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339)
올 힘 마법사 2부 외전
020화
엄마, 아빠, 고모, 할아버지, 외할 아버지, 외할머니…….
오랜만에 가족 전체가 모였다.
단순히 우리만 모인 것은 아니다.
“제이슨 삼촌.”
“ 응?”
“일 안 하세요?”
“……뭐야, 눈치 주지 마. 일 좀
안 했다고 친구 집에서 저녁 한 끼 먹으면 안 되냐?”
“큭큭, 농담이에요.”
제이슨 삼촌을 비롯하여, 볼바르 경, 나르메르 아저씨, 한슨 삼촌까지.
그리고…….
“에반, 오랜만이다?”
“스트랑, 드라카.”
11년의 유랑을 끝내고, 아르델을 찾아온 신화적인 존재들까지 모두.
자유도시 아르델을 이끌어가는 진 짜 가족 모두가 모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아직 손
님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손님 오셨어요!”
“……손님?”
“이 시간에 누구지?”
“누구 더 온다는 얘기 있었나요?”
“아뇨, 전혀.”
모두들 갑작스럽게 저택을 찾아온 손님이 누굴까 궁금해했지만…….
나는 왜 누가 오셨는지 짐작이 되 는 것일까.
이는, 내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계 시던 레이지 황녀님도 마찬가지다.
“응, 맞아요.”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듯, 내게 고개를 끄덕이셨고.
우리의 감은 정확했다.
“••••••폐하?”
그 이름도 찬란한 제국의 황제.
쇼메르탄 라이나크.
다른 이름으로는, 딸밖에 모르는 바보.
황제 폐하가 수행 기사로, 외삼촌 들을 대동하고 나타나신 것이다.
“오빠!”
엄마가 외삼촌들을 반겼고, 아빠는 얼떨떨한 얼굴로 황제께 물었다.
“갑자기 어쩐 일이세요, 기별도 없 이?”
황제 폐하께서는 레이지 황녀님을 힐끗 바라보며 답하셨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 법이 니까.”
“응? 무슨 말씀이에요, 그게?”
“아무것도. 보아하니 아직 식전이 로군. 괜찮다면, 나도 동석해도 될 까?”
아, 예. 여기 앉으세요.”
“ 고맙군.”
폐하께서는 레이지 황녀님의 맞은 편 자리에 앉으셨는데, 황녀님께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셨지만 특 별히 먼저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으 셨다.
그저, 힐끗힐끗 황녀님을 보며 미 소 지으실 뿐이다.
보고 싶었던 티 안 내려고 무지하 게 애쓰시는 것 같은데, 엄청 티 나 요.
“자! 우리 에반 덕분에 가족 전체 가 오랜만에 다 모였네요. 이제 슬 슬 식사를 시작할까요?”
엄마의 제안에, 모두 일제히 포크 와 나이프를 들어 올렸다.
“잘 먹겠습니다!”
나 역시, 허겁지겁 포크를 휘둘렀 다.
키송어 조림에 연어 샐러드, 크림 스테이크에 뜨끈한 고깃국까지.
역시, 우리 유모 할머니 음식 솜씨 는 여전하다니까.
“우아, 맛있어……
유모 할머니의 음식을 처음 맛본 황녀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열심 히 포크를 움직였고.
보석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신 황 제 폐하께서는…….
“요리계의 아주 찬란한 보석이군. 혹시, 황궁에서 일해볼……
“우아아악! 유모는 안 돼요! 여기 까지 와서 그놈의 보석 타령!”
“……아쉽군. 실례했다.”
바넬리 유모를 포섭하기 위한 미끼 를 던지셨지만, 아빠에 의해 저지당 했다.
암, 아무리 황제라고 하더라도 우 리 집에 없어서는 안 될 유모 할머 니를 데려가실 수는 없지.
“홍홍. 늙은이 하나 가지고 그만들 싸우시고, 디저트 드세요.”
식사가 모두 끝나자, 테이블이 깔 끔하게 치워지며 각자의 앞에 디저 트가 놓였다.
어른들은 향긋한 찻잔과 다과상이.
나와 황녀님, 그리고 제이슨 삼촌 앞에는 달콤한 와플과 과일 음료수가.
아빠가 찻잔을 홀짝이며 내게 물으 셨다.
“에반, 한 학기 동안 아카데미 다 녀보니까 어땠어?”
“으음,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기숙사 생활도 모두 재미있었어요. 엄 마 아빠가 저를 속인 점만 빼면.”
“아, 그 부분은……. 미안. 아들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 도 했고, 혹여라도 시건방지게 자라 지는 않을까 걱정했어.”
“알아요, 저도. 저를 위해서 숨기셨 다는 거.”
“으음, 우리 에반 이제 정말 다 컸 다니까? 착한 것좀 봐.”
외할머니가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시 며 손을 뻗어 내 볼을 쓰다듬으셨고.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수업도 무척이나 즐거워요. 시험
을 통해서 제 실력을 평가해보는 방 식도 재미있고, 길고양이 스승님에 게 혼자 배울 때는 느끼지 못한 것 들을 배울 수가 있었어요.”
“시시하지는 않고?”
“전혀요. 마법에는 여러 가지 접근 법이 있다는 것을 배웠으니까요.”
“우리 손자, 참으로 대견하네.”
“일전에 학장님께서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내년에 열리게 될 ‘대제 전’에 참가해보겠냐고.”
“대제전? 내년이면 이제 2학년인 데?”
대제전이라는 말에 제이슨 삼촌이
제일 놀랐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별로 놀라 시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조금은 예 상하셨던 것 같다.
“6학년 선배님들과 함께 참가하게 될 텐데, 고민해 보겠다고 말씀드렸 어요.”
“왜 고민해? 대륙 모든 마법사들에 게 에반, 너라는 마법사를 각인시킬 아주 좋은 기회인데.”
“음, 그건……
대제전은, 마법사를 희망하는 학생 들에게 있어 꿈의 대회다.
단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하는 마법
사도 많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2번 이나 참석하게 될지도 모르는 기회 가 생겼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아빠가 개인전 부문 우승을 차지 했던 대회잖아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전, 단체전 두 부문 모두 우승을 차지해서 아빠가 세운 업적을 넘어보고 싶다고.”
“……오, 이런 자신감. 좋아.”
제이슨 삼촌이 내 머리칼을 헝클어 뜨리며 기뻐했고, 아빠와 엄마는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몰랐다는
듯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셨다.
그럼에도, 미소를 지으셨다.
“많이 변했구나, 에반.”
“그럼요. 엄마 아빠가 제게 물려주 신 재능이 어떤 것인지, 잘 이해하 고 있으니까.”
“언제든 자신감에 차 있는 것은 좋 지만……
“자만은 독이 된다. 맞죠?”
“••••••그래.”
아빠는 흥미롭다는 미소와 함께 ‘기대할게.’라고 말씀하셨고, 외할아 버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번쩍 안아 드셨다.
“우리 귀여운 손자 녀석이 드디어 사내다운 말도 할 줄 알고. 이 할아 비는 정말로 기쁘다. 진심이다.”
“여보, 에반 디저트 먹는 중이었는 데.”
“응‘? 아차차.”
저 이제 아기 아니라, 어엿한 10살 이라고요.
의자에 앉아 입안으로 와플을 밀어 넣자, 이번에는 모두의 시선이 내 곁의 황녀님에게로 향했다.
궁금한 것이다.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나와 함께 아르델을 찾아온 이유가.
여름 방학에 아빠를 따라 아르델까 지 찾아왔다는 엄마가 대신해서 물 었다.
“음식은 입맛에 맞아요?”
“네, 어머님. 궁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어머님?”
레이지 황녀님의 입에서 나온 ‘어 머님’이라는 단어에, 저택 전체가 뒤집혔다.
아빠와 엄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고모는 배 를 잡고 웃으며 ‘레이지, 귀여워’라 고 키득거렸다.
외할아버지는 이글이글 질투심 가 득한 시선을 황녀님에게 던지셨고, 황제 폐하는….
“어이쿠, 조심 좀 하시지.”
“……뜨, 뜨거워.”
뜨거운 찻잔을 쏟아버릴 만큼 놀라 셨다.
“방금, 뭐라고 불렀어요? 다시 말 해볼래요?”
“어, 어머님이라고 불렀습니다. 혹 시 이 단어가 불편하신 것이라
면……
“아뇨, 그런 건 아닌데. 혹여나 일 전에 폐하께서 장난스럽게 꺼냈던 ‘정략결혼’ 때문에 그러는 거라 면……
“장난스럽지 않습니다!”
“••••••네?”
“저도……. 에반 님도……. 절대 장 난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서 로의 진심 어린 마음도 확인했고, 진심으로 교제 중입니다.”
“교, 교제?”
아아, 황녀님.
아직 우리는 볼 뽀뽀밖에 안 했는 데,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면 다 들 오해를……!
이건, 폭탄과도 같았다.
“자, 잠시, 실례를……
폐하께서는 더 듣지 못하겠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셨고, 외할아 버지는 속에서 열불이 나는지 가슴 을 두드리셨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황녀님의 시선은 오직 엄마, 아빠에게로 향했다.
“일전에 이미 결혼에 관한 이야기
가 나왔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어 머님과 아버님에게 확답을 받고 싶 습니다.”
“……확답이 라면?”
“약혼식, 이번 여름에 하고 싶습니 다. 그리고 졸업하는 즉시 결혼식을 올리고 싶습니다.”
쾅!
옆방에서 누군가 벽을 두드리는 소 리가 들려왔다.
‘어흐흑!’하는 통곡과도 비슷한 소 리가 옅게 새어 나왔는데, 아마도 황제 폐하이리라.
“아, 배 아파. 레이지 진지한 얼굴
이 너무 귀엽잖아.”
“루이나, 그만.”
친할아버지가, 배를 잡고 웃어대는 루이나 고모를 제지했다.
10살짜리 꼬마들이, ‘우리는 커서 반드시 결혼할 거예요!’라고 말하는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신 것이다.
상황이 진지하게 돌아가자, 엄마와 아빠는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난 감하다는 표정이셨고.
“에반?”
“••••••네?”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쏟아졌다.
으음, 이럴 때 어떻게 답해야 할 까.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버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이것 하나만 큼은 명확했다.
여기서 내가 애매하게 답한다면, 나를 위해 큰 용기를 내주신 황녀님 이 우스워진다고.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허락 해주세요.”
동시에,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뒤를 돌아보았더니, 바넬리 유모 할머니다.
“우리 에반 도련님이 이렇게 늠름 하게 자라신 모습을 보니, 죽어도 여한이 없겠네요.”
“유모 할머니, 무슨 그런 말씀 을..”
“아아, 에반. 남자는 결혼하면 어른 이 된다는데, 정말 삼촌보다 먼저 결혼하려는 거야?”
“그러기 싫으면 제이슨 삼촌도 얼 른 결혼하세요!”
“에반, 그 결혼은 둘째치고 할아비 와 한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물론이죠.”
박수는 점점 커졌고, 저택 사람들 모두가 우리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우리도 저랬나요?”
“아이린님 보다는, 황녀님 쪽이 조 금 더 적극적인 것 같지만……. 옛 날 생각 나는데요.”
엄마와 아빠 역시,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박수를 쳐주었다.
승낙이 다.
“레이지, 첫사랑을 이뤄서 축하 해!”
루이나 고모가 황녀님의 머리를 쓰
다듬어주자, 황녀님은 냅다 자리에 서 일어나 내게 달려들었다.
“에반 님!”
“••••••아.”
“이런, 우리가 자리를 피해줘야겠 는데.”
제이슨 삼촌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자, 덩달아 어른들도 일어나 셨다.
나는 그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조용히 황녀님을 함께 끌어안았다.
음, 포근해.
어른들의 눈에 우리가 어떻게 보일
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내일 약혼해요, 우리.”
“……에반 님.”
나는, 행복하다고.
다짐했다.
아빠도, 엄마도, 황제 폐하도.
인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멋진 마법사가 되어서, 누구보다 행복하 게 살 거라고.
바로, 여기에서.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