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53)
올 힘 마법사 053화
둠 프라임.
경기 내내 시종일관 상대의 뒤를 노리던, 가장 위험한 적이 탈락했다.
이제, 남은 학생은 다섯.
이들은 예상대로 ‘끝까지 버티기’ 로 작정한 듯 꼭꼭 숨은 채 그림자 조차 비추질 않았고.
결국, 결계가 코앞까지 온 경기 마 지막 날이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냈 다.
“루, 루인 아르델?”
15인 그룹의 리더였던 딜리언 말 켄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놀란 토 끼 눈을 한 채로 물었다.
“뭐, 뭐야? 너희 살아 있었어?”
“무슨 의미야? 살아 있었냐니.”
“어제 엄청난 싸움이 벌어진 것 같 던데. 너희가 모두 생존했다는 것은 둠 프라임이 탈락했다는 건가……
그는, 둠 프라임이 탈락하고 우리 팀 모두가 생존했다는 사실에 놀라 워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하……. 기왕이면 둠이 이기길 바 랬는데.”
걱정했다.
1명이 탈락하고 3명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3명이 탈락하고 1명을 상대하는 것이 여러모로 나을 테니까.
그리고, 직감했을 것이다.
자신들은.
우리 팀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곁에 서 있는 아이린 프리우
스와 세타 말키리를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그럼, 이제 슬슬 결판을 내볼까 요.”
“피오타! 내가 후방을 지원할 테니 까 네가 루인을 마크해!”
“뭐? 내가 왜? 그러는 네가 하시 지.”
“단독행동하지 말고 내 지시에 따 라!”
2 : 3 : 3.
최악의 상황에서는, 5 대 3이 될지 도 모른다고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마지막은 철저한 ‘개인전’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루인을 마크하라고? 웃기고 있네. 나를 위험하게 만들어서 탈락시키고 네 순위 올리려는 속셈. 내가 모를 줄 알아?”
“뭐야?!”
“쟤들이랑 붙어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여기까지 와서 팀이 다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나중엔 싸워야 하 는 경쟁자들인데. 지금은 실리를 챙 길 때라고. 그러니까 루인을 마크하 든, 싸우다 탈락하든 너나 실컷 하 라고!”
최종 8인이 남았다.
저들에게 승산은 희박하고.
경기는 곧 종료된다.
이제는 팀보다는 개인 순위가 중요 해진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
내 옆에 있는 이 녀석보다는 늦게 탈락하자.
‘남들보다 좋은 성적’이라는 목적 으로 손잡았던 임시 동맹에 깊은 유 대감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저들의 팀워크는 경기 끝까지 유지 되지 못했고.
저들은 서로를 끝까지 믿지 못했 다.
그에 반해 우리 팀은.
“루인! 가서 얼른 끝내 버리고, 우
리끼리 결판내자고!”
단순히 좋은 성적보다는, 마지막에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살아남아 승 부를 겨룬다는 공통된 목표에 집중 했다.
모든 결과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고.
이 작은 인식의 차이는, 지대한 격 차를 만들어낸다.
5명.
우리는 뿔뿔이 흩어진 이들을 차례 로 격파해 나갔다.
한 명이 탈락하면, 두 명이 도망쳤 고.
두 명이 탈락하면, 달아날 곳은 없 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결계 때문 에 숨을 수 있는 쥐구멍조차 찾기 힘들었고.
나는 이들에게 숨돌릴 시간조차 허 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딜리언 말켄을 마지막으로, 5명이 모두 강제 텔레포트 당했고.
최종적으로 남은 사람은, 우리 세 사람이었다.
세타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으며 말 했다.
“후아……. 진짜 여기까지 올 줄이 야.”
최종 3인.
세타의 말처럼, 나 역시 어안이 벙 벙한 기분이다.
팀원 모두가 생존한 채로 끝까지 살아남는 이런 상황.
기대하기는 했지만, 확신하지는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완벽한 ‘믿음’을 바 탕으로 서로 협동하여 끝까지 살아 남았고.
“이거……. 진짜, 우리 셋이 붙게 되었네?”
“그러게 말이에요.”
이제, 진짜 ‘우승자’를 가리는 일만 남게 되었다.
나는 장난스러운 얼굴로 내 자랑스 러운 ‘팀원’들에게 물었다.
“이제 경기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 았는데……. 우리도 슬슬 시작해 볼 까요?”
“좋아요. 가능하면 오늘 그 수상한 가면을 제가 벗겨드리죠.”
아이린 프리우스는 장난스럽게 도 발했고.
세타 말키리는.
“루인. 아무리 리더였다고 해도 봐 주는 건 없어. 저번에는 내가 봐줬 는데 이번에는 절대 안 봐……
“그럼, 간다.”
“야, 야! 잠시만! 말하고 있는데!”
어쭈. 저번에는 봐줬다 이거지?
나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세타 에게 달려들었다.
♦ ♦ ♦
“건배!”
또 여기에 오게 되다니.
저번에 술에 취해 기절한 뒤로, 술 집 방향은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다 짐했건만.
그 결심이 고작 일주일 만에 무너 져 내렸다.
배틀 서바이벌이 끝나고, 알테인 선착장에 무사히 도착했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제이슨을 비롯한 내 아 카데미 동기들.
동시에.
-야야! 다들 루인 붙잡아! 잡아!
_이거 왜들 이래?
-제이슨! 잡았어!
-좋았어! 이제 끌고 가!
-우와아악! 이 자식들 갑자기 왜 이래!
……납치범들.
이들은 나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헹가래를 하며 곧장 술집으로 끌고 가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에는 거대한 맥주잔이 놓여져 있었고.
“우리 아카데미를 대표하여 저 간 악한 무리들을 당당히 무찌르고 돌 아온! 자랑스러운 루인을 위하여 건 배!”
주당 제이슨 선생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아이고, 머리야.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쏟아졌고.
“……알았어. 알았다고.”
“오예! 마시자!”
“자! 건배!”
나는 맥주잔을 들어 올렸다.
지난번, 취해서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고 기절했던 악몽이 떠올랐지 만.
다행히도 그 더럽게 독하던 ‘데이 먼 드래곤 키스’는 보이지 않았다.
음. 맥주 정도는 괜찮겠지?
“꿀꺽. 꿀꺽……
잠시만.
그러고 보니, 나 맥주를 처음 마셔 보는 거잖아.
그런데 웬걸.
어라. 이거, 꽤 괜찮은데?
시원한 청량감.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
끝 맛에서 미세하게 올라오는 적당 한 취기와 시끌벅적한 주점의 분위
기까지.
몸에 쌓여 있던 피로와 긴장감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모든 게 하나로 어우러지며 세상을 아름답게 보이게 만들어준달까.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괜찮은데?
내가 맥주 맛에 만족하며 입맛을 다시던 그때.
시커먼 그림자가 우리 테이블로 다 가왔다.
“아카데미 숙소에 없다 했더니, 여 기 있을 줄 알았다.”
“세타. 너 괜찮냐?”
“아이고. 허리야……. 좀 살살 치지 그랬냐. 허리뼈 부러지는 줄 알았 네.”
세타 말키리.
그가 내게 얻어맞은 허리를 부여잡 고 절뚝거리며 우리 테이블로 다가 오며 말했다.
“곧 있으면 아이린 프리우스도 올 거야.”
“아이 린도?”
“내가 불렀어. 그나저나 이 자식들
섭섭하네. 아무리 루인이 배틀 서바 이벌에서 ‘우승’했다고 해도 너희끼 리만 축하주 마시기 있냐? 나랑 아 이린도 불러서 같이 마셔야지. 그래 도 76시간 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는 데. 얘들아 안 그러냐?”
“당연하지! 잘했어! 잘했어! 자자! 우리 루인의 든든한 동료가 되어준 세타 말키리를 위해서도 건배!”
그래.
서바이벌은 내가 우승했다.
배틀 아일랜드에 우리 팀원 셋만 남았을 때.
나는 가장 먼저 ‘세타 말키리’를 노렸고, 마법을 피해내며 세타의 허 리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물론, 비교적 살살.
-……엌.
-야. 괜찮냐?
하지만 세타는 그 일격에 그만 기 절해 버렸고.
자연스럽게 나와 아이린 프리우스 의 일대일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린 프리우스는 이미 둠 프라임과의 싸움 때문에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고, 다음에 제대로 붙 어보길 원한다며 경기를 포기했다.
결과는, 내 승리.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2등 은 아이린 프리우스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배틀 서바이벌 2등에 빛나는 세타 말키리 님이시다 이 말이야. 으흐
아이린 프리우스가 자진 탈락한 뒤.
허리를 얻어맞고 잠시 기절해 있던 세타 말키리가 깨어나며, 그가 2등 으로 확정되었다.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는 거야?
그때, 우리 테이블로 또 한 명이 다가왔다.
“세타 씨. 아주 즐거워 보이시네 요? 저는 2등을 도둑맞은 기분이라 구요.”
“……아이 린.”
아이린 프리우스였다.
“어엇! 경기 끝났다고 또 세타 ‘씨’ 라고 부르는 거야? 정말 계속 선 그을 거야?”
“제 마음입니다만.”
“끄옹……. 너무하네. 정말.”
그녀는 처음 보는 편안한 사복 차 림이었는데, 준우승을 도둑맞았다는 말과는 다르게 상당히 즐거워 보이 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앉아도 되나요?”
“아, 네.”
그러곤 내 옆자리에 앉아 빈 맥주 잔을 들어 올렸다.
“저도 한 잔 주세요.”
“응? 술도 마실 줄 알아요?”
“그럼요. 나이가 몇 살인데.”
우린 아직 학생입니다만.
아무래도 나만 제 나잇값을 못하는 모양인걸.
어쨌든, 아이린은 가득 채워진 맥 주잔을 시원시원하게 비워냈고.
“아아……! 아이린 프리우스랑 같 은 테이블에서 술을 먹다니! 당장 죽어버려도 좋아!”
아이린의 팬을 자처하던 제이슨은
그 모습을 황홀한 듯 바라보며 난리 를 떨었고.
그 덕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즐겁다.
배틀 서바이벌이 치러지는 지난 76시간 동안.
아무 생각도 안 해도 되는 이런 가벼운 분위기가 그리웠는지도 모르 겠다.
내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드는 이 유는 또 하나 더 있다.
“지금 루인이 단독 1등이지?”
“응. 맞아. 크……. 내 친구가 대제 전에서 1등이라니! 아저씨! 여기 맥 주 한 통 더 주세요!”
이번 경기를 끝으로 순위에 지각변 동이 생겼다.
나는 더 이상 공동 1위가 아닌, ‘단독 1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둠 프라임은 ‘기습’을 통해 많은 킬 포인트를 올리며 선전했지만, 생 존 점수가 낮아서 순위가 떨어졌고.
같은 우승 후보로 불리던, 딜리언 말켄과 아이린 프리우스의 순위 역 시 나보다 낮은 상태다.
오히려 순위가 낮던 세타 말키리가
덜컥 2등올 해버려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와 버렸다.
마음이 가벼울 수밖에.
“이제 대회도 막바지니까, 유지만 잘하면 되겠다.”
그래.
개인전 성적의 가장 큰 변수이던 ‘배틀 서바이벌’도 끝났으니.
오늘을 기점으로, 대회도 어느새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1등을 이대로만 유지할 수 있다면.
‘우승도 꿈은 아니지.’
나는 활짝 웃으며 잔을 들어 올렸 다.
“자! 마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