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312)
올 힘 마법사 2부 마신의 탑
069화
진짜 왕자를 눈앞에 두고도 믿지 못하던 불신의 벽은, 의외로 쉽게 허물어졌다.
“저, 정말…… 반 왕자님이십니까?”
도대체, 무엇이 그의 마음을 바꾼 것일까.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들이 기다리던 왕자이기를 바라왔을지도 모른다.
나는 무관심한 척, 대제사장의 가 슴 한구석에 불을 질렀고…….
왕자에 대한 그리움이 활활 타오르 며, 이제야 불신을 넘어 진실을 마 주 보기 시작했다.
“저, 정말로 서대륙에 도착하셨던 겁니까? 그들을 설득해서, 우리를 구하러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그 어 려운 약속을 지키신 겁니까?”
여전히 어리둥절하다는 투였지만, 그는 분명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준 비가 되어있는 듯 보였고.
반은 웃으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예, 보시다시피요.”
“그, 그런 일이……. 솔직히 지금도 완전히 믿지 못하겠습니다. 서대륙 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았지, 그곳 에 정말 도착하실 줄이야……. 오랫 동안 소식이 없으셔서, 대해에서 변 고를 당하신 것은 아닌지. 아니, 혼 자서 달아나신 것은 아닌지 원망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약속을 지 키고 이렇게 돌아오시다니요. 부끄 럽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저야말로,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 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왕자님이 정 말 돌아오신 줄도 모르고…… 그동 안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악귀들이 판을 치는 터라, 아무나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 않습니다. 모두 제 백성들을 지키기 위함이라 는 마음, 전부 다 이해합니다.”
반의 이해한다는 말에, 대제사장은 닭똥 같은 눈물 한 방울을 또르르 흘렸다.
“죄송합니다. 늙으니 주책만 늘어 서는……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로 많습니다. 우선 그 전에, 이 남자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할까 합니다. 이 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동대륙
으로 출항해 보기도 전에 죽었을 테 니까요.”
“..
반이 내 소개를 하려 하자, 대제사 장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나를 마치, 돈 때문에 동대륙에 온 귀찮은 악덕 부자 정도로 생각하다 의외라는 눈빛이다.
“그 말이 정말입니까? 왕자님을 대 하는 태도로 봐서는, 무척이나 무례 한 사람 같은데요.”
“조금 전에 이자가 했던 말은, 모 두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잊어주십 시오. 전부 대제사장님의 마음을 열
기 위한 연기였습니다.”
“ 연기요?”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 하하! 우선, 안으로 들어가시 지요.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려 면, 오늘 하룻밤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으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그러시지요.”
우리는 이 땅을 동대륙이라는 이름 으로 부르지만…….
당연히, 동대륙인들이 스스로 부르 는 이름은 따로 있다.
샨.
라이나크 제국의 2배에 달하는 크 기의 동대륙 전체를 지배하는 거대 한 왕정국가 샨의 이름을 따서 지어 진 이름.
동대륙은 곧 샨이고, 샨은 곧 동대 륙이다.
이곳은 평화로운 곳이었다.
프렐리아 대륙과 비교하여 마도 문 명은 전혀 발달하지 못했지만, 풍부 한 자원과 비옥한 토지를 자랑하였고.
몬스터가 없는 대신, 야생 짐승이 넘쳐 나서 사냥이나 목축업도 크게 발달했다.
프렐리아 대륙에 비해 소박하지만,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국가였다.
마신에게 패배하기 전까지는.
“1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1 년이요?”
“저희가 악귀에게 패배하고, 여기 까지 밀려난 시간 말입니다.”
“그런•…”
마법사 대신 주술사가 존재하고.
기사 대신 검객들이 존재하여, 얼
핏 보기에는 비슷한 구석이 많았지 만…….
이들은 우리만큼 강하지 못했다.
10 개월.
샨은 마신에게 패배했고, 이곳에서 는 그 어떤 미래도 기대하지 못하는 죽은 땅이 되어버렸다.
100만이 넘던 사람은 모두 죽고, 남은 이는 고작 3만 남짓이 전부다.
샨의 마지막 생존자들은, 언제 바 닥날지 모르는 부족한 식량을 끌어 안고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먼 저라고 생각했다.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마신은 죽었으니까요.”
“주, 죽었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샨을 멸망시키고, 저희의 땅을 침 범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아 내는 것 에 성공했고, 제 손으로 직접 죽였 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석 달 정도 전에 말이죠.”
“석 달이라면……
샨의 가장 긍지 높은 주술사인 대제 사장은, 악귀들의 침입이 줄어든 세 월을 대략적으로 가늠해 보고 있었다.
계산을 끝낸 그가,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반 왕자님께서 서대륙으로 떠나시 고, 한동안 악귀들이 들끓더니……. 근래에는 조금 잠잠해지기는 했습니 다. 지금 생각해보니, 딱 3개월 정 도가 되었군요.”
“네, 분명 마신은 죽었습니다. 하지 만, 이곳에서 옛날처럼 살아가실 수 는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땅이 죽어 버 렸으니 까요.”
비옥한 토지를 자랑하던 샨은 멸망 했다.
살기 위해서는 떠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와 함께 가야 한다.
“프렐리아 대륙에서 자리 잡는 것
을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곳 에서는 더 이상 동대륙의 왕자도, 위대한 주술사도 아니십니다. 그저 평범한 일원으로서 살아가셔야 합니 다. 괜찮으십니까?”
내 물음에 반이 옅게 고개를 끄덕 였다.
“이미 각오한 일이다. 백성들을 지 키지 못한 왕자 따위, 이제 아무런 욕심 없다. 하지만……. 내가 부탁할 처지는 아니지만, 한 가지만 약속해 줄 수 있겠나?”
“말해보십시오.”
“우리가 한곳에서 모여서 살 수 있
도록 도와주었으면 한다. 백성들이 노예로 팔려가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만큼은 절대 참을 수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부분은 이 미 해결해두었으니까요.”
황제와 이미 얘기를 끝내두었다.
반은 왕족 대우는 받지 못하겠지 만, 이들의 처우가 단순한 이방인으 로 끝나지 않도록.
‘사람’이 필요한 라이나크 제국에 완 벽히 녹아들 수 있도록 힘써주기로.
정 안 되면, 아르델로 이주시켜도 되는 일이다.
이 부분은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
는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것.
“언어와 문화는 노력하셔야 합니 다.”
“아••••••
“당신의 언어와 문화만을 고집한다 면, 분명 서로 간에 분쟁이 생길 겁 니다. 공용어를 익히십시오. 당장은 힘들어도, 몇 년 후에는 기본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열심히 익히셔야 합니다.”
내 말에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분명 견디기 힘든 순간이 존재할 테지만, 이곳에서 죽어가는 것보다 는 나으리라.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먼저 동대륙에 도착했던 브록스 1 세 덕분에, 이들은 공용어를 약간씩 은 할 줄 알았으니까.
“좋습니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이들을 향해 물었다.
“그럼, 가시겠습니까? 새로운 고향 을 만나러.”
반과 대제사장.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 덕였다.
이미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 * ♦
출항일이 정해졌다.
샨의 생존자들은, 고향을 등지고 새로운 대륙으로 떠날 채비를 시작 했고.
항구도시 베스쿤에 정박한 지 일주 일 만에, 처음으로 ‘도시’ 구경을 마
친 선원들은 들뜬 얼굴로 출항 준비 를 서둘렀다.
그사이, 해상왕은 다른 용무를 보 았다.
“찾아갈 수가…… 없다는 말이로군.”
처음으로 동대륙에 도착한 프렐리 아 대륙인이자, 자신의 아버지.
브록스 1세.
그가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자취 를 쫓으려 했지만, 이미 모든 것이 파괴되어 흔적을 쫓을 수가 없던 것 이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버지를 기억하는 동대륙 인들을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노란색 머리에 수염이 덥수룩 한 이방인? 기억하고말고. 우리에게 공용어를 조금 가르쳐주고, 일도 아 주 열심히 했다고. 특히나 낚시를 곧잘 했는데……
나는 해상왕에게 당신 아버지에 관 한 이야기를 통역하여 전해주었고.
“……그렇군요.”
그는, 아버지의 마지막 흔적을 들 으며 즐거워했다.
이로써, 이곳에서의 모든 볼일이 끝났을 무렵…….
“출항이 다!”
누군가는 고향으로.
또 누군가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으러.
550척의 범선에 3만의 이방인을 가득 태우고 우리는 프렐리아 대륙 을 향해 출항했다.
그렇게 3주.
볼바르 경이 여전히 멀미에 적응하 지 못하고 구역질을 하고, 저 멀리 마제로스 해역이 조금씩 눈에 들어 올 무렵.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동대륙의 왕자’를 완료 했습니다.》
《보상으로 ‘권능-정화’ 스킬을 획 득합니다.》
《신력 – 정화》
《파괴는 곧 새로운 창조를 뜻하기 도 한다.》
《무언가 의해 오염되어버린 대상 에게, 새로운 삶을 불어넣는다.》
퀘스트 보상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직감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
동대륙을 다시 찾을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어쩌면, 누군가의 고향을 다시 찾 아주고.
미지의 땅을 개척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 ♦ ♦
이그니트 마법 아카데미.
한때는 대륙 최약체라고 불렸지만, 최연소 탑주라는 걸출한 마법사를 배출해내며 현재는 ‘명문’으로 불리 고 있는 이곳은…….
“오늘이다!”
한바탕 뒤집혀 버렸다.
“오늘이야!”
“우와아아아아!”
아카데미를 휩쓸고 지나간, 한 ‘특 강’ 소식 때문이다.
“세상에! 탑주님의 특강을 듣게 되 는 날이 올 줄이야!”
“탑주님이라니? 거리감 느껴지게.
루인 선.배.님.”
“그, 그렇지! 졸업반인 우리보다 고작 3년 빠르시니, 선배님이라는 말이 더 가까울지도……
그리고.
‘■휴가 계획서」
rl. 바다 여행」
「2. 아카데미 방문.」
동대륙 항해라는 2달짜리 신개념 바다 여행 코스를 무사히 마치고, 다음 휴가 계획에 들어간 나는…….
“이게 다 뭔가요?”
“뭐긴요? 탑주님 후배님들이지요. 탑주님의 특강을 듣기 위해서,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모여있는 겁니다.”
“아, 그게 그러니까……. 지금 시간 이 아침 7시인데……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나를 기다리 고 있는 후배님들을 마주해야만 했다.
“제일 앞자리에서 듣겠다고, 어젯밤 부터 줄 서 있던 학생도 있습니다.”
“저런.”
나는 멋쩍은 얼굴로 티리온 학장님 에게 말했다.
“그런데 학장님. 제발 사적인 자리 에서는 편하게 불러주세요.”
“탑주님이라는 호칭이 불편하십니 까‘?”
“예에. 아무래도, 학장님께 존대를 듣는 일은 여전히 좀……
“그럼 오랜만에 그렇게 불러볼까 요, 루인 군?”
“푸흡, 네.”
탑주 말고.
선배, 루인 아르델의 특강이 조금 더 부담이 없거든요.
나는 대강당의 단상을 바라보며 짧
게 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이네요.”
졸업식 날 눈이 잔뜩 오는 바람에, 저기 저곳에서 졸업 연설을 했었지.
이렇게 보니, 옛날 생각이 나는걸.
고작 3년도 채 지나지 않은 일인 데, 그사이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 구나 싶다.
그때 였다.
“오, 탑주님이다!”
“선배님! 루인 선배님!”
뒤에서 대기하던 나를 발견한 누군 가가 큰소리로 외쳤고, 와아아아아! 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한쪽 손을 들 어 올렸다.
“안녕.”
그런데, 무슨 특강을 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