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84)
올 힘 마법사 2부 마신의 탑
041 화
“ 생존자는?”
“중상을 입은 기사만 열 명이 넘지 만, 다행히 목숨을 잃은 이는 한 명 도 없습니다.”
“레시온 경은 무사한가?”
“다행히 가벼운 골절과 상흔뿐입니 다. 천운이었습니다. 1만에 가까운 마족 군대에 포위당했었는데 이렇게 무사 생환했다는 것은 하늘이 도왔
다는 말밖에는 할 길이 없습니다.”
“하늘이 도운 것이 아니라, 하늘은 처음부터 저희 곁에 있었습니다.”
“……레시온 경? 몸도 성치 않으신 데, 보고는 나중에 하시지요.”
“폐하. 돌아왔습니다.”
레시온 베이턴은, 부러진 팔에 붕 대를 감은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앉 았고.
황제는 고생했다는 듯, 그런 그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었다.
“하늘은 처음부터 곁에 있었다는
말. 자세히 말해보라.”
“탑주가 하늘이었습니다. 그가 없 었더라면, 저희는 5분도 제대로 버 티지 못하고 궤멸했을 겁니다.”
“아, 마침 저기 오는군요.”
황제의 시선이 먼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들것에 실린 채로 귀환 하고 있는 루인 아르델이 있었다.
상당히 지친 기색이었지만, 그에게 인사하는 병사들에게 연신 미소를 잊지 않고 있었다.
“불러올까요?”
“지금은 휴식이 더 필요해 보이는군. 편히 쉴 수 있도록 방해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황제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선봉대와 루인 아르델의 활약으로 이번 전투는 무사히 넘어갔지만…….
자신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메텔의 공성 지휘관을 불러라.”
“존명.”
그러니, 탑주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다음 전투 준비만큼은 더욱 완벽해 야만 한다.
♦ * ♦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던 것 같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직 청백 기사들을 지키고, 놈들 의 진군을 막아서는 것.
이것만을 떠올리며 맹목적으로 주 먹을 뻗다 보니…….
“많이 지쳐 보이는군.”
“……장인어른.”
“나도 왔으니, 이제는 살살하지.”
어느새 장인어른께서 내 곁에 와계
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합군 본 대가 도착했다.
본대가 놈들을 몰아내고, 마신의 탑 방향으로 달아나는 것을 확인하 고 나서야 쓰러지듯 바닥에 드러누 웠다.
“후아•…”
호흠이 어찌나 가빠져 있었는지, 아무리 몰아쉬어도 터질듯한 가슴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얼마간 숨을 몰아쉬고 있자, 의무 병들이 달려와 나를 들것에 실어 옮 겼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탑주님 덕분
에 살았습니다.”
병사들이 울며불며 나를 찾아오기 도 했다.
모두, 선봉대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치다 드라카의 도움으로 달아난 병사들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옅게 미소 지어 주 었다.
전투가 끝났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았는데, 이제야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좀 처럼 쉴 틈이 생기지는 않았다.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제이슨이 내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야 이!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이 나 알아!”
“••••••미안.”
“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제이슨을 시작으로, 나를 볼 면목 이 없다는 볼바르 경과 나르메르 씨 가 찾아왔다.
이후에는, 마탑의 최고위원님까지 줄줄이 나를 만나기를 청했지만…….
“돌아가십시오. 탑주님의 휴식을 방해하지 말라는, 폐하의 명입니다.”
특별히 당부했다는 황제의 명령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홀로 덩그러니 남아 푹신한 간이침 대에 누워있으니 몸은 편했지만, 쉽 사리 잠이 오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청백 기사단의 상태를 직 접 확인해야만, 마음이 편할 것 같 았기 때문이다.
슬그머니 막사 뒷문으로 나가, 레 시온 경을 찾았다.
그는 홀로 어두커니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나를 보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탑주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덕분에 괜찮습니다.”
필요 이상의 예의를 차리는 것이, 아무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나를 보 는 시선이 달라진 모양이다.
“기사단 상황은 어떻습니까?”
청백 기사들의 몸 상태를 묻는 질 문에는, 레시온 경이 표정을 딱딱하 게 굳혔다.
“다행히도 사망자는 없습니다만, 대부분이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을 잃었습니다.”
“그 말씀은……
“팔을 잃고, 다리를 잃었습니다. 더 이상 검을 들지 못하게 된 것입니 다. 기사로서의 삶을 잃었으니, 모두 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지요.”
“녀석들이 직접 선택한 일입니다. 그러니, 탑주님께서 마음 쓰실 필요 는 없습니다. 그저, 너무나도 큰 은 혜를 입어 보답할 길이 없어 막막할 뿐입니다.”
기사가 검을 들지 못한다는 것은, 마법사가 마법을 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의미겠지.
직접 겪어본 일이기에, 그들이 겪 을 상심이 얼마나 클지는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때, 막사 안에서 한 기사가 유쾌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밥을 굶지는 않을 수 있 으니 다행이지 않습니까?”
막사 안에서 한 기사가 걸어 나왔다.
그는, 팔 하나를 잃은 상태였다.
그것도 검을 쓰던 팔로 보이는 오 른팔.
“ 아.”
안타까움에 내가 조용히 눈을 감
자, 기사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도망치지 않았고, 동료를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싸웠습니다. 팔 하나를 잃기는 했지 만, 이걸로 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훈장인 셈이지요. 더군다나 폐하께서 저희 모두 버리지 않고, 품 어주기로 하셨으니 괜찮습니다.”
“ 폐하께서요?”
“막대한 황금과 함께 앞으로 수련 원 기사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조치 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검 은 들지 못하겠지만, 지금보다 밥은
넉넉하게 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기사는 유쾌한 목소리로 괜찮다는 듯 말했지만, 그 유쾌함 속에 숨어 있는 슬픔이 보이지 않을 리 없다.
그저, 괜찮은 척하는 것이다.
“정말 마음 쓰시지 마십시오. 저희 는 괜찮습니다.”
아마도, 나는 이 기사의 미소를 평 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아카데미에 다니던 시절의 내 모습 을 거울로 보는 것 같았으니까.
“조금 걸으시겠습니까?”
“ 네.”
레시온 경과는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일로 꽤 가까워졌다고 여겼는 지, 그는 내게 꼭꼭 숨겨 두었던 자 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기억하시겠지만, 소드 그랑프리에 서 묵시의 기사들을 꺾으실 때만 하 더라도……. 폐하께서 왜 그렇게 귀 공에게 신경 쓰는지 이해하지 못했 습니다.”
“그러셨습니까.”
“2차 인마대전이 발발하고도 그 생 각은 변함없었습니다. 아르델, 그리 고 프리우스. 모두 부풀려진 이름이 라 생각했고, 거기에서 자격지심과 질투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 만, 이제는 압니다.”
그가 우뚝 멈춰섰다.
“아르델과 프리우스가 아니었다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무척 이나 힘들었겠구나. 내가 가장 강한 줄로만 알았지만, 아무것도 아니었 구나.”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마십시오. 경께서는, 이미 실력을 증명하시지
않았습니다.”
“내일부터는 그리하겠습니다. 오늘 만큼은, 부하들을 지키지 못한 제 부족함을 탓하고 싶군요.”
레시온 베이턴 경은 무척이나 씁쓸 한 얼굴로 내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럼, 내일은 새로운 마음가짐으 로 뵙겠습니다.”
“공중전을 걸어올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습니다.”
첫 번째 공성전은 분명 상처가 많 이 남은 전투였다.
병력 손실은 적었지만, 최정예 기 사들이 다수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 고, 중요한 공성 병기 절반가량을 잃었다.
하지만, 잃은 만큼 얻은 것도 존재 한다.
“이것으로 알 수 있는 점은, 놈들 이 공격해 오는 방향을 마신의 탑 입구만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탑 상층부, 혹은 지하를 통해서 공격해 올지도 모릅니다. 모
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있습니다. 놈 들은, 마신의 탑을 지키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와이번 부대가, 공성 병기를 집중 적으로 공격했던 것이 그 증거다.
마신의 탑은 무너질 수 있고, 그들 은 탑을 지키려고 한다.
이는 무척이나 중요한 사안이다.
“첫 번째 공성전에서 깨달은 점들 을 보완하여, 다음 전투 역시 선제 공격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연합군에는 화차와 충차가 없지 않습니까?”
“폐하께서 메텔의 공성 지휘관에게 추가 제작을 명하셨고, 지금 제작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화차와 충차를 포함하여 합이 50대가 넘습니다.”
“50대요? 폐하께서 마신의 탑을 무너트리고자 단단히 마음먹으신 모 양이군요.”
“급하게 제작하느라 이전만큼 견고 하진 못하겠지만, 메텔의 장인들 솜 씨니 기대해 봐도 좋겠지요. 다음 공성전은, 놈들을 완전히 무너트릴 수 있는 도화선이 될 겁니다.”
황제는 마신의 탑을 완전히 붕괴하 겠다고 결심했고, 그의 뜻에 따라
연합군 전체가 두 번째 공성전 준비 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두 차례 전투에서 보여 주었던 연합군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이 포함되어있다.
“이번에는 3군단장에게 제가 직접 싸우자고 제안할 생각입니다.”
“탑주께서 군단장과 직접요?”
“네. 몽마부터 나태의 악마까지. 지 금까지 연합군은 군단장들에게 크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 렇기에 다음 공성전에서는, 정면 승 부를 걸어볼 생각입니다.”
“탑주께서 군단장을 맡아주신다면
야 저희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일이 겠지만……. 놈들이 탑주의 뜻대로 순순히 따라줄까요?”
“그러니,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 어야지요.”
“어떻게요?”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방법.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그리고, 마 신의 탑을 직접 부숴 버리겠습니다.”
“•…”예?”
“제가 두드리면 나올 겁니다. 이번 에도 다른 수를 쓰려고 한다면, 정말 로 마신의 탑이 무너질 테니까요.”
화차와 충차도 필요 없다.
차라리, 다른 공성 병기 제작에 힘 쓰는 것이 맞다.
육중한 공성 병기가 해야 할 역할을, 나 혼자 해내면 간단한 일이니까.
“듣기로는 3군단장 분노의 악마가 순혈 중에서도 가장 힘이 세고, 사 나운 악마라고 하더군요.”
“아, 그렇다면?”
“아마도, 제 도전을 피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느낌이 나쁘지 않다.
♦ * ♦
3군단장, 분노의 악마 볼케이노가 이마에 핏줄을 세우며 소리 질렀다.
「뭐라고! 한낱 인간이 감히 내게 도전장을 보내!」
마신의 탑 아래.
그곳에서는, 루인 아르델이 바위를 들어 올려 거대한 원을 만들고 있었다.
마치, 검투사들의 투기장을 연상케 하는 특설 원형 경기장이었다.
명백한 도전이다.
인간의 정면 승부 도전에, 볼케이
노가 눈을 부라렸다.
‘■감히 나에게 먼저 승부를 걸어오 다니……. 오냐, 받아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