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49)
올 힘 마법사 049화
늦은 새벽에 시작된 전투는, 아침 동이 완벽히 떠올랐을 때 끝이 났 다.
결과는 완승.
“전부 다 달아난 거 맞지?”
“응. 그런 것 같아.”
“어휴, 이 자식들. 끝까지 도망쳐 버렸네.”
우리 팀의 피해는 없었고, 15인 그 룹은 완벽하게 붕괴되었다.
딜리언 말켄과 체르키.
2명을 제외한 9명의 마법사가 모 두 탈락했으니까.
“그럼 이제 몇 명 남은 거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10명 내외일 거야.”
흐릿하던 경기 판도에 윤곽이 나타 나기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된 지 꼬박 24시간 만 에, 20명 이상이 탈락했다.
내 예상이 맞다면, 현재 생존 인원 은 대략 10명 남짓.
딜리언 말켄과 체르키는 간신히 포 위망을 돌파하여 추격을 따돌리고는 어디론가 숨어 들어갔다.
우리와 함께 싸웠던 생존자 3명도, 자신들에게 관심이 소홀해진 틈을 타 어디론가 사라졌다.
둠 프라임도 마찬가지.
사냥이 종결되자, 그는 특별한 말 없이 다시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내게 했던 말처럼, 당장 결판을 낼
생각은 아닌 듯했다.
“……하여튼 제멋대로인 자식이라 니까.”
“응? 뭐라고?”
“아냐. 아무것도.”
“끄어어어…… 피곤하다! 다리 쭉 뻗고 자고 싶네.”
세타 말키리는 바닥에 그대로 벌러 덩 드러누워 보였고, 아이린 프리우 스도 꽤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 다.
주변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폭풍이 휘몰아치고 난 뒤의 고요함
이 이런 걸까.
아마 오늘 오전까지는 이런 소강상 태가 계속될 것이다.
이럴 때는, 조금 쉬어둬야지.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말했 다.
“옷차!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리 도 어디 들어가서 좀 쉬죠. 잠도 좀 자고, 고기도 좀 구워 먹고.”
“뭐? 고기?”
‘고기’라는 단어에 세타가 급격히 반응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정말? 진짜지?”
“그럼. 당연하지.”
“세타, 얼마나 걸려?”
“이제 거의 다 끝났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치이이이익—
고기와 이별한 지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고기 굽는 소리가 반가운 걸까.
배에서는 벌써 밥 달라고 아우성이 고.
눈은 세타가 뒤집는 고깃덩어리에 고정되어 있고.
입은 습관처럼 세타 말키리를 찾았 다.
“세타. 아직이야?”
“아, 거참! 거의 끝났다니까 그러 네.”
“끙……. 냄새를 맡으니 참을 수가 있어야지.”
“고기 냄새 퍼져나간다고 먹지 말 자고 할 때는 언제고……. 자꾸 방
해하지 말고 할 일 없으면 가서 물 이나 좀 떠와라.”
“……알았어.”
네네.
주방보조는 주방장이 하라는 대로 해야지요.
우리는 섬의 서쪽에서 벗어나 섬 중심으로 조금 이동해 왔다.
중심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B 거점’이라는 곳인데, 거점 주변을 빼곡히 둘러싼 울창한 나무 들과 거점 바로 앞에는 흐르는 시냇 물 덕분에 휴식에는 안성맞춤인 곳 이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이곳에 사 람이 머물던 흔적은 있었지만 모두 탈락한 듯 인기척은 없었다.
그래서 아예 눌러앉아 버렸다.
거점에 도착하자마자, 세타 말키리 는 늦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준비 했고.
나는 잡일을 담당했다.
사흘 밤을 꼬박 세어도 멀쩡하다던 아이린 프리우스는.
“……깨워야겠지?”
“먹을 음식은 따로 빼놓고. 지금은 좀 쉬게 두자.”
“음…… 그게 좋겠다.”
거점에 도착하자마자 소파에 드러 누워 잠이 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셋 중에서 가 장 피곤했을 것이다.
불침번 교대를 위해 1시간은 잤던 우리와 다르게, 그녀는 조금도 자지 못했으니까.
“자! 그럼 우리 먼저 먹자고!”
“그럼, 잘 먹겠습니다!”
나는 아이린 프리우스가 먹을 음식 을 조금 빼두고 세타가 구워준 고기 를 입에 머금었다.
앙.
“우물우물……. 오! 맛있어!”
특별한 소스나 다양한 재료 따윈 필요 없었다.
배고픔과 소금 하나만 있으면, 일 류 주방장이 만든 스테이크 요리만 큼이나 맛있으니까.
우리는 순식간에 고기 두 덩어리를 해치웠고, 부른 배를 부여잡고 드러 누웠다.
“하아……. 배부르다.”
“그러게 말이다. 경기고 뭐고 이대 로 잠들어버리고 싶네.”
“가서 눈 좀 붙여둬. 나중에 또 싸 워야 할 텐데.”
“음, 그럴까. 루인 너는? 안 피곤 해?”
“나는 이따 자지 뭐. 괜찮으니까 먼저 자라.”
“알았어. 그럼 이따 깨워.”
세타 말키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고는 침대 방향을 향해 걸어가더 니,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그러곤, 뒤를 돌아보며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루인.”
“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었는 데……. 고맙다. 같이 팀 해줘서.”
“애초에 내 목표는 이렇게 높지 않 았거든. 그런데 네 덕분에 최종 10 명까지 남아보기도 하고. 아주 영광 이다.”
“야. 오글거리니까 이제 그만……
“홈홈……. 그럴까. 그럼 진짜 자러 간다.”
세타 역시, 이런 말이 익숙하지 않 은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방으로 들
어 갔고.
나는 팔뚝에 돋아난 닭살과는 별개 로 웃음이 번지고 말았다.
“……짜식. 귀엽네.”
저 우락부락한 얼굴에게서 사춘기 소녀 같은 고백을 듣게 될 줄이야.
그래도 뭐, 그리 나쁘지는 않다.
딱 하나만 빼고.
“드르렁-! 푸우우우우-! 드르렁-! 푸우우우-!”
세타 말키리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거점이 떠나가라 코를 골아대기 시 작했고.
나는 이 소음을 피해 거점 앞마당 으로 나왔다.
그러곤, 지친 몸을 풀어주며 스트 레칭을 시작했다.
“후우……. 그럼 오랜만에 퀘스트 를 해보실까.”
몰려오는 잠도 깰 겸, 소화도 시킬 겸.
어제오늘 하지 못한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다.
발차기.
돌려차기.
주먹 지르기.
구보는, 거점 근처를 빙빙 도는 것 으로 대신했다.
그렇게 퀘스트를 끝내고 시원한 물 로 목을 축이고 있을 때, 거점의 문 이 끼이익 열렸다.
아이린 프리우스였다.
“일어나셨어요?”
“아, 네.”
그녀는 땀으로 흠뻑 젖은 내 몰골 을 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 다.
“……설마, 운동하신 건가요?”
“네. 몸이 근질근질해서요.”
“새벽에 그렇게 싸우고요?”
음,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변명인 걸.
나는 대답 대신 가볍게 웃으며 따 로 빼놓은 음식 접시를 가리켰다.
“드세요. 따로 빼뒀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저는 좀 씻고 올게요.”
나는 시냇물에서 땀으로 젖은 몸을 간단히 씻어내고 거점 안으로 들어 갔다.
아이린은 고깃덩어리를 입에 물고 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 맛있죠?”
“아, 네. 아까는 말도 없이 저 혼 자 먼저 잠들었네요. 죄송해요.”
“제일 피곤하셨을 테니까요. 그리 고, 덕분에 이제 저도 좀 쉴 수 있 는데요. 괜찮죠?”
“아, 그럼요.”
나는 방으로 들어가는 대신, 거실 의 소파를 선택했다.
방에서는 여전히.
“드르렁! 푸우우우-! 커어어어엉-! 푸우우우-!”
세타가 숨넘어갈 둣 코를 골아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커어어어엉’이라니.
조금 걱정되는 정도인걸.
“세타 말이에요. 의료실에 데리고 갈 필요는 없겠죠?”
“푸흡.”
내가 가볍게 농담을 던지자 아이린 프리우스가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옆에서 주무시려면 시끄러우시겠 어요.”
“네. 그래서 여기서 자려고요.”
“탁월한 선택이네요.”
“차 드실래요? 아까 운동하면서 보 이는 허브잎 좀 따왔는데.”
“좋죠.”
나는 뜨거운 물을 끓여, 따온 허브 잎을 가지런히 담은 찻잔에 따라 부 었다.
“음……. 맛은 없네요.”
“그래도 제대로 쉬는 기분이라 좋 은데요.”
특별한 맛은 없었지만.
아이린의 말처럼, 따뜻한 차는 터 질 듯 팽창되어있던 몸을 노곤 노곤 하게 풀어주었다.
그렇게 서로가 말없이 찻잔을 홀짝 이던 그때.
아이린이 내게 물어왔다.
“그런데요, 루인.”
“네.”
“평소에도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
는데……. 혹시 실례되는 질문이라 생각되시면 대답안 하셔도 되고요.”
“말씀해보세요.”
“졸업하시면, 어떻게 하실 건가 요?”
졸업이라…….
조금 뜻밖의 질문이다.
우리는 평소 대회나 전략 같은 ‘공 적’인 대화밖에 나누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장난스럽게 되물었다.
“그게 왜 궁금하신데요?”
“그냥 개인적인 궁금증이에요. 워 낙 행보가 독특하셔서……. 평범한
길을 걷지는 않으실 것 같달까.”
여기 모인 32명의 학생들.
이들은, 이번 대회의 순위를 떠나 모두가 인정받는 엘리트들이다.
여기서는 경쟁을 하지만.
졸업하는 순간부터는 ‘공생’을 한 다.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영지의 기사단이나, 황제의 제국군 에 들어가 국가를 수호하거나.
마법사의 탑에 소속되거나.
오직 마법사들을 위한 특별한 단체 에 소속되어 돈을 벌기도 한다.
이것들이 ‘일반적인’ 행보.
그렇다면, 나는?
“잘 모르겠어요. 생각을 안 해봤거 든요.”
“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작년까 지만 해도 낙제생이었거든요. 마법 사가 될 수 없는 최악의 낙제생. 미 래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없었죠. 어떤 마법사가 될까? 보다는, 나는 마법사가 될 수 있을까만 고민했으 니까요.”
“……죄송해요. 괜한 걸 물어서.”
“아니에요.”
겉은 웃고 있었지만, 왠지 서글퍼 지는 말이다.
스스로에게 낙제생이라니.
나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웃 으며 말했다.
“아마 이번 대회를 끝내고, 학교로 돌아가면 하고 싶은 게 생기지 않을 까요?”
“그럴 거예요. 루인 님은 작년과는 다르게 많은 것이 달라지셨으니까 요.”
“그러는 아이런 님은요?”
“ 저요?”
“네. 어떤 마법사가 되시고 싶으세 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에이, 거짓말.”
“정말이에요. 저는 단 한 번도 어 떤 마법사가 되어야겠다는 확신을 가진 적이 없어요. 항상 주변에서 말할 뿐이었죠. 아이린. 너는 반드시 위대한 마법사가 되어야 해. 라고.”
아이린 프리우스.
그녀는 장난스러운 연기와 함께 차 를 홀짝였다.
그러고는.
“그래서 말인데요, 루인.”
“네.”
조금은 진지한 얼굴로 내게 말했 다.
이 역시, 아주 뜻밖의 제안이었다.
“둠 프라임과는 제가 먼저 싸워보 고 싶어요.”
“그래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어떤 마법사가 되고 싶을지에
대한 확신을요.”
둠 프라임과의 싸움.
이는, 만년 2둥인 아이린 프리우스 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고 해결 해야만 하는 숙제였다.
나는 이런 아이린의 욕심을 존중한 다.
누구에게나.
매듭짓지 않으면 안 될 문제가 하 나쯤은 있기 마련이니까.
나는 아이린 프리우스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네. 그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