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59)
올 힘 마법사 059화
음악이 홀을 가득 채우고.
디저트 음식들과 술이 깔렸다.
모든 이들은, 테이블과 테이블 사 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연회를 만끽 했다.
“으아-! 드디어 끝났다.”
“대회 시작 전에는 알테인이 그렇 게 오고 싶었는데. 이제는 얼른 학 교로 돌아가고 싶어졌어.”
“나도 마찬가지야.”
보름 동안 치열하게 경쟁했던 참가 자들은, 이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 고 홀가분한 얼굴로 서로 편안한 대 화를 주고받았고.
“딜리언 말켄 군. 그래서, 생각은 좀 해보았나?”
“아……. 켈폰스 공께서 전에 주셨 던 제안에 대해서라면, 아직 고민 중에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군. 아닐세. 오히려 내가 자네에게 부담을 주는 건 아닌가 싶 구만. 허허……. 그래도 혹시 다른
곳에서 뜻밖의 제안이 들어온다면, 내게도 꼭 말해주게. 우리 영지에는 자네 같은 인재가 꼭 필요하니 말이 네.”
“알겠습니다.”
훌륭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의 곁에 는, 이들을 노리는 귀족들이 항상 붙어 있었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영입을 제안하 기도 했고.
은밀하게 졸업 후의 거취를 묻기도 했다.
실력 있는 마법사는 귀하다.
그렇기에, 여기 모인 32명의 학생 대표들.
이들은 최소한의 성취는 ‘보장된’ 마법사들이니, 누구 하나라도 건져 가려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흠흠.”
내가 나타나면, 로비에 서 있던 귀 족들은 헛기침을 하며 저마다 나를 힐끔거리고는 했다.
이들의 눈빛은 노골적으로 묻고 있 었다.
‘저 녀석이 둠 프라임을 두 번이나 이겼단 말이지?’
‘아르델 가문이라……. 들어본 적 도 없는 집안인데.’
‘말이라도 걸어볼까?’
마치 진귀한 동물이라도 보듯, 대 부분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모두가 나를 주시하며, 관심을 보 였지만.
그 누구도 내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며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내 주변에 보이지 않는 ‘결 계’라도 있는 것처럼.
그 누구도 다가오지 못했다.
“……복장 때문이라니까. 으으……. 내가 억지로라도 갈아입혔어야 하는 건데.”
제이슨은, 자신이 다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모두 의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의 주인공은, 나였고.
오랜만에 취하는 편안한 휴식자리 를 ‘어중이떠중이’들로 방해받고 싶 지 않았으니까.
이런 내 예측은, 정확하게 주효했 다.
“들으셨어요?”
“네? 뭘요?”
어느새 내 옆자리에 앉은 아이린 프리우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모인 귀족들 말이에요. 다들 루인 님에게 겁을 먹고 있다고 해 요.”
“……제게요?”
“네. 말은 걸어보고 싶은데, 다들 눈치만 보고 있어요. 등장이 좀 화 려했잖아요. 엄청 깐깐한 독불장군 일 것이라나 뭐라나.”
“잘됐네요. 형식적인 인사들. 가식 적인 웃음들. 모두 귀찮기만 했는 데.”
“그래서, 일부러 그런 복장을 선택 한 건가요?”
나는 입고 있는 셔츠를 만지작거리 며 물었다.
“아이린 님이 보시기에도 그렇게 이상해 보이나요?”
그러자, 아이린 프리우스는 조금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 했다.
“아뇨. 엄청 편해 보이는데요. 저도 갈아입고 싶을 만큼.”
“푸흡.”
아이린 프리우스.
그녀는, 아름다운 데이지가 수 놓 인 하얀 드레스의 끝자락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드레스를 입어야 해서 입었지 만……. 정말 갑갑해 죽을 것 같다 구요.”
“지금이라도 갈아입지 그래요?”
“저도 그러고 싶지만. 저는 루인 님이 아니니까요. 제가 그렇게 나타 나면 사람들이 다들 욕할걸요?”
“욕 좀 먹으면 어때요? 내가 편하 면 그만이지.”
“속은 참 편하시겠어요.”
“그럼요. 후후……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그러다, 아이린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또 있어요.”
“뭐가요?”
“여기 모인 권력자들이 루인 님에 게 말을 걸지 못하고 있는 이유.”
“음?”
내게 말을 걸지 못하는 이유.
이는, 철저하게 내가 ‘주도권’을 쥐 도록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모르던.
보이지 않던,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한 사람이 루인 님을 미리 점찍었 다고 하는 얘기도 들려요.”
“……저를요? 누가요?”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사람이 점을 찍었다 는 이유만으로……. 여기 모인 모두 가 루인 님을 그림의 떡으로 보고 있다는 거죠.”
누군가 나를 점찍었다고 한다.
정작 나는 그게 누군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아주 자기들끼리 난리네요. 정작 저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곧 나타나겠죠. 아마도, 오늘 연회 가 끝나기 전까지는?”
도대체 누구야?
물론, 나를 점찍었다는 이 ‘권력자’ 가 누구인지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이 열리며, 시종이 들어와 나긋
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녁 만찬을 시작하겠습니다. 32 개 학교의 학생 대표분들은 모두 저 를 따라와 주십시오.”
염왕 테론과 32명의 학생 대표 모 두가 함께하는 저녁 식사 자리…….
아니.
“아……. 드디어 시작된 건가.”
따뜻한 저녁 식사를 빙자한, ‘대회 총평’이 시작되었다.
본 식사 자리는, 성적이 저조한 학 생들에게는 ‘단두대 위의 만찬’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아……!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 고 싶다.”
“내가 할 소리야. 난 이번 대회 꼴 찌라고……
마법사의 왕이 내리는 이 날의 평
가는 어지간하면 바뀌지 않기 때문 이다.
승자는 승자로.
패자는, 끝까지 패자로 기억되는 것이다.
물론.
“그럼, 들어갈까요.”
“네.”
내게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나는 아이린 프리우스와 함께 만찬 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들어서자마자 눈을 휘둥그 렇게 떴다.
“저게…… 식탁 하나란 말이죠?”
“네.”
“저렇게 괴이할 수가……
난생처음 보는 식탁이다.
한 번에 40여 명은 족히 앉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식탁 위에는 한 자리에서 보기 힘들 만큼 갖가지 음 식들이 풍족하게 차려져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 이 만찬 만큼은, 황제의 저녁 식사보다 더 화려할 것이다.
나는 상석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쪽에 앉으려고 했지만, 시종이 나를 막아섰다.
“루인 아르델 님 자리는 이쪽이 아 니라 저쪽입니다.”
“……자리도 정해져 있나요?”
“네. 루인 님만큼은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종이 지정 해준 자리에 가서 앉았다.
테이블의 상석.
그러니까, 염왕 테론의 바로 옆자 리다.
아무래도 우승자 특별대우인 것 같
은데.
이거, 참 특별하게 불편한걸.
그런데…….
어라?
“그런데요. 뭔가 이상하네요?”
“뭐가요?”
“왜 상석이 두 개죠?”
“ 네‘?”
그래.
염왕 테론의 자리인 테이블 가장 상석 자리에는 의자가 하나가 아닌.
두 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네요?”
이를 보자, 아이린 프리우스가 눈 올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이제껏 이런 적이 없었는데……
“혹시 다른 심사위원님이 앉으시는 걸까요?”
이를테면, 티리온 학장님같이 말이 야.
하지만 아이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 거예요. 이 자리는 오직 염 왕께서 개인적으로 주관하는 자리니
까요.”
그렇다면, 누굴까.
염왕 테론과 정확히 같은 선상에 놓인 의자의 주인은.
내가 잠시 이런 고민에 빠진 사이.
어느새 32명의 학생 대표들이 모 두 테이블에 자리했고, 밖에 나갔던 시종이 장내로 들어서며 말했다.
“오십니다.”
염왕이 온다.
이 한마디 말에, 왁자하던 장내가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어찌나 조용해졌던지.
뚜벅……. 뚜벅…….
복도를 걷는 발걸음 소리까지 선명 하게 들릴 지경이다.
발걸음 소리는, 하나가 아닌 둘.
곧 문이 열렸고, 어딘지 모르게 즐 거운 기색의 염왕 테론이 안으로 들 어 섰다.
“……다들 모였군.”
그의 등장과 동시에 열댓 명이 자 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일제히 고 개를 숙여 보였다.
“염왕이시여……
모두, 11인의 아이들이다.
그나저나 ‘염왕이시여’라니…….
내 손발이 다 쭈글쭈글해질 지경인 걸.
하지만 염왕 테론은, 11인의 아이 들의 인사에 일절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곧장 내게 다가왔다.
“이거, 자네를 볼 낯이 없군.”
“•…”예?”
“일전에 내게 말했었지. 내가 선택 한 아이들과 내가 ‘포기’했던 자네 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고.”
“네, 그랬었죠.”
“오늘로써 완벽하게 증명되었네. 내가 틀렸고, 자네가 옳았어. 이루 말할 수 없이 민망하기 짝이 없군.”
염왕 테론의 시선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둠 프라임에게 향했다.
둠 프라임은, 그런 염왕의 눈빛을 마주하자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내게 알 수 없는 적대감까지 미세 하게 뿜어냈다.
염왕 테론이 계속 말을 이었다.
“아주 인상 깊은 대회였네. 자네의 활약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어. 내가 키워낸 11명의 아이들보다, 자 네 하나가 더 낫더군.”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말의 무게는
무거워진다.
염왕 테론이 한 말은, 마법사의 왕 이 한 말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무게가 있었다.
그 말인즉슨.
‘들으라고 하는 말이군.’
오늘, 아예 대놓고 11인의 아이들 을 면박 주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 였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이런 모습……. 두 번 다시는
보여드리지 않겠습니다.”
둠 프라임이 아주 제대로 이를 갈 고 있는 듯했으니까.
‘염왕바라기’인 둠의 입장에서.
오늘의 일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치욕적인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염왕 테론은, 각오를 다지 는 둠에게 더 큰 치욕을 선사했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두 번째 기회가 존재하는 줄 알지. 하 지만 두 번은 존재하지 않아. 두 번 째 기회가 찾아오는 일. 우리는 그 걸 ‘기적’이라고 부르지.”
“……죄송합니다.”
“모두 일어나게. 손님이 오셨으니.”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었고, 우리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님’이라 했다.
그래.
만찬장 입구에는, 우스꽝스러울 정 도로 커다란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 리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는데.
“어서 들어오십시오.”
염왕 테론은, 그 남자를 향해 ‘존 대’를 사용했다.
감히.
인간을 뛰어넘은 경계의 마법사가 감히 누구에게 ‘존대’를 하겠는가.
그것도,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기 껏해야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자에게 ‘존대’라니?
이를 보자, 모두가 같은 의문을 품 었다.
‘에이, 설마
그래.
라이나크 제국의 황족이 아닌 이상 에야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때 이 의문의 남자는, 모자를 고 쳐 쓰고는 콧등을 비비며 말했다.
“이거, 몰래 왔다 가려고 했는 데……. 제가 괜히 ‘대부님’ 식사 자 리를 방해한 것이 아닌가 모르겠습 니다.”
“끌끌, 덕분에 이렇게 얼굴도 뵙고 좋지 않습니까.”
“네. 사실 그것만으로 여기 올 이 유는 충분했겠지요?”
남자는, 염왕을 향해 ‘대부님’이라 고 불렀고.
“대, 대부님이라고?”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라이나크 제국 연방에 속한 학생들 전원이 순식간에 바닥에 엎드리며 말했다.
“황태자님을 뵙습니다!”
뭐?
황태자?
그러자, 남자는 우스꽝스러운 모자 를 벗어 던지고는 말했다.
“그래……. 뭐, 이왕 다 알게 되었 으니까.”
그러곤 나를 정면으로 마주 보며 말했다.
“루인 아르델이라고 했던가.”
“•…”예?”
“이따, 나와 차나 한 잔 하지.”
내게 차를 마시자고 제의하는 남 자.
13개의 국가를 하나로 다스리는, 라이나크 제국 연방의 유일무이한 황태자.
쇼메르탄 라이나크.
차기 황제임과 동시에, 나를 ‘점’ 찍어 두었다는 권력자.
그는, 아주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거절은 거절하지.”
거절할 명분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