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64)
올 힘 마법사 064화
“반갑습니다. 저는 ‘맛있는 멧돼지’
입니다.”
“줄여서 ‘맛돼’라고 불러주세요.”
마법사의 탑에 살고 있는 마법사 들…
모두 제정신이 아닌 걸까.
이곳에서는 제아무리 ‘이름’을 버
리고 새로운 별명을 짓는다고 하지
도대체 이름이 ‘맛있는 멧돼지’가 뭐야?
‘길고양이’ 씨 정도면 양호한 편이 었잖아?
“탑주께서 계신 최상층까지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저기요.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되나 요?”
“네. 말씀하세요.”
“도대체 그런 이름들은 누가 짓는 건가요?”
“저희의 이름은 마탑에 들어오는 그 순간, 탑주님께서 지어주십니다.”
염왕 테론.
단순히 성격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 각했지만, 그 생각이 더더욱 확고해 졌다.
이름만으로 한 사람 인생을 망쳐 버리다니.
하지만, 이건 시작이었다.
최상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마주친 마법사들의 이름은 대부분.
‘황홀한 꾀꼬리’
‘버터 먹은 쥐’
‘푸다닥 암탉’
‘후드득 똥 덩어리’
따위의 이름임을 확인한 순간.
나는 절대 ‘마법사의 탑’ 근처에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높디높은 최상층에서 염왕 테론과 단둘이 마주하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다.
“어떤가? 마법사의 탑에 온 소감 이?”
“글쎄요.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조 금 해괴망측하달까요.”
“……마법사들의 이름을 들은 모양 이군?”
“네. 도대체 그런 이름을 지으신 이유가 뭐죠?”
“햇빛 한번 제대로 보지 않고 연구 에만 몰두하는 마법사들이네. 일상 의 소소한 재미 정도는 있어야지.”
“글쎄요. 자신의 ‘이름’. 즉,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마탑에 들어온 사람들인데……. 조금 더 신중하게 지어주시지 그러셨어요.”
“자네가 마탑에 이렇게 관심 있는 줄은 몰랐군. 혹시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가?”
“전혀요.”
“문득, 자네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 이 떠올랐는데.”
“궁금하지 않아요.”
“빼빼 마른 오우거 어떤가?”
경계의 마법사.
염왕 테론.
지상 최강의 마법사로, 인간이 구 현할 수 있는 모든 마법의 한계를 보고 있는 남자지만…….
작명 센스 하나만큼은, 정말 구리 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지은 이름이 흡족한지 흘흘 거리면서 웃어 보였 다.
“빼빼 마른 오우거라……. 딱 어울 리는군.”
아, 그러세요.
마법사의 탑에 들어오자마자 받은 이름에 대한 첫인상이 너무 강렬해 서인지.
이제야 실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 한다.
황태자의 모란궁이 화려함과 치장 에 끝장을 두었다면…….
염왕 테론의 마탑 최정상은 어두컴 컴함과 심플함의 끝이다.
어두운 방에 조명은 단 한 개.
쇼파 하나에, 테이블 하나.
테이블 위에 놓여진 잡다한 연금술
도구 몇 개를 제외한다면, 그 흔한 가구 하나 제대로 놓여 있지 않다.
물론, 이유는 있다.
“알테인에서부터 줄곧 자네와 단둘 이 대화를 나누어보고 싶었는데 ……. 그게 오늘이 되었군. 차는 뭐 로 들겠는가? 베스민과 진허브가 있 네.”
순간 공간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주 전자와 찻잔, 다도 세트가 튀어나와 서는.
조르르륵-
빙글빙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움직이며 진 허브차 두 잔을 뚝딱 만들어 내 었으니 까.
쓸데없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필 요가 없는 것이다.
그 어떤 ‘물리적인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곳.
마법사의 탑.
내 표정을 보고 재미있다는 듯 테 론이 말했다.
“놀란 얼굴이군.”
“음, 조금요. 실은 제가 아직 촌스 러운 티를 벗어내지 못했거든요.”
“……황태자께서 그런 말을 하시던 가?”
“네.”
“이해해 주게. 가지고 싶은 것은 반드시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어 린아이 같은 구석이 있으신 분이지. 악취미로 보일 수는 있겠지만, 자네 가 제국민이 된다면 누구보다 든든 한 배경이 되어주실 분이네.”
“염왕께서 저를 추천하셨다면서 요.”
“그랬지.”
“왜 저죠‘?”
염왕 테론.
그는, 느긋한 얼굴로 찻잔을 홀짝 이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가 레버다인에 머물렀으면 좋 겠으니까.”
나는 처음 염왕 테론과 만났던 자 리를 떠올렸다.
첫날부터 내 ‘능력’의 비밀에 대해 대놓고 물어왔었지.
당시에는 티리온 학장님이 막아주 셨었지만, 지금 막아줄 학장님이 곁 에 없다.
하지만 염왕은 여전히 내 ‘능력’을 궁금해하고 있다.
물론.
“글쎄요. 저는 얼른 임무를 끝내고 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 이라서요.”
호락호락하게 알려줄 생각은 추호 도 없지만 말이다.
“임무……. 그래. 임무. 길고양이에 게 들었는데, ‘수색’을 선택하려 한 다고?”
“네.”
“가장 무난한 임무는 ‘토벌’이네. 안전한 제국군들의 호위를 받으며 수행할 수 있고. 세실리아노 근방에 나타난 도적 떼들 몇몇을 섬멸하기 만 한다면, 모두가 자네를 떠받들어 주겠지. 그런데, 수색이라……
염왕 테론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곳엔 왜 가려는 거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인데?”
여기서 말하는 ‘그곳’은.
하늘산 봉우리다.
레바다인의 서쪽이자, 레디안 왕국 에서는 북쪽으로 한참을 올라가면 존재하는 황무지.
아주 오래전, 고대의 오우거들이 군락을 이루고 살았다고 전해지는 지역이지만.
현재, 오우거는 없다.
하늘산 봉우리에 살고 있던 오우거 들은 대전쟁 때 모두 죽었기 때문이 다.
생존자라고는, 우리 아카데미에 살 아있는 화석으로 존재하는 아티팩트 ‘킹 그램’이 유일한 상황.
그런데, 이곳에 살고 있는 오우거
도 없는데, 왜 이 지역이 ‘수색’ 임 무에 올라 있는 것일까?
이는, 대륙 내에서도 꽤 유명한 이 야기다.
모든 오우거들이 이 땅에서 사라진 후
하늘산 봉우리 주변은 그 어떤 마 법으로도 해제할 수 없는 모종의 결 계가 쳐졌기 때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결계.
이것이 하늘산 봉우리를 세상과 단 절시키고 있다.
오우거의 신이 노하여 지역을 성역 으로 만들었다는 가설이 유력하지
만.
그 어느 것도 알려진 바는 없다.
여기까지가 공개되어 있는 정보.
수색 임무의 목적은, 이곳에 쳐진 결계의 정체에 대해 알아오라는 것.
“이제껏 그 어떤 역사학자도, 지질 학자도. 위대한 마법사들도 해내지 못한 임무일세. 단순히 구색 맞추기 로 집어넣은 임무지. 하지만, 자네는 그걸 콕 집어 선택했네. 이유가 뭔 가? 뭐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그곳 에 가려는 거지?”
그래.
다른 이들에겐 갈 이유가 전혀 없 겠지.
단순히 척박하고 메마른 황무지일 테니까.
하지만, 염왕 테론도 모르는 정보 하나가 내게 더 있다.
바로, 세계파괴자 드라카고니아가 100년을 머무른 땅이라는 거지.
내가 이곳을 찾으려는 이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임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보려고 했었으니까.
하지만, 이 모든 이유를 곧이곧대
로 말할 필요는 없다.
“난이도가 가장 높더라고요. 그래 서 선택했습니다.”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말 을 믿으라는 건 아니겠지.”
“안 믿으셔도 좋습니다만……. 특 별한 이유, 뭐가 더 필요한가요?”
“높은 난이도. 단순한 호승심 때문 에 선택하려는 것이라면 다시 선택 하는 것이 좋을 거네. 거기에 붙어 있는 난이도 별 다섯 개는, 위험하 거나 무언가 활약할 만한 구석이 많 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거든. 오히 려 하늘산 봉우리는 안전한 땅이지.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 누구도 완수 하지 못한 미스테리함 때문에 붙은 난이도라는 말이네.”
“그래서 욕심이 생기는 겁니다.”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지만, 만 약 16세의 어린 마법사가 알아낸다 면. 그게 더 대단한 일이지 않을까 요?”
하지만 염왕은 코웃음 쳤다.
“대제전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특별 임무에서 역사상 ‘유일한 실패’를 하고 돌아올지도 모르겠지. 그 또한 자네 말대로 ‘대단한 업적’일 것이
네.”
“뭐,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염왕 테론.
그는, 내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끝까지 나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고.
내가 수색 임무를 통해 ‘하늘산 봉 우리’를 찾으려는 ‘진짜 이유’를 알 아내기 위해 집착했다.
어쩌면 이번 임무가 내 ‘능력’에 관련이 없지 않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무 선택은 제 몫이지 않나요?”
“그래, 자네 몫이지.”
어차피, 선택은 내 몫이고.
이를 번복할 의사는 없다. 수긍해야 할 쪽은, 내가 아니라.
“그럼 뜻대로 하시게.”
염 왕이다.
특별 임무가 확정되었다.
‘수색’
*하늘산 봉우리 결계 조사 및 인 근 수색.
임무 완수 기간은, 복귀 시간까지 포함해서 총 한 달.
기간을 한 달씩이나 넉넉하게 잡은 이유는, 하늘산 봉우리 인근에는 마 나 열차 환승역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고성(古城) 테시란에 서 육로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 시 간만 해도 사흘이나 걸린다.
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대 략 20일 정도.
“일단 지르긴 했는데 말이야……
나는, 내게 배정된 마법사의 탑 34 충 빈방 침대에 드러누운 채 스트랑 에게 말했다.
“하늘산 봉우리. 거기서 뭔가 얻을 수 있을까?”
“왜? 걱정돼? 아무것도 못 건질까 봐?”
스트랑이 ‘하늘산 봉우리’로 가자 고 했을 때는, 이거다 싶었다.
나 역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 으니까.
하지만, 염왕의 말도 일리는 있다.
“뭐, 걱정된다 보다는. 벌써 수백 년이나 단절되어 있던 세상인데…… 이제 와서 뭔가 발견될까 싶기도 하 고.”
나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도 실패 했던 임무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이 어려운 길 을 택해서 ‘실패’하게 되면,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비웃음을 사게 되겠지.
하지만, 잠시 흔들리던 마음은 스 트랑이 잡아주었다.
“그건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이 고.”
“ 응?”
“인간들이 인간들만의 방법으로 발 견하려 했으니, 절대 못 찾는 거라 는 말이지.”
“하지만 나도 인간인데?”
“다르지. 너는 인간의 능력 이상을 가지고 있잖아.”
인간 이상의 능력.
그리고.
“이제 그 지극히 인간적인 ‘사고방 식’만 바꾸면 되겠네. 생각해 봐. 과 연 오우거들의 성역에 들어가는 방 법은 무엇일까.”
아예 다른 사고방식.
이것이라면, 하늘산 봉우리에 닿을 수 있다.
무수히 많은 보기가 떠올랐다.
‘힘으로 결계를 부순다?’
‘숨겨진 비밀의 문을 찾는다?’
아마, 이 임무를 시도했던 모든 ‘인간’들이 시도했던 방법이리라.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방법.
뭐가 있을까?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똑똑똑.
“루인 님. 접니다. 맛돼.”
노크 소리와 함께 문 앞에서 사람 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맛돼?
그게 뭐야?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또 한 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 전에 방을 안내해드렸던 마법 사. ‘맛있는 멧돼지’입니다.”
“……아, 아! 네. 들어오세요.”
순간 뭔가 했네.
이 마탑 마법사들 이름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나는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문 을 열었다.
그곳에는, 마법사 ‘맛있는 멧돼지’ 씨가 와 ‘길고양이’ 씨가 함께 있었 다.
동물농장이 따로 없군.
“어떻게, 방은 마음에 드십니까?”
“아, 네. 그런데 어쩐 일로……
“이제 가시겠습니까? 아티팩트 룸 으로.”
아, 그래.
아직 보상이 하나 남았지.
마법사의 탑이 보관하고 있는 아티 팩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