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38)
올 힘 마법사 038화
시커먼 피부에 우람한 체격을 가진 남자.
그의 등장에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 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 다.
그는 바로.
“네가 여기 왜 와? 설마 또 시비 걸려고 왔냐?”
세타 말키리.
갑작스럽게 나타난 불청객을 향해
제이슨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 다.
“루인에게 져서 네 자존심 상하는 건 알겠는데……. 지금은 그냥 가라. 이제 막 재밌어지려던 참이니까.”
제이슨의 공격적인 어투.
이 때문에 세타가 당장에라도 싸움 을 걸어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반응이 좀 의외다.
마치, 한 마리의 온순한 양처럼.
조용히 듣고만 있던 세타 말키리는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비 걸려고 온 게 아니라…… 사
과하려고 왔다.”
“••••••뭐?”
그건, 아주 의외의 말이었다.
“그동안…… 너희들을 무시해서 미 안했다.”
사과.
세타 말키리는 이런 말을 하는 것 이 익숙하지 않은지 덥수룩한 머리 카락을 긁적이며 말했다.
“아까, 경기장에서 루인에게 한 대 맞고 나니 깨달았다. 고작 나보다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을 무시하 면 안 된다고 말이야. 세상엔 나보 다 강한 사람이 많고, 나 역시 누군
가에겐 나약한 존재일 뿐일 테니까. 많이 느꼈다. 내가 그동안, 너희들에 게 너무 잘못하고 있었다.”
“자, 잠시만. 사람이 갑자기 바뀌 면……
“이런다고 쉽게 사과를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지만…… 모 두에게 꼭 말하고 싶었다. 미안하 다.”
“……죽는다던데.”
제이슨이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진지해져 버렸다.
하지만.
“……어색하네.”
“흐흐, 그러게.”
이런 세타 말키리의 사과가 그리 기분 나쁘지 않은지 동기들의 얼굴 은 묘하게 들떠 보였다.
이는, 나 역시 마찬가지.
갑자기 개과천선한 이유는 잘 모르 겠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분위기 깨서 미안하다. 그럼……
세타 말키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등을 돌리려 했고.
나는 그런 세타를 향해 물었다.
“세타.”
“방금 한 사과. 내기 때문에 한 거 냐? 아니면,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 이었냐?”
그래.
나와 세타 말키리는 분명 ‘내기’를 했다.
지는 쪽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 과할 것.
물론 이 내기에서 ‘진지한 사과’ 따위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심이다.”
세타가 한 사과는, 단순한 내기 때 문이 아닌 진심 어린 사과였고.
나는 그런 세타에게 빙긋 웃어 보 이며 말했다.
“남자답게 사과해 줘서 고맙다.”
“..어?”
“이렇게 된 거 너도 앉아. 같이 한 잔하자. 어때, 괜찮지?”
나는 동기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동기들은 옅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루인 말이 맞아! 다 잊고, 같이 한잔해!”
“그래그래! 같이 마시자. 어서 앉 아.”
“……그, 그래도 될까.”
“당연하지! 어서 받아.”
세타 말키리는 멋쩍은 얼굴로 머뭇 거리더니, 이내 술잔을 받아들었고.
나는 그런 세타 말키리를 바라보며 잔을 들어 올렸다.
“오글거리는 건배사는 하지 않을 게. 앞으로 다 같이 잘해보자.”
“건배!”
기분 좋은데.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술을 입에
머금었다.
생전 처음 마셔보는 술.
꿀꺽, 꿀꺽.
마시자마자 목구멍이 뜨겁게 달아 오른다.
우와…… 이거 뭐야 도대체.
“크아! 죽인다!”
“어때? 술맛 괜찮지?”
“이거 너무 독한데? 우에엑!”
동기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다 점점 작아졌고.
말들이 제대로 귓가에 들리지 않는 다.
우엥우엥.
엥엥엥.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후아.
크게 숨을 토해냈는데, 목구멍이 타오를 것 같다.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을 때 이런 느낌일까.
……데이먼 드래곤 키스.
확실하게 기억했다.
이 술은…….
상표만 봐도 피해야 할 술이라고.
그나저나…….
“제이스흥……
“옹‘?”
“네가 왜…… 둘로 보이냐아아
“뭔 소리야? 루인, 이거 혀 완전 풀렸네.”
정신이 희미해져 간다.
나는 점점 옅어지는 이성의 마지막 끈을 가까스로 붙잡으며 중얼거렸 다.
“홈냐앙…… 술이 무서워옹……
망했다.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망했음을 실 감했다.
어제의 일이 모두 선명하게 떠오른 다.
분명, 개과천선한 세타 말키리와 멋지게 건배를 하고.
앞으로 잘 지내볼 것을 약속한 뒤 술잔을 입에 털어냈다.
그 뒤로…….
쿠
“어제 루인 기억나냐? 흠냐아 앙…… 술이 무서워요오오옹.”
“으칵칵칵! 아이고, 배야. 완벽한 줄 알았던 루인의 약점이 술이라니. 으, 으칵칵칵!”
“이거 아직도 기절해 있네. 와, 어 떻게 한잔 마시고 그대로 뻗어 버리 냐?”
“으, 으칵칵칵! 도대체 몇 시간을 자는 거야?”
일어났거든, 이 자식들아.
하지만 부끄러워서 눈을 뜰 수가 없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제일 먼저 들 려온 소리가 바로 내 면전에서 대놓 고 나를 놀려먹는 동기 놈들이라니.
“술이 무서워 오오옹……!”
“으칵칵칵! 아이고••••••! 배야!”
뭐가 그리도 재밌을까.
이건, 내가 문제가 아니라 비정상 적으로 독한 그 술이 문제라고.
에라 모르겠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아무 렇지 않은 척 말했다.
“실컷 놀렸으면 이제 그만하지?”
“으, 으칵칵칵!”
“다 듣고 있었어! 푸헤헤헤!”
하지만, 오히려 더 크게 웃어댄다.
에라이 못된 놈들.
제이슨은 눈에 맺힌 눈물까지 닦아 내며 말했다.
“으, 으흐흐흐. 루인, 너 기억 나 냐?”
“ 뭐를?”
“어제 너랑 세타 말키리랑 둘 다 동시에 취해서는 어깨동무하고 뛰어 다닌 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난 어 제 분명 머리 박고 기절을……
“그뿐이야? 세타 말키리랑 같이 ‘우린 이제부터 친구야!’라고 소리치 면서 신나서 춤추다가 둘이 서로 이 마 박고 기절까지 했지.”
잊어버렸어야 할.
아니, 반드시 지워버렸어야 할 기
억의 조각들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 기 시작한다.
그렇게 기억의 조각들이 한 조각, 한 조각씩.
서로 겹쳐지더니.
“••••••아.”
평생 떠오르지 말았어야 할 혹역 사.
아니, 내 주사가 떠올랐다.
아,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그런 짓을.
나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았 고, 동기들은 ‘푸헤헤헤!’ 하고 더 크게 웃어댔으며.
내게 올바른 주도를 알려주겠다던 제이슨은.
“큭큭큭, 너 앞으로 술 조심해야겠 다.”
내게 술을 조심할 것을 경고해 주 었다.
아, 예.
이제라도 알려주셔서 참 고오맙습 니다.
♦ ♦ ♦
“어? 루인!”
“엇, 잘못 들어왔……
“루인! 속은 좀 괜찮냐?”
세타 말키리.
어제부로 개과천선한 세타 말키리 는, 알테인 스타디움 복도에서 나를 마주치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 다.
나는 어제 술집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세타
말키리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 는 듯했다.
아니.
아니다.
세타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 다.
단지.
“루인. 우리 오늘부터 친구지?”
부끄러움을 모를 뿐이다.
“하, 하하…… 그렇지.”
“좋아. 친구가 되었으니까. 오늘부
터 꼴카데미라고 부르는 놈들 있으 면 내가 싹 흔내줄게.”
“어, 어어……. 고맙다. 하하……
“그래서 말인데 루인. 어제 보니까 너도 체술에 관심이 있는 것 같던 데. 오요타가 체술이 유명하잖아. 언 제 한번 나와 체술에 대한 이야기를 좀……
“그, 그으래. 나아중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황급히 자리 를 피했고.
세타 말키리는 ‘친구야! 이따 보 자!’ 며 이리저리 손을 흔들어댔다.
그래.
저 자식, 오요타 출신이었지.
오요타는 척박한 모래 왕국으로, 본디 마법보다는 강인한 체술과 지 독할 만큼 끈질긴 검술로 유명세를 떨쳤던 곳.
분명, 무(武)에 대한 숭상이 있는 곳이고.
어제 나에게 맞고 없던 존경심이 생긴 모양이다.
이는, 비단 오요타뿐만은 아니었다.
“반갑다. 난 프렐리아 신성 마법학 교의 딜리언.”
“너, 어제 되게 강하더라? 세타 말 키리, 그 덩치 녀석을 한 방에 날려 버리다니. 어떻게 한 거야? 무슨 마 법이지?”
어제 경기를 보고 호감 반, 호기심 반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내가 원했던 대로.
저들에게 ‘맛있는 먹잇감’이 되었 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경고’까지 한 것이다.
우습게 보다가는 제대로 다칠 거라 고.
들리는 이야기로는 나와의 맞대결 을 꺼린다는 팀들도 등장했다고 하 니…….
내가 원하던 바는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이런 경고의 효과는 단순히 ‘학생’ 들에게만 미치지는 않았다.
하이델 교수님.
그가 내게 다가와서는, 한마디 하 셨으니까.
“루인, 사고를 제대로 쳤구나.”
“제가 또 사고를 쳤던가요?”
“몰랐니? 너는 언제나 사고와 화제 를 몰고 다니지.”
“음…… 갑자기 겁나는데요. 무슨 일인데요?”
“염왕이 자네를 보고 싶어 한다더 군.”
염왕 테론.
아무래도, 마법사의 왕에게 ‘루인 아르델’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각인 시킨 모양이다.
물론,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것 은 예상했지만.
내 예상보다 더 빠르다.
“그 염왕이라는 분. 생각보다 호기 심이 많으신가 봐요. 이제 막 1경기 치렀을 뿐인데.”
“학장님이 걱정하시더구나. 능글능 글한 가면을 쓴 위험한 사람이라 고.”
“명심할게요.”
일반적으로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 는 사람은 다루기 쉽다.
하지만, 염왕 테론처럼 가면을 쓰 고 본심을 숨긴 사람은 위험하다.
언제 발톱을 드러낼지 모르기 때문
이다.
그 발톱이 내게 호의적일지.
아니면 적대적일지 모르는 상황에 서는 더더욱.
나는 알테인 스타디움 상공에 떠 있는 주최룸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 올라가면 되나요?”
“시간은 오늘 경기가 끝나는 대로 알려주마.”
“알겠습니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라…….
나는 몸을 풀고 있는 동기들을 바 라보며 말했다.
“오늘, 반드시 이겨야겠다.”
“응? 당연하지. 근데 갑자기 왜?”
“오늘 경기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 신 분이 등장했거든.”
“특별한 관심을 가진 분? 누구?”
“염왕.”
“여, 염왕 테론? 마법사의 왕이 우 리를 지켜본다고?”
“ 대에박!”
오늘 경기.
학생대표를 포함한 총 9명의 학생 이 선발되어 참가하는 단체전 경기.
《애로우 볼》
이는 비교적 심플한 룰을 가지고 있다.
팀당 출전하는 9명이 각각 공격수, 수비수, 수문장.
3개의 플레이 포지션으로 나뉘어, 상대 팀 골대에 애로우 볼을 더 많 이 집어넣으면 되는 간단한 경기니 까.
하지만, 여기에는 변수가 존재한다.
애로우 볼.
이는, 넉백 효과를 내는 거대한 화 살로.
시종일관 날아다니며 양팀의 수비 수들을 괴롭히는, 어디로 튈지 모르 는 살아 있는 화살이기 때문이다.
즉, 수비수들은 상대팀의 공격과 더불어 이리저리 날뛰는 애로우 볼 을 함께 방어해야만 한다.
이런 애로우 볼 때문에 본 경기에 서는 고도의 전략이 요구된다.
보호 마법을 어느 타이밍에 쓸 것 인지.
군중 제어 마법을 얼마나 효과적으 로 사용하여 상대 팀 수비수의 발을 묶을 것인지.
애로우 볼을 어떻게 포획하여 적의 골대에 넣을 것인지.
_드_드.
J 心 ‘-0
“루인. 오늘 우리 작전은 뭐야?”
“작전?”
나는.
찌르르르-
찌르르-
이리저리 허공을 날아다니는 애로 우 볼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저 애로우 볼을 잡고, 골대 로 뛸 거야.”
작전명.
버틸 수 있으면 버텨보시지.
그냥, 닥치는 대로 들이받아 버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