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61)
올 힘 마법사 061화
재능 있는 마법사는 귀하다.
이 재능에 ‘권력’이라는 힘이 더해 진다면.
재능은 그 값어치 이상의 몫을 한 다.
그래.
대부분의 마법사가 권력과 손을 잡 는다.
어느 귀족의 영지로.
궁정 마법사로.
황제를 지키는 기사단으로.
심지어, 평생을 마법 연구에만 매 진한다는 ‘마법사의 탑’ 역시도 ‘권 력’의 일부다.
내게도 그 ‘권력’이 손을 내밀었다.
“네가 레디안 왕국으로 돌아가고 난 뒤. 신변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 으로 한 달을 주마. 졸업은 해야 할 테니…… 학교는 마병양성소로 옮길 수 있도록 조치하고, 네가 머물 거 처는 내가 마련해 주지. 아, 그리고 귀화도 생각해 두어야 할 거다. 황
태자의 최측근이 타국민일 이유는 없으니까.”
그것도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권 력’ 중 한 명이.
나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왜죠?”
‘*.2*
“저를 선택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 까?”
그러자 쇼메르탄 라이나크.
황태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루인 아르델. 앞으로 나와 대화를 할 때는, 한 가지를 명심해 두는 것 이 좋을 것이다.”
“나는 질문보다는, ‘예’라는 대답을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야.”
그는, 말 한마디만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재주가 있었다.
특별한 말을 한 것도 아니다.
내게 위협을 가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순간 움찔할 정도로 오싹
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타고난 포식자다.’
그에게는 평생을 남 위에서 군림해 온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있었고.
동시에.
“하지만 대답해 주지. 아까도 말했 지만, 나는 네가 썩 마음에 들었거 드 ”
아주 약간의 미소만으로, 굳어 있 던 분위기를 사르르 녹여 버리는 여
유로움까지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대부님이 추천하 셨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괜찮 은 마법사들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대부님 은 내게 단 한 명도 추천해 주지 않으셨거든.”
이해가 되질 않는다.
왜?
라이나크 제국은, 이미 걸출한 마 법사를 수없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가.
당장 내 나잇대의 어린 마법사들이
아니더라도.
성인 마법사들의 수준 역시, 다른 국가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 다.
그런데 그런 성인 마법사를 제쳐 두고 왜 ‘학생’을 선택한다는 말인 가?
후보를 내 동 나잇대의 마법사로 한정한다고 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는 않는다.
“제국에는, 둠 프라임이 있지 않습 니까?”
제국의 정통성 있는 귀족 출신.
11인의 아이들.
누구보다 높은 염왕에 대한 충성심 까지.
그 어떤 점들을 비교해 보아도, 둠 프라임을 제치고 ‘타국민’인 나를 추천할 이유는 없다.
내가 두 번 모두 이겼지만.
둠 프라임과 내 실력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였으니까.
하지만, 황태자는 별것 아니라는 듯 답했다.
“아, 그 친구?”
찰나의 순간.
둠 프라임을 떠올리며, 황태자가 보인 미소는.
“결국에는 너한테 졌잖아.”
“감히, 나에게 패배자 따위를 가지 라는 말인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 실증을 내 고, 새로운 장난감을 원하는 어린아 이 같아 보이기도 했다.
“둠 프라임. 들어본 적 있지. 제국 이 기대하는 훌륭한 마법사 중 한 명이지만……. 대부님은 내게 그를
추천하지 않으셨다. 이유? 내가 모 르는 다른 이유가 있을 터. 굳이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필 요도 없지. 마법에 관해 대부님의 의견은 전적이니까.”
“그게 전부입니까?”
“처음에는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이유가 하나 더 생겼거 드 ” 1— •
쇼메르탄 라이나크.
그는, 품속에서 연초를 꺼내 입에 물며 말했다.
“너의 그 배짱이 마음에 들었다. 모두가 잘 보이고 싶어 안달 나 있
는 권력들 앞에서 그딴 누더기나 걸 치고 나올 수 있는 배짱.”
누더기라니.
제이슨과 똑같은 말을 하는걸.
“또, 대부님에게 맞서 정면으로 자 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던 그 배짱. 마지막으로……
“분명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감 히 계속해서 내게 ‘질문’을 하고 있 는 그 무모한 배짱까지도.”
후우-
뱉어낸 황태자의 담배 연기가 실내 를 가득 채웠다.
딱 이 흔들리는 연기만큼이나, 내 심경도 어지러웠다.
“간혹 정치를 하다 보면, 옆에서 재미있는 말을 해줄 너 같은 녀석이 필요해질 때가 있거든.”
“제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단지, 조언입니까?”
“또 질문이군.”
황태자가 피우던 연초를 테이블 위 에 비벼끄며 말했다.
“나를 지켜라.”
“무엇으로부터 말입니까?”
“동생이 황태자가 된 것을 못마땅 해하는…… 빌어먹을 내 형들로부 터.”
“그리 긴장할 필요는 없다. 위험한 일은 없을 테니까. 내 주변에는 너 정도는 단칼에 베어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기사들이 많이 있거든. 그냥…… 지금처럼 내 무료함을 달 래주는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 군.”
이를테면, 애완동물 같은 건가.
하는 짓이 꽤 귀여워 보이고.
사람 말귀도 잘 알아들을 것 같은 영특한 녀석이니까.
데려다가 곁에 두고 싶은.
취미로 하나쯤 수집해 두고 싶은.
그런, 애완동물.
표정에서 이런 내 생각이 드러났을 까.
아니, 티를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쇼메르탄 라이나크는 사람
을 꿰뚫어 보는 눈이 정확했고.
완벽하게 내 생각을 읽어냈다.
“싫은 눈치로군.”
“……네. 맞습니다.”
“그럴 것 같아서 미리 말해두었지. 거절은 거절하겠다고.”
“제가 그래도 거절하겠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황태자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내 속을 꿰풇어 보려는 듯,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더니.
대뜸 물었다.
“나 말고 다른 제안을 받았나?”
“오늘 그 누구도 제게 다가오지 않 았습니다. 황태자께서 지시하신 일 이 아니었습니까?”
“아니면, 다 쓰러져가는 약소국에 대한 애국심 같은 건가?”
“딱히 그런 이유도 아닙니다.”
“흔치 않은 기회다. 이유가 뭐지?”
그래.
누군가 듣는다면, 굴러들어온 황금 을 냅다 걷어차 버릴 만큼 아까운
기회일 것이다.
곧 황제가 되는.
대륙 권력의 중심에 있는 황태자의 최측근이 될 수 있는 기회.
어쩌면.
나중에 오늘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 는 순간이 생길지도 모르지.
하지만.
“저는 하고 싶은 게 많아서요.”
이게 가장 큰 이유다.
황태자의 마법사가 아니라…….
그냥, ‘마법사’가 되고 싶다.
내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런.
이런 내 말이 우습게 들렸을까.
황태자는 피식, 웃어 보이더니 말 했다.
“……꽤 이성적인 줄 알았는데, 의 외로 로맨티스트였나?”
“글쎄요. 평소에 저를 딱 한 단어 로 규정지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 르겠습니다.”
“후회할 거다. 평생에 단 한 번 찾 아오기 힘든 흔치 않은 기회지.”
“네. 그럴지도 모르죠.”
쇼메르탄 라이나크.
그는, 또 다른 연초를 입에 꺼내 물며 말했다.
“오늘 대화는 없었던 일로 하지.”
나는 그런 그에게 꾸벅 고개를 숙 여 보이고는 등을 돌렸다.
그러자, 황태자가 내 등 뒤에 대고 말했다.
“루인 아르델. 사람들은 너를 이번 대제전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보석이라고 부른다지.”
“내 취미는 보석 수집이다. 이제껏 내가 갖지 못하는 보석은 없었지. 그 이유가 뭔 줄 아느냐?”
내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황태자는 연초 연기를 또 한 번 길게 뿜어내며 말했다.
“가지지 못하는 보석은, 모두 부숴 버렸거든.”
협박인가…….
하지만, 나는 그 어떤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등을 돌렸다.
그의 웃음이 유독 잔인하게 보이기 도 했고.
한편으로는, 쓸쓸하게 보이기도 했 기 때문이다.
“뭐야, 누구 만나고 온 거야?”
“응? 아무도 아니야.”
“……뭐야, 수상한데?”
나는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동시에 동기들은 내가 누굴 만나고 왔는지 집요하게 추궁하려 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황태자의 말대로 ‘없던 일’이 되었 으니까.
그 덕분에.
“너 설마…… 몰래 만나는 여자라 도 생긴 거냐!”
지나친 오해를 만들고 말았지만.
“맞네, 맞아! 그래! 너도 진정한 남자가 될 때가 되기는 했지. 흐 흐……. 상대가 누구야? 너, 설
마…… 내가 지금 떠올리고 있는 아 이린 님은 아니겠……!”
“네? 제가 뭐요?”
“으앗, 까, 깜짝이야!”
아이린 프리우스.
그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우리 쪽 으로 다가와 있었고, 제이슨은 얼굴 을 붉히며 뒷걸음질 쳤다.
“오셨어요?”
“예. 그런데 제 이야기를 하고 계 셨나 봐요?”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으음…… 수상한데요?”
아이린 프리우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만찬회장에서 황태자가 나 와의 일대일 만남을 제안했다는 사 실을 알고 있다.
아마, 그가 나를 불러낸 목적도 짐 작하고 있을 것이고.
내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가 궁금 한 것이겠지.
나는 대답 대신, 옅게 미소 지어 보였다.
‘잘한 게 맞겠지.’
그래.
황태자의 말대로 일생일대의 기회 였다.
하지만, 얻게 되는 것만큼이나 포 기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렇죠? 수상하죠? 루인 이 자식, 오늘 되게 수상하다니까요. 우리한 테 아무 말도 안 해줘.”
아카데미.
그리고, 여기 있는 내 동기들.
이뿐만이 아니라, 가장 큰 것을 포 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바로.
‘루인 아르델’.
내 삶.
아버지와 아르델 영지까지.
‘그래, 잘한 거야.’
평생 누군가의 마법사로 사느 니…….
나는 내 영지를 택할 것이다.
나는 홀가분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제이슨과 아이린을 향해 말했다.
“목마르지 않아요? 우리 시원한 거 나 마시러 갈까요?”
“시원한 거? 오! 설마…… 맥주?”
“아니.”
나는 고개를 저으며, 연회장에 마 련되어있는 ‘음료 코너’를 가리키며 말했다.
“코코바닐라.”
“표정을 보니, 이야기가 잘 안 풀 리신 모양이군요.”
“……아, 대부님.”
염왕 테론.
그는, 황태자 쇼메르탄 라이나크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은 것을 보고 상황을 짐작했다.
“그래. 뭐라고 하던가요?”
“하고 싶은 것이 많다더군요.”
“홀홀, 그 녀석답군요.”
“황금보다는 꿈. 안정보다는 모험. 권력보다는 방랑. 요즘도 그런 마법 사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은근히
협박도 해보았는데 먹히지도 않아 요.”
“간혹 있지요. 누군가의 마법사보 다는, 그저 자기 자신이 되고 싶어 하는 마법사들이.”
“대부님께서 추천하시기에, 처음에 는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 궁금했 는데. 네. 인정하겠습니다. 여러 의 미로 대단하군요.”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말씀 드렸지만, 분명 크게 될 녀석입니 다.”
염왕 테론의 질문에 쇼메르탄 라이 나크는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
다.
“루인 아르델이 제 제안을 거절할 것을 예상하시고, 제게 추천하신 것 아닙니까?”
그러자 염왕이 장난스럽게 눈을 가 늘게 떴다.
“……티가 났습니까?”
“대부님이 그 정도 예상도 하지 않 고 제게 추천하시지는 않았을 테니 까요.”
“예. 맞습니다. 저는 루인이 황태자 님의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 예상했 습니다.”
“그럼 제 대답도 예상하셨겠지요?”
“예. 황태자님께서 쉽게 포기하지 않으실 것도 예상했습니다.”
“그럼, 대답이 되었군요.”
황태자.
쇼메르탄 라이나크.
취미는, 보석 수집.
“그는 결국, 제 사람이 될 겁니다. 지금 그렇게 마음먹었거든요.”
원하는 보석은 반드시 곁에 두어야
했다.
못 가진다면, 부숴서라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