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81)
올 힘 마법사 2부 마신의 탑
038화
선봉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던 청백 기사단은, 욕지기를 쏟아냈다.
“미친! 갑자기 와이번이 어디서 튀 어나온 거야!”
신나게 마신의 탑 입구를 부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수백 마리의 와 이번 부대가 나타나 퇴로를 차단한 것이다.
스릉!
이에, 레시온 베이턴이 은은한 오 라를 한껏 만개하며 앞장섰다.
“퇴각이다! 내가 길을 뚫겠다! 모 두 퇴각하라!”
레시온 베이턴이 길을 뚫기 시작했 다.
문제는, 공성 장비였다.
“부단장님! 공성 장비를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챙겨가겠습니다!”
이것들을 챙겨가자니, 무거운 짐일 뿐이고.
두고 가자니, 당장 새로운 장비를
공수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하지만 청백 기사들은, 이 상황에 서 공성 장비나 걱정하던 것이 얼마 나 사치스러운 일인지 뒤늦게 알아 차렸다.
“제, 제기랄……. 앞에서 문이 열리 고 있습니다.”
「구에에엑」
마신의 탑 입구에서 문이 열리며, 4군단 마족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한 것이다.
이제는 공성 장비고 뭐고, 자신의 목숨조차 부지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달아나라! 모두 달아나!”
레시온이 목에 핏대가 설만큼 고성 을 내지르며 길을 뚫어냈다.
하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으아아악! 단장님!”
매섭게 날아드는 와이번들이, 눈 깜짝할 사이 바로 옆의 전우를 낚아 채 날아올랐고.
푸직!
이들은 날카로운 발톱에 목뼈가 찔 린 채 버려졌다.
앞에서는 4군단의 마족이 막아서고 있고, 퇴로는 와이번이 차단했다.
10,000 대 500.
선봉대 전체가 궤멸할 것을 직감한 청백 기사들은 이를 악물었다.
“꼼짝없이 여기서 죽겠군요. 부단 장님, 같은 전투에서 함께 죽을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후아! 그래도 시원하게 발악 한번 해봐서 그런지, 속은 시원합니다. 이제 야 부끄럽지 않게 죽을 수 있겠군요.”
“재수 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얼른 달아나라니까!”
“새로 부임하신 단장님도, 부단장 님도 전부 다 남으시는데. 어떻게 저희만 달아납니까?”
“맞습니다. 끝까지 함께 싸우겠습 니다. 명색에 제국 최정예 기사단인 데, 꽁지 빠지게 달아날 수야 없죠.”
청백 기사단.
비록 지난 전투에서 불명예스러운 일을 겪기는 했지만, 이들은 어중이 떠중이 기사단이 아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눈물보다는 웃음을 먼저 지을 수 있는 진짜 기 사들이 다.
이런 기사단에 새롭게 부임한 신임 단장 아라이 프리우스는, 고개를 절 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명예로운 기사놀이는 그만 집어치
우고, 정신 똑바로 차리는 게 어때? 어쩌면 살길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네‘? 하지만 단장님. 희망적인 말 씀은 좋지만, 본대가 도착하려면 한 참이나……
“저기.”
“••••••응?”
아라이 프리우스의 시선이 창공으 로 향했고, 청백 기사단들 역시 같 은 곳을 바라보았다.
“우리 매제가 왔거든.”
그곳에는, 드라카의 날갯죽지를 붙 잡고 날아오는 루인 아르델이 있었다.
탑주의 등장에, 청백 기사단 모두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어쩌면, 정말 살길이 열릴지 도 모르겠군요.”
고작 한 명이 더 늘어난다고, 이 절망적인 상황이 얼마나 더 바뀔까 싶겠지만…….
이들은 이 1명의 등장에, 빛을 봤다.
그건 너무나도 선명한 삶의 빛이었 다.
“이제 알았으면, 얼빠진 소리 그만 하고 싸움에만 집중하라고.”
“예!”
청백 기사들은, 하나같이 검을 뽑 아 들고 와이번을 향해 용맹하게 달 려들었다.
♦ * ♦
소수의 아군으로, 다수의 적과 싸 워서 이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만약 적군의 숫자가 ‘1만’이라면, 대답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답이 없네.”
없다.
아무런 방법이.
나는, 이 답 없는 전쟁터에서 반드 시 정답을 찾아야만 했다.
정답을 찾지 못한다면, 그와 비슷 한 해답이라도 찾아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달려왔다.
“드라카, 와이번을 공격해서 선봉 대의 퇴로를 열어줘.”
“루인, 너는?”
“나는…… 반대쪽을 맡아야지.”
반대쪽이란, 바로 입구에서 나오고 있는 1만의 군대를 의미한다.
혼자서 1만의 적을 상대한다는 것
은, 설령 전직 신이라고 할지라도 말도 안 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드라카는, 그런 나를 신뢰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라.”
“물론이지.”
나는 호기롭게 대답하고는, 드라카 의 날갯짓에 몸을 맡겼다.
드라카는 저공비행을 하며 삽시간 에 나를 선봉대 쪽에 떨어뜨려 주었 고, 나는 착지와 동시에 내게 달려드 는 와이번에게 주먹을 꽂아 넣었다.
“탑주님!”
드래곤을 타고 나타난 내 등장에, 청백 기사 하나가 환호했지만.
나는 이렇다 할 대꾸 없이 몸을 날렸다.
시간이 없다.
내가 주저 없이 마신의 탑을 향해 달려가자, 기사의 환호는 걱정으로 바뀌었다.
“에, 에? 혼자서 뭘 어쩌시려고 요!”
그래.
1만을 상대로 혼자서 뭘 어쩌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저놈
들이 단번에 쏟아져 나오지 못하도 록 막는 것이 전부다.
다행히도, 그건 내 전문분야기도 하다.
“여차하면 달아날 생각만 하세요. 저는 걱정하지 마시고.”
“예? 하, 하지만!”
“물러나세요! 어서!”
소수가 다수의 적을 상대로 싸워 이기는 법.
아니, 다수의 적이 꼼짝하지 못하 도록 만드는 법.
정답.
문을 부순다.
《결계 파괴 – 권능》
《액티브 스킬》
《결계와 허상, 일루전을 모두 파 괴한다.》
마족의 군대가 나오는 문은, 물리 적인 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마신의 탑이라는 곳 자체가 완전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기 때 문이다.
물리와 허상, 환각과 결계가 적절
하게 뒤섞인 마계와 통하는 차원문 이다.
그렇기에 나는, 영력을 이용해 문 을 부술 것이다.
“그럼, 이따 보자.”
고오오오!
주먹을 꽉 쥐자 영력이 팽창하기 시작했고, 이 기운은 삽시간에 주위 로 번져가 마신의 탑 입구를 수놓는 마기를 지워버리기 시작했다.
흠칫 놀란 쪽은, 반쯤 머리를 내밀 며 걸어 나오던 마족의 군대였다.
「놈이 문을 닫으려고 한다!」
r막아! 막으라고!
놈들은 엉겁결에 뛰쳐나와 나를 제 지하려 했지만, 그런 녀석들을 프리 우스 형님들이 막아섰다.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네 생각이 맞기를 바랄게. 지금은 꽤 절박하거든.”
“저도 맞길 바랍니다.”
형님들이 마족의 군대 일부를 막아 서는 사이, 나는 있는 힘껏 문을 향 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마신의 탑 안에서는 내 능력이 극 히 제한되어 있었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쩡! 쩌저정!
힘 5만의 영력을 정면으로 쏟아내 자, 놈들이 걸어 나오던 문은 유리 창이 깨지듯 산산이 부서졌다.
“뭐, 뭐야?”
“방금 탑주님이 뭘 하신 거야
당장에라도 뛰쳐나와 자신들을 짓 밟으려던 마족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자, 청백 기사들이 눈을 휘둥 그레 떴다.
하지만, 이것으로 상황이 모두 해
결된 것은 아니다.
“놈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잠시 막 은 것뿐입니다. 새로운 문을 열고 나오기 전에, 어서 여기서 빠져나가 시죠.”
“에? 아, 예!”
완전히 꽉 막혀 한 치 앞도 보이 지 않던 퇴로가, 드라카의 지원에 힘입어 옅게나마 열리기 시작했다.
후방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으 니, 달아나는 것에만 신경 쓰면 되 기 때문이다.
레시온 베이턴 경의 선봉으로 퇴로 를 열던 와중, 누군가 소리쳤다.
“탑주님! 저기 문이 또 열리고 있 습니다!”
제기랄, 빠르다.
영력에 의해 흩어졌던 마기가, 또 한 번 뭉쳐 들고 있었다.
나는 같은 방법으로 한 번 더 영 력의 힘을 빌리려 했지만, 이번에는 쿨타임이 가로막았다.
《23시간 후에 사용 가능합니다.》
“이거, 방법이 없겠는데요.”
“예? 아, 탑주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2배로 더 절망적인데요.”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가시 죠. 지금으로써는 그 방법뿐입니다.”
“본대는요? 본대는 도대체 언제 구 하러 오는 겁니까?”
나는, 본대 방향을 흘낏 바라보았 다.
내가 있을 때만 하더라도, 쉴새 없 이 발리스타와 투석차를 날리던 본 대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먼저 도착해서 선봉대를 구하고 있
으면, 본대가 뒤에 합류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설마, 본대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나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상념을 털어냈다.
“퇴로를 여는 데만 집중하세요. 저 도 돕겠습니다.”
* ♦ ♦
나태의 악마는,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잠에 빠져 버린 8만 연합군을 내려다보며 히죽 웃음을 터뜨렸다.
「쉽다, 쉬워.」
애초에 선봉대를 노린 와이번 부대 는 미끼였을 뿐이다.
선봉대가 전멸하건 말건 상관없다.
그저 놈들을 고립시켜 몰아붙이면, 루인 아르델이 나설 것이라는 예측 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 어 졌다.
루인 아르델은 선봉대를 구하기 위 해 본대를 등지고 선봉대로 향했다. 그렇게 루인이 마족의 군대에 정신 팔린 사이.
나태의 악마가 본대를 완벽히 장악 했다.
「이렇게 본대만 말려 죽여 버리면 간단한 일을••…. 멍청한 몽마는 왜 루 인 아르델과 싸우려고 들어서는, 쯧.」
루인 아르델과 싸움을 피한다.
대신, 비교적 약한 연합군 전체를 사로잡는다.
부대 전체를 말려 죽이면, 루인 아 르델이 제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게, 그의 필승법이었다.
「이것들이, 감히 내 단잠을 방해 했겠다. 어떻게 죽여줄까. 영원히 깨 지 않는 악몽을 꾸게 만들어 줄까. 아니면 내 권태로움을 대신해 줄 노 예로 부려줄까.」
나태의 악마 레이지는, 쥐죽은 듯 고요해진 연합군 사이사이를 느긋하 게 걸었다.
그런데…….
「어라?」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 다.
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인 가?
자신의 저주에는, 단 하나의 예외 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아름다운 여인의 유혹에 빠지지 않 는 남자는 있을지 몰라도, 잠의 유 혹을 이기는 인간은 없지 않은가.
인간은 모두가 잠을 자고, 특히나 이렇게 불편한 곳에서는 자도 자도 부족한 것이 잠이다.
그런데, 그 유혹을 이기는 인간이 있다?
레이지는, 어디선가 뜬금없이 나타 난 인간을 향해 물었다.
「너, 뭐야?」
족히 60세는 될 법한 남자.
덩치는 오우거가 연상될 만큼 커다 랗고, 인상은 어지간한 오크만큼이 나 험악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기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오라나, 마법사의 마나 같은 기운은 특별하 게 느껴지지 않는다.
레이지는, 채근하듯 물었다.
「너, 뭐냐고? 왜 혼자 깨어 있는 거냐?」
그러자, 남자.
아칸 프리우스는 무척이나 심드렁
한 태도로 대꾸했다.
“우리 아들들이 선봉대에 있는데, 아버지가 되어서 한가롭게 잠이나 잘 수가 있나?”
「뭐? 이상한 핑계 대지 말고 똑 바로 대답해라! 왜 너는 저주가 먹 혀들지 않는 거냐!」
“……몰라, 그딴 거. 어려우니까 묻 지 마라.”
아칸 프리우스는, 목뼈를 우드득 꺾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r.. .
나태의 악마 레이지는, 그제야 상 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 꼈다.
루인 아르델을 피하려다, 아칸 프 리우스를 만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