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50)
올 힘 마법사 050화
나는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을 걷어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어느덧 해 가 어둑어둑 지고 있었다.
“어? 루인. 일어났냐?”
“무슨 일 없었어?”
곁에 있던 세타는, 돼지고기를 얇 게 다져 불에 구워낸 훈제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웅. 쥐 죽은 듯 조용해. 다들 눈
치만 보고 있나 봐. 먹을래?”
이 녀석.
못하는 요리가 없네.
나는 육포 하나를 받아들고는 물었 다.
“아이 린은?”
“저기. 아까부터 저러고 있네.”
아이린은 밖에서 어딘가를 주시하 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린에게 다가갔다.
“뭐 하세요?”
“아, 일어나셨네요.”
아이린은 섬의 서쪽.
그러니까, 옥죄어오는 결계를 바라 보고 있었다.
“결계가 좁아지는 시간이 점점 줄 어들고 있어요. 제 예상대로라면 아 마 오늘 밤이면 이곳도 결계에 갇히 게 될 거에요. 빠르면 1시간 이내로 이동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군요.”
꽤 안전하면서도 편안한 거점이었 는데.
또다시 위험한 밖으로 나가야 한 다.
서쪽에서 떠나며 꽤 멀어진 듯 보 였던 결계는,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 와 있었기 때문이다.
끝이 보이지 않던 결계의 좌우 폭 이 미세하게 꺾여 보이는 것으로 보 아서, 이제는 정말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고 있다.
나는 지도를 펼쳐 들었다.
“그럼 오늘 밤에도 안전한 거점은 단 두 곳이네요. 중심마올과 A 거 점.”
“네.”
“중심마을에 딜리언 말켄과 체르키 2명이 숨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 곳을 빼앗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 요.”
“하지만 혼전을 틈타 둠 프라임이 기습한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요.”
“네. 그렇다면 결국 이들이 나오거 나 싸움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데. 이러면 결계 때문에 저희가 위험해져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나와 아이린이 앞으로의 전략에 대
해 고민하자, 세타가 다가오며 말했 다.
“뭐야, 나 빼고 회의하고 있는 거 야?”
“세타. 무슨 좋은 생각 있어?”
세타는, 뭘 고민하냐는 듯 말했다.
“그냥 들이박아 버려.”
무작정 들이박아 버리기.
단순 무식해 보이는 세타의 의견에 아이린 프리우스가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아니요. 10명 남았어요. 이런 상
황에서 괜히 눈에 띌 필요는 없어 요. 신중해져야 한다고요.”
“뭐, 그건 그렇지만……
그때, 머릿속에 스파크가 튀었다.
들이박아 버린다?
“잠시만요. 어쩌면 괜찮은 생각 같 아요.”
“ 네?”
이거 어쩌면 괜찮은 방법일지도.
누구를 먼저 들이박아 버리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10명이 남았어요. 이제부터는 순 위가 한 계단씩 올라갈 때마다 엄청
난 점수를 획득하게 되죠. 아이린 님 의견처럼 모두가 조심스러워할 겁니다. 더군다나, 오늘 새벽에 저희 가 ‘소란’을 일으켜 적들을 의도적 으로 유인했으니. 어지간한 소란에 는 꿈쩍도 안 할 가능성이 높아요. 지금까지 조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모두가 버티고만 있죠.”
“그래서요?”
“그렇다면, 소란에 반응할 쪽을 먼 저 공격하면 됩니다.”
소란에 반응할 쪽.
둠 프라임.
이번 경기에서 기습과 게릴라로만
일관해 왔던 ‘둠 프라임’을 등 뒤에 남겨두게 되면 위험하다.
하지만, 오히려 둠 프라임을 공격 하게 된다면?
“둠 프라임이라면 실력에 자신이 있으니 소란에 반응하며 나타날 겁 니다. 하지만 딜리언 말켄과 체르키. 그리고 다른 생존자 3명. 이들이 과 연 우리를 공격해 올까요? 생존 순 위를 한 단계라도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인 이런 상황에서?”
저들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딜리언 말켄은 든든하던 15인 그 룹이라는 팀을 모두 잃었고.
생존자 3명 연합은, 이 중에서 가 장 약체들이다.
차라리 저들끼리 박 터지게 싸우다 자멸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이득 인 상황.
이를 계산한 아이린 프리우스도 그 럴듯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네 요. 하지만 둠 프라임은 어디서 찾 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마 ‘A 거점’에 있을 겁니다. 결 계로부터 안전하고. 또 중심마을에 서도 비교적 가까이 있어 정찰에 용
이하죠. 아마 처음부터 둠은 여기 있었을 겁니다.”
“거기 없다면요?”
음,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죠.”
우리 셋은, 빠르게 짐을 싸고 이동 을 시작했다.
A 거점 인근까지 이동하는 일은 특별히 어렵지 않았다.
남은 인원들이 어디에 숨어 있을지 대략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단거리로 이동한 결과, 날이 어 둑어둑해지기 전에 A 거점 인근의 비교적 안전한 지점에 짐을 풀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여기 잠시 기다리시겠어요? 혼자 다녀올 곳이 있어서요.”
나 혼자 움직인다.
그러자 아이린이 내 손목을 붙잡으
며 물었다.
“혼자 가시게요? 어쩌시려고요?”
“보고 올게요. 거점에 누가 있는지 만.”
“네? 하지만 거점 안에 있는 사람 을 도대체 어떻게 확인한다는……
“잊으셨어요? 저 엄청 수상한 사람 인 거?”
내가 싱긋 웃어 보이자, 아이린은 못 말린다는 듯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사람이네요.”
“후후, 그럼요. 양파 같은 남자죠.”
“계속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실 건가요?”
“아마도요. 그럼 다녀올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A 거점을 향해 이동했다.
그러곤, 오랜만에 내 유일한 ‘파트 너’를 불러냈다.
“스트랑.”
“왜?”
“미니맵을 보여줘.”
그래.
500m 반경을 보여주는 ‘플레이어’ 의 능력.
미니맵.
이를 이용한다면, 거점 안에 누가 있는지는 알아낼 수 없지만.
거점 안에 몇 명이 있는지는 알아 낼 수 있다.
“그러지 뭐.”
3명이 남았다면, 다른 생존자들.
2명이 남았다면, 딜리언 말켄과 체 르키.
만약 1명이 남았다면, 둠 프라임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내 시야에 번쩍하면서 나 타난 미니맵은, 내게 ‘정답’을 알려 주었다.
“……하나네.”
미니맵에 찍힌 점은 단 하나.
그렇다면, 둠 프라임이다.
나는 주저 없이 A 거점을 향해 몸 을 날렸다.
둠 프라임의 마법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지만, 특별히 걱정하지는 않 았다.
오히려 내가 먼저 입을 열었으니
까.
“야! 둠! 어서 나와라!”
내가 소리치자, 거점 안에서 작은 인기척이 들려왔다.
스르릉-
그것은, 서슬 퍼렇게 울려 퍼지는 발검의 소리였고.
덜커덕!
내가 문고리를 붙잡자, 푸슛! 나무 문을 꿰뚫고 날카로운 검날이 튀어 나왔다.
“……너는 인사로 칼부터 뽑아 드
냐‘?”
나는 그와 동시에
쾅
거점 입구를 터뜨려 버렸다.
격하게 인사하겠다면, 나 역시 마 찬가지.
스스스슷 I
폭발과 동시에 떨어져 나간 거점 입구에는, 광휘의 검을 회수한 둠 프라임이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 다.
“우리가 반갑게 인사할 사이는 아
니니까.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짐작하는 거야 쉽지.”
“아니. 너는 짐작이 아니라 ‘확신’ 하고 있었는데.”
“이러쿵저러쿵 말 되게 많네. 잠은 좀 푹 잤냐? 따라와라.”
내가 손짓하자, 둠 프라임이 잠시 침묵하더니 나를 따라 이동했다.
둠을 데려간 곳.
그곳은.
“……둠 프라임?”
우리 ‘팀’이 있는 곳이다.
난데없는 둠의 등장에 세타 말키리 가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루, 루인! 설마 둠 프라임에게 붙 잡힌 거냐!”
“붙잡히긴 무슨……. 데려온 거다.”
“데, 데려와? 저 녀석을 왜? 몰래 가서 기습했어야지!”
“애초에 기습하려고 온 거 아니 야.”
내 시선이 아이린 프리우스에게 닿 았다.
그녀는 꽤 단단한 눈으로 내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둠 프라임을 향해 말했다.
“네 상대는 내가 아니라. 아이린 프리우스 양이야.”
그러자 둠이 의아한 듯 아이린에 게 물었다.
“아이린 프리우스. 너는 내 적수 가 못 될 텐데.”
“네. 그럴지도 모르죠.”
“지금 탈락하면 염왕께서 실망하실 거다.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버텨서
순위를 높이는 것이……
“이번 대회에서 제 목표는 그게 아 니거든요.”
“당신을 꺾는 것. 그게 제 목표거 든요.”
아이린 프리우스의 목표.
대회 우승보다 더 간절한, 그녀의 개인적인 숙제.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눈 으로 영창을 준비했고.
“별수 없군.”
둠 프라임의 손이 손잡이에 닿았
그러곤, 순식간에 검을 뽑아 들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아이린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세상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 다.
이 선택의 결과에 따라, 무수히 많 은 것들이 바뀐다.
약자가 승자가 되기도 하고.
강자가 예상치 못하게 나락으로 떨 어지기도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당장 이번 ‘서바이벌’ 경기에서도 수많은 선택지가 우리 앞에 놓여있 었고.
지금껏 옳은 선택을 해왔다고 자부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옳았을까.
“ 계속하겠는가?”
“……그럼요. 후우……. 아직 탈락 하지 않았잖아요?”
셋이서 둠 프라임을 제압할 수 있 는 선택지가 있는 상황에서도, 아이 린 프리우스는 선택했고.
나는 그 결정을 존중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렇게 탈락하고 싶다면……. 탈 락시켜 주마.”
아이린 프리우스와 둠 프라임 사이 의 실력 차는 확연하게 존재했고.
둠 프라임은, 그 실력의 차이를 ‘아티팩트’로 더욱 벌리고 있었다.
검을 든 마검사를 상대하는 것.
이는, 주먹을 쓰는 마법사만큼이나 당혹스러운 상대일 테니까.
아이린 프리우스는 분전했지만, 이 미 승부는 결정되었다.
아이린은 패배했고.
둠 프라임이 이겼다.
이런 선택을 한 아이린 프리우스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아쉬울 뿐이다.
여기서 나는 선택해야 했다.
적어도,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남아있을 때.
“결과를 알면서도 덤빈, 그 용기는
칭찬해 주마.”
“이제 끝이다.”
아이린 프리우스의 탈락을 넋 놓고 두고 볼 것이냐.
아니면, 나중에 원망을 듣더라도 지금 개입할 것이냐.
“루, 루인! 이제 어쩔 거야?”
다급한 목소리로 세타가 물었고, 나는 그런 세타에게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이린 프리우스의 싸움이 야.”
“아••••••
“하지만, 나는 팀의 ‘리더’로서 팀 원을 지켜낼 의무가 있기도 하지.”
“••••••응?”
“그러니 내 ‘싸움’이기도 해. 안 그 래?”
“그, 그렇지! 네 싸움이지!”
궤변이다.
아이린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리더라는 핑계로, 팀원의 이런 어 처구니없는 탈락을 인정하지 못하는 궤변.
하지만, 탈락하고 나면 그딴 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래서 지금. 내가 저 싸움에 끼 어들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그, 그래! 너는 리더잖아. 지금은 팀원을 구하는 데만 신경 쓰라고! 마지막에 우리 셋이 남아서 신나게 싸워보기로 약속했잖아!”
“좋아. 그러니 세타. 너는 개입하지 마. 이건 ‘리더’로서 팀원을 구해야 하는 내 의무이자, 내 선택이니까.”
“알았어.”
나는 최소한의 방패를 위해, 세타 를 끌어들였고.
세타 말키리는, 이런 내 선택을 인
정해주었다.
아이린 프리우스는 인정하지 않을 테지만.
2 대 1.
어쨌든 과반수 동의를 얻은 거 맞 지?
나는 마무리 일격을 준비하는 둠 프라임을 향해 소리쳤다.
“야! 둠 프라임!”
“나와라. 나랑 한번 붙어보자.”
아이린 프리우스가 나를 당혹스러 운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나는 애써 그녀의 시선을 외면했 다.
탈락하면, 그딴 것도 다 필요 없다 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