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330)
올 힘 마법사 2부 외전
011화
“뭐야, 왜 안 놀아주는 건데. 응?”
“저 바빠요.”
“쪼그만 녀석이 뭐가 그리 바빠‘? 오랜만에 만난 고모랑 놀아줄 시간 도 없어?”
“놀아주기는 무슨……. 배게 마냥 끌어안고 낮잠만 주무실 거면서.”
“이야, 눈치 하난 빠른데. 역시 에 반은 똑똑하다니까.”
“쳇, 저는 애완동물이 아니라고요.”
루이나 고모.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고모지만, 가끔은 너무 짓궂게만 느껴진다.
뭐가 그렇게 매일 피곤한지, 애완동 물이나 인형, 배게 마냥 나를 끌어안 고 침대에서 일어나지를 않는다.
정말 죽은 듯이 잠만 자는 거다.
그러다 고모랑 놀고 싶어 찾아가 면, 또 바쁜 일이 있다며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버린 후다.
“하지만 고모는 너무 졸린걸. 우리 푹신푹신한 에반 끌어안고, 18시간
동안 낮잠 자고 싶어.”
“18시간을 낮잠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과하지 않아요?”
“그치만 미인은 잠꾸러기인걸.”
고모가 미인이라는 말은, 부정하기 가 힘든걸.
“고모는 왜 그렇게 매일 피곤하세 요?”
“응? 내가 그랬나?”
“그렇잖아요. 고모 만날 때면, 자는 얼굴 말고는 본 적이 없어요.”
“으홍홍, 에반 삐졌구나? 고모가
안 놀아주고 매일 잠만 자서.”
내가 아무런 대답을 못 하자, 루이 나 고모는 재미있다는 듯 꺄르륵! 웃으며 나를 끌어안으셨다.
“역시 귀여워. 알았어, 오늘만큼은 고모가 놀아줄게.”
“저 오늘 바쁘다니까요. 교복도 맞 춰야 하고, 준비물인 마도구와 교과 서도 준비해야 해요. 입학까지 이제 사흘 밖에 안 남았다고요.”
“그런 거라면, 고모가 따라가 줄게. 괜찮지?”
“……정말요‘?”
“응, 당연하지. 고모도 에반이랑 오 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방랑기사 라는 게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말이 야. 미안해, 응?”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모가 바쁜 건 이해한다.
방랑기사인 루이나 고모는, 대륙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약한 자들 을 위해 검을 들어 올린다.
그 어떤 대단한 권력도, 무한한 황 금도 고모를 붙잡지 못했다.
오직, 약자의 편에 서는 ‘기사도’
하나로 고생길을 자처한다.
그 덕분에 수백 명에 달하는 산적 들을 홀로 상대하기도 하고, 혈혈단 신으로 오크 소굴에 들어가기도 하 고, 고모 본인의 돈을 써가며 가난 한 이들을 돕기도 한다.
나는 이런 고모를 존경한다.
하지만…….
“고모의 인생이 없잖아요.”
“응? 뭐라고 했어? 목소리가 작아 서 못 들었어.”
“아뇨, 아무 말도.”
“뭐야? 뭐라고 말했는데.”
“아훗! 간지러워요. 피부, 피부 상 하니까 잠 좀 푹 주무시라고요.”
“응? 고모 피부까지 걱정해 주는 거야? 하긴, 여자의 생명은 피부인 데……. 요즘 좀 상하기는 했지?”
거짓말.
루이나 고모는, 몇 날 며칠 밤을 꼬박 세어도 반짝거리는 피부를 자 랑한다.
한때는 얼굴이 너무 예쁜 나머지, 오히려 실력이 과소평가되기도 했다 니까.
물론, 지금 고모 앞에서는 누구도 검으로 까불지 못한다.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불 패의 기사니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고모 예 쁘다는 생각했지?”
“……어, 어떻게 아셨어요?”
“후후, 남자들 눈빛만 봐도 알지. 그나저나, 오빠는 요즘 좀 어때?”
“아빠요? 그냥 똑같아요. 마탑 업 무 때문에, 항상 바쁘시죠.”
“언니한테는 잘해 주고? 나 없을 때 둘이 싸우거나 그러지는 않았지?”
“에이, 그럴 리가요. 아빠가 맞았으 면 또 몰라.”
“그렇지? 하긴. 우리 집안 남자들 이 다른 건 몰라도, 여자한테 만큼 은 잘하지.”
고모가 힐끔 뒤를 돌아보셨다.
뒤쪽에는, 황녀님께서 슬그머니 따 라오시다 얼굴을 붉히고 계셨다.
고모는 그런 황녀님 들으라는 듯,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에반은 나중에 어떤 여자에 게 장가가려나? 부디, 좋은 여자 만
나야 할 텐데.”
“……저기, 고모님.”
“ 응?”
황녀님께서는, 앞으로 쪼르르 달려 와 치맛자락을 우아하게 붙잡고 고 개를 숙여 보이셨다.
“조금 전의 실례에 대해 사죄드리 고 싶습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저 는 에반님의 약혼녀인, 제국의 황녀 레이지 라이나크라고 합니다.”
“으흥? 에반의 약혼녀라고? 나는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고모는, 더욱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셨지만.
내가 바짓자락을 잡아당기며 만류 하자, 그제야 장난기를 거두셨다.
“알았어, 반가워요. 저는 루이나 아 르델. 딱히 자랑할 이름은 없고, 여 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방랑기사, 그 리고 에반의 하나뿐인 고모.”
“자랑할 이름이 없다니요. 불패의 기사. 고모님의 위대한 명성은, 검에 무지한 소녀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에이, 명성이랄 것까진……. 어차 피 언젠가는 사라질 부질없는 이름
따윈데.”
“그,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해주 십시오. 고, 고모님과 편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으응? 그럼, 그럴까나?”
“네!”
황녀님은 무의식중에 깨달으셨을지 도 모른다.
아르델 가문에서 반드시 ‘내 편으 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 1순위가 바 로, 루이나 고모라는 사실을.
아빠도, 엄마도, 외할아버지도 소용
없다.
결국, 루이나 고모의 사랑을 받아 야지만 우리의 결혼 생활이 편할 것 이다.
“으홍, 황녀님도 제법 귀여우신걸. 눈치도 꽤 빠르고.”
“그, 그렇습니까?”
“우리는 에반 교복 맞추러 갈까 하 는데, 황녀님도 같이 갈까?”
“여, 영광입니다!”
“무슨 영광까지야. 그런데, 레이지라 고 불러도 될까? 아무래도 황녀님이 라는 단어는 낯간지러워서 말이지.”
“네! 물론입니다! 막 대해주세요!”
역시, 황녀님도 보통이 아니란 말 이야.
♦ ♦ *
“에반. 그럼, 입학식 잘하고. 또 보 자?”
우리와 사흘의 시간을 함께 보낸 고모는, 바쁜 일이 있다며 또 어디 론가 홀연히 사라지셨다.
대륙 북쪽에 무장한 설인들이 내려
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 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리로 떠나셨을 것이다.
정말 못 말린다니까.
약자를 돕는 것도 좋지만, 고모의 인생을 더 살았으면 좋겠는데.
만약 이 말을 듣는다면 고모는, ‘쪼그만 자식이’라며 내 머리를 헝 클어트리셨을 것이다.
“저, 고모님께 이쁨받은 거 맞겠죠?”
레이지 황녀님은, 아카데미로 향하 는 마나 열차 안에서, 재잘재잘 고
모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아무래도, 고모가 퍽 인상 깊으셨 던 모양이다.
“고모님,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으음, 그래요?”
“네! 귀족으로서 누릴 수 있는 화 려한 삶을 모두 마다하시고, 검 하 나에 의지하여 대륙을 유랑하는 기 사……. 정말 멋지지 않나요?”
“뭐, 그렇죠. 하지만 우리 친할아버 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세요. 도대 체 시집은 언제 갈 거냐고. 맨날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면서, 도대체 남자는 언제 만날 거냐고.”
“그것도 그렇네요. 하지만, 고모님 을 흠모하는 남자들은 많을 것 같은 데요? 고모님이 마음만 먹으시면 결 혼쯤은••••••”
“고모가 마음을 안 먹어서 그렇지, 무지하게 많아요. 고모 사랑한다고 냅다 달려드는 남자도 있고, 난공불 락 같은 고모를 공략하기 위해서 오 히려 저한테 먼저 접근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래서요?”
“하나같이 고모한테 얻어터지고 쫓 겨났죠. 지금은 연애할 생각이 없 다! 내 남자친구는 검 하나뿐이다!
이 말과 함께.”
“머, 멋져.”
우리 고모가 좀 멋지긴 하지.
아마도 남자로 태어났으면, 세상을 호령했을 거다.
뭐, 지금도 그렇지만.
[이번 내리실 역은, 이그니트 마법 아카데미 입니다.]“……도착했나 봐요.”
마침 아카데미에 도착했다는 열차
알림음이 들려왔고.
나와 황녀님은 마나 열차에서 내리 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입학식까지 우리를 안전하 게 배웅해 주신 제이슨 삼촌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나는 이만 아르델로 돌아 가볼게. 아카데미 생활 즐겁게 보내고. 누가 덤비면, 시원하게 눕혀 버려. 알았 지?”
나는 그런 삼촌을 향해 엄지를 치 켜세웠다.
“저만 믿으세요. 삼촌! 여름방학에 봬요!”
“응, 그래.”
나는 멀어지는 마나 열차를 바라보 며 심호흡했다.
“이제 시작이야……
입학식.
앞으로 6년간 이어질 아카데미 생활.
그 첫 번째 단추를 채우는 날.
아빠도, 엄마도…….
본격적인 모험을 떠나기 전에, 오 늘 같은 날을 겪으셨겠지.
“ 갈까요‘?”
“네!”
환승역을 빠져나오자, 입학시험을 통과한 나와 같은 300명의 신입생 이 깔끔하게 교복을 차려입고 봄의 정원에 모이고 있었고.
우리 역시, 신입생들 틈바구니로 들어갔다.
“에, 에반 아르델이다.”
“그 바로 옆에는 황녀님 맞지? 황 제의 딸.”
“약혼했다고 하더니……. 사실인가 봐.”
당장 나를 향한 수군거림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앞으로 6년을 어떻게 보낼 지 정하게 되는 중요한 날이니까!
입학식의 가장 큰 백미는, 뭐니 뭐 니해도 반 배정이다.
50명씩, 6개 반.
성적이나, 신분, 이름 순서가 아 닌…….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배정받는 이번 반 배정은, 어지간하면 바뀌지 않게 된다.
즉, 앞으로 6년간 함께할 반 친구 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의미다.
“에반 님과 같은 반이었으면 좋겠 어요.”
황녀님은 눈을 지그시 감고, 두 손 을 가지런히 모아 기도를 올렸다.
“제발, 에반 님과 같은 반에 배정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도 같은 반이 되었으면 좋겠지 만, 안되더라도 어쩔 수 없죠. ‘그’의 선택은 절대 거스를 수가 없으니까.”
“아뇨. 반드시 같은 반이 되어야만 해요. 아무리 대단한 ‘그’라도 소용 없어요. 만약 에반 님과 저를 다른 반으로 배정시키면, 확 자퇴해 버릴 테니까.”
같은 반에 대한 의지가 엄청나신걸.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그’는, 단순 한 존재가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이 아 니다.
오우거다.
“나, 나타났다……
쿠 쿵!
지축을 울리며 등장하는 거대한 오 우거.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유일한 오 우거이며, 마법사.
동시에, 인마대전의 영웅이라 칭송 받는 하늘산 오우거들의 부족장이 며…….
우리 아빠의 아주 절친한 친구.
마지막으로, 한때는 아카데미의 ‘살아 있는 아티팩트’였다가…….
“킹그램 교수님!”
반 배정과 마나 출력량 시험을 담 당하는 아카데미 ‘특별 교수.’
“오, 오우거……
“실제로 처음 봐……
이런 킹그램의 위압적인 모습에, 신입생들은 그 자리에 얼어 붙어버
렸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대, 대단해……
이야기만 많이 들었지, 오우거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저 무시무시한 팔뚝을 좀 보라고.
아빠는, 저런 오우거들 300마리를 상대로 팔씨름을 이기신 건가?
킹그램은, 우리를 훑어보며 말했다.
“애송이들 냄새가 나는군.”
그러자, 곁에 있던 조교 한 명이 답했다.
“올해 신입생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재능을 가졌습니다. 전년도에 비교 해 훨씬……
“지금 나를 가르치려 드는 건가? 이 킹그램을?”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래 봐야 애송이다. 아무것도 못 하는 애송이.”
그때, 킹그램의 눈이 내게 잠시 머 물렀다.
“뭐, 그럭저럭 쓸 만한 놈도 보이 기는 하다만.”
나를 보고 말씀하신 건가?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킹그램 이 나를 향해 이죽거렸다.
“친구의 냄새가 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