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319)
올 힘 마법사 2부 마신의 탑
76 화
“먼저 가보고 알려주세요, 라 니……
“이런 파격적인 주례사는 처음이야.”
야심 찬 주례사를 준비해 주신 학 장님께서는, ‘농담이었습니다’라는 말 과 함께 본격적인 주례사를 시작하 셨다.
힘들 때나, 슬플 때나, 서로 의지 하며…….
다분히 학장님스러운 기나긴 주례 사였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사람 앞에서 아이린과 손을 맞잡고 있는 이 순간은, 그야 말로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으니까.
정성스러운 주례사가 끝나자, 제이 슨이 말했다.
“다음은,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 람의 혼인 서약서 낭독이 있겠습니 다. 본 서약서 낭독은, 마법사의 맹 약과도 같습니다. 절대 어겨서는 안 되는 점,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마법사들의 맹약.
이는,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들의
결혼식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절대 어겨서는 안 되는 약속이다.
물론, 어긴다고 무슨 큰일이 일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맹약이라는 단어부터가, 이미 크나 큰 상징성을 갖는다.
나와 아이린의 손목에서 푸른 마나 가 아른거렸고, 나는 그 마나를 부 드럽게 받아들이며 입을 열었다.
“처음 그녀를 보았던 날을 기억합 니다. 대제전이 열리던 알테인의 어 느 골동품점. 차갑고, 고집 있어 보 이던 그녀와 결혼하게 되다니…….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처음 남편을 보았던 날을 기억합 니다. 아카데미 토론회장에서 보았 던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자신감도 없어 보이던 10살 무렵의 소년. 그 런 남편과 결혼하게 되다니,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자면……. 언제나 당당하고, 재치 있던 그녀의 모습에 끌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자면……. 순수하 고, 책임감 넘치는 남편의 모습에 반했던 것 같습니다.”
“나 루인 아르델은, 아내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겠습니다.”
“나 아이린 프리우스는, 남편의 사 랑스러운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아내의 허락 없는 여행은 떠나지 않겠습니다.”
“가끔은 남편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제가 먼저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집에는 항상 일찍 들어오겠습니다.”
“술을 줄이겠습니다.”
보통 남자가 술을 줄이겠다는 말을 할 텐데, 신부 측에서 술 얘기를 꺼 내자 왁자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긴.
아이린은 술을 줄이기보다는, 장인 어른을 닮아서 서슴없이 독주를 들 이켜는 취향을 먼저 고쳐야겠지.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찾아와 저 희의 결혼을 축하해 주신 하객 여러 분께 감사드리겠습니다.”
“오늘 보내주신 축하와 박수. 잊지 않고,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감사합 니다.”
나와 아이린의 혼인 서약서 낭독이 끝나자, 결혼식은 막바지에 달했다.
식의 마지막은, 경쾌한 파티와도 같았다.
펑!
식장 양쪽에서 폭죽이 터지며 꽃가 루가 휘날렸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악사들이 악기를 연주했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나와 아이린은 손을 마주 잡고 앞으로 행 진하며 하객들에게 인사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은, 제 국의 황제였다.
“와주셨네요.”
“누구 결혼식인데, 아무리 바쁜 일 이 있어도 당연히 와야지.”
“레버다인은 좀 어떤가요? 많이 복 구되었나요?”
“다음번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더 좋겠지만……. 이것 하나만 은 말해주지. 이제껏 본 적 없던, 아름다운 제국의 심장을 보게 될 거 다.”
쇼메르탄 라이나크는, 아이린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물론, 오늘의 신부만큼 아름답지 는 않겠지만.”
“꺄
황제의 찬사에, 아이린이 얼굴을 붉히며 기뻐했다.
나 참.
이런 이기적인 얼굴로, 그런 달콤 한 말을 하면 안 넘어올 여자가 없 을 것 같은데.
왜 아직도 결혼을 안 하는 거야?
“조만간, 꼭 들르겠습니다.”
“지켜라. 기다리고 있겠다.”
처음 황제를 만났을 때는 지독한 악연이었지만…….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쇼메르탄 라이나크는, 내 소중한 친구다.
황제 이외에도, 너무나도 반가운 인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이델 교수님!”
“축하한다, 루인.”
교수님을 아르델에서 뵙게 될 줄이 야.
아카데미 낙제생 시절, 하이델 교 수님께서 내 사정을 봐주지 않으셨 다면…….
나는 아마 아카데미를 졸업하지 못 했을 것이고, 대제전이라는 큰 무대 에 나갈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이 다.
내 소중한 스승이다.
“하이 델?”
“영주님……. 아니, 이제는 시장님이 시겠군요.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그는 자신의 어릴 적 친구이기도 한 우리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고.
“알아보다마다!”
아버지 역시, 교수님을 한눈에 알 아보며 반가워하셨다.
“자리를 비켜드리는 게 좋겠죠?”
“후후, 그러게요.”
나와 아이린은 손을 꽉 마주 잡고 조금 더 앞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멋진 사회를 마친 후 내게
손을 흔들고 있는 제이슨이 있었다.
“제이슨.”
“뭐 해, 얼른 행진 안 하고.”
“이리 와봐.”
“으, 응?”
나는 어색하게 걸어오는 제이슨을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
“고맙다, 제이슨.”
“뭐, 뭐야 갑자기?”
때아닌 포옹에, 제이슨이 당황하며 말을 더듬거렸지만…….
나는 그럴수록 제이슨을 강하게 끌
어안았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가장 소중한 사람을 한 명만 꼽으라면, 나는 주 저 없이 제이슨을 꼽을 것이다.
가끔은 멍청하기도 하고, 덜렁거리 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친 구.
내 불우했던, 지난 5년의 아카데미 학생 시절…….
그 힘든 시절을, 온전히 버틸 수 있도록 힘을 준 친구.
이 녀석이 없었다면, 나는 5년간 외톨이로 지내다 아카데미를 그만뒀
을지도 모른다.
“고맙다. 정말.”
그러자 제이슨은, 내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일단 이것 좀 놓고 얘기하는 게 어때?”
“왜?”
“보, 보는 눈이 너무 많다는 생각 안 들어? 그것도, 결혼식인데?”
“••••••응?”
내가 고개를 돌리자, 하객들이 동그 랗게 뜬 눈으로 수군거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신부를 옆에
두고, 시꺼먼 남자를 끌어안다 니……. 어쩌면,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을까?”
아, 그런 것인가.
설마 제이슨을 보고 탑주의 첫사랑 이라거나, 넘지 말아야 할 금단의 사랑…….
이런 단어를 떠올리는 것은 아니겠 지?
“미안하다. 갑자기 감성적으로 변 해서.”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고맙 다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고맙
기는 내가 더 고맙지. 마법사로 밥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전부 다 루 인 네 덕분인데.”
“하긴, 내가 힘을 써주기는 했지.”
“……그래도 내 능력이라고 해주면 안 될까.”
“큭큭.”
나는 시원하게 웃어버렸다.
제이슨과는 평생 이렇게 장난스럽 게 지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아르델에 완전히 뿌리내리도록 결혼부터 시켜 야겠다.
얼른 가봐. 사람들 기다리니까.”
“O’* 흐.
나는 제이슨을 뒤로하고, 몇 걸음 더 걸어갔다.
그 옆에는,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찾아온 ‘기적’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트랑, 드라카……. 킹그램.”
그래.
어두컴컴한 동굴에 갇혀, 세상 밖 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던 소년의 등 에 날개를 달아준 기적.
“뭘 그렇게 촉촉한 눈을 하고 있 어?”
“……응? 내가 그랬나?”
“완전히 떠나는 것도 아닌데, 슬퍼 하기는. 바보 같다고, 그런 눈.”
말을 끝으로 스트랑은 피식 미소를 던졌고, 드라카가 오히려 촉촉한 눈 빛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를 찾아온 기적.
스트랑과 드라카는, 잠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내게 종속된 화신이다 보니.
처음 둘이 만났던, 천 년이라는 기 나긴 시간처럼 여행할 수는 없겠지 만…….
일종의 무기한 휴가인 셈이랄까.
나는 스트랑과 드라카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조심히 다녀와. 보고 싶으면 언제 든 놀러 오고.”
“야, 결혼식장에서 다른 여자를 이 렇게 끌어안으면 사람들이 오해하 기……
“뭐 어때. 다른 사람들 눈 따위.”
스트랑은 나를 밀어내려는 듯 몇 번을 꼼지락거렸지만, 이내 받아들 이며 스르르 눈을 감아버렸다.
아이린도 이해해 줄 거라고.
“그리고 너 여자 아니잖아. 암컷이 지.”
“야!”
“큭큭.”
▲ E 랏
■ —«—• O •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그저 그런 마법 조무사가 되었겠지.
그리고 드라카.
네가 기억하는 나는, 지금의 나와 는 다르지만…….
우리가 소중한 친구라는 사실은 변 함없이 똑같아.
나는 내게서 떨어지기 싫다는 듯 꿈틀거리는 드라카를 간신히 떼어내 며, 앞으로 걸어갔다.
“이제 우리 차례인가?”
“군주! 기다렸다!”
그곳에는, 덩치가 산만 한 오우거 녀석들이 신랑 측 하객석을 ‘점거’ 한 상태로 서 있었다.
말 그대로 점거였다.
어지간히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오 우거 옆에서 마음 편히 구경하지는 못할 테니까.
“군주! 혼인을 축하한다!”
“우! 우! 우! 우!”
아하하, 고맙습니다만…….
그렇게 갑자기 소리 지르시면 하객 들이 놀라잖아요.
나는 옅게 미소 지으며, 부족장 킹 그램을 향해 걸어갔다.
“멀리까지 와주셨는데, 오시는 길 불편하지는 않으셨어요?”
“우리야 불편할 것은 없었지만, 인 간들이 상당에 겁에 질려 하더군.”
하긴, 겁에 질릴 수밖에 없죠.
“하지만, 군주가 보내준 마법사들
이 잘 안심시켜 줘서, 편하게 도착 했다.”
“다행이네요. 이렇게 와주셔서 감 사해요. 부족 전체가 다 올 줄은 몰 랐지만.”
“군주의 결혼식인데, 하나라도 빠 질 수는 없지. 그보다, 인간들의 결 혼식은 처음 보는군.”
“당연히 그러시겠죠. 그래서, 처음 보신 소감은 어떠신데요?”
“ 지루하다.”
“이만하면, 분위기도 엄청 즐거운 편인데?”
“오우거에게는 오우거의 방식이 있
는 법이니까.”
순간, 킹그램이 턱짓했다.
그러자, 오메루쉬가 콧구멍에서 숨 을 푸숭! 푸숭! 내쉬며 걸어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군주!”
“……오메루쉬.”
악수하자는 의미겠지.
내가 오메루쉬의 손을 맞잡자, 그 가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들어 올려라!”
U..
응? 뭐라고?
순간, 10여 마리의 오우거들이 일 제히 내게 달려들었다.
“어, 엇?”
그러고는 각각 내 다리와 팔을 붙 잡고 들어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 는데…..
애석하게도 나는 단 한 발자국도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 이이이잇!”
“힘 좀 빼라! 군주!”
“••••••아.”
오메루쉬의 얼굴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고, 나는 푸핫! 웃음을 터뜨리 며 이들이 원하는 대로 장단을 맞춰 주었다.
몸에 힘을 풀자, 녀석들은 나를 하 늘로 사정없이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우, 우와앗!”
힘이 어찌나 셌는지, 헹가래라고 하기에는 상당한 높이다.
“저, 저까지요? 자, 잠시 잠시 만…… 꺄악!”
거기다 녀석들은, 신부인 아이린까 지 붙잡고 하늘 위로 던져버렸다.
나와 아이린이 하늘 위로 두어 번 떠오르자, 이에 맞춰 악사들이 연주
하는 음악은 더욱 고조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놀라던 하객들도, 그제야 환호성을 보내주었고.
오우거들 역시, 이제야 신이 난다 는 듯 ‘우! 우! 우!’ 하며 소리를 질 렀다.
나는, 허공에 떠오른 채로 아이런 을 힐끗 바라보았다.
“이거, 하다 보니 재밌는데요. 플라 이 마법이 이런 기분일까나.”
그녀는, 너무나도 예쁘게 웃으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고.
나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 으며, 오우거 녀석들이 선물해 주는
헹가래를 즐겼다.
아아…….
결혼이라니.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적인 기분이 든다.
아카데미의 조그만 낙제생이던 내 가, 탑주가 되어 이렇게 성대한 축 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실감이 나질 않는달까.
지난 수년간 있었던 일들이 파노라 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만약 먼 훗날.
누군가 내게, 오늘의 당신을 어떻
게 기억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후회 없이 달렸다고 말해줄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예쁜 아이도 낳고, 행복한 가정도 꾸리고.
아이린과 함께 만들어갈 내 인생 2막은, 내 10대 시절보다는 조금 심 심하거나 조용할지 몰라도.
지금까지의 여정들보다, 훨씬 더 특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니, 전속력으로 달리던 것을 멈추고 조금 천천히.
내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 며, 유랑하듯 걸어갈 것이다.
지금보다는 조금 느리고, 답답할지 몰라도…….
그 여정이 부디 아름답기를.
그리고, 덜 힘들기를.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아, 이런 생각 하니까 벌써 늙어 버린 것 같은걸.”
“네? 뭐라고요?”
“푸흡. 아뇨, 아무것도. 혼잣말이었 어요.”
“뭐야, 싱겁게.”
“그보다 아들이 좋아요, 딸이 좋아 요?”
“음, 저는 둘 다 좋아요. 루인님은 요?”
“저는 딸이요.”
나 같은 아들도 좋지만.
기왕이면 첫째는, 아이린을 꼭 닮 은 딸이었으면 좋겠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