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90)
올 힘 마법사 2부 마신의 탑
047화
아들처럼 생각했던 쇼메르탄이 등 을 돌렸다.
일평생을 바쳐 일구어낸 레버다인 이 자신을 버렸다.
이 모든 일은, 존경받아 마땅한 탑 주가 사실은 마인이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제국 전체를 기만한 대가였 지만…….
이미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미움이 너무 커져 버렸다.
보잘것없는 질투가 진실을 외면했다.
그렇기에, 다짐했다.
쇼메르탄이 가장 아끼는 마법사를 죽이고, 그가 가장 사랑하는 이 도 시에 파멸을 선사하리라.
하지만.
“••••••커헉!”
이 굳은 다짐은, 단 한 번의 주먹 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
수백 마족의 한이 서린 위린을 정 면으로 뚫어내며 주먹을 뻗은 소년.
루인 아르델.
빌어먹을 질투의 대상이었지만, 그 에게서는 빛이 났다.
이 빛은, 아무리 평생을 노력해도 절대 가져본 적 없는 빛이었다.
언제나 음침하고 기분 나쁜 염왕의 어둠이 아니라, 주변 모두에 밝은 기운을 전하는 빛.
그건, 염원의 악마와 만나기 전, 가 족의 비극을 겪기 전의 소년 테론이 한 번쯤 속으로 그려왔던 빛이었다.
“……쇼메르탄.”
염왕은, 죽어가는 그 순간 루인 아 르델의 얼굴에서 어린 쇼메르탄의 얼굴을 보았다.
그 역시, 빛이 났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자신을 향해 ‘대부님’이라고 부르던 그 순 수함이 빛났다.
이제야…….
이제야 알 것도 같았다.
황제의 부탁에, 왜 쉽사리 승낙의 말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부끄러움.
그건, 아이들에게 오늘 같은 모습 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알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후-!」
지금 염왕이 느끼는 이 한 줄기 촛불마저, 마신이 꺼트려 버렸기 때 문이다.
빛이 사라졌다.
차가움, 공허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남기지 않았다.
마신은 계속해서 귓가에 속삭이고 있다.
「증오하라. 죽어서도 놈을 증오하 라.」
이런 것이었나.
악마가 된다는 것은.
후회를 느끼는 이 찰나의 순간조차 부끄러워지는, 비루한 감흥이다.
“쉬고 싶군.”
염왕은, 한 줌 빛마저 사그라든 채 로 눈을 감았다.
* * ♦
레버다인을 휩쓴 전장의 불길은 쉽 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2군단의 악마들은, 스스로가 갖지 못한 존엄성을 시기하듯 마구잡이로
인간을 학살했다.
말 그대로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놈들은 애초에, 연합군과 싸워 전 투에서 승리할 생각이 없었다.
곳곳으로 흩어져 민가를 급습했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일반 시민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염왕의 목적은, 처음부터 이것이었 다.
학살과 대혼란.
레버다인이라는 도시를 극렬히 증 오한 결과였다.
“아, 안 돼……!”
“레버다인이!”
개전 이틀째 되던 날, 이른 새벽에 도착한 황제의 군대가 아니었다면 아마 더 큰 인명피해를 기록했을 것 이다.
전투가 완전히 소강 되기까지도 많 은 시간이 걸렸다.
시가지라는 특성상, 끝났다 싶으면 숨어있던 마족들이 어디선가 튀어나 왔기 때문이다.
8인 1조로 병력을 도시 곳곳을 정 찰하도록 하여 전투가 끝났음을 확 인한 것은, 전투가 시작된 지 닷새 가 되던 날이었다.
“미, 믿을 수가 없어.”
“여기가 정말, 우리가 알던 레버다 인이란 말이야?”
전쟁의 포화를 피해 몸을 숨기고 있다 돌아온 시민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대륙의 중심 도시.
눈부실 만큼 아름답고, 부유하며, 찬란한 마도 문명까지 꽃피운 마법 사들의 도시.
한데,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이곳은 더 이상, 자신이 알던 레버 다인이 아니었다.
“으아아아아앙!”
부모를 잃은 아이는 연신 울음을 쏟아냈고, 아이를 잃은 부모는 넋 나간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죽었고, 도 시의 절반 이상이 불타버리고 보금 자리를 잃었다.
황제는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 내는 남자가 아니었지만, 이번만큼 은 입술을 꽉 깨물며 비통함을 숨기 지 못했다.
이런 처참한 참극을 벌인 이가 바 로, 한때는 대부님이라 부르며 존경
하던 인간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역 겨워서 견디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신음하기도 잠시.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은 황제가 내 게 물었다.
“염왕은 지금 어디 있나?”
그 물음에는 주체하기 힘든 분노가 점철되어있었고, 내 시선이 레버다인 상공에 떠 있는 부유섬으로 향했다.
황제는 당장 염왕의 시체를 확인하 기를 원했고, 우리는 함께 부유섬에 올랐다.
부유섬 한가운데에는, 덩그러니 쓰 러진 염왕이 있었다.
염왕 테론.
그는 인간의 경계를 넘은 악마였지 만, 마지막만큼은 인간으로 죽었다.
세월을 역행하던 시간의 흐름이 제 자리를 되찾았고, 그의 얼굴은 제 모습을 되찾았다.
아니, 잠시 당겨진 세월만큼이나 급격한 노화를 겪으며 너무나도 흉 측한 모습으로 변해 버렸지만…….
그의 모습은 분명, 2군단을 이끄는
악마가 아닌 인간 테론의 모습이었다.
“인간으로 죽겠다는 건가……. 악 마가?”
바로 이게, 황제의 심기를 더욱 불 편하게 만들었다.
“이런 쳐 죽일……!”
스릉!
단숨에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내어, 염왕의 시신에 검을 꽂아 넣었다.
퍽! 퍼억! 퍼억!
검이 닿을 때마다 연신 붉은 피가 튀었지만, 황제는 멈추지 않았다.
이 분노가 사그라들 때까지.
아니,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이 분 노가 잠시 식을 때까지.
“이제 속이 시원한가! 그토록 사랑 하던 레버다인의 비극을 보고 나니, 속이 시원하냐고 물었다!”
퍽! 퍼억!
염왕의 시신이 완전히 고깃덩어리 로 변하고 나서야, 황제는 검을 바 닥에 버렸다.
쩔그렁!
그리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 며 중얼거렸다.
“이자의 시신을 토막 내어, 늑대의
먹이로 버려두어라.”
“존명!”
황제의 시선이 정면으로 향했다.
부유섬 위에서 내려다본 레버다인 의 비극은 더더욱 선명했고…….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던 그는,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반년. 반년 안에 돌려놓아 주지.”
어려운 일이다.
메텔의 장인들 숫자도 턱없이 부족 하고, 수개월 안에 복구하기에는 너 무나도 많은 건물이 불에 타버렸다.
그 어떤 침공에도 안전하리라 여겨
지던, 황궁마저 쑥대밭으로 변했으 니…….
아예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야 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왜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테론……. 너는 절대 레버다인의 긍지를 빼앗지 못할 것이다.”
그건 아마, 그가 마음먹은 일은 반드 시 해내는 남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 * ♦
죄악을 바탕으로 태어난 여섯 악마.
그리고, 교만에 굴복하고 마(魔)의 편에 섰던 여섯 고대 신.
도합 12개의 군단이 모두 무너지 자, 마신은 철저하게 혼자 남았다.
믿고 일을 맡기던 수하 모두가 죽 었을 때, 장수는 어떤 기분일까.
허탈함을 느낄까, 아니면 두려울까.
대답은,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마치, 처음부터 부하가 없었다는 듯 무서우리만치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래.
태초부터 그는 혼자였다.
시기, 분노, 나태, 색욕, 식탐과 탐욕.
여섯 가지 죄악 모두, 교만이 뿌린 씨앗일 뿐.
교만의 악마에게 ‘동료’라는 개념 은 존재하지 않는다.
쓰다 버릴 물건, 입에 달지 않으면 뱉어버리는 오물, 그 이상도 그 이 하도 아니다.
그리고.
r내 차례인가니
비로소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을 뒤덮고 있는 어두컴컴
한 마기를 걷어내었다.
속에서 진짜 모습을 드러낸 그는, 강인한 전사도, 흉측한 괴물도, 두려 움에 떨게 만드는 대마법사도 아니 었다.
여인이었다.
몽마가 가진 아름다움을 천박하게 만들어버리는, 고귀한 아름다움.
걸음걸이에는 기품이 흘러넘치고, 눈짓에서는 교양이 흐른다.
목소리는 빠져들 듯한 매력이 숨어 있고, 이따금씩 굴곡진 몸매가 드러 날 때는 주변 모두가 숨을 집어삼켜 야 할 것이다.
존재만으로도 무기가 되는 그녀의 이름은, 주신(主神) 프렐리아.
프렐리아 대륙이라는 이름의 모태 이기도 하다.
「그대가 믿는 신은, 과연 진짜일까.」
온화한 여신의 탈을 쓰고 있는 여 인이, 마신이라는 사실을 누가 짐작 이라도 했을까.
그녀는, ‘사랑’이라는 달콤한 거짓 말로 무장하여 이미 90%가 넘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마인만 아닐 뿐이지, 그녀를 추종 하고 있는 신도는 넘쳐나는 셈이다.
당장, 프렐리아 신성 공국만 봐도 어떠한가.
마신에게 놀아나는 줄도 모르고, 그녀를 향한 예배는 지금까지도 이 어지고 있다.
오직, 주신 프렐리아만을 지키는 성기사가 존재하고, 신성력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악의 기운이 넘쳐 흐르고 있다.
프렐리아는, 여기서부터 시작할 것 이다.
지금.
「들리는가. 나의 추종자여.」
자신을 향해 경배하고 있는, 프렐 리아 신도들에게 전하는 달콤한 귓 속말.
이게 시작이다.
* ♦ ♦
어제와 똑같은 하루다.
하루하루가 색달랐으면 하고 기대 하지만, 똑같은 하루는 반복된다.
새벽 다섯 시 기상.
이른 새벽 예배를 드리고, 조찬을 먹는다.
약간의 산책 후, 본격적인 점심 예 배 준비를 한다.
그렇게 예배로 하루를 보내고, 오 늘도 풍요로운 식사와 사랑을 나눠 주신 주신에게 감사한다.
감사 기도를 마지막으로, 하루를 마친다.
하루하루가 빼다 박은 듯이 똑같은 프렐리아 신도들이 기다리는 것은 오직 하나.
‘내일은 부디 들을 수 있기를.’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 줄 ‘신의 목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런데…….
“아, 아아……! 드, 들립니다!”
“선명하게 들립니다! 나의 주신이 시여!”
“드디어 부름에 답해주시는 것입니 까! 말씀하십시오!”
왔다.
그 새로운 내일이.
이 부름이 비록, 내게만 들리는 속 삭임이 아니라도 좋다.
수천, 수만…….
아니, 수십 만의 프렐리아 신도 모 두에게 전하는 말일지라도 좋다.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
아니.
“……뭐라고 하셨습니까?”
“주, 죽이라니요. 도대체 누굴 죽이 라는 말씀이십니까?”
“조금만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 오!”
어쩌면,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 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제 가장 가까운 사람을 죽이라고요?”
“곁에는 지금, 병든 노모가 있습니다.
어찌 부모를 죽이라 말씀하십니까.”
“……죽여야만 한다고요?”
그 인생이 설령, 파국을 맞이하는 길일지라도.
신을 향한 여정에는, 사소한 장애 물일 뿐이다.
“어쩔 수가 없었어……
“시, 신께서……. 주신께서 명하신 거야.”
“이해하지?”
기댈 곳 없는 나약한 이들일수록, 신의 속삭임은 효과적이고.
절실한 프렐리아 신도 모두가 칼을
빼 들었다.
이들은 미소 지었다.
“내일은 다를 거야.”
신께서 굽어살펴 주시는 내일은, 오늘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