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38)
올 힘 마법사 1부 외전 015화
Ep 6. 수도의 밤(1)
“다음은, ‘모란 대훈장’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이번 수여식에서는 특 별하게도, 수훈자의 공을 직접 치하 하시기 위해, 대 라이나크 제국의 외교대신께서 직접 궁을 방문해 주 셨습니다. 외교대신, 하야트 대공을 모시겠습니다.”
“와아아아!”
곧 서른을 앞둔 젊은 기사 볼바르 페튼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아시다시피 모란 대훈장은, 기사 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훈 장입니다. 이 모란장을, 제국의 기사 가 아닌 타국의 기사에게 수여하는 일은 제국의 오랜 역사 중에서도 처 음 있는 일입니다. 그만큼 뜻깊고, 의미 있는 날로써……. 오늘, 황제 폐하를 대신하여 이 모란장을 수여 하는 저에게도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수훈자의 명예를 치하하며, 발표하 겠습니다.”
“수훈자는, 볼바르 페튼!”
거칠 것도 없었다.
볼바르는,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 나가 수여자인 제국의 외교대신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외교대신은 황제의 친필축 사를 읽은 뒤 볼바르의 가슴에 모란 대훈장을 달아주었다.
축하는 계속되었다.
“볼바르 페튼은, 제국과 반국 사이
에 벌어진 무장 전쟁에서 우방국의 선봉으로 참전하여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그 실력과 충성심을 고루 인정받았기에 이 훈장을 하사한다. 축하하오, 페튼 경.”
“감사합니다.”
볼바르는, 자신의 가슴에 달린 모 란장을 바라보았다.
이 작은 훈장 하나가 의미하는 바 는, 무척이나 크다.
제국의 황제에게 치하받은 왕국의 첫 번째 기사가 되는 것이고, 이는 고위 관직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 었다는 의미였다.
그의 앞길은 창창하기 그지없었다.
앞으로 군화에 흙 한 번 묻히지 않고 걸어도, 그는 금빛기사단을 이 끄는 단장이 될 것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사람들은 자신을 떠받들어 줄 것이고 황금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아니, 이 작은 모란장 하나가 반드 시 그렇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모란장을 바라보는 볼바르 페튼의 시선은 그다지 뜨겁지가 않 았다.
결국, 사람을 죽이고 얻어낸 명예 지 않은가.
그는 천성부터 기사였기에, 사람을 베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 었지만.
특별히 웃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 다.
그저 무덤덤하게, 이 수여식이 끝 나기만을 기다렸다.
이렇게 몸은 궁에 있었지만, 마음 은 이미 콩밭에 있었기 때문이다.
‘에밀리••••••,
그의 심장을 뜨겁게 만드는, 유일
한 여인.
매일 창을 들다 보니 굳은살이 흉 하게 박혀버린 손을, 너무나도 사랑 스럽게 잡아주는 여인.
기나긴 전쟁으로 인해, 그녀를 못 본 지가 벌써 몇 달째인가?
족히 1년 가까이 전쟁터에서 굴렀 다.
그렇기에, 어서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를 품에 안고,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적군의 피로 뒤집어쓴 자신 의 영혼을 위로받고 싶었다.
하지만, 수여식이 다 끝나도 사람 들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보게, 볼바르! 어딜 가는가?”
“집으로 갑니다. 왜 그러십니까?”
“어허! 집이라니? 무려 제국의 황 제에게 공을 치하받은 전쟁영웅이 모국으로 돌아왔는데, 이대로 집으 로 돌려보낼 성싶은가? 전하께서 우 리를 위해 성대한 잔치를 여셨다네. 거기에 참석해야지.”
“조금 피곤합니다. 돌아가겠습니 다.”
“이런, 이런……. 곧 부단장 진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이제는 상관의 명도 거역할 셈인가?”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런 뜻이 아니라면, 더더욱 보낼 수가 없네. 어서 따라오시게. 내 상 관으로 진급하기 전에 실컷 부려먹 어야겠으니. 흐흐.”
볼바르의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 았다.
집에서 자신이 무탈하게 돌아오기 만을 기다리고 있을 에밀리의 얼굴 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가 머뭇거리자, 상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허! 정말 이렇게 섭섭하게 할 텐가? 내가 자네를 봐온 것이 몇
년인데! 모란장을 받았기로서니, 사 람이 이렇게 변해도 되는 건가!”
“……아닙니다. 그럼, 잠시 들리기 만 하겠습니다.”
“허허, 그래야지. 암! 자네를 위한 자리일세. 주인공이 빠지면 되겠는 가? 자자, 어서 가세.”
볼바르는 상명하복을 따르는 군인 이었고, 상관의 명령을 거역할 권한 은 없었다.
그의 시선이, 궁궐 밖으로 향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오.’
♦ * ♦
“볼바르 경, 제 술도 한잔 받으시 지요.”
볼바르 페튼이 참석한 자리는, 오 랜 전쟁을 끝내고 무사히 귀국한 전 쟁 영웅들을 환영하는 자리였다.
국왕의 명령으로 열린 성대한 잔치 였지만, 정작 국왕은 코빼기도 모습 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마, 훈장 수여를 위해 궁궐을 찾 은 라이나크 제국의 외교대신 하야
트 대공을 모시고 있는 것이 분명했 다.
호랑이 없는 굴에는 여우가 왕이라 고 했던가.
국왕이 자리를 비우자, 잔치의 주 도권은 왕가에 아첨하는 귀족들이 잡았다.
“아이고, 손 무안하게 또 이러십니 다. 제 술은 정녕 받지 않으시겠습 니까?”
“한잔 받으십시오. 볼바르 경에게 꼭 한잔 올리고 싶어 그러합니다.”
이 잔치의 주인공은 단연, 볼바르
페튼이었고.
잔치를 주관하는 귀족들은, 이런 볼바르를 가만히 내버려 둘리가 없 었다.
무려, 황제에게 직접 공을 인정받 은 기사다.
인물도 좋은 데다, 심지어 미혼이 다.
딸 가진 귀족이라면, 딸의 나이에 무관하게 볼바르에게 잘 보이기 위 해 애를 썼다.
혼기가 꽉 차 있는 여인부터, 아직 어린 아이티도 벗지 못한 10대 초 반의 여인들까지.
줄줄이 볼바르와 연결시키기 위해 애를 썼고, 볼바르는 귀족들이 자신 에게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애시당초 관심을 두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술은 즐기지 않 습니다.”
“경께서는 금빛기사단 내에서도 소 문난 애주가이신데, 그럴 리가 있겠 습니까? 제가 따라주는 술이 불편하 신 것뿐이겠지요.”
“예,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렇습니 다.”
“왜 불편하십니까? 단순한 술 한잔 일 뿐인데요.”
“그 술 위에 얹어져 있는 것이 너 무나도 불편합니다.”
당연하게도, 술병에는 아무것도 얹 어져 있지 않았다.
단순한 술 한잔이라고 말했지만, 그 뒤에 숨겨진 꿍꿍이를 잘 알고 있으니, 제발 관심을 꺼달라는 의미 였다.
이쯤 하면, 체면을 중요시하는 보 통의 귀족들은 뒤로 물러나기 마련 이다.
속마음을 제대로 들켜 버렸으니,
오히려 볼바르에게 관심 없는 척을 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 사람만큼은 달랐다.
“정말 섭섭합니다. 어찌 이리도 제 체면을 짓밟으십니까?”
“아니, 저라고 경께서 싫어하는 것 을 알면서도 귀찮게 들러붙어 있고 싶겠습니까? 체면 구겨지는 것도 다 마다하면서도, 똥파리 마냥 볼바르 경 주변을 맴도는 이유.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제 여식이 습관적으로 손 목에 칼을 들이댑니다. 볼바르 경이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죽어버리겠다
고 엄포를 놓습니다. 아비 된 자로 서, 이를 가만히 두고만 볼 수는 없 지 않겠습니까? 정녕 장례라도 치르 기를 원하십니까?”
“……그래도 거절하겠습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나오시는군요.”
귀족의 이름은, 푸벳.
그는, 졸부다.
고향 땅에 향신료 농사를 제법 크 게 하던 자로, 마도 문명의 연금술 과 결합하여 제국에 상권을 트고 큰 돈을 벌어들였다.
평민 신분이었지만, 별 볼 일 없던 지방 귀족의 작위를 돈으로 사고,
중앙 정계에 진출하기 위해 호시탐 탐 기회를 노렸다.
푸벳은 상인으로서는 썩 훌륭한 재 능을 보였지만, 딱 그뿐이었다.
그릇이 작다.
평민이던 옛 시절을 까맣게 잊어버 린 채 안하무인하게 굴었고, 상인 시절 체득한 지저분한 습관 역시 버 리지 못했다.
그는,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
“좋습니다. 얼마면 되겠습니까?”
“……뭘 말입니까?”
“제가 오늘 볼바르 경을 사겠습니 다. 제가 따라주는 술잔을 받기만 하는 값으로, 1,000골드. 어떻습니 까?”
전형적인 소인배의 그것이리라.
“불쾌하군요.”
볼바르의 얼굴이 구겨지자, 푸벳은 슬그머니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
“죄송합니다. 저같이 역사도 족보 도 없는 미천한 놈이 감히, 명가로 소문이 자자한 ‘페튼’ 가문의 유일 한 혈육을 욕보였습니다. 아, 이런. 명가도 다 옛말이었지요? 지금은 앞 에 ‘몰락한’이라는 단어가 붙어
야……
“이놈이! 죽고 싶은 게냐!”
볼바르가 테이블을 강하게 내려치 며 호통을 쳤지만, 푸벳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소인이 죽을죄를 지 었습니다.”
입으로는 죽을죄를 지었다며 떠들 어대지만, 눈으로는 웃고 있다.
푸벳은, 알고 있었다.
볼바르 페튼이 자신에게 아무런 위 해를 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 자리에는, 자신의 돈을 받아먹
는 기사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볼바르! 자네 취했는가!”
“자자, 기분 좋은 날에 어찌 이러 는가? 푸벳 공께서 잠시 실언을 한 모양인데, 기분 풀고 여흥을 즐기게 나.”
“실언이 아닙니다. 이 자는 제 명 예를 욕보이고……
“어허! 정녕 나까지 무안을 줄 셈 인가‘? 어서, 앉으래도!”
더군다나 푸벳은, 볼바르 페튼이
자신을 향해 검을 뽑을 수 없다는 것 역시 확신하고 있었다.
볼바르의 창술 실력은, 페르나의 마창기사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가히 대륙 최고 수준이었지만…….
그 외에는 여러모로 서툴렀다.
성정은 착하고, 막돼먹지 못하다.
대화를 주도하는 화술에 약했고, 정치적인 면모는 전무하다시피 했 다.
그에 반해, 푸벳은 이쪽 방면으로 는 도가 튼 인물이었다.
“죄송합니다. 볼바르 경, 소인에게 만 회할 기회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볼바르 페튼이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자, 푸벳 역시 함께 자리에 앉았다.
“빙빙 에둘러 말하는 것이 싫으시 다면, 조금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참으로 어울 리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 다. 가문의 부흥을 위해 돈이 필요 한 페튼 가문에는 돈을……. 그리고, 근본이 필요한 저 같은 놈에게는 볼 바르 경이라는 근본을.”
“이제야 시커먼 속을 드러내시는군 요. 굳이, 자해하는 여식 때문만은
아니신 모양입니다.”
“제 여식 때문에 이럽니다. 이 나 라에서 돈으로 못 사는 게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굳이 볼바르 경이 아 니라도, 근본 있는 다른 집안의 역 사를 송두리째 사서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는 고려치 않고 볼바르 경에게만 매달 리는 이유는 제 여식 때문입니다. 아시 잖습니까?”
“제가 번번이 거절하는 이유도 아 시지 않습니까? 제게는 사랑하는 여 인이 있습니다.”
“그 ‘평민’ 말입니까?”
“평민이라는 단어를 유독 강조하시 는군요. 돈으로 작위도 사는 마당 에……
볼바르가 자신을 무안 주었다고 여 긴 푸벳의 눈매가 사납게 변했다.
“왜 그런 여자랑 혼인하려 하십니 까? 경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 하는 여자를.”
“사랑하니까요. 누구보다 제가 사 랑하는 여인이니까요. 그 어떤 황금 과 작위를 내밀어도 그녀만큼 저를 뜨겁게 만들지 못할 테니까요. 다른 이유가 더 필요합니까?”
푸벳은 생각했다.
그 평민 여자가 있는 한, 절대 볼 바르 페튼을 빼앗아올 수는 없을 것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