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338)
올 힘 마법사 2부 외전
019화
“드디어 여름 방학이다! 신난다!”
“저는 하나도 안 신난다고요. 에반 님이 없는 여름 방학은, 도대체 어 떻게 보내야 할지.”
“황녀님. 빙빙 돌리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말해. 아르델에 놀러 가겠 다고.”
“..그래도 돼요?”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황녀님이 오시는 건 상관이 없는 데……. 외할아버지랑 놀아드려야 해서 황녀님과 보낼 시간이 없을지 도 몰라요.”
“밤에는요? 밤에도 외할아버님이랑 놀지는 않겠죠?”
“음, 밤에는…… 괜찮을 것 같아 요.”
“그럼 결정! 신난다!”
레이지 황녀님은 폴짝 뛰어오르며, 자신을 마중 나온 제국의 기사들에 게 말했다.
“저는 에반 님을 따라 아르델로 갈 예정이니, 경들께서는 궁으로 돌아 가 보세요.”
“예?”
그러자, 기사들이 눈에 띄게 당황 했다.
“안 됩니다! 황녀님 절대 안 됩니 다!”
“안 된다니요? 방금 제가 그러겠다 고 분명히 말씀드렸을 텐데요.”
“폐하께서 반드시 황녀님을 데려오 라고 하셨습니다.”
“아바마마께서요? 황궁에 무슨 일
이 있나요?”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황녀님이 보고 싶으시다고…
황녀님은 고작 그런 이유였냐는 듯 피식 웃으며 팔짱을 끼셨다.
“아바마마께 이렇게 전해주세요. 소녀가 보고 싶은 마음은 백번 이해 하나, 들어드릴 수가 없다고요.”
“하, 하지만 황녀님……
“대신, 방학이 끝나기 전 하루 이 틀 정도는 황궁에 들릴 테니, 그때 만나자는 말도 전해주시고요.”
그 무섭고 잔혹하기로 유명한 황제 의 명령을, 이렇게 쉽게 여기는 사 람은 대륙 전체를 통틀어 황녀님이 유일하실 거다.
“화, 황녀님. 저희 그냥 이대로 황 궁으로 돌아가면, 폐하께 죽을지도 모릅니다.”
“글쎄요. 제 수행 기사들을 허락 없이 죽일 만큼, 아바마마의 배짱이 두둑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데요.”
저것 좀 봐.
저게 어딜 봐서 10살짜리 소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야.
“제 고집 아시죠? 이미 결정했어 요. 이번 여름 방학은, 에반 님과 함께 아르델에서 보낼 거예요. 정 제가 보고 싶으시다면, 아바마마께 서 직접 아르델로 오시면 되겠네요”
단호한 황녀님의 말에 기사들이 난 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를 어쩐다.”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면, 황제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한 것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황녀님을 강제로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
“괜찮겠죠, 단장님?”
“으아, 나도 잘 모르겠다. 이걸 어 떡해야 좋을지.”
“황녀님 말씀대로, 폐하가 저희를 함 부로 문책하지는 못하실 겁니다. 황녀 님을 10년간 호위해 왔으니까요.”
“그렇겠지? 황녀님이라면 끔뻑 죽 으시니까.”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황제 폐하보다는 황녀님이 더 무서운 듯 보였다.
제국의 기사단장은, 고개를 끄덕이 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대신, 황녀님께서 아 르델에 도착하는 것을 확인하고 레 버다인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돌아가서 폐하를 뵐 면목이 없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셔야 마음이 편하겠 다면, 그렇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황녀님과 에반 도련 님. 여기서부터는 제가 책임지고 호 위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끼어들었다.
“아, 음…….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
“예?”
“저기, 볼바르 경이 오셨거든요. 저 희 고모하고……
내가 마나 열차 환승역 방향을 가 리 켰다.
“에- 반!”
“에반 도련니이임!”
그곳에는, 나를 발견하고 잔망스럽 게 손을 흔드는 볼바르 경과 루이나 고모가 서 있었다.
“차, 창성 기사 볼바르 페튼……!”
“불패의 기사 루이나 아르델까지!”
기사계의 슈퍼스타인 두 사람은,
등장만으로 제국의 기사들을 긴장시 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황녀님의 기사단장 아저씨는 오랜 우상을 만나기라도 한 듯 잔뜩 흥분했다.
“이, 이럴 수가……. 저 두 사람을 아카데미에서 만나게 되다니! 처음 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레이 지 황녀님의 호위를 맡고 있는 킨이 라고 합니다. 저명한 창성 기사를 만나 뵙게 되어 무척이나 영광입니 다. 은퇴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 데, 이런 중요한 호위에는 나서시는 겁니까?”
“으응? 허허, 그냥 집에 있기 심심
해서 나왔는데.”
“••••••예?”
“낚시만 하려니 좀이 쑤셔서 말이 오.”
“아, 아, 예 그러시군요.”
기사 아저씨들은 알까.
두 사람은 그냥 심심해서 마중 나 왔을 거라는 사실을.
“에반, 잘 지냈어?”
“우, 우악!”
루이나 고모는 나를 번쩍 안아 들
며 볼을 비비셨고, 나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나 이제 어린애 아니라고요!
“고, 고모님……
“응? 레이지도 잘 지냈어? 여전히 귀여운데.”
“……네, 네에.”
황녀님이 왜 수줍어하시는 건데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황제보다 황녀님이 더 강하고, 황 녀님보다 우리 고모가 더 강하 니…….
우리 고모가 대륙에서 제일가는 권
력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
“불패의 기사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황녀님의 호위를 맡은 킨이라고 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황제 폐 하에게 혼날 걱정을 하던 기사단장 아저씨는 활짝 미소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아, 루이나 아르델입니다.”
루이나 고모가 그의 손을 잡아주 자, 기사단장 아저씨는 체통 따위 개나 주라는 듯 신나서 소리쳤다.
“오, 오늘부터 손 안 씻는다!”
아저씨, 진정하세요.
왜 이렇게 흥분하셨담.
정작 루이나 고모는 이미 숱하게 겪은 일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재밌는 분이시네. 에반, 이제 집으 로 가자. 오빠랑 언니가 기다리고 있어.”
“그럴까요. 아, 근데 황녀님도 같이 가기로 했어요.”
“레이지도 같이?”
“네, 네! 고모님!”
“으응, 좋아. 이번에는 1주일 정도 아르델에 머물 예정인데, 같이 놀아
줄게. 어때?”
“조, 좋아요!”
황녀님이 루이나 고모 뒤를 졸졸 따라가자, 제국의 기사 아저씨들이 황급히 황녀님을 쫓았다.
루이나 고모는, 그런 기사들을 보 며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호위할 테니, 이만 돌아가셔도 됩니다.”
“아, 예. 불패의 기사께서 황녀님 곁을 지켜주신다면 안심이 되지요. 하지만, 아르델까지 동행해도 괜찮 을까요?”
“굳이요?”
“예, 그러고 싶어서요.”
아무래도, 고모에게 첫눈에 반해 버린 것 같은걸.
고모 역시 그런 낌새를 느꼈는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가, 감사합니다!”
기사 아저씨들은 신난 얼굴로 우리 뒤를 쫓아왔다.
저기, 아저씨들.
우리 고모에게 접근하려면, 먼저 제 허락부터 받아야 한다고요.
아시겠죠?
* * ♦
“에반.”
“한슨 경!”
“삼촌이라고 불러도 돼. 그게 더 편하잖아.”
“헤헤. 네, 한슨 삼촌.”
아르델 마나 열차 환승역에 내리 자, 멋진 풀 플레이트 메일을 차려 입은 한슨 삼촌이 나를 기다리고 있 었다.
볼바르 경이 현역에서 은퇴하신
후, 아르델 기사단의 단장자리를 맡 게 된 한슨 삼촌은.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는 터라 나 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지만,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삼촌 중 한 명 이다.
“어이, 에반!”
“제이슨 삼촌?”
“뭐야, 그 시들시들한 반응은. 너는 여기 왜 있냐는 표정인데? 한슨에게 웃어주는 것처럼 나도 좀 반겨달라고.”
“……반가워요.”
“고민하지 마. 왜 고민해, 이 자식.”
사계절 내내 한량처럼 놀고, 가벼움 의 대명사인 누구와는 다르게…….
한슨 삼촌은 말수도 적으시고, 정 말 남자다운 남자다.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이미, 기사 전(輪士展)에 오를 만큼 전도유망한 기사.
아르델의 미래.
루인 아르델의 검.
한슨 삼촌에게 붙은 수식어는 다양 하다.
아빠에게 진 빚을, 평생 아르델을 수호하며 지켜가는 기사.
그냥 이렇게 보기만 해도 든든한 삼촌이 랄까.
“나도 반겨줘! 한슨처럼 반겨달라 고!”
“이거 놔요!”
나는 내게 헤드락을 거는 제이슨 삼촌을 뿌리치며 한슨 삼촌의 손을 잡았고, 제이슨 삼촌은 입술을 삐죽 이셨다.
“그래, 보모 역할 그렇게 해봐야 결국 이렇게 찬밥 신세구나. 아들 키워봐야 소용없다더니, 딱 그 말이 맞는…… 에반! 나도 같이 가!”
큭큭, 제이슨 삼촌은 언제 놀려도
재밌다니까.
우리는 곧장 저택으로 향했다.
아빠가 탑주로서 아무리 큰돈을 벌 어도, 아르델이 아무리 세력을 확장 시켜도…….
아르델 가문의 저택은, 여전히 같 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 다.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시는 친할아 버지의 영향도 있지만, 아빠도 굳이 저택을 새로 지을 이유를 찾지 못하 신다.
곳곳에, 너무 많은 추억이 배여 있 다고도 하셨다.
“아이고, 에반 도련님!”
“바넬리 유모 할머니!”
저택에 도착하자 바넬리 유모 할머 니가 나를 반겨주셨다.
아빠가 6살 무렵에 돌아가신 친할 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해 주시는 바 넬리 유모 할머니는, 나를 친손자처 럼 예뻐해 주신다.
“유모 할머니 음식 솜씨가 그리웠 어요.”
“모두가 집 떠나오면 그런 말씀을 하시죠. 오랜만에 실력 발휘 중이니, 저녁을 기대하세요.”
“와! 정말요?”
“물론이죠, 누가 오셨는데.”
“헤헤, 기대된다. 그런데 아빠랑 엄 마는요?”
“델타곤에 계세요. 새로운 마도구가 발명되었다나 뭐라나. 어제부터 뭐가 그렇게 바쁘신지, 하루 종일 정신이 없네요. 아, 방학식 마중 못가서 미 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괜찮아요. 아빠랑 엄마는 얼마 전 에 만났는데요, 뭘.”
“홍홍, 이따 저녁 시간 맞춰 오신 다고 하셨으니까 도련님은 올라가서 쉬고 계시면 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도련님. 이분은……?”
바넬리 유모 할머니가 레이지 황녀 님을 힐끔거렸고, 나는 황급히 그녀 에 대해 소개했다.
“아차, 소개를 잊었네. 레이지 황녀 님이세요. 라이나크 제국의 황녀님.”
“아아. 황녀님이시구나.”
하지만 유모할머니는 그다지 놀라 는 기색도 아니시다.
워낙 대단한 사람을 많이 만나보았 기 때문이리라.
“이리 오세요, 황녀님. 제가 남는
방을 안내해 드릴 테니까.”
“……필요 없는데.”
“응? 뭐라고 하셨죠?”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방금 분명 필요 없다고 들은 것 같은데.
설마, 저랑 같은 방을 쓰시려는 건 아니죠?
“황녀님이 쓰시던 방보다는 낡았겠 지만, 그래도 루이나 아가씨가 쓰시 던 방이라 정돈은 잘해놓았으니 쓰 시기에 불편함은 없으실 거에요.”
“루, 루이나 고모님이 쓰시던 방?”
“예. 무슨 문제라도……?”
“아뇨! 어서 들어가요!”
레이지 황녀님은, 고모가 쓰던 방 이라는 얘기에 헐레벌떡 집 안으로 들어가셨다.
우리 고모가 그렇게 좋으실까.
정작, 고모는 장난스러운 투정만 부리셨다.
“유모, 내 방을 레이지에게 줘버리 면 나는 어디서 자라는 거야?”
“아가씨가 1년에 몇 번이나 방에서 주무신다고 그러세요?”
“그래도 방 주인이 이렇게 왔잖아. 그러니까 레이지를 다른 방에 줘야 지.”
“그래도 명색에 황녀님인데, 마구 간 같은 방을 내어드릴 수는 없잖아 요. 아가씨는 거실 소파에서 주무세 요.”
“아이이잉! 유모!”
“아이고, 더워요. 더워! 저리 떨어 져요.”
두 사람은, 정말 모녀 사이라고 해 도 믿을 정도다.
“뭐, 유모가 방을 양보 못 하겠다 면 별수 없지. 레이지랑 같이 방을
쓰는 수밖에.”
“그럼 그러시던가요.”
고모와 황녀님이 같은 방을 쓴다 고?
황녀님, 무지하게 좋아하시겠는걸.
“유모 할머니, 그럼 엄마 아빠 오 시면 불러주세요.”
“예, 그래야죠. 모처럼 가족 전체가 모이는 날이니까.”
가족 전체가 모인다고?
으으, 생각만 해도 신난다.
그때 였다.
“에—–반 J”
“일찍 오셨네, 사돈 어르신.”
쿵! 쿵!
저 멀리서, 외할아버지가 지축을 울리며 내게 달려오셨다.
아아, 외할아버지.
우리 조금만 쉬면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