
“••••••응?”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둠 프라임이 토론회에 관심을 가지 지 않는 이유.
가타부타 다른 이유는 필요치 않았 다.
그냥, 재미가 없었다.
하나같이 진부하면서도 감흥도 재 미조차 없는 주장들을 늘■어놓고 있 는 또래들의 토론회를 보고 있자니, 그냥 애들 소꿉장난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
절대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법이 고.
아랫것들의 마음가짐이야, 그에게 는 관심 밖이었으니까.
“그, 그렇지? 너한테는 좀 유치하 지? 하하. 둠에게 이런 토론회가 다 무슨 소용이야.”
그렇다고 대놓고 잠을 자거나, 토 론회장을 박차고 나갈 수도 없는 노 릇이다.
뒤에서는, 염왕께서 지켜보고 계셨 으니까.
둠은 졸음을 간신히 참아내며, 눈 만 끔뻑끔뻑 뜨고 있었다.
그때, 둠 프라임의 잠을 확 깨우는 녀석이 나타났다.
“자꾸만 토론주제가 엇나가는 것 같아서 요.”
“ 어긋나다뇨?”
“오늘은 ‘어떤 마법사가 되어야 하 는가?’라는 주제를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라, ‘어떤 학생이 되어야 하는 가?’라는 주제로 토론하는 자리가 아닌가요?”
뭘까, 저 녀석은…….
보잘것없는 약소국의 마법사.
입고 있는 옷이며, 핼쑥한 분위기 며 몸짓이, 마치 귀족보다는 평민의
그것을 닮아 있는 소년이다.
그가 내세우는 주장들은 모두, 좋 게 말해서 순수했고, 나쁘게 말한다 면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를 만큼 허 무맹랑했다.
정작 알맹이는 쏙 빠진 이상적인 주 장들 속에서, 둠 프라임의 심기를 가 장 거슬리게 하는 말은 이것이었다.
“넘어지면 아프다는 걸 배웠습니 다.”
넘어지면 아프다는 것을 배웠고, 거기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동력 을 얻게 되었다는 말.
이 말에 둠 프라임의 인상이 완벽 하게 구겨졌다.
평소 시종일관 무표정하던 그였기 에, 이런 표정 변화는 훨씬 더 극적 으로 드러났다.
“둠? 왜 그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 버렸다.
넘어지면, 아프다고?
거기서 무언가를 배웠다고?
아니.
그건 제대로 넘어져 본 적도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낭만적인 말이 다.
진짜로 넘어진다면, 코가 깨지고, 무릎이 박살 나며, 너무나 고통스러 워서 도와달라는 외침조차 뱉지 못 한다.
바닥에 쓰러진 자신을 관망하는 사 람들의 시선은 너무나도 역겹고.
일어나봐야 또다시 넘어질 것을 알 기에, 그냥 다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린다.
그게 인간이다.
이 수렁 속에 한 번 빠져 버리면,
누군가 직접 손을 뻗어 강제로 일으 켜 세워주지 않는다면…….
결코,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만큼 나약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란 말이 다.
이게 둠 프라임이 10년이라는 짧 은 인생에서 배운 교훈이었고, 루인 의 의견은 이런 둠과는 정확히 상반 되는 의견이기도 했다.
루인의 주장에서 그는, 과거를 보 았다.
“제기랄……
둠 프라임의 시선이, 과거로 향했 다.
♦ * *
그에게 빛은 없었다.
언제나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 있는 그에게는, 이름도 없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또래들이 모 여있던 고아원 원장 내외들은 자신 을 ‘밥버러지’라고 불렀다.
항상 궁금했다.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 는 삶인데, 왜 자신을 밥버러지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자신의 삶과 평범한 타 인의 삶 사이에는 크나큰 간극이 존 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깨닫 게 되었다.
“이 밥버러지 같은 새끼! 먹여주고 키워줬더니, 밥값을 못 구해와?”
“죄, 죄송합……
“닥쳐, 이 버러지 새끼야! 내가 말 했지? 밥값 못하고 식량만 축내는 건 뭐라고?”
“버, 버러지……
“더 크게 말해!”
“바, 밥버러지입니다!”
몇 대를 맞았는지 기억도 나질 않 는다.
뺨은 좌우 가리지 않고 수도 없이 날아갔으며, 잇몸에서는 피가 고이 고, 이까지 흔들렸다.
눈은 퉁퉁 부었으며, 온몸에는 매 질의 흔적이 가득하다.
이런 그의 시선에, 한 소년의 얼굴 이 걸렸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또래처 럼 보이는 소년들이다.
‘저 아이들은 왜 저렇게 웃고 다니 는 걸까.’
뭐가 저렇게 기쁘지?
동냥하다 길에서 마주치는 또래 아 이들은, 언제나 웃고 있었다.
그에 반해, 자신은 ‘웃음’이라는 게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제야 깨달았다.
대부분의 일곱 살 아이들은, 길에 서 동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 없는 매질을 감당하지도 않으 며, 밥버러지 취급도 받지 않으며.
먹보, 쓰레기, 개새끼, 벌레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도 않는다.
오직 자신만 평범함과는 다른 삶이다.
아니, 이걸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 ‘틀린’ 삶이다.
그의 유년 시절은 끝없이 캄캄한 동굴을 걷는 것과 같았다.
동굴의 끝은 보이지 않았고, 언제 나 일방적인 구타와 매질이 따라붙 었다.
그럴 때면, 걷는 것을 포기하고 드 러눕고만 싶었다.
일어나면 뭐할까?
또 맞을 텐데. 또 넘어질 텐데.
그냥, 누워있자.
그렇게 아주 잠시 쉬어가려고 하
면, 어김없이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이 밥버러지 새끼! 얼른 나가지 않고 뭐해!”
“ O O 아 — $ —— 人、•
“가서 돈 벌어와! 네 별 볼 일 없 는 몸뚱어리 죄다 뜯어 팔기 전에.”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을 절대 팔지 않으리라는 것 으
아직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판매 하였을 때 이용가치가 적었다.
앞으로 10년.
고아원장 내외가 자신의 몸을 이용
할 수 있는 적절한 나이가 되면, 쥐 도 새도 모르게 알아서 팔려갈 것이 다.
이미 많이 보았지 않았는가?
먹보 형도, 쓰레기 형도, 모두 팔 려간 뒤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반항할 수는 없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다, 다녀오겠습니다.”
“너, 내가 지켜본다.”
이런 자신을 감시하는 눈이, 고아 원에는 많았기 때문이다.
* * ♦
동냥은 계속되었다.
하루에 채워야 하는 할당량은 70 실버.
어지간한 성인 노동자의 하루 일당 과도 비슷하다.
이를 오로지 구걸로만 채워야 하는 데, 만약 채우지 못한다면 1실버 당 한 대를 맞았다.
맞는 것이 싫다면, 훔치기라도 해 야 했다.
소년은 오늘 하루를 공쳤고, 오늘 만큼은 맞고 싶지 않았다.
만약 70대를 맞는다면, 정말 죽을 것만 같았으니까.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 르는 삶이지만…… 애석하게도 고아 원장 내외는 죽을 만큼 때리지는 않 는다.
언제나, 다음 날 일을 동냥 보낼 기력은 남겨두도록 조절했다.
그건, 고문이었다.
이번 훔칠 대상은 노인이었다.
척 보기에도 자신을 쫓아올 기력조 차 없어 보이는 왜소한 체구의 노 인.
그에 반해, 손에 쥐고 있는 자루 속에는 무수히 많은 금화가 들어 있 다는 것도 확인했다.
고민은 짧았고, 선택은 더 빨랐다.
타다닷!
소년은, 주머니에 넣으려던 노인의 금화 자루를 잽싸게 낚아채며 죽어 라 달리기 시작했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노인은 쫓아 올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속에서 아드레날린이 솟아나며, 묘 하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오늘은 맞지 않아도 된다.
아니, 할당량보다 훨씬 많은 돈을 훔쳐왔으니 상으로 빵을 조금 줄지 도 모른다.
평생 웃어본 적도 없는데, 맞지 않 아도 될 것이라는 사실에 웃음이 난 다는 것이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그는 휘휘 털어내며 달리는 다리에 박차를 가했다.
도주로는 완벽했다.
인파는 많고 길목은 좁은, 레버다
인 변두리 시장 거리를 요리조리 피 해 다니며 한참을 달렸다.
“헥, 헤엑……
이쯤이면 쫓아오지 못하겠지 하고, 골목 벽에 기대어 숨을 돌렸다.
슬쩍 주변을 살펴보니, 역시 노인 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동냥하는 자신을 감시하던 고아원장 내외의 ‘사냥개’들만 소년 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년은 그들에게 자루를 흔들어 보 였다.
그런데.
‘어라?’
자루 속에서는 그 어떤 소리도 들 려오지 않았다.
금화가 부딪치는 청명한 소리가 나 야 정상인데, 둔탁한 소리만이 들린 다.
황급히 자루를 열여 본 소년은, 눈 을 휘둥그렇게 떴다.
“뭐, 뭐야…… 이게.”
분명 보았었는데…….
자루 속에 금화가 들어 있던 것을 철저하게 확인했는데…….
왜 안에는 돌이 들어 있는 것일까?
그 순간, 소년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소년이 위를 올려다보니, 예의 그 노인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히, 히익!”
놀란 소년은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 다.
노인은 그런 소년을 무심한 얼굴로 바라보며, 대뜸 물었다.
“네놈 꼴을 보니, 꼭 그 자루 속의 돌멩이 같구나.”
“……에, 네?”
“금화를 쥔 줄도 모르고, 돌멩이
취급을 하는 것이 딱 그 꼴이야.”
금화를 쥔 줄도 모르고, 돌멩이 취 급을 한다고?
이게 무슨 말이야.
소년의 시선이 자루 속으로 향했 다.
그러자, 소년은 곱절로 놀라 버렸 다.
“허, 헉!”
이게 당최 무슨 일일까?
자루 속에 있던 돌멩이는 온데간데 없고, 족히 수백 개는 되어 보이는 금화가 잔뜩 들어 있었다.
……마법사다.
본 적은 없었지만, 분명 어깨너머 로 들었던 마법사가 분명했다.
“죄, 죄송합니다…….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소년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이 닳도 록 빌기 시작했고, 노인은 그런 소 년의 눈높이만큼 주저앉았다.
“이름이 무엇이냐?”
이름.
몰랐으면 몰랐지, 알고 나니 입에
담기도 수치스러운 그 이름.
소년은 입술을 꼼지락거렸다.
이걸 어찌 말해야 하나,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채근하는 노인의 말에 입 을 열었다.
“……바, 밥버러지.”
“으음.”
소년의 이름을 들은 노인은, 대충 사정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 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겨내며 로브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는 결정했다는 듯 말했다.
“그 금화를 잘 챙기거라.”
“••••••예?”
“요긴하게 쓰일 데가 있으니까. 어 서 가자.”
“어, 어딜 말씀이십니까?”
소년은 인근 경비대로 끌려가는 것 은 아닐까 걱정했다.
경비대에 끌려가면, 고아원장 내외 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 각한다면 오산이다.
오갈 데 없는 자신은, 동전 몇 푼
에 풀려나는 처지였고.
풀려나면, 또 지옥 같은 매질이 시 작되 었다.
하지만, 노인의 입에서 나온 대답 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종류였다.
“내, 너를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