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94)
올 힘 마법사 2부 마신의 탑
051 화
“탑주님이 다!”
“타, 탑주님?”
마신의 탑 감시를 위해 남아 있던 서부 연합군이 나를 발견했고, 지휘 관 오넬리 경이 내게 다가왔다.
그는, 예고치 않은 내 등장에 무척 이나 놀란 얼굴이었다.
“그런데, 혼자 오셨습니까?”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레버다인으로 떠났던 다른 병력은 어쩌시고 홀로……
“보고를 받아 아시겠지만, 현재 대 륙 상황이 그다지 좋지가 않습니다. 제국연합군은 현재, 후방에 남아 폭 도들을 진압하고 있습니다.”
“아•…”
연합군이 레버다인에 남은 이유는, 단순히 레버다인만을 지키기 위해서 가 아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봄과 동시에, 주변 국가에 거대한 위협이 되는 곳.
“프렐리아 신성 공국은, 전원에 가 까운 인원이 폭도가 되었습니다.”
“저, 전부 말씀입니까? 공국에는 15만 명이 넘는 신도들이 있는 곳 인데……
“맞습니다. 그 많은 폭도가 주변 국가로 번지기 전에, 레버다인에 주 둔하고 있는 제국연합군이 진압할 예정입니다.”
“아, 그렇군요. 현재 전황이 그렇다 면, 제국연합군이 이곳으로 돌아올 여력은 안 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
니까.”
“하시던 임무 그대로, 이곳에 남아 마신의 군대를 막으셔야 합니다.”
“……저희만으로요?”
“그렇습니다.”
전란의 땅이다.
황제의 군대는 프렐리아 신성 공국 진압에 들어가고.
여기 남아 있는 3만의 연합군은, 마신의 군대와 최후의 결전을 준비 한다.
대륙 곳곳에서는, 밀려드는 폭도를 막아내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싸울 병력이 없어 마법 학교 후배 들의 손까지 빌려야 하고, 수련원의 어린 수련 기사들은 조국을 지킨다 는 일념으로 검을 들어 올리고 있다.
쉬운 전투란 하나도 없다.
이를 이해한 오넬리 경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탑주님은요? 이곳에서 저희 와 함께 싸우는 겁니까?”
“……저는 마신의 탑으로 가야 합 니다.”
나는, 이 모든 비극을 끝내기 위해 마신을 찾아갈 것이다.
방법은 그것 말고는 없다.
“마신의 탑에 들어가신다고요? 하 지만, 이미 탑의 문은 닫히지 않았 습니까?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겁니 까?”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느껴진다.
처음, 내가 ‘플레이어’로 각성할 때 보았던 붉은 눈의 인간.
마신.
그가 나를 주시하고 있음을, 어렴 풋이 느낄 수 있었다.
“마신만 죽는다면…… 다 끝나는 것이겠지요.”
“아마, 그럴 겁니다.”
“알겠습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부 디 평화로운 세상에서 웃으면서 만 났으면 좋겠습니다. 전쟁도, 폭동도 아무런 걱정이 없는 그런 땅에서요.”
“저도 그러기만을 바랍니다.”
“그럼, 탑주님의 무운을 빌겠습니 다.”
“오넬리 경께서도 조심하십시오.”
“이곳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신의
탑으로 이동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짙어지는 마 기는, 내 추측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부른다.
마신이 나를 불러내고 있다.
목소리마저 들리는 듯했고, 눈을 감으면 그때 보았던 그 붉은 눈의 남자가 내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탑 입구에 서서 놈을 향해 조용히 읆조렸다.
“문 열어.”
그러자, 탑의 문이 열렸다.
* * ♦
이곳은, 내가 알던 마신의 탑이 맞 는 걸까.
만일 이 땅에 정말 무저갱이 존재 한다면, 아마 이곳을 두고 붙인 이 름일 것이다.
“ 라이트.”
환한 라이트 마법으로도, 한 치 앞 밖에 비추지 못하는 깊은 어둠.
아무리 걸어도 벽이 나타나지 않았 고, 천장도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어둠’ 한가운데 덩그러니 버려졌다.
들려오는 것은, 악마의 속삭임뿐.
「멈춰라!」
「멈춰라!」
「멈춰라!」
깊숙한 곳으로 걸어갈수록, 속삭임 은 점점 더 강해졌다.
「멈추래도!」
내 손에 죽은 악마의 얼굴이 나타 나기도 했고, 몽마의 모습이 일렁이 기도 했고…….
염왕이 번쩍이며 나타나 유령처럼 서 있기도 했다.
모두 진짜가 아니라, 나를 굴복시
키기 위해 나타난 환영이었다.
찌르르르.
박쥐 떼가 달려들어 귓불을 스치고 지나가기도 했다.
속삭임은 더욱더 커졌다.
厂쥬토..-J
「쥬토가 시간의 굴레를 넘어 돌아 왔다.」
「복수를 원하는가?」
「소용없는 일.」
厂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인간에게 내려진 비극을 멈추고
싶다면.J
「걸음을 멈추고, 마신에게 경배하 라.」
제안, 회유, 협박.
갖은 속삭임들이 나를 유혹했지만, 나는 이 모든 환영을 걷어내며 앞으 로 나아갔다.
끝없이 이어지던 이 깊은 어둠도, 어느덧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벽.
두꺼운 석벽에 가로막혔으니까.
라이트를 가까이 대어보니, 벽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교만]
아무래도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다.
그때, 곁에 있던 스트랑이 별안간 불안에 떨었다.
“왜 그래?”
“으, 응? 아냐, 그냥……. 뭔가 오 싹한 기분이 들어서.”
오싹한 기분.
스트랑은 쥬토가 사라진 날을 떠올
리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들어가야만 한다.
“알잖아. 여기 말고 다른 길은 없 다는 걸.”
“……그렇지만.”
나는 석벽에 손을 가볍게 얹어보았 다.
석벽은 기다렸다는 듯 180도로 회 전하기 시작했고, 벌어진 틈을 이용 해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화악
눈이 부실만큼 화려한 전당이 나타 났다.
어둠과는 거리가 먼 백색의 전당.
그곳에는, 프렐리아 신전에서 보았 던 여신상과 꼭 닮은 한 여인이 서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이질적이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한 아름다 움이지만, 왜 이렇게 뒤틀려 보이는 것일까.
그건, 가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따금, 얼굴이 사방으로 꺾이며 마신의 본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 다.
동시에, 백색의 화려함이 사라지며 어둠이 찾아왔다.
바로, 나를 오랫동안 주시하던 붉 은 눈■의 남자다.
“쥬토……. 아니지, 아니지.”
인간처럼 말한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중성적인 목 소리.
어느새 모습마저도, 한쪽은 고귀한 여신의 얼굴로, 한쪽은 붉은 눈의 악마로 변해있었다.
그는, 자리에 덩그러니 주저앉아 턱을 괸 채로 내게 말했다.
“오랜만이야. 루인 아르델
저게, 마신…….
그를 보자마자, 오싹한 공포가 밀 려왔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내가 느끼는 공포가 아니라, 한 번 ‘영멸’을 경험해 본 쥬토가 느끼던 두려움이다.
“두려운가?”
이 두려움이 내게 말하고 있다.
위험하다고.
* * *
그 무엇도 관여할 수 없는 제삼자 가 되어,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은…….
역겹다.
만약, 죽임을 당하는 이가 전생의 나라고 말한다면…….
이보다 더 무기력할 수가 없다.
“어서 죽여.”
쥬토는 죽음을 각오했고, 웃는 얼 굴로 죽음을 받아들였다.
물론, 이는 단순한 ‘죽음’일 때 붙 는 수식어다.
“죽음은 자비다. 하지만, 영멸은 다 르지.”
영혼이 조각조각 찢겨나가고, 한 톨의 사념마저 여기저기 흩어져 버 려지는 ‘영멸’이라면…….
단순한 각오만으로 버텨내기란 쉬 운 일이 아니다.
털썩!
쥬토가 무릎 꿇으며, 쓰고 있던 가
면이 바닥을 굴렀다.
가면 뒤의 얼굴은, 10년 후의 내가 저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나와 꼭 닮아 있었고…….
나는 제삼자가 되어, 쥬토의 육신 이 조각나고 영혼이 찢어지는 장면 을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저게…… 영멸.
느껴진다.
쥬토가 느끼는 극렬한 고통과 감정 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 어느 것도 알 수 없지만, 그가 영멸하며 느끼던 두려움만큼은 내 피부처럼 와닿는다.
소름이 돋아날 만큼 끔찍한…….
이 두려움의 주체가, 이번에는 나 를 주시했다.
“시간의 굴레를 돌고 돌아 다시 태 어났지만, 또다시 영멸을 맞이한다 면……. 이번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릴 것인가. 수천 년? 일만 년?”
“안기거라, 내 품에. 너의 두려움을 잠재워 줄 것이다.”
두렵다.
이 두려움이 너무나도 커서, 무심 코 마신에게 다가갈 뻔했다.
나는 발작이라도 하듯 고개를 저었 고, 별안간 시야가 뒤집히며 현실로 돌아왔다.
“허억!”
내가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자, 마 신은 재미난 구경이라도 했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영멸이란 그런 것이다. 네가 느낀 고통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 그 와 같은 고통이 잠깐 지나가는 것이 라 생각한다면, 이 역시 오산이다. 수천 년……. 시간의 굴레를 돌고 도는 그때까지 고통은 계속되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아나는 고
통이, 수천 년…….
도대체 쥬토는 얼마나 큰 고통을 버텨왔던 것일까.
“내 손을 잡아라. 마신이라는 이름 은, 내 일부일 뿐이다. 누군가에겐 주신이었고, 유일신이었으며, 사랑의 여신이었지. 루인 아르델. 너도 모르 지 않았던가.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너희들 가까이에 있었다.”
마신이 손을 뻗었다.
순간, 그런 생각도 들었다.
저 손을 잡으면, 모두가 평화로울 수 있지 않을까.
유일신 프렐리아가, 알고 보면 마
신이라는 사실만 잊으면 간단하지 않은가.
전쟁도, 고통도, 두려움도 없이…….
그냥 그렇게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나는 마신 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래, 아이야. 내 손을 잡아라.”
홀린 듯, 걸어갔다.
스트랑이 곁에서 뭐라고 소리쳤지만, 그 어떤 말도 귀에 꽂히지 않았다.
그렇게, 마신의 손바닥에 내 손을 포개는 순간.
나를 휘감고 있던 두려움보다, 더 역한 기분이 휘몰아쳤다.
이건, 신이 아니다.
시체지.
“장난은 여기까지야.”
마신의 손을 움켜쥐고, 그대로 아 래로 꺾었다.
우드득!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마신 의 손목이 부러졌지만…….
“결국,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군.”
그는, 타인의 뼈가 부러지는 것처 럼 무표정하기만 했다.
팡!
순간적인 장력에 의해 나는 뒤로 밀 려났고, 마신은 탑의 마기를 이용해 거대한 소환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균열이 일어났고, 그 균열 에서 염소 머리에 사자 꼬리가 달린 기괴한 괴물이 솟아올랐다.
“가엾은 것. 고통스러운 굴레를 반 복하겠구나.”
“아니, 두 번은 없어.”
나는, 마신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하지만 균열 속에서 튀어나온 괴물 이 내 정면을 막아섰다.
“위린은 죽은 마족의 영혼이지만, 녀석은 다르다. 죽은 마족의 피부를 모아 만든 인형이지.”
수백, 수천.
죽은 마족의 피부를 꿰매어 만든, 인형.
내 대답은 간단했다.
“그래서‘?”
장난에 놀아나는 것은, 여기까지야.
이제 단번에 부숴주지.
나는, 놈을 향해 가볍게 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