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40)
올 힘 마법사 1부 외전 017화
Ep 6. 수도의 밤(3)
푸벳의 저택에 있던 모든 이들이 얼어붙었다.
지금,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인가?
눈앞의 저 남자가, 자신들이 알던 그 ‘볼바르 페튼’이 맞는 것인가?
이들이 알고 있던 볼바르는, 말수 도 별로 없고, 재미없고, 조용한 그 런 남자였다.
화가 나더라도 터뜨리기보다는 혼 자 삭히는 타입이었고, 그렇기에 ‘호구’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잔뜩 성난 얼굴로 달려와 따져 묻 는다면, 능숙한 언변으로 빠져나가 려고 했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호구가 아니었 다.
쌓인 분노를 폭발하듯 분출해내고, 질문보다는 창을 먼저 들어 올렸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아, 아아……
댕강!
에밀리를 독살한 딸의 목이 순식간 에 날아가, 푸벳의 발 언저리에 나 뒹굴었다.
푸벳은, 가쁜 호흡을 몰아 내쉬며 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이 개새끼가아아아아! 감히 내 딸 을!”
스릉! 스르릉!
그 비명과 동시에, 금빛기사단 셋
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이, 이봐! 볼바르! 자네 이게 무 슨 짓인가!”
“이, 일단 진정하게. 진정하라고! 응?”
개 중에는, 연회장에서 볼바르 페 튼의 심기를 건드린 직속 상관도 포 함되어 있었고.
이들이 푸벳의 저택에 함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볼바르는, 이들을 더 이상 상관이나 동료로 보지 않았다.
“이 새끼들……. 다 한패였어.”
물론, 기사들이 에밀리를 죽이는 것에 동조하지는 않았다.
단지 볼바르 페튼이 집으로 돌아가 지 못하도록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이런 ‘사실’은 볼바르 페튼에게 중 요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여자가 죽었고, 눈앞의 이들이 어떻게든 이 살인에 연관되 어 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척.
볼바르 페튼이 반월창을 세로로 들 고,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금빛 기사단이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어서 창을 거두게! 이번 일로 자 네가 쌓아온 모든 것을 다 망칠 셈 인가!”
“미, 미래만 생각하라고! 앞으로 자네가 얻게 될 명예와 성공만을 생 각해! 그, 그래……! 단장! 금빛기사 단 단장직만 생각하라고!”
싸움?
누가 볼바르 페튼을 이길 수 있겠 는가?
부딪혀봐야 코가 깨지는 것은 여기 세 사람이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설득시켜야 한다.
상관의 간절한 외침에, 볼바르는 자신의 가슴팍에 달린 모란장을 힐
끗 바라보았다.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모란장을 떼어내며 바닥에 집어 던졌다.
기사로서의 미래‘?
성공? 명예?
지랄.
사랑하는 여인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했는데, 이딴 게 다 무슨 소용일 까.
볼바르 페튼은, 소용돌이치는 분노 를 조금도 숨기지 않고 드러내었다.
“입 닥쳐, 개새끼들아.”
그의 조그마한 목소리에는, 실제로 그런 힘이 담겨 있었다.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기사들의 입 을 닥치게 하는 데는, 일격이면 충 분했다.
서걱!
일격에 동료 기사 두 명의 목이 날아가고, 뿜어져 나온 오러블레이 드에 상관의 몸이 토막 났다.
“끄아아아아악!”
소용돌이치는 비명이 휩쓸고 지나 간 후.
응접실에 남은 사람은 오직 푸벳뿐
이었다.
“하, 하…… 이 미친 새끼……. 내, 내 딸을 네가 감히……
그는 공포에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도, 욕지거리를 멈추지 않았다.
저승사자 같은 볼바르 페튼이 자신 에게 성큼성큼 다가올 때, 그는 직 감했다.
자신은, 죽을 것이라고.
서걱!
반월창에 팔 하나가 잘려 나가는 순간 확신했다.
“이 씨이벌 놈……
절대, 편하게 죽지 못할 것이라고.
* * ♦
볼바르는 세상을 등졌다.
저질러 버린 일에 대한 후회는 없 었다.
딱 한 가지 후회되는 점을 꼽으라 면, 에밀리에게 자신과 결혼해 달라 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이 큰 후 회로 남았다.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며, 1년을 기 다려준 여인인데…….
그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벌컥, 벌컥.
“이보쇼! 그만 좀 마시라니까!”
“술고래를 삶아 드셨나. 혼자 도대 체 몇 병을 마시는 거야‘? 얼른 일 어나쇼! 가게 문 닫아야 하니까!”
생전 환하게 웃던 에밀리의 얼굴이 가슴에 대못으로 남았다.
이 대못이 너무 아파, 술이 없으면 하루도 버틸 수가 없었고.
낮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여, 주점 문을 닫을 때까지 술만 퍼마셨다.
그러다 주점에서 쫓겨나고 나면, 하염없이 걸었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다.
그저, 평생 바다를 한 번도 본 적 이 없다는 에밀리의 소원이 생각나 바다가 있을 ‘남쪽’으로 내려갔을 뿐이다.
r 아르델
들어본 적도 없는 시골이다.
약소한 명성만큼이나, 영지 전체도 볼품없었다.
볼바르는 영지에서 거의 유일하다 시피 한 주점에서 술을 산 뒤, 바다 가 한눈에 보이는 해안가를 향해 걸 어 갔다.
수도를 떠날 때만 해도 선선한 가 을이었는데, 어느새 사무치는 추위 에 부르르 떠는 겨울이 되었다.
겨울 바다는, 낭만은커녕 얼어 죽 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였지만…….
볼바르는 괘념치 않고 자리에 퍼질 러 앉아 술을 마셨다.
참, 넓고 푸르다.
이 쾌청한 바다를 보고 나면, 무언 가 달라질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오 기 시작했다.
이런 평범한 바다도 보지 못하고 죽어버린 에밀리가 불쌍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때 였다.
한참을 울고 있는 볼바르의 곁에, 누군가 걸터앉으며 말했다.
“혹시라도 나쁜 생각을 하며 이곳 을 찾으셨다면, 다른 곳으로 가주십 시오.”
“……누, 누구시오.”
“그쪽 같은 분이 몇 분 계시긴 합 니다. 바다에 뛰어들기 위해 머나먼 남쪽까지 내려오시는 분들이요.”
볼바르가 눈물을 닦아내며 되물었 다.
“누구냐고 물었소.”
“저는 델린 아르델이라고 합니다. 아르델의 소가주지요.”
“……아르델?”
순간, 이곳의 이름이 아르델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르델의 소영주인 모양이다.
이제 막 스무 살 정도나 되었을까,
자신을 ‘델린 아르델’이라고 밝힌 남자가 조금 강한 어조로 말했다.
“예. 제 아버지의 영지라는 말입니 다. 그러니, 제게도 이 정도 권한은 있지 않겠습니까?”
“무슨 권한을 말하는 거요?”
“자살 말입니다. 묫자리를 찾으신 다면, 다른 곳을 찾아주십시오.”
“……자살? 내가 자살이라도 하려 고 여길 왔다는 말이오?”
“누가 봐도 그렇습니다만.”
볼바르는 자신의 행색을 돌아보았다.
두 달은 씻지도 않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끼니도 거르기 일쑤였다.
머리와 수염은 정돈하지 않아 산발 을 하고 있고, 옷은 어디서 주워 입 은 넝마나 다름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하얀 천으로 날 붙이를 감싼 반월창이 전부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른 사람들 눈 에 창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 무슨! 나는 자살 따위를 하려 고 온 게 아니오.”
“그렇다면, 낚시꾼이십니까?”
델린 아르델이 반월창을 가리키며 묻
자, 볼바르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든 이게 더 나을 것이다.
“그러시군요. 제가 실례했습니다.”
“흠흠, 괜찮소. 남의 땅에 멋대로 퍼 질러 앉아 술판을 벌인 내 잘못이지.”
“그런데, 왜 울고 계셨는지 여쭤봐 도 되겠습니까?”
볼바르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남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흑발에 다부진 인상.
검이나 마법을 수련한 기운은 엿보 이지 않았지만, 묘한 고집이 엿보인
다.
이 남자, 푸벳 같은 쓰레기는 아니 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주절주절 떠들 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볼바르는.
“특별한 사연은 없소이다.”
적당히 술을 비워내며 자리에서 일 어나려 했다.
하지만, 델린 아르델이 그를 붙잡 았다.
“속에 쌓아두고 있는 무거운 이야 기를 입 밖으로 털어놓고 나면, 기 쁨은 배가 되고, 슬픔을 반절로 줄 어든다고들 하지요. 또한, 그것이 가
까운 이들에게 결코 발설하지 못할 비밀이라면, 오히려 처음 보는 타인 에게서 위로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것이 오?”
“마침 제게는 술과 안주가 있으니, 제게 이야기를 나눠주신다면 이것들 을 내어드리겠습니다.”
델린 아르델은, 짐 속에서 술병과 예쁜 보자기로 싼 도시락 하나를 꺼 내 들었다.
만두며, 육포며…….
양은 1인분으로 배불리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안주 삼아 밀어
넣기는 적당해 보였다.
“어떻습니까?”
빛 좋은 만두의 위용에 볼바르는 허기짐을 느꼈고, 일어서려던 걸음 을 돌려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래, 까짓거.
처음 보는 남자지만……•
아니, 처음 보는 남자기에.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 이기에, 무엇이든 이야기 할 수 있 을 것 같았다.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소.”
볼바르는, 처음으로 에밀리의 얼굴 을 떠올리며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그로부터, 25년이 넘게 흘렀고.
이제는 쉰이 훌쩍 넘은 노장이 되 어버린 볼바르 페튼은, 참으로 세월 이 무상하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날의 젊은 소가주인 델린 아르델 은 훌쩍 자라, 자신과 같이 늙어가 는 처지가 되었고…….
이런 델린 아르델의 자식들은 벌써
장성해,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볼바르는, 오랜만에 떠오른 옛 생 각에 슬며시 미소지으며 델린 아르 델에게 말했다.
“소가주님.”
“응? 볼바르 경. 왜 갑자기 ‘소가 주’라고 부르십니까? 벌써 수십 년 전 일인데……
“껄껄,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그렇습니다.”
“옛날이라면?”
“저희가 처음 만난 날 말입니다. 저기, 바닷가에 앉아 대화를 나눴었 지요. 그때는 뭐에 홀렸는지, 두런두
런 속에 있는 이야기 전부를 털어놔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인연이 닿은 게 아니겠습니까.”
“소가주님.”
“아이고, 낯간지럽습니다. 제 나이 가 올해로 몇인데요. 벌써 40을 한 참 넘긴……
“그날, 저를 보자마자 술과 안주를 준비하신 것이지요?”
볼바르 페튼의 말에, 델린 아르델 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맞다.
델린은 25년 전 그날, 볼바르 페튼 이 술을 사 들고 해변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고.
혹여나 나쁜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술과 음식을 싸 들고 따라나섰다.
“제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그러지 않았겠습니까? 그날, 볼바르 경의 눈 빛은 정말이지 무슨 일이라도 치를 것 같은 무서운 눈이었으니까요.”
델린 아르델은 겸손한 모습을 보였 지만,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작은 모습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관심과, 상관없는 타인에게까지 진 심을 보이는 착한 심성이 있기에 가 능한 일이다.
“그날, 정말 감사했습니다. 소가주 님께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지 않 았다면, 어쩌면 저는 정말로 바다에 뛰어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허허, 쑥스럽습니다. 다 지나간 옛 날 일을……
볼바르 페튼은 진심으로 고개를 숙 여 보였고, 델린 아르델은 멋쩍게 웃었다.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었던 인연을
통해, 둘은 인연을 맺었다.
크고 작은 희비를 나누는 친구가 되었고, 아르델의 명운을 함께 이끌 어가는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그보다, 볼바르 경.”
“ 네.”
“요즘, 연애하신다는 이야기를 들 었는데요. 어떻게, 행복하십니까?”
“으음? 험험, 도련님이 또 그런 이 야기까지……
이제는, 기쁜 일만 두 배로 나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