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60)
올 힘 마법사 060화
쇼메르탄 라이나크.
셋째라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명석 한 두뇌와 탁월한 정치력을 무기로, 형제들을 모두 연방국으로 내쫓고 유일무이한 황태자가 된 남자.
경계의 마법사 테론을 ‘대부님’으 로 모시고.
월광 기사 게겐 알테미안을 ‘스승’ 으로 두었다.
문무를 모두 지닌, 결벽에 가까운
완벽주의자라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런 그가, 나와의 ‘독대’를 원하고 있다.
“거절은 거절하지.”
왜‘?
이유는 중요치 않다.
거절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 중요하 다.
“예.”
내가 대답하자, 황태자가 만족스럽 다는 듯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였 다.
“대부님. 제 용건은 끝났으니, 이제 여기 앉아 조용히 있겠습니다.”
“그러시지요. 그럼 만찬을 시작하 지. 모두 자리에 앉게.”
갑작스러운 황태자의 등장에 당혹 스러운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고개를 돌려보자, 여기 모인 31명 학생들 모두가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라이나크 연방 제국이 자랑하는 차 세대 마법사 둠 프라임은 그야말로 넋이 나간듯한 얼굴이었다.
둠 프라임은 차마 입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눈으로 묻고 있었다.
‘황태자께서…… 왜?’
자국민인 자신이 아닌.
타국민인 나와의 독대를 원한다.
이것이 뜻하는 의미는 분명했으니 까.
저녁 만찬은 조금 불편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말 그대로 ‘대회 총평’을 하는 자 리.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리는 자 리다.
예상치 못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들은, 테론에게 기억될 것이고.
예상과 달리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 여준 이들은, 비난보다 더 무섭다는 무관심이 기다리고 있었다.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후자였고.
테론의 뜻은 분명했다.
“11명 중 그 누구도 루인 아르델 과 붙어서 이긴 적이 없다. 이다지 도 수준 차이가 난단 말인가?”
“실망스럽구나. 한없이 실망스러워. 어디 가서 내 아이들이라고 말하기 도 부끄러울 지경이군.”
내 이름을 계속 언급하여 11인의 아이들과 비교하며, 압박하고 자극 하는 것.
이 방법은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수록, 학생들 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으니까.
“쯧. 이번 대제전에서 증명된 것이 라고는……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뿐이로군.”
개천에서 난 용.
그래.
이 자리는 오직, 나를 위한 만찬이 다.
하지만.
‘……불편해.’
나 또한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직 나만이 칭찬받는 순간.
오직 우승자만을 위한 자리.
대제전을 준비하며 내가 그토록 바 라던 순간이었지만…….
왜 속 시원하지 않은 것일까?
왜 내가 불편한 것일까?
그것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학 생들의 ‘노력’이.
고작 성적표 하나로 쓸모없이 치부 되어버리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낙제생이던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나 역시, 재능이라는 벽에 가로막 혀 고통받던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그래. 루인 아르델. 대제전에서 우 승한 소감은 어떻지?”
그래서.
우승 소감을 묻는 염왕 테론의 질
문에, 불쑥 속에 있던 대답을 해버 리고 말았다.
“불편합니다.”
“……불편하다?”
“예. 제가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 과는 분명 만족스럽지만, 여기 모인 학생들이 보여준 노력이 폄하되고 제 성과가 단순한 자극제로 쓰인다 는 것이 불편합니다.”
“루인 님.”
곁에 앉아 있던 아이린 프리우스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만류하려 들 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분위기는 순식 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하지만 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 고 테론을 바라보았고.
그는 무표정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 더니, 한마디 툭 던졌다.
“자네 학장 같은 말을 하는군.”
“제가 존경하는 분이니까요.”
“티리온 이그니트. 좋은 사람이지. 마법사로서도, 교육자로서도. 그러니 마법사로서 재능이 없던 자네를 포 기하지 않고 끝까지 붙잡고 있었겠
지. 하지만 말이야.”
“세인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오직 ‘승리자’뿐일세. 나머지는 언급할 가 치도 없는 일이지.”
순간, 테론의 눈이 빛났다.
그는 마치, 나를 세뇌하기라도 하 듯 유창한 언변으로 말을 이었다.
“자네가 이뤄낸 성과가 단순한 ‘자 극제’로 쓰이는 게 싫다고 했나?”
“네.”
“하지만 그 ‘열등감’이야말로 성장 하는 데 한없이 좋은 영양분이 되었
다는 것을……. 자네가 모르지는 않 을 텐데?”
그래.
테론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열등감.
저것이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원동 력 이었고.
내게 기적을 선사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글쎄요. 제 귀에는 단순히 저에 대한 ‘적개심’만을 부추기시는 것처 럼 들리는데요.”
“뭐라?”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며 노력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것과 열등감을 강요하여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심 어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지 않나 요?”
내 ‘노력’이라는 이름의 화살촉은, 상대를 죽이기 위해 날아간 것이 아 니라.
오직 내 스스로에게 향했다.
이 둘은, 분명히 다르다.
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그리고, 저는 개천에서 나지 않았 습니다.”
“..2**
“제 고향 아르델은 작지만 아름다 운 곳이고. 제가 다니는 이그니트 마법 아카데미 역시. ‘개천’으로 폄 하될 만큼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거 든요.”
정적이 흘렀다.
순간 아차 싶을 정도로, 풋내기 주
제에 감히 마법사의 왕의 말에 토를 달았다.
그것도, 쾅!
아주 정면으로 들이받아 버렸다.
덕분에 테론의 날카로운 칼끝이 내 게 향하리라 예상했다.
만찬장 분위기는 차가워지다 못해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 예 상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깨고 불쑥 튀어나온 것은.
“으……, 음하하하핫! 이거 정말 골 때리는 녀석이네요. 감히 대부님 과 말싸움을 하려 들다니.”
“끌끌,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재 미있는 친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황태자 쇼메르탄 라이나크.
염왕 테론.
두 남자의 웃음소리였다.
특히, 황태자인 쇼메르탄은 눈망울 에 고인 눈물까지 닦아내며 배를 잡 고 웃어댔다.
“으하하핫! 아이고 배야……. 이거 너무 웃겨서 눈물까지 다 나오네요.
도대체 저런 녀석이 어디서 튀어나 온 거죠?”
“이제껏 개천에서 튀어나온 줄 알 았지만, 작고 아름다운 아르델 영지 에서 왔다고 하는군요.”
“작지만 아름다운 아르델 영지 라…….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데요? 대답 한번 걸작이네요.”
나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또 한 번 당황했다.
뭐야.
내 고향이 웃겨?
물론, 저들이 나를 보고 웃는 이유 는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대부님께서 자신 있게 추천 하셨던 이유가 있었네요.”
‘호의.’
내게 품고 있는 호의와 관심이 내 돌발적인 행동들을 ‘귀엽게’ 포장해 주는 것이다.
어쨌든, 덕분에 얼어붙었던 만찬장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고.
“•…”후우.”
곁에서 가슴 졸이며 이를 지켜보던
아이린 프리우스가 크게 숨을 뱉어 내며 말했다.
“루인 님. 설마 또 놀라게 할 것이 남았나요?”
“••••••아뇨.”
그래.
이 이상은 나도 가슴 졸여서 못하 겠다.
어쨌든 두 남자는 ‘나’를 두고 한 참을 껄껄대며 웃더니.
염왕 테론이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 다.
“자네의 우승 소감은 잘 들었네.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이야기는 자 네 학장인 티리온에게 수십 년간 지 겹게 들어왔던 교육 철학이라……. 아마 내 생각이 바뀌지는 않을 걸 세.”
애초에 테론의 생각을 바꿀 수 있 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노력보다는 결과.
2등이 아닌, 무조건적인 1등.
경계의 마법사, 염왕 테론은 그런 마법사니까.
“하지만 티리온과는 조금 다른 신 선한 맛이라, 앞으로가 기대되기는 하는군.”
대제전 우승자에게는 많은 특혜가 주어진다.
막대한 포상금.
진귀한 아티팩트.
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은 ‘학생 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임무.
이를 통해 얻게 될 명성들까지.
염왕 테론은, 나와의 시간에 대해 ‘기대된다’라는 표현을 썼다.
아마도 이는, 내 ‘능력의 비밀’에 대해 지켜본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
다.
물론, 피할 생각은 없다.
“저도 기대되네요.”
“……그렇군.”
염왕 테론은 홈족한 듯 웃어 보였 고.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 했다.
“그럼, 오늘 만찬은 여기서 끝내도 록 하지.”
♦ ♦ ♦
“오! 나온다!”
“루, 루인! 어떻게 됐어? 마법사의 왕이 뭐래?”
만찬장을 빠져나오자마자, 헹커스 와 제이슨.
내 아카데미 동기들이 내게 달라붙 었지만, 나는 이들에게 붙잡혀 있을 시간이 없었다.
“미안. 나중에 얘기하자. 지금 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만나야 할 사람? 누구?”
쇼메르탄 라이나크.
그가, 예의 그 우스꽝스러운 모자 를 푹 눌러쓴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말해줄게. 이따 보자.”
“루, 루인!”
내가 황태자에게 다가가자, 황태자 의 뒤에 서 있던 남자 두 명이 내 앞을 막아섰다.
그러곤, 아무런 무늬도 새겨져 있 지 않은 묵빛 팔찌를 불쑥 내밀며 말했다.
“착용해라.”
뭐야, 이건.
“이게 뭐죠?”
“네 서클의 마나를 봉인하는 아티 팩트다. 혹시 모를 예방 차원이니, 잔말 말고 착용해라.”
아, 그거였군.
‘밴 브레이슬멧.’
정확히 말하자면 아티팩트가 아니 라, 특수한 목적으로 대량제작되는 양산형 마도구다.
사용 목적은, 단 한 가지.
생포된 마법 중범죄자의 인도용으 로 쓰인다.
나는 밴 브레이슬렛을 받아들고 물 었다.
“저를 믿지 못하시는군요?”
“그럼 아무런 조치도 없이 황태자 님과 독대를 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 나?”
그때, 뒤에서 조용히 우리를 지켜 보던 황태자.
쇼메르탄 라이나크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만. 저 녀석은 믿을 만한 녀석
이야.”
“하지만 황태자님……
“괜찮다니까. 두 번 말하게 할래?”
황태자의 강경한 태도에, 호위기사 로 보이는 남자의 얼굴이 구겨졌다.
뭐,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은 영 꺼림칙하긴 하지만.
누군가 곤란한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겠지.
“아닙니다. 착용하겠습니다.”
나는 오른쪽 손목에 밴 브레이슬렛 을 착용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내 손목을 옥 죄어오는 기분이 들었지만.
딱, 그뿐.
‘뭐야, 맹탕이네.’
이건 내겐 소용없는 팔찌였다.
애초에 나는 ‘마나 서클’이 아닌, ‘포스 서클’로 마법을 운용하기 때 문이다.
하지만 굳이 이런 말을 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오른손목을 들어 올리며 말했 다.
“됐나요?”
“그래. 따라와라.”
나는 이들을 따라 걸었다.
황태자, 쇼메르탄 라이나크는 묘하 게 들뜬 얼굴이었다.
그는 왜 이렇게 즐거워 보이는 것 일까.
왜 나를 보자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연회장에서도 가장 비 밀스러운 방에 도착해서야 알 수 있 었다.
“루인 아르델.”
“앞으로, 나와 함께 일하도록 하 지.”
그건, 제안이었다.
아니.
“거절은 거절하마.”
명령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