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39)
올 힘 마법사 1부 외전 016화
Ep 6. 수도의 밤 (2).
무사히 귀국한 전쟁영웅들을 위해 열린 성대한 잔치도, 어느덧 파할 시간이 다 되었다.
기사들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여들 었던 귀족들은, 삼삼오오 마차에 올 라 집으로 돌아갔고.
전공에, 포상금에, 살았다는 기쁨에
거나하게 취한 기사들 역시 헤벌쭉 웃으며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볼바르 페튼 역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 시기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어디 가는가! 내 술도 한잔 받아 야지!”
“저는 이제 집으로……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군. 반 국의 그 무시무시한 마창기사들 사 이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고위 마법 사 십수 명의 목을 순식간에 베어오 던 자네의 모습이 말이야. 페르나 놈들, 자네를 무슨 귀신 보듯 바라
봤었지. 클클.”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만 집 으로 돌아 가보겠……
“어허! 자네 정말 이러긴가? 집에 무슨 꿀이라도 발라 놓았냐 이 말이 야! 왜 자꾸 집 타령인가?”
“……안사람이 저를 애타게 기다리 고 있습니다.”
“아직 혼인도 하지 않은 총각이면 서 안사람은 무슨? 내 먼저 혼인한 인생 선배로서 조언하는데, 자네는 절대 혼인하지 마시게. 혼인하는 순 간, 그 어떤 미인들도 야수로 변해 버리고는 한다네. 그러니, 그냥 지금
생활을 즐기시게. 껄껄!”
“조언은 감사히 듣겠습니다만, 저 는 얼른 식을 올리고 싶습니다.”
“그 평민과 말인가? 일전에 얼핏 보기로 서니, 미모는 무척이나 훌륭 하긴 했다만……. 적당히 즐기기만 하시게. 평민 계집과 결혼은 무슨 결혼인……
“그만하십시오.”
“••••••뭐?”
“더 이상 저를 욕보이지 말아 주십 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저런……! 예쁨 좀 받는다고 말하는 버릇 좀 보게? 나는 자네
직속 상관일세!”
“아까도 마찬가지일세! 푸벳 공께 서 자네를 얼마나 극진히 아끼시는 데? 그런 분이 분위기에 휩쓸려 잠 시 실언을 했기로 서니…… 눈에 쌍 심지를 켜고 대들어? 자네 정말 위 아래도 없이 이러긴가!”
볼바르 페튼은, 욕지거리가 목구멍 까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난다고 공적 인 자리에서 욕을 하는 것은 그 다 운 행동이 아니었다.
볼바르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제가 부단장으로 진급하는 날. 정 말 위아래가 없는 것이 무엇인지 보 여드리겠습니다.”
“뭐, 뭐라……?”
“가보겠습니다. 살펴들 가십시오.”
볼바르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는 등을 휙 돌려버렸다.
“저, 저런……! 저런 막돼먹은 놈 을 봤나! 방금 들었는가? 지 상관을 협박하는 것을!”
등 뒤에서는 자신을 향한 신랄한 욕설이 터져 나왔지만, 볼바르는 뒤
돌아보지 않았다.
그래, 지금은 참아야 한다.
오늘의 수모를 갚아줄 날은 머지않 았을 것이다.
수일 내로 부단장 자리에 오르고, 노쇠한 단장이 퇴임한다면, 금빛기 사단은 볼바르의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 짧은 몇 달만 참으면 된다.
볼바르는, 그렇게 될 것을 믿어 의 심치 않았다.
♦ ♦ ♦
볼바르의 집은 궁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돌아가는 길 이 무척이나 멀게 느껴졌다.
술기운이 뒤늦게 몰려온 탓도 있었 지만, 전장에서 보낸 지난 1년이라 는 시간 동안, 너무나도 많이 변해 버린 수도 거리 때문이다.
이질적이다.
많은 인파가 오가던 시장 거리가 사라지고, 높다란 벽이 가로막고 있 는 관사가 생겨났다.
너무나 다른 풍경에, 이곳이 볼바 르가 알던 수도가 맞는지도 의심스
러울 지경이었다.
이 중에서 가장 이질적이라고 느낀 것은, 볼바르 페튼이 살던 ‘집’이었 다.
“ 응?”
시간이 조금 늦기야 했지만, 아직 불이 꺼져 있을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 왜 방의 불이 꺼져 있는 것일까?
더군다나 마당 솥에는 볼바르가 평 소에 좋아하던 고깃국이 팔팔 끓고 있었다.
음식을 하다말고 깜빡 잠이 들거 나, 자리를 비울 사람은 아니다.
허술한 자신의 빈자리를, 꼼꼼한 성격으로 채워주던 여인이 아니었던 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볼바르 는 황급히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문을 열기도 전에, 그 자리 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어붙고 말 았다.
“피……
문틈 사이를 비집고 풍겨오는 피 냄새는, 그가 지난 1년 가까이 맡아 오던 전장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왜 집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인 가?
볼바르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 분을 느끼며 황급히 문을 열었다.
불길한 예감은, 사실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에밀리의 주검과 그녀 가 쏟아낸 각혈의 흔적들.
“에밀리!”
볼바르는 풀린 다리를 간신히 부여 잡고 방안으로 뛰쳐들어갔다.
그리고 에밀리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심장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심장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보기 도 하고, 끌어안고 이름을 불러보아 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에밀 리가 쏟아낸 피로 손이 흥건 하게 젖었지만, 볼바르는 멈추지 않 았다.
그녀의 몸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 었다.
어쩌면, 살아 있지는 않을까?
빨리 의원에 도착한다면, 살수도 있지 않을까?
“제발, 제발……
이 비극적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
한 볼바르는, 그녀를 부둥켜안은 채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의원 방향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그의 심 장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축 늘어진 그녀의 팔, 무언가에 중 독된 듯 푸르딩딩하게 변해 버린 에 밀리의 새하얀 피부.
모든 사실이 그녀는 이미 죽었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한참을 달 리던 볼바르의 걸음이 점점 느려지 더니…….
이내, 멈춰 섰다.
받아들여야 한다.
에밀리는 이미 죽었다.
♦ * ♦
“사인은 독살입니다. 사망하신 지 는, 약 2시간 정도가 지난 것 같군 요.”
2시간이라는 말에 볼바르는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연회장에서 붙잡히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를 살릴 수 있었을까.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 한구석이 아려오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 다.”
“……뭡니까?”
“이게…… 독약으로 흔히 쓰이는 물질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이걸
독약으로 썼다는 사실이 더 황당하 기까지 합니다.”
“도, 독약이 아니라면, 대체 뭡니 까?”
“발연제입니다.”
“……발연제?”
“네. 신호 마법을 내장하는 마도 물품인 ‘신호탄’을 제작할 때 쓰이 는 발연제입니다. 유황과 비소를 적 절히 섞고, 유색 향신료를 첨가하면 신호탄을 만들 수 있죠. 하지만, 당 연히 사람이 먹으면 죽습니다. 독약 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독약으로 쓰 일 수는 있다는 말입니다.”
유황과 비소.
그리고, 향신료?
“혹시, 범인은 잡혔습니까?”
“……아직 입니다.”
“고인을 앞에 두고 이런 말씀을 드 리기는 송구하지만, 범인은 마법사일 확률이 높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이 런 발연제를 쉽게 구할 수도 없으니 까요. 구하기 쉬운 다른 독극물을 놔 두고 이런 발연제를 썼다는 건, 마법 사이거나, 마도 물품에 조예가 깊은 연금 공방 관련자가 유력합니다.”
“만약, 마법사로 보이도록 위장한 것이라면요?”
“그 역시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 나……. 제 생각에는 무척이나 낮습 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발언제라 는 녀석이 어디서 구하려 한다고,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요.”
“……구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명 압니다.”
유황과 비소.
거기다 향신료라는 단어까지 듣자 마자 떠오른 이가 하나 있었다.
푸벳.
향신료 농장을 하고, 라이나크 제 국 연금 공방 조합에 거래를 트고 사업을 확장 시켜 큰돈을 번 남자.
조금 전 연회장에서 이죽거리던 그 의 얼굴이 떠오르자, 볼바르는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을 느꼈다.
“기사님! 어디 가십니까?”
“혹시라도 제가 해 뜰 때까지 돌아 오지 못한다면, 이 돈으로 화장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예? 화장이라면 어려운 일은 아니 지만……. 아, 알겠습니다.”
볼바르는, 금화 자루를 내려놓고는 지체없이 밖으로 나섰다.
너무 많이 변해 버린 수도 거리는, 무척이나 이질적인 모습이다.
그는 수도 거리에 녹아들지 못했 다.
아니, 마치 수도의 모든 것들이 자 신을 배척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 작했다.
길을 걷던 사람들의 눈빛이, 사악 한 괴물의 그것처럼 느껴졌고.
환하게 빛나고 있는 가로등 불빛 은, 악마가 자신을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곳곳에 세워진 높다란 건물 벽은,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
까…….
그건 아마, 그녀가 죽었기 때문일 것이다.
볼바르의 시선이 수도 거리에 대문 짝만하게 걸려있는 플래카드로 향했 다.
『무사히 귀국한 우리의 전쟁영웅 들을 환영합니다.」
『머나먼 전장에서 왕국을 수호하 신 그대들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지랄하네.”
환한 달만이 속절없이 비추고 있는 이질적인 수도의 밤.
볼바르는 피 칠갑을 한 푸벳의 얼 굴을 상상했고, 그의 눈이 무섭게 변했다.
밤은 길다.
오늘 밤은, 녀석에게만큼은 더욱 길 것이다.
* * ♦
푸벳의 집무실.
“화, 확인했습니다!”
“그래?”
“예! 시체를 들고 인근 의원으로 달려가는 것을 제가 두 눈으로 똑똑 히 확인했습니다!”
부하의 보고를 받은 푸벳은, 바로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옆에는, ‘살인’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자신의 딸이 앉아 있었 다.
그녀는 눈을 희번득하게 뜨며 정신 이 반쯤 나간 듯 중얼거렸다.
“이제, 볼바르 경은 내 거야…….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
푸벳은, 자신의 그런 딸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평민 여자가 살아 있는 한 볼바르 에게 접근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는 말을 전하자마자, 자신의 딸은 평민 여자를 죽여 버렸다.
평소 안면이 있던 터라 볼바르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저택 창고에 굴러다니던 ‘발연제’를 주워다 마시는 물에 타 서 독살했다.
가지고 싶은 것은 모두 가져야 하
는 자신을 쏙 빼닮은 딸이다.
때문에 푸벳은 자신으로 의심받을 까 무척이나 당황했었지만…….
지금은,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하는 참이었다.
언젠가는 죽여 버렸어야 했을 여자 였다.
거기다, 볼바르 페튼.
창술만 대단했지, 멍청한 녀석이지 않은가?
발연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신 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말로 구워삶는다면 분명 또 넘어갈 것이 다.
거기다, 혹시나 하는 상황까지 대 비하여 볼바르의 직속 상관 기사들 까지 불러둔 참이었다.
“볼바르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혹 여나 알아차리기라도 한다면,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큰 은혜를 빚졌습니다. 이번 일만 잘 끝내주신다면, 제가 큰 선물 하 나를 준비해 두겠습니다. 마제로스 해역에 빈 별장이 하나 있는데, 휴 가차 들리시기에 좋지 않겠습니까?”
“벼, 별장을……!”
“약소하지요. 그런데, 한 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무,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상황이 여의치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결코 볼바르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 만, 제 여식이 무척이나 흠모하고 있는 터라……”
“압니다. 공의 귀중한 사위가 될 녀석인데, 제가 말로 잘 타이르겠습 니다. 허허.”
기사들의 눈이 탐욕으로 빛났고, 푸벳은 안도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런 푸벳의 표정은 단 한 번의 보고로 인해 순식간에 일그러 졌다.
“크,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보, 볼바르 페튼! 차, 창성 기사가 들이닥쳤습니다!”
“들이닥쳤다? 찾아온 것도 아니고 들이닥쳤다니! 좀 더 자세히 말해 보……
순간, 푸벳을 비롯하여 금빛기사단 3명이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보고하던 부하의 머리가, 날카로운 반월창에 꿰뚫려 버린 탓이다.
고목이 쓰러지듯 천천히 앞으로 고
꾸라져버린 부하의 뒤에는, 피를 뒤 집어쓰고 있는 볼바르 페튼이 서 있 었고.
모두가 귀신이라도 본 듯 숨을 집 어삼켰다.
오직 한 명.
“보, 볼바르 경이다! 아……! 내 사랑!”
푸벳의 딸만이, 환희에 찬 목소리 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지저분한 평민 년은 죽고 없어 요. 이제 볼바르 경은 온전히 제 것 이에요……!”
그녀는, 두 팔을 벌리며 볼바르 페
튼을 향해 뛰어들었고.
“……아, 안 돼.”
푸벳은 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안 돼! 가까이 가서는 안 돼!”
서걱!
일순간, 창성 기사의 반월창이 번 쩍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