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52)
올 힘 마법사 052화
알테인 스타디움.
이곳은, 수만 명이라는 관객 숫자 가 무색할 만큼 쥐죽은 듯 고요했 다.
타인이 보는 세상을 공유할 수 있 는 아티팩트 ‘말레록의 거울’.
경기장 중앙에 세워진 이 아티팩트 를 통하여 모두가 숨죽인 채 ‘배틀 서바이벌’ 경기의 막바지를 지켜보 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
바로, 루인 아르델과 둠 프라임의 싸움이었다.
처음부터 이 싸움은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3 대 1의 싸움을 할 수 있는데도, 굳이 1 대 1로 싸운다고?”
“둠 프라임을 상대로 너무 무모한 것 같은데.”
첫째. 3 대 1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굳이 둠 프라임과 1대 1로 싸우려 고 들었다는 점.
그리고, 둘째.
“아냐. 아까 못 봤어? 루인 아르델 은 충분히 강하다고.”
“그렇긴 하지. 15인 그룹을 완벽히 붕괴시켜 버렸으니까.”
“잠자코 지켜나 보자고.”
이런 둠 프라임의 상대가, 공식 대 회에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이변을 써내려가고 있는 ‘루인 아르델’이라는 점.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 이번 경기 최고의 ‘빅매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라이나크 제국 연 방 소속국가, 알테인.
라이나크 출신의 둠 프라임의 홈그 라운드나 다름없는 곳이었고.
“역시! 들어본 적도 없는 녀석이 둠의 상대가 될 리가 없잖아!”
“둠! 둠! 둠! 둠!”
경기의 향방마저 둠 프라임 쪽으로 기울어져 가며, 경기장의 분위기는
‘둠 프라임’이 지배하고 있었다.
이를 보며, 이그니트 마법 아카데 미 소속 제이슨은 이를 악물었다.
“제기랄! 시끄럽네. 싸움은 아직 안 끝났다고.”
그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조건 이겨서 나타나겠다고. 우 리에게 약속했다고……
루인은 매번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왔고.
항상 그 약속을 지켜왔다.
‘꼴카데미’라는 오명을 벗겨내며
팀을 하나로 만든 루인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고.
이 견고한 믿음은.
“저, 저기 좀 봐!”
이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단 하나의 장면.
이를 끝으로, 한창 응원으로 열기 가 달아오르던 알테인 스타디움이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모두가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어라……. 지, 지금 저게……
눈을 비벼보기도 하고, 헛것을 본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이들이 고대하던 장면은 이게 아니 었으니까.
루인 아르델이 맨몸으로 ‘검’을 든 둠 프라임에게 달려들 때.
검을 피하지도 않고, 정면으로 맞 설 때.
모두가 이 싸움이 이대로 끝날 것 이라 여겼다.
헌데.
싸움은 정반대의 의미로 끝나가고 있었다.
“과, 광휘의 검이…… 부서진 거 야? 그것도 주먹으로?”
루인 아르델의 주먹 끝이 광휘의 검에 닿았을 때.
검신의 절반이 뎅강, 부러져 버린 것이다.
동시에.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이그니트 마법 아카데미 벤치에 앉 아있던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며 환호했고.
또 한 번의 기적을 기대했다.
아니.
“루인! 이제 가서 끝내 버려!”
확신했다.
♦ ♦ *
검.
공성병기.
몬스터.
심지어, ‘용족’까지도.
세계파괴자 드라카가 부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앞을 막아서는 그 모든 것을 파괴 한다.
이것이, 드라카의 싸움 방법.
그래, 이제야 알았어.
나는.
[불괴의 반지 효과가 발동합니다.] [물리 공격을 면역합니다.]나를 반으로 갈라 버릴 듯 위협하 는 광휘의 검에 정면으로 주먹을 꽂 아 넣었고.
부서진 것은 내 주먹이 아니었다.
검이었다.
광휘의 검의 검신은 ‘뎅강’ 부서지 며 둠 프라임의 어깻죽지를 긁고 날 아가.
푹!
뒤편의 나무에 처박혔다.
나만큼이나 놀란 것은 둠 프라임이 었다.
부서진 검신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 은, 검과 함께 이미 산산조각 나있 었다.
평소 감정 변화를 쉽게 드러내지 않던 그의 모습을 두고 보았을 때.
이는, 다시는 볼 수 없을 만큼 진 귀한 구경이었다.
“어, 어떻게……
얼빠진 얼굴로 부서진 자신의 ‘아 티팩트’를 바라보던 그는, 뒤늦게 자신의 검이 긁고 지나간 어깨를 부 여잡으며 신음했다.
“으윽……. 어떻게 한 거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스스로 마검사라고 불리길 원한다 지? 그런데, 마검사가 검이 없다 면……. 그것도 마검사인가?”
둠 프라임이 화들짝 놀라며 마법을 시전하려 했다.
하지만, 이 사이를 메울 ‘마검’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쏜살같이 튀어나가 둠 프라임 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빠각!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둠 프라임이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하 며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고.
나는 그의 가슴 위를 덮치며 그 어떤 움직임도 하지 못하도록 제압 했다.
“윽, 크윽……
“둠 프라임.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네게 부족한 게 뭔 줄 알아?”
나는 씨익 웃으며 주먹을 들어 올 려 보였다.
“경각심. 적수는 없다. 하늘 아래 내가 최고다라고 확신하던 그 오만 함이 패인이야.”
내 말에 둠 프라임이 얼굴을 구겼 다.
저 제멋대로인 놈의 턱에 주먹을 꽂아 넣는 일.
이를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나는 주저 없이 그의 턱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콰앙!
순식간에 흙먼지가 솟구쳐 오르며 우리를 뒤집었고, 이 흙먼지 속에서 공간의 균열이 생겨났다.
강제 텔레포트 게이트였다.
“이따, 연회장에서 보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둠 프라임 이 강제 텔레포트 되었다.
탈락이 었다.
♦ ♦ ♦
“……끄, 끝난 건가?”
세타 말키리는 자리에 풀썩 주저앉 으며 깊은숨을 토해냈다.
그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후아……. 심장이야. 질까 봐 엄청 쫄았네. 루인 너마저 졌으면 나는 꼼짝없이 졌을 거라고……
나는 둠 프라임의 잔영이 남아있는 자리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운이 좋았어. 정말 질 뻔했거든.”
그래.
운이 좋았다.
알테인 골동품점에서 이 ‘불과의 반지’를 얻지 못했다면.
그리고, 검신에 반지 끝을 적중시 켜 효과가 강제 발동되지 않았다면.
아마, 탈락한 쪽은 꼼짝없이 나였 을 것이다.
‘계속 운에 기댈 수는 없어. 기사 를 상대하는 연습도 해야겠어.’
검을 들고 있는 자를 상대한다는 것.
이는, 생각보다 훨씬 큰 위압감을 준다는 것을 느꼈다.
둠 프라임이 마법사라 ‘검기’를 다 루지 못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상대 가 기사였다면…….
어쩌면 아무것도 못 하고 졌을지도 모른다.
힘만 세지, 아직 수련이 부족하구 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혼들며 자리 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세타가 내게 다가와 물었 다.
“그보다, 루인. 상처는 괜찮아?”
상처.
광휘의 검이 부서졌기 때문일까.
내 어깨와 다리에 새겨진 검흔에 박혀 있던 ‘광휘의 흔적’은 사라진 상태였다.
붕대로 상혼을 묶어뒀으니, 임시 지혈은 되었으리라.
“웅. 괜찮은 것 같아.”
“휴……. 다행이다. 피가 안 멈추면 어쩌나 진짜 걱정했는데.”
이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나는 아이린 프리우스를 향해 시선 을 돌렸다.
그녀는 꽤 복잡한 얼굴로 나를 바 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가장 먼저 사과했다.
“미안해요. 싸움에 끼어들어서.”
그래야만 했다.
둠 프라임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아이린에게 있어 서 바이벌 생존보다 더 값진 목표였으
니까.
그런데, 내가 그녀의 뜻을 모두 져 버렸다.
“변명이라도 하자면……. 이대로 탈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 었어요. 저는…… 팀의 리더잖아요.”
“그, 그래! 맞아. 루인이 아니라 내 가 가라고 했어. 우리 셋이 마지막 까지 살아남아서 1, 2, 3등을 겨루 기로 했잖아. 이제 얼마 남지 않았 는데 이대로 포기하기도 좀……. 그, 그렇지?”
세타 말키리가 나를 지원해 주었
고.
화를 낼 것이라 예상했던 아이린 프리우스는 이런 우리의 얼굴을 빤 히 바라보며 풉.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뭐래요? 왜 변명하고 그래 요?”
“•…”웅?”
“제가 원한 싸움이었지만, 이건 여 러분들의 싸움이었기도 했어요. 사 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 라. 여러분들이죠.”
아이린은 웃음기를 지우고,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제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팀이 위 기에 빠질 뻔했어요. 죄송합니다.”
나와 세타 말키리는 서로를 바라보 았다.
내 표정이 딱 저럴까.
어라, 예상한 반응은 이게 아닌데.
아이린 프리우스는 나를 향해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감사해요. 도와주셔서. 솔 직히…… 조금 무서웠거든요.”
“아, 아뇨.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요…….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목표 를 달성하지 못하셔서 어쩌죠.”
내 질문에 아이린은 쿨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그 목표. 방금 사라 졌으니까.”
“네?”
“목표가 바뀌었거든요. 둠 프라임 이 아니라, 이젠 루인 님이 제 목표 예요.”
뭐야, 이 여자.
“이번 대회에서는 아무래도 힘들겠
죠.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아요. 대회가 끝나도. 각자 학교로 돌아가 졸업해도. 저는 계속 루인 님을 쫓 을 겁니다.”
동 나잇대 최고가 되는 목표.
이게 그녀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 는 원동력일까.
나는 그녀에게 장난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음……. 쉽지 않으실 텐데요.”
“그렇겠죠. 방금 전의 싸움을 보고,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는 이미 했 어요.”
“평생 제 둥 뒤만 쫓게 되실지도 몰라요. 아이린 님이 이만큼 다가오 면, 저는 저만큼 달아나 버릴 거거 든요.”
“저, 달리기 잘해요. 모르셨어요‘?”
“푸흡.”
웃음이 난다.
왤까.
아이린 프리우스는 분명 내게 도전 장을 던졌는데, 왜 내 가슴이 뛰는 거지?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기대하세요. 언젠가는 반드시 당
신을 넘어설 테니까.”
아마, 이번 대회가 끝나더라도 그 녀와의 인연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이는, 비단 아이린 프리우스뿐만이 아니라 세타 말키리도 마찬가지다.
“이제 대회도 얼마 안 남았네. 이 번 경기 끝나면 대회의 막바지니 까.”
“맞아. 경기의 끝이 보인다.”
“슬슬 다 경기를 끝내고, 우리 셋 이서 진검승부 해야지?”
“세타 씨. 정말 우리 상대가 된다 고 생각해요?”
“아, 그놈의 세타 씨. 세타 씨. 아 직도 내가 어려운 거야? 왜 자꾸 선을 긋는 건데.”
“푸흡. 알겠어요. 세타 님.”
“큭큭……. 이제 좀 낫네.”
우리 셋 사이에는 이미 목숨을 함 께 나눈 전우.
그와 비슷한 기류가 감돌고 있었 다.
이 인연의 끈이 쉽게 끊어질 것 같지는 않다.
“루인. 대회 끝나면 언제 한번 오 요타에 놀러 와.”
“그래야지.”
오요타는 체술로 유명하고.
단순한 주먹질이나 발차기가 아닌, 보다 높은 수준의 체술이 필요하다 는 것을 느꼈다.
정말, 세타 말키리를 찾아 오요타 에 들릴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손뼉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 다.
“자! 이제 쉴 만큼 쉬었으면. 슬슬
일어나자고.”
“어디 가려고?”
세타의 질문에 턱 끝으로 섬의 중 심부.
중심마을을 가리키며 말했다.
“슬슬 이 경기의 끝을 봐야 하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