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76)
올 힘 마법사 2부 마신의 탑
033화
“뭐든 물으십시오, 도련님.”
“아까 말이에요. 어떻게 저를 한눈 에 알아보신 거예요?”
“언제를 말씀하시는…… 아, 성전 기사들과 싸우고 계실 때 말씀이십 니까?”
“네. 그렇잖아요. 제가 이곳에 있으 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셨을 텐데……. 더군다나 상대는 마족이
고요. 제가 가짜라는 의심은 안 해 보셨어요?”
“처음에는 했죠, 했는데……. 으음, 이거 맛있는데요.”
볼바르 경은 육포를 한입에 가득 털어 넣으시고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씀하셨다.
“진짜는 진짜를 증명할 필요가 없 습니다.”
“……그렇죠?”
“반대로, 가짜는 진짜라고 증명하 기 위해 부단한 변명을 떠올려야만 하죠. 도련님은 스스로를 증명할 필 요성을 못 느끼는 얼굴이셨습니다.”
“그냥, 감이 좋았다는 말씀인가 요?”
“껄껄, 아닙니다. 가짜라면 그 상황 에서 도련님임을 입증하려 했겠지 만, 진짜 도련님이시라면 그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셨을 거라는 말입니 다. 그걸 보고, 확신했습니다. 도련 님이시라고.”
“으음, 그렇군요.”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도련님만큼은 척 보면 압니다. 도련 님 태어나신 날에도 제가 그 곁을 지키지 않았습니까? 도련님을 처음 뵌 날 울음소리가 무척 용맹하신 데
다, 우람하신 그곳을 보니 이분은 장차 큰 인물이 될 것이라 생각
O..”
“알겠어요, 알겠어요. 거기까지.”
대뜸 이상한 얘기를 꺼내시는 볼바 르 경 덕분에, 좌중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찌나 큰 목소리로 말씀하셨는지, 불침번을 서는 병사들까지 키득거릴 정도였다.
“도련님.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십 시오. 그건 누군가에게는 부러워 마 땅한 일이니까요.”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인제 그
만……
“맞아. 부러워 죽겠다고. 오랫동안 부러웠어.”
제이슨이 입술을 삐죽이며 속마음 을 털어놓자, 또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녀석은 왜 갑자기 그런 고백을 하는 거야.
생각해 보니, 이 상황이 너무 웃겨 나까지 피식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
역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 는 생각도 든다.
그때 볼바르 경이, 잊고 있었다는 듯 말씀하셨다.
“아, 들으셨습니까? 성전 기사단. 이번 일의 문책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군요. 단장직 해임은 기정 사실이고, 최악으로는 성전 기사단 을 해체하고, 새로운 기사단으로 재 편성한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해체요? 하지만 성전 기사단 만 몽마의 유혹에 넘어간 것은 아닌 데요.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요?”
“그렇긴 합니다만, 단장급 이상이 넘어간 것은 성전 기사단이 유일하 다고 합니다.”
“성전 기사단의 단장이라면……
“레시온 베이턴이라는 기사입니다.
제국제일검으로 유명하지만, 검술 실력 외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인물 입니다.”
황제의 결벽에 가까운 성격을 미루 어 본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몽마에게 빠져 홀딱 넘어간 기사 를, 어찌 최측근으로 둘 수가 있겠 는가.
성전 기사단 전체를 완전히 공중분 해 시키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일 지도 모른다.
“그럼, 새로운 기사단의 단장직은 누군데요?”
“여러 후보가 있습니다만, 현재 상
황이 전시인지라…… 계급에 무관하 게 가장 빼어난 전공을 세운 이를 단장으로 뽑으려 하고 있습니다. 재 미있는 점은, 제일 유력한 후보가 여기 이 자리에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요?”
이 자리에는 제이슨과 드라카, 볼 바르 경과 장인어른.
프리우스 형님들 외에는 없는 데…….
“당연히 제이슨은 아닐 테고……
“응? 왜 당연한데? 이래 봬도, 황 제에게 직접 칭찬까지 받은 드래곤 메이지라고.”
“너는 마법사잖아.”
“그, 그건 그렇지. 단순히 그런 이 유로 배제한 거지?”
아니, 미안.
당연히 제이슨은 빼고, 드라카는 드래곤이니까 제외하고.
“혹시, 볼바르 경을 영입하려는 건 가요?”
만약 이거라면, 황제에게 좀 실망 인데.
내 물음에 볼바르 경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셨다.
“황제가 저를 달라고 한다면, 주시 겠습니까?”
“당연히 안 되죠. 황제랑 싸워서라 도 그것만큼은 결단코 막아야죠.”
“흘흘, 감사합니다. 당연히 제 얘기 는 아닙니다.”
“응? 볼바르 경께서도 아니라고 하 시면……
이번에는 내 시선이 장인어른에게 향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장인어른께서는, 화들짝 놀라시며 ‘험험’ 헛기침을 하셨고.
나는 반색하며 물었다.
“설마, 장인어른요?”
“무슨! 다 늙은 내가 무슨 기사단 장이냐. 나는 딱 잘라 거절했다. 관 심 없다고.”
“왜 안 하셨어요? 분명 좋은 기회 일 텐데.”
“……볼바르는 황제와 싸워서라도 막겠다더니, 나보고는 좋은 기회라 는 거냐‘? 나를 아예 그쪽으로 보내 고 싶은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냥, 죄송해 서 그러죠.”
장인어른께서는, 귀여운 질투를 하 시더니 이내 피식 웃으셨다.
“아내가 그러더구나. 우리는 이렇 게 지더라도, 우리 자식들만큼은 그 들의 뜻대로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고. 그래서 그러겠노라 했다.”
“그 말씀은, 설마 형님들이……
“황제가 그러더구나. 역모로 죽은 선조들은, 후손이 산속에 박혀 사는 것보다 이런 걸 더 바라지 않겠느냐 고. 거기다, 우리 아들 녀석들이 프 리우스 가문을 제대로 일으켜 보겠 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허락했다.”
첫째 형님부터, 셋째 형님까지.
이들은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시 선으로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이번 전쟁에서 세운 혁혁 한 전공을 바탕으로, 프리우스는 제 국의 심장부로 단번에 들어서는 것 이다.
“아들들은 떠나지만, 나는 아르델 에 남는다.”
장인어른은, 무척이나 장난스럽게 말씀하셨다.
“이번 전쟁이 끝나고 나면, 나는 늙 어 죽을 때까지 사위랑 딸 곁에서 호의호식할 생각이다. 성공한 아들들 이 보내주는 용돈으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소일거리 삼아 체술관에서 운동도 하고. 어떠냐? 불만이냐‘?”
목소리는 분명 장난스러웠지만, 아 들들이 머나먼 곳으로 떠난다는 것 이 기쁘지만은 않은 듯한 염려도 섞 여 있었다.
나는 그런 장인어른의 손을 꼭 잡 아주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내가 아들 역할까지 대신해드리지 뭐.
이 마음을 느끼셨을까, 장인어른께 서는 흐뭇하게 미소 지으셨다.
* * ♦
지난밤에 나누었던 대화는,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황제의 명으로 공표되었다.
레시온 베이턴의 단장 자격 박탈.
부단장으로 강등.
공식적인 성전 기사단의 해체와 함 께 새로운 기사단이 창설되었다.
“청백 기사단이라……
“이로써, 500년 역사의 성전 기사 단이 사라지는군.”
황제의 최측근이라는 명예.
최전방에서 제국을 수호한다는 자 부심.
오랫동안 대륙 최정예 기사단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물이 고이다 보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황제는, 아예 새로운 독에 새 술을 담는 방법을 택했다.
성전에서 청백으로.
단순히 이름만 바뀌는 것이 아니 라,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단장직에 앉히며 각오도 새롭게 다졌다.
“새로운 단장이 프리우스 가문의 첫째라지?”
“프리우스! 그 이름이라면, 신뢰할 수 있지.”
첫째, 아라이 프리우스.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으 로, 나와의 체력단련 승부에서 쓰러 질 때까지 쫓아오던 근성을 가진 남 자다.
강인한 프리우스 형제들 사이에서 도 눈에 띄는 발군이니, 분명 잘 해 내리라고 생각했다.
“목숨을 다 바쳐, 황제를 수호하겠 습니다.”
서툰 예법으로 기사 서약을 하며, 황제에게 고개 숙이는 표정을 보니,
아주 진지하게 이번 일을 맡을 모양 이었다.
둘째 형님과 셋째 형님은, 청백 기 사단의 ‘베너렛’을 맡았다.
평기사 바로 다음 계급으로, 10인 의 기사를 휘하로 거느린 십인대장 역할이다.
레시온 베이턴은, 아라이 프리우스 가 단장직 적응을 마칠 때까지만 부 단장직을 맡아 보좌하고, 전쟁이 모 두 끝나고 나면 아예 다른 기사단으 로 전출될 예정이다.
물론, 그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말이지.
나는 잔뜩 풀 죽은 얼굴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레시온 베이턴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째,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 는데요.”
“기사에게 명예란 목숨보다 소중하 니까요. 이번 일로 그의 명예가 크 게 실추된 데다, 단장직 해임으로 부하들 앞에서 모욕까지 당했다고 느낄 겁니다. 하루아침에 회복될 상 처가 아니지요.”
볼바르 경의 말씀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럽겠네요. 자신보다 족히 10
살은 훌쩍 어린 이를 상관으로 모셔 야 한다는 것이.”
“능력만 된다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련님께서 마탑에서 존 경을 얻으셨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저자에게 타인을 존경할 만한 마음 의 여유가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군 요.”
“혹여나 나쁜 마음을 품지는 않겠 죠?”
“나쁜 마음이라……. 역모나 하극상 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단언할 수 는 없으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 생 각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인물이기 는 하지만, 성전 기사단의 단장직을
수행할 만큼 충성심을 입증한 인물 입니다. 더군다나, 레버다인에 가족 들이 있는 이런 상황에서, 그런 위험 한 짓을 꾸밀 위인은 못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인데요.”
나는, 고강한 검술을 지녔지만 몽 마에게 홀딱 넘어갈 만큼 ‘부족한 능력’이라는 점이 계속해서 마음에 쓰였다.
마족.
내가 알고 있는 마족은, 언제나 인 간의 빈틈을 파고드는 영악한 이들 이지 않은가?
가장 현혹시키기 쉬운 이들이 바
로, 무너져 내린 사람들이다.
부푼 꿈에서 무너졌거나.
희망이라는 벽을 오르다, 미끄러져 내려 다시 올라갈 욕심조차 생기지 않는 이들.
제국의 태양이라 불리던 성전 기사 단의 단장직에서 쫓겨나, 부하들의 수군거림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그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시련일지 도 모른다.
악마는 이 시련을 마주한 인간 앞 에 나타난다.
“당분간, 지켜봐야겠습니다.”
“……레시온 베이턴을 말입니까?”
“네. 형님들께도 미리 전해두는 편 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모를 예 방 차원에서.”
단순한 기우일지도 모른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편견이라는 가 면을 쓰고 저 기사를 대하는 것일지 도 모른다.
나 역시, 기우였으면 좋겠다.
무능력한 기사단장으로서의 죗값을 치르고, 좌천이라는 벌을 달갑게 받 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레시온 베이턴.》
《질투하는 자의 한 손 검》
《악마의 주시를 받는 자.》
그건, 벌써부터 레시온 베이턴을 뒤덮고 있는 기묘한 어둠 때문일지 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