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303)
올 힘 마법사 2부 마신의 탑
060화
“우와.”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마제로스 해역 연방을 구성하는 33개의 큰 섬 중 한 곳으로, 휴양과 놀거리를 찾는 이들에게는 이름 그 대로 천국 같은 곳이었다.
“그냥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 아요. 정말로……
어지간한 귀족 저택은 초라하게 만
들어 버리는 호화로운 별장들이 한 데 지어져 있고, 그 주변으로는 값 비싼 음식점과 연회장을 겸비한 주 점,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는 노 천탕도 준비되어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에는 물놀이와 휴 양을 즐기는 귀족들로 넘쳐나고, 그 들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불행도 찾 아보기 힘들었다.
“……이제야 알겠어요.”
“어떤걸요?”
“제이슨이 노는 걸 좋아하던 이유 요. 어두컴컴한 도서관에 박혀 있던 나와는 다르게 이런 곳에서 방학을
보냈으니, 지루한 수업이 눈에 들어 올 리가 있나.”
동쪽 끝자락의 환상적인 섬에 지어 진 지상낙원.
전쟁도, 죽음도, 불행도 상관없이 현재를 즐기려는 이들이 모여있어서 그런지.
연신 밝은 분위기만을 풍긴다.
우리는 별장 주인의 안내를 받아,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에서도 가장 호 화로운 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둘이 쓰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넓 은데요.”
“……그러게요. 넓어도 너무 넓은
데, 첫L”
밀폐된 공간에서 알콩달콩한 시간 을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막상 들어와 보니 방도 열 개가 넘는다.
하루씩 바꿔가면서 써도 될 만큼 많은 침대와 수납장 빼곡하게 채워 져 있는 술과 간식들까지.
이렇게 넓을 줄 알았으면, 아버지 와 루이나, 제이슨에 장인어른까지 다 모시고 오는 건데 말이지.
짐을 풀고, 간단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별장 주인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식사 준비되었습니다.”
“식사요?”
“네. 1층에 준비시켜 두었으니, 내 려가서 드시면 됩니다.”
“잠시만요. 식사 같은 거 준비시켜 달라고 한 적 없는데.”
“예약자분에게서, 객실 서비스를 모두 최상으로 유지하라는 말을 들 었는데요. 필요 없으십니까?”
아, 빅토르 위원님이 시키신 모양 이다.
하지만, 매번 차려주는 요리만 먹 어서는 아이린과 같이 요리를 할 수
가 없는걸.
“앞으로 식사는 저희가 알아서 챙 겨 먹을게요. 이왕 차려놓으신 거니 까, 이번까지는 먹고요.”
“이해했습니다. 그럼, 좋은 시간 보 내십시오.”
별장 주인은 사무적으로 고개를 숙 이며 밖으로 나섰고, 나와 아이린은 1층으로 내려갔다.
테이블에는 황제의 저녁 식사가 부 럽지 않을 만큼 호화로운 음식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고, 우리는 얼떨떨 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오늘 저녁부터는, 제가 직접 요리
할까 봐요.”
“루인 님 요리 실력은 익히 알고 있는데, 정말 괜찮겠어요?”
“그 질문은 제가 해야 할 것 같은 데. 괜찮으시겠어요?”
“푸흡, 네.”
알테인 대제전에서, 우리는 세타 말키리와 한팀으로 배틀로얄에서 우 승했었지.
그때 내 요리 실력이 제대로 들통 나 버렸으니, 조금은 걱정이다.
음식을 가장한 괴물을 만들지는 않 겠지.
하지만 아이린은, 상관없다는 듯 장난스럽게 웃었다.
“저랑 같이 만들면 되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장부터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밥 먹고 이따 섬 구경하면서 반찬 거리 좀 사와야겠어요. 항구 근처에 식료품점이 있는걸 봤으니까.”
“좋아요.”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곧장 별장 밖으로 나와 걸었다.
오래 걷지 않아 항구에 도착할 수 있었고, 식료품점에서 갖가지 음식 재료들을 구매했다.
섬이라서 그런지, 아르델에서는 값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농작물이나 과 일은 상당히 비쌌고.
대신, 해산물은 싼 가격에 풍부하 게 찾아볼 수 있었다.
레몬을 곁들인 생선구이와 닭고기 를 베이스로 스튜를 끓이리라 다짐 한 나는.
“아자! 아자!”
별장에 돌아오자마자, 전의를 불태 웠다.
하지만 생선을 굽는 것보다, 마족 을 불태워 죽이는 게 더 쉬운 일이 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것 봐요. 속은 하나도 안 익었 는데 겉만 다 탔잖아요.”
“그, 그럼 다시……
“기름을 좀 더 넉넉하게. 아뇨, 그 건 너무 많이……!”
“아앗!”
화르르륵!
그냥.
손으로 찜질하듯이 잡고 굽는 게 더 편할 것 같다.
어쩌면, 내일부터 다시 음식을 차려 달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 * *
때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3일 이면 충분했다.
바쁘게 움직일 때는 몸은 조금 피 곤하지만, 오히려 생기가 넘치는 기 분을 받았다면.
지금은 몸이 푹푹 늘어지는 느낌이다.
소파에 말린 해파리마냥 축 늘어져
있자, 아이린이 내 옆에 앉으며 말 했다.
“심심해요?”
“……어떻게 아셨어요?”
“얼굴에 적혀 있어요. 좀이 쑤셔 미치겠음.”
“음, 미안해요.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처음이라……. 오히려 마음 이 불편한 거 있죠.”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생활도 어언 일주일이 넘었다.
오전에는 바닷가에 나가서 휴식을 취하고, 낮에는 물놀이를 하거나, 배 를 타고 인근 군도 관광을 다니기도
했다.
저녁에는 연회가 열리는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악사들의 연주를 듣고 즐겼다.
처음에는 안 해본 휴양이 즐겁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한 불안감 을 느꼈다.
정말, 이대로 놀고만 있어도 되는 걸까?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그런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적응하면 나아지겠지 싶었지 만, 3일이 지나고, 5일이 지나고, 일 주일이 지나면서…….
그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제야 알았다.
나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사람 이라는 것을.
무엇이든, 집중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같이 놀러 온 아이린에게 미안해서 내색은 못 했지만, 이번만큼은 아이 린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사실, 저도 조금 그렇거 든요.”
“그래요?”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잖아요.
이제는 조금 내려놓아도 되는데, 그 게 쉽지 않은 거죠.”
주점보다는 도서관이.
물놀이보다는 독서를 즐기는 아이 린 역시, 마냥 노는 것이 지겨운 눈 치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린이 모처럼 도전적인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 오랜만에 토론이나 할까요?”
“토론이요?”
“ 네.”
“좋기는 한데……. 그보다, 저희가
언제 토론을 한 적이 있던가요?”
“루인 님은 기억 못 하시겠지만, 우리가 10살. 마법 학교에 처음으로 입학했던 때 했었죠. 당시 토론 주 제는, 우리는 어떤 마법사가 되어야 하는가.”
“……그 토론, 기억나요. 아이린 님 도 계셨었구나. 설마, 그때부터 저를 아셨던 거예요?”
“그 학생이 루인 님이었다는 건, 대제전이 되어서야 기억해냈죠.”
“아••••••
“이번 토론 주제는 간단해요. 동대 륙, 정말로 실존하는가?”
아이린이 예상 밖의 이야기를 꺼냈 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불안감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호기심이었구나.”
“네?”
“아뇨, 아무것도.”
그래, 호기심.
마법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 지’라는 단어에 대해 알아보지 못하 는 상황 때문에 불안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무엇에 몰두해야 할 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좋아요, 해요.”
내가 빙그레 웃자, 아이린은 진지 한 눈으로 말했다.
“일단, 찬반 입장을 정해야 하는데 요. 저는 동대륙이 실존하지 않는다 고 생각해요. 루인 님은요?”
“저는, 실존한다.”
“전에 선장님이 동대륙에 대해서 얘기하실 때는, 특별히 반응 안 하 셨잖아요. 그 얘기, 정말 믿으시는 건가요?”
“네. 놀러 와서까지 이런 얘기 하 고 싶지 않아서 참고 있었는데, 믿 어요.”
“이유는요?”
“선장님이 그랬잖아요. 대륙에서 범선을 제작하는 재료로 쓰이지 않 는 처음 보는 재질이라고.”
“단순히 그 선장님이 모르는 재질 일 수도 있잖아요. 아닌가요?”
“바다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베테 랑 선장님이 배에 대해서 모르는 것 보다는, 차라리 저희가 전설 속의 동대륙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좋아요, 그럼 다른 질문. 많은 사 람들이 동대륙에 대해 알아내고자 매달렸어요. 마제로스의 바다 사람 들도, 마법사의 탑도. 하지만, 아무 도 알아내지 못했죠.”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고 하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역사의 태동부터 사악한 마신을 유일신이라 믿어왔죠. 또 다른 대륙이 존재한다 는 것, 조금 믿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 고 생각해요.”
아이린은 잠시 고민에 빠진 듯 입
술을 꿈틀거렸다.
“너무 허황된 얘기인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의견이 일 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좋아요. 그럼 확인하러 가보죠.”
“……확인이요? 설마, 동대륙을 찾 으러 떠나자는 이야기는 아니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동대륙을 어떻게 찾겠어요. 그 이방인, 직접 만나서 물어보면 되잖아요.”
“O 으”
이방인을 직접 만나본다…….
해적으로 오해받아 교수형만 당하 지 않았다면, 그를 만나는 일은 그 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거짓말을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만, 언어는 알아들을 수 있으시잖아 요. 아닌가요?”
혜력에 담겨 있는 8클래스 마법에 는, 상대의 머릿속 언어를 읽어내는 마법이 존재한다.
언어 변환.
이론적으로는, 고블린이나 오크 같 은 몬스터의 생각을 공용어로 변환 하여 들을 수 있다.
물론, 나와 하늘산 오우거들처럼 쌍방 소통이 가능한 일은 아니다.
오직 나만 일방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전혀 다른 언어를 구사 하는 ‘인간’에게는 통할까?
시도해본 적은 없지만, 나는 가능 하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두었다.
몬스터도 되는데, 상대는 같은 인 간이 아닌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동 대륙 사람인지, 아니면 정말 해적이 교수형을 피하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인지는 알아낼 수 있다.
이 호기심.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이 미 지의 대륙이라는 것을 알아낼 생각 을 하자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렇게 좋아요?”
“……미안해요, 휴가까지 왔는데.”
“어쩌겠어요. 루인 님이 이런 걸 좋아하시는데. 제가 맞춰야 하지 않 겠어요?”
“큭큭, 아이린 님도 별반 다르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네. 이번만큼은 인정이에요. 루인 님 얘기 듣고 나니까, 저도 궁금해 져 버렸거든요. 사기꾼인지, 아니면 이방인인지. 확인하고야 말겠어요.”
“그럼,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빅 아일랜드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정.”
“결정!”
다음 날 새벽, 곧바로 출항 준비를
서둘렀고.
정오가 되었을 무렵, 빅 아일랜드 에 도착했다.
빅토르 위원님은, 예상보다 일찍 돌아온 나를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따라오십시오. 안내해드리겠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