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97)
올 힘 마법사 2부 마신의 탑
054화
그래.
우리는 신을 죽일 수 있다.
나와 똑 닮은 얼굴을 하고, 내 시 선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는 이 남자
옅은 미소와 함께 내 주먹에 손을 포개었다.
쥬토다.
마신에 의해 죽임을 맞았던, 그의 온기가 느껴진다.
“그거 알지? 나는 마법 방출 장애 인 거.”
내 몸에 스며든 그는, 이상하게도 타인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마치, 아주 오래전에 떨어졌던 내 일부가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 기분 이다.
반쪽, 잃어버린 무언가…….
그래.
내 일부가 내게 말하고 있다.
‘ 던져봐.’
던지라고.
처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 든.”
무언가를 ‘방줄’할 수 있을 것 같 다는 기분이 든 것은.
하지만, 이를 시험해 볼 상황은 주 어지지 않았다.
“킥킥, 설마.”
순간, 마신이 옆으로 주먹을 뻗었 기 때문이다.
쑤욱!
공간에 균열이 생겨나며, 팔은 균 열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내 지척에 또 다른 균열이 생기며, 마신의 팔이 빠져나왔다.
놈의 손은, 삽시간에 내 발목을 부 여 잡았다.
반대쪽도 마찬가지.
같은 방법으로, 내 다리를 완벽하 게 붙잡은 마신이 순간 안광을 빛내 었다.
순간, 번쩍! 하는 불빛과 함께 그 의 눈에서 지옥의 불길이 쏟아져 나 왔다.
“제 기랄.”
나는 발목을 붙잡은 놈의 손목을 오로지 힘으로 뿌리치며, 안광을 피 해냈다.
하지만 안광은 집요하게 나를 따라 붙었고, 나는 화염 방벽을 만들어내 며 놈의 안광을 받아냈다.
콰앙!
거센 폭발이 일어났고, 나는 마나 배리어로 안면을 보호하며 뒤로 밀 려 났다.
마신은 다시 한번 균열 속으로 손 을 집어넣었다.
콰직!
순간적으로 내 바로 턱 아래서 마 신의 손이 솟아오르며, 내 목젖을 강하게 조여왔다.
나는 그런 마신의 손목을 움켜쥐 고, 그대로 부러뜨렸다.
빠득!
손목이 부러졌지만, 놈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다음 공격을 준비했 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었다.
신체 반경으로 도합 13개의 균열 이 일어나며, 그 균열 속에서 익숙
한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죽어!」
「죽어!」
「죽어!」
앞서 죽었던, 순혈의 악마와 배신 한 고대 신.
마신을 비롯한 13마리의 악마들.
이들은 고개를 불쑥 내밀며 튀어나 왔고, 내 몸을 움켜쥐기 위해 손을 뻗었다.
우어어어!
물론, 군단장들이 살아났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쯧. 냄새나는 시체 따위.”
모조리, 껍데기뿐이다.
나는 삽시간에 주먹을 휘몰아치며, 놈들의 머리통을 부숴버리기 시작했 다.
마신 역시, 황급히 놀라며 균열 속 에서 자신의 손을 회수해 내었다.
놈의 손목은, 난사하는 주먹에 맞 아 곧 찢어질 듯 덜렁거렸지만…….
“피부 재생?”
피부 외피를 덮고 있던 구더기들이 꿈틀거리며, 징그러울 정도로 빠르
게 손목을 재생해 내었다.
아니, 창조해 내었다는 말이 더 정 확할 것이다.
그래.
놈은, 여신이라는 아름다운 가면 뒤에서 수천 년의 세월을 바퀴벌레 처럼 숨어 살아왔다.
아마도, 계속해서 육신을 재생시키 며 끈질긴 생명력을 불태우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머리를 부수면 될까.
아니면, 재생하지 못하도록 피부 전체를 홀라당 태워버려야 할까.
고민하지 말자.
“둘 다 해보면 되잖아.”
나는 압도적인 크기의 메테오를 만 들어냄과 동시에, 반동을 이용해 놈 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어딜.”
팡!
마신은 휘몰아치는 마기를 이용해 날아드는 메테오의 방향을 꺾는 것 에는 성공했지만…….
“여기가 진짜야.”
거대한 메테오 뒤에 가려진 내 본
체를 놓쳐버리고 말았고, 가까스로 놈의 턱 끝에 주먹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빠각!
찰진 타격음과 동시에, 부패한 시 체를 건드린 듯한 역겨움이 느껴졌 지만.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한 번 붙으면, 끝이야.”
나는 돌아간 마신의 턱이 제자리를 찾기도 전에, 연거푸 주먹을 꽂아 넣었다.
《신살이 발동됩니다.》
퍼 퍼억!
마신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허망한 눈으로 나를 쫓았고, 나는 끊임없이 주먹을 뻗었다.
순간, 그런 기분도 들었다.
이대로 놈의 골통을 부숴버릴 수 있지 않을까.
고통은 느끼지 못하지만, 대미지는 쌓이고 있지 않을까.
마신이 이대로 죽지는 않을까.
하지만.
“ 킥.”
“..
“킥킥킥킥킥, 킥킥킥킥.”
이런 내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신이 내 주먹을 버텨내며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기괴하게 목을 비틀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분명, 비웃음이었다.
승리를 확신한 비웃음.
“너희의 운명은, 같은 실타래 속에 서 반복될 것이다.”
!”
그 순간, 마신에게서 또다시 안광 이 쏟아져 나왔고.
내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 * *
내가 패배한 것인가.
나는 그것을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 만,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영멸이라는 거구나.
누군가 내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끝없이 위로 잡아당기는 기분이다.
하지만 아무리 손을 위로 뻗어도, 그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손은 허공을 뒤엉키며 아래로 곤두 박질쳤고, 충만하던 힘 역시 어디론 가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루인! 정신 차려!
루인
어디선가 스트랑의 외침이 들려오 는 듯했지만, 그마저도 점점 희미해 지더니…….
이윽고, 사라졌다.
처음이다.
영혼이 조각나는 기분.
누군가가 바늘 같은 것으로 내 심 장을 콕콕 찌르는 아픔이다.
이 아픔이 진행될수록, 내 머릿속 어딘가에 들어 있던 기억이 한 조각 씩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사람은, 어머 니 였다.
그녀의 웃는 얼굴이 허공에 두둥실 떠오르며 점점 멀어지더니…….
이윽고 초상화의 얼굴만 도려내기 라도 한 듯.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같은 비극은 반복되었다.
아버지, 루이나, 아이린, 볼바르 경…….
소중한 이들이 기억 속에서 빠져나 와 내게 미소 지었지만, 그들의 얼 굴은 조각조각 나거나, 기괴하게 일 그러 졌다.
제기랄.
도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하는 거 지?
거의 다 왔는데…….
아무리 몸부림쳐도, 똑같은 고통은
계속되었다.
종국에는, 내 얼굴마저 조각조각 나 희미해질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든 다.
이렇게 사라지는 것인가.
이렇게 잊히는 거야?
그때, 저 멀리서…… 아름다운 여 신의 얼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주신 프렐리아.
그녀는 나를 구원이라도 하려는 듯 애처로운 얼굴로 손을 뻗었다.
“윽, 으으윽!”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손에 닿지 못했다.
아주 조금 모자라다.
제기랄.
그 순간, 자애로운 여신의 얼굴이 뒤틀리더니 흉측한 마신의 얼굴로 변했다.
“킥, 킥킥……
비웃음.
내 패배와 이 빌어먹을 영멸을 향 해 이죽거리는 놈의 웃음.
쥬토는, 이 비아냥거림을 수천 년 간 버텨왔던 것인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놈과 내 사이의 거리는 팔 하나 조금 넘는 짧은 거리인데…….
이 거리를 좁히지 못해, 그렇게 죽 어갔던 건가.
무기력하다.
나 역시 같은 꼴이 될 것이라 생 각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 력함이 몰려온다.
하지만 이 무기력함에 성난 불을 지핀 것은…….
나였다.
‘던져봐.’
내 목소리가 들린다.
무기력함에 굴복해 버린 나와 상반 되는, 또 다른 나.
얼굴도 희미해져 버린 내가 발악하 듯 소리친다.
‘던지라고!’
던져?
뭘?
내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손아귀에는, 무엇인가가 일렁거리 고 있었다.
“ 아.”
얼굴이다.
어머니, 아버지, 루이나, 아이린, 볼바르 경…….
그리고 루인.
조각난 줄로만 알았던 내 사람들이 한데 모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언할 수 없는 이 소중한 무언가 는, 이제껏 경험한 적 없었던 물질 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도무지, 무엇인지 모르겠다.
9클래스 마법도 아니다.
혜력, 용의 기억 속에도 존재하지 않는 마법이었으니까.
썩 강해 보이기는 하지만
“소용없어.”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지. 너는 방출 장애니까.”
닿지 못하면 소용 없는 일이지.
킥킥킥킥킥킥킥.
악마의 비웃음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래, 나는 방출 장애.
아무리 손을 뻗어도, 너에게 닿을 수 있는 거리는 팔길이가 고작이다.
그런데, 처음 쥬토가 내 몸에 깃들 었을 때의 그 감흥이 살아나기 시작 한다.
할 수 있지 않을까.
방출, 가능하지 않을까.
수백, 아니, 수천 번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일…….
이번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바람이 불었다.
내 유년 시절을 좌절케 했던 이 나약한 바람은, 손아귀 속의 무언가 를 타고 강렬하게 불타올랐다.
나는 마신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짧네, 킥킥.”
여전히 닿지 못하는 5cm 거리.
하지만, 이상하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바람이 가능하다는 확신으로 변 하는 순간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 다.
“ 야.”
«.2”
“나 방출 장애 아니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마 신의 얼굴에 집어 던졌고…….
퍼억!
구체는, 처음으로 내 손을 떠나 아 름답게 날아가더니 정확히 마신의 안면에 적중했다.
나는, 저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신력도 아니고, 영력도 아니고, 9 클래스 마법도 아니다.
분명한 것은 단 하나.
“끄아아아아아아악!”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마신이 처음 으로 고통에 몸부림쳤다는 것.
그와 동시에, 잠에서 깨어나기라도 하듯 나를 집어삼키던 영멸의 어둠
이 사라졌다.
큼지막하게 눈을 떴고, 느낄 수 있 었다.
“10클래스……
이건, 마법의 종주조차 닿지 못한 경지라고.
“끄아아아아악!”
마신이 연신 비명을 내질렀다.
화아아악!
구체에 적중당한 안면은 급격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피부는 재생 되지 않았다.
오히려 들끓던 구더기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기를 잠시.
투욱!
정신을 잃은 듯, 마신이 아래로 추 락하기 시작했다.
“••••••저런.”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대로 놈이 추락하고 나면, 또다 시 어디론가 달아나 버릴 것만 같았 고…….
나는 플라이 마법을 해제하며 놈을 따라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가볍다.
중력에 몸을 맡기고 나니, 이렇게 가뿐할 수가 없다.
하지만, 곧 무게는 바뀌게 될 것이 다.
나와 마신을 끌어당기는 중력은, 모조리 붕괴될 테니까.
“아까 그랬지? 절대 너에게 닿지 못할 거라고.”
“그런데, 이걸 어쩌나. 이번에도 닿 을 것 같은데.”
나는, 마신이 땅에 추락하는 그 순 간.
지면을 향해 중력 붕괴를 시전했 다.
제자리에서만 발동되던 중력붕괴 는, 정확히 아래로 쏘아졌고…….
닿았다.
아주 정확히.
쩡-!
땅에 구멍이 생겼다.
낙하하던 속도가 더해진 중력은, 붕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처 참하게 일그러졌고.
그 중심에는 마신이 있었다.
* * *
“버, 벌레들이 죽고 있습니다!”
한 병사의 외침은, 눈으로 보기 전 까지는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머리 위를 집요하게 노리는 벌레들 은, 괜히 1군단의 병력이 아니었으 니까.
들고 있는 창으로 병사들의 심장을 꿰뚫고, 머리를 부여잡고 언덕 아래 로 집어 던지기 일쑤였다.
이대로 전멸하는 것이 아닐까, 하 는 불안감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벌레들이 죽다니?
“사, 사실이잖아……
정말이었다.
하늘을 까맣게 수놓던 수천 마리의 벌레들은, 기력이 다하기라도 한 듯, 픽 하고 아래로 떨어졌고.
날개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먼지로 변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외침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하늘! 하늘을 좀 보십시오!”
세상을 집어삼킬 기세로 까맣게 변 한 하늘이, 원래의 빛을 되찾고 있 었다.
동시에, 검은 하늘을 향해 경배하 던 폭도들이 그 자리에서 쓰러지기 시작했고.
“……당장, 서부 연합군에 전하라.”
황제의 눈이 커졌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흔들리는 눈 으로 외쳤다.
“당장 루인 아르델의 생사를 확인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