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99)
올 힘 마법사 2부 마신의 탑
056화
작년 초가을에 시작된 전쟁이, 해 가 바뀐 봄이 되어서야 끝났다.
우리는 어느덧 열아홉이 되었고,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직은, 조금 익숙하지 않다.
익숙한 내 방 분위기도, 푹신한 침 대도, 거나하게 차려진 식사와 평화 로운 일상까지도.
이 중에서 가장 익숙하지 않은 것
“무슨 생각해요?”
“……아뇨, 아무것도.”
아이린과 루이나.
그리고, 맞은편에서 나를 말 없이 바라보시는 아버지다.
“배고프겠다. 어서 식사부터 들어 요.”
“맞아. 오빠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고.”
가족들과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는 다는 것.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내게는 숨 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상이 었지만…….
이 평화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위협 을 받았기 때문일까.
그 소중함이 더더욱 실감이 난다.
이제는, 다시 익숙해져야겠지.
“네, 먹을게요.”
나는 미소지으며 포크를 들어 베이컨 을 왕창 집어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아, 바넬리 유모의 음식 솜씨.
정말이지 그리웠다고.
그때, 아이린이 입술을 꼼지락거렸다.
무언가 묻고 싶은 말이 있는 표정 이었고, 내가 슬그머니 바라보자 그 녀가 말했다.
“이제 예전처럼 지낼 수 있는 건가 요?”
그녀 역시, 이 상황이 완전히 실감 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나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아뇨, 예전처럼 지낼 수는 없죠.”
“그럼요?”
“어떻게 예전처럼 똑같이 살아요? 매일 힘든 훈련도 반복하고, 밀린 마탑 업무도 한가득에……. 그렇게
는 못 살아요. 한동안은 아무 생각 도 없이 평화롭게, 할 일 없는 한량 처럼.”
“ 정말요?”
아이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루이나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오빠가 훈련을 안 한다고? 매일 한 번도 안 빼먹고 하던 훈련을?”
“응, 정말로. 아예 손을 놓을 수는 없겠지만, 당분간은 아무것도 안 하 고 쉬고 싶어. 볼바르 경이 그러셨 거든. 탑주 말고, 루인 아르델로 지 내보라고.”
“응? 오빠가 탑주인데, 그렇게 분 리하는 게 가능한 거야?”
“그야…… 노력해 봐야지. 그래서 말인데. 상황이 좀 정리되고 나면, 어디 여행이라도 갈까? 다 같이, 가 족여행.”
루이나가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뭐야, 왜 이래…… 무서워.”
사람이 변했다.
변해도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루이나와 아이린의 눈빛은,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싫어?”
“싫기는? 조금 당황스러워서 그렇 지.”
졸업 후, 이렇다 할 여행 한번 다 닌 적이 없다.
여행이라는 핑계로, 드라카의 유물 조각을 모으러 다녔고.
탑주가 되고 나서는, 내 유일한 여 행이 마탑 시찰이었다.
모든 것이 일의 연장선이었고, 아 이린과 떠난 유일한 여행마저도 처 가댁 방문이었으니…….
이제 좀 쉴 때가 되었지.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도 좀 다니고.
“결혼식 날짜도 잡아야 하고.”
“••••••응?”
“결혼해요. 우리.”
내 말에, 일순간 적막이 흘렀다.
“흐흐 O 흐흐 ” W W 9 – W X三I •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시며 자리에 서 일어나셨고, 아이린 역시 황당하 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응? 왜 그러는 거지?
루이나는 성난 눈으로 자리에서 일 어나더니, 대뜸 내 등짝을 후려치며 말했다.
“밥 먹다 말고 뭐 하는 짓이야!”
“뭐, 뭐가?”
“프러포즈를 그딴 식으로 하는 경 우가 어디 있어! 언니가 얼마나 기 다리고 있었을지 생각이라도 해봤 어?”
아, 그런 건가.
아이린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못들은 걸로 할게요.”
“이, 이미 들은 말을 어떻게 못 들 은 것으로 해요.”
“다시 해요. 아무리 결혼하기로 약
속했다고는 하지만, 낭만도, 경우도 없는 이런 끔찍한……
끔찍하기까지…….
나는, 내가 가장 아끼는 두 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응, 다시 준비할게.”
* ♦ ♦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갔다.
수십만 명의 사람이 죽었고, 살아
남은 자들은 그들이 오랫동안 향유 하던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
또한, 살아갈 것이다.
“탑주님, 보고드리겠습니다.”
“……네.”
나는 쉬겠다는 다짐과는 다르게, 이틀을 채 버티지 못하고 델타곤으 로 불려갔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쉬기에는, 아 직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남았기 때 문이다.
그래서 휴가는, 아주 조금 뒤로 미
뤄두었다.
더욱 달콤한 휴가를 위한, 일보 후 퇴라고나 할까.
“황제가 레버다인 복구 작업을 6개 월 안에 끝내겠노라 공표하였습니다. 복구 현장에 마탑 마법사들의 지원을 요청해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도와줘야죠.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니까요.”
마법사는 생각보다 많은 건설 현장 에 투입된다.
인력만으로 들기 힘든 자재도 쉽게 옮길 수 있고, 높은 건물을 올릴 때 그 효율이 특히 증가한다.
“라이나크 제국 출신 마법사들을 우선 파견해 주시고, 지원자가 있다 면 모두 보내주세요.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복구 작업이 모두 끝나고 나면, 황제에게 보상을 잔뜩 받아가겠다고도 전해주시 고요.”
“안 그래도, 선금으로 이미 10만 골드를 보내왔습니다.”
“……그렇게나 많이요?”
“비록 제국의 황궁은 무너졌지만, 황금은 여전하니까요. 6개월 안에 복구하겠다는 다짐 역시, 무한한 황 금이 있기에 가능한 일 아니겠습니 까. 복구 작업이 끝나고 나면, 곱으
로 쳐주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받는 만큼, 제대로 도와줘야 죠.”
“네. 그리고 조금 전, 마신을 비롯 한 군단장 시신 다섯 구가 델타곤에 도착했습니다.”
왔다.
가장 중요한 일.
“제가 요청했던 메텔의 마도 공학 장인들은요?”
“마나 열차에 올랐다는 보고를 받 았으니, 아마 한 시간 안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준비하시죠.”
* ♦ ♦
1차 인마대전이 끝나고 난 뒤의 기록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국왕은 난국을 수습하고, 기사는 불안에 떠는 시민을 수호했으며, 마 법사들은 한자리에 모여 앞날을 도 모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마법사이고, 2차 인마대전으 로 인해 얻은 전리품을 이용하여 후 대를 위한 무언가를 남기는 작업에 들어갔다.
델타곤 지하실.
색욕, 나태, 분노, 시기, 교만.
탑 밖에서 죽은, 다섯 군단장의 시 신이 한데 모였다.
메텔 최고의 마도 공학 장인이자, 마탑 최고위원이신 멀린 위원님이 내게 말했다.
“염원의 악마 말레록의 시신은, 눈
과 귀, 심장과 손, 마지막으로 머리 를 이용해 총 8개의 아티팩트를 제 작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이 모두, 대륙 각지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 지요.”
“이번에는 어떨 것 같습니까?”
“이 사체들이 지닌 가치에 대해서 는 조금 더 확인해 보아야 하겠으 나, 현재 확인되는 숫자만 보아도 최소한 50종 이상의 아티팩트는 제 작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나 많습니까?”
“이것도 최소한입니다.”
멀린 위원이 고조된 기색으로, 마
신의 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놈은 버릴 게 하나도 없습니다. 외피 하나하나에 무궁무진한 능력이 숨겨져 있고, 이를 잘만 활용한다면 마도 공학 역사를 100년은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0년이나요?”
“예,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몽마의 이성을 유혹하는 능력을 이용하여, 인간이 부리지 못했던 오크 같은 몬 스터를 부릴 수 있게 된다면 어떠시 겠습니까?”
“아, 탑주님은 잘 모르시겠군요. 이
미 오우거를 부리고 계시니까요. 그 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멀린 위원의 손이 분노의 악마에게 로 향했다.
“놈의 심장은 이미 멎었지만, 그 속에 숨겨진 충만한 힘은 여전합니 다. 이 힘을 잘만 이용한다면, 병사 들의 힘을 단기간에 강력하게 만들 수 있…… 지만, 이것도 탑주님에게 는 소용없는 일이군요. 제길.”
“하하, 제게는 필요하지 않지만, 상 당히 유용한 아티팩트가 될 것 같은 데요.”
“그렇다면, 이것만큼은 탑주님께서
도 놀라실 겁니다. 바로 마신의 손.”
«.2”
“조금 더 연구를 해봐야 알겠지만, 놈의 손은 조금 특별합니다.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아주 특별한 무구 를 만들 수 있지요. 트리거를 한 번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도, 파이어볼과 같은 마법이 상대에게 날아간다면, 믿으시 겠습니까?”
“……그런 게 가능한가요?”
“역시, 놀라실 줄 알았습니다. 마법 방출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탑주님께 꼭 필요한 무구이지 않겠습니까? 벌 써 이름도 붙였습니다. 총입니다. 어
떠십니까?”
나는 옅게 미소 지었다.
“총이라……. 신기하긴 하지만, 적 어도 제게는 필요가 없는 물건인 것 같군요.”
“ 예?”
마법 방출.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나는 이 말을 삼키며, 멀린 위원님 에게 고개를 숙였다.
“델타곤에 머물며, 연구를 이어가 실 생각이시지요?”
“예, 그렇습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 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이런 말씀 드리기는 죄송하지 만…… 탑주님의 도움은 필요 없습 니다.”
“역시, 제가 너무 부족한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그렇게 정 저희를 도와주고 싶으시다면, 부 디 휴식을 취하십시오. 그동안, 너무 큰 일을 해내셨지 않습니까.”
“……그런가요.”
“지금 탑주님께 필요한 것은, 일이 아니라 휴식입니다.”
멀린 위원은 그 말을 끝으로, 내 등을 가볍게 밀며 지하실 밖으로 쫓 아내 버렸다.
“연구가 끝날 때까지 탑주님을 찾 을 일은 없을 겁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그동안 휴가라도 다녀오라는 말씀 이신가요?”
“네. 다녀오십시오. 반년 정도는 걸 릴 겁니다.”
반년이라…….
내가 길고양^ 씨를 흘낏 바라보았다.
아무리 휴가를 가고 싶어도, 결국 내 스케줄을 담당하는 길고양이 씨 가 허락해 줘야 가능한 일이니까.
그런데, 길고양이 씨가 순순히 고 개를 끄덕였다.
“다녀오십시오. 탑주님의 역할은, 여기서 잠시 멈추시는 겁니다.”
“정말요?”
“네. 여기는 저희에게 맡겨두시고, 편하게 다녀오십시오. 쉴 자격이 충 분하시니까요.”
내 역할이 멈췄다.
볼바르 경의 조언대로, 탑주가 아 니라…….
오랜만에 ‘루인 아르델’이 되었다.
막중한 책임감을 잠시 내려놓은 나 는, 뭐부터 해야 할까.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
아무런 걱정 없이 낮잠을 쿨쿨 자 고 싶기도 하고…….
황제를 만나러, 제국에도 다녀오고 싶다.
아카데미로 가서, 자랑스러운 임무 를 수행한 후배들을 칭찬해 주고 싶 기도 하고…….
아이린과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기 도 하고, 이참에 결혼식도 올려야지.
물론, 근사한 프러포즈가 선행되어 야 하겠지만.
“그럼, 정말로 저 찾지 마세요? 분 명 6개월이라고 했어요?”
“푸홉, 네.”
뭐부터 하면 좋을까.
서두를 필요는 없다.
내게는 시간이 많고, 하나하나씩 해나가면 되니까.
우선은, 여행이 좋을 것 같은데.
“바다 어때요?”
“..바다?”
내 물음에 아이린이 활짝 웃어 보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