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65)
올 힘 마법사 065화
마법사의 탑.
이곳은 레바다인에서, 아니.
프렐리아 대륙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건물이다.
180m가 넘는 아찔한 높이에 반해, 건물의 폭은 매우 좁게 지어져 있 다.
하지만,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건물 내부가 좁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이는, 마탑 건물 전체에 영구스펠 이 새겨져 있기 때문인데.
마탑 전체로 순환되는 마나와 영구 적인 마법이 만나, 단순히 눈에 보 이는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게 만든다.
바로, 지금처럼.
“여깁니다.”
나는 그저 방문을 하나 열었을 뿐 인데.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거대한 회랑
이었다.
일전에 아카데미 지하에서 보았던 아티팩트 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 다.
단순한 보물‘창고’가 아니라.
온갖 값진 무구들이 버젓이 ‘전시’ 되어 있는 회랑.
이곳은, 도대체 뭐 하는 곳이란 말 인가.
길고양이 씨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 다.
“이곳은 총 네 가지 구역으로 구분 되어 있습니다. C구역, B구역, A구 역. 그리고 마지막으로, X구역이지
요.”
총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뉜 아티팩 트 룸.
나누어진 기준은, 당연하게도 아티 팩트의 희귀 정도다.
C구역이 가장 흔하고, X구역이 가 장 귀하다.
하지만, 내가 둘러볼 수 있는 공간 은 A구역이 전부라고 했다.
“X구역은 구경도 하지 못하는 건 가요?”
“네.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그곳은 누구에게도 개방하지 않습니 다. 설령, 황제에게라도 말이죠.”
특별한 일?
뭘 말하는 걸까?
뭘 숨기고 있길래 황제에게까지 공 개하지 못한다는 거야?
“뭐, 알겠습니다.”
어쨌든, 나는 내게 주어진 구역만 을 둘러보았다.
먼저 C구역.
이곳에는 주로 마법사들에게 그리 필요하지 않은 ‘병장기’들이 주로 모여 있었는데.
가장 낮은 등급인 C구역만 하더라 도, 어지간한 귀족들의 금고보다 훨 씬 훌륭했다.
“이건, 마검이군요?”
“네. 맞습니다. 마족들과의 대전쟁 에서 취한 것들 중 상태가 좋은 것 들만 모아뒀습니다.”
어중간한 아티팩트는 걸려 있지도 않다.
둠 프라임이 쓰던 ‘광휘의 검’에 버금가는, 갖가지 마법이 걸려 있는
마검.
영구적인 경량화 마법이 걸려 있는 풀 플레이트 메일.
약간의 마나 주입만으로 가시가 돋 아나는 기이한 철제 신발까지.
보물에 그리 해박하지 않은 내가 보기에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물 건들이 다.
B구역은, 일종의 서재에 가까웠는 데 마법사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보 물들이 모여 있었다.
]
“ ‘■틴 브로네의 변신 전문화』. 분 명 사장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이 여기 있네요?”
“이걸 알아보시는군요. 100년도 더 된 책인데.”
“책 읽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시절이 있었거든 요.”
“네. 대외적인 비밀이긴 합니다만. 세간에 알려지길 사장되었거나, 역 사 속에서 잊혀진 마법서들은 대부 분 여기 B구역에 많이 보관되어 있 습니다.”
진귀한 역사서부터.
전설적인 마법서까지.
“마법사의 탑에 있으면, 이런 책은
마음껏 읽으실 수 있나요?”
“마음껏은 아니지만, 탑주님께서 열람을 허용하는 기회를 종종 주시 고는 합니다. 물론, 소장은 불가능하 지만요.”
“그건 흥미롭네요.”
그 누구도 손에 넣지 못하는 마법 서를 열람할 수 있는 것.
‘지식’을 유일하게 독점하여 휘두 르는 것은 엄청난 힘이다.
이는, 마법사의 탑만이 가지고 있 는 아주 커다란 장점이리라.
물론.
“루인 님도 관심이 있으십니까?”
“네? 전혀요.”
나는 조금도 관심 없지만.
“저는 ‘빼빼 마른 오우거’라고 불 리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거 든요.”
“탑주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인가요? 썩 잘 어울리시는데요. 역시 탑주님 은 작명에 소질이……
“……다음으로 넘어가시죠.”
이제는 제법 사적인 농담도 건네는 길고양이 씨의 안내를 받아, 나는
마지막 A구역으로 넘어갔다.
이곳은 거울부터 서랍장. 손수건, 안경, 반지, 목걸이 둥.
온갖 종류의 잡동사니며 액세서리 들로 전시되어 있었다.
무시무시한 병장기와 진귀한 마법 책들에 비해 조금 약해 보이는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여기서부터가 진짜였다.
“A구역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 네.”
“이곳에서 루인 님은 ‘선택’을 받 게 됩니다.”
“……저 아티팩트들에게 말이죠?”
“맞습니다. 비록 말은 하지 못하지 만, 나름대로 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살아 있는’ 녀석들이거든요. 훌륭한 아티팩트와 양산형 마도구를 가르는 아주 중요한 조건이죠.”
길고양이 씨는, 숨을 한번 골라내 고는 말했다.
“제 주인에게만, 반응하는 것.”
그래.
세상에 아티팩트는 무수히 많지만.
그중에서 ‘진짜’는 몇 없다.
대부분이 아무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 생산된 마도구일 뿐이니까.
하지만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이다.
진정한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쓸모없는 잡동사니일 뿐이지만.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둘도 없는 보물로 변하는 것.
아티팩트.
“그럼, 이제 찬찬히 둘러보시겠습
니까?”
“네.”
나는 길고양이 씨가 권하는 방향으 로 찬찬히 걸어갔다.
내가 가장 먼저 다가간 것은, 넝마 로 이어붙인 듯한 허접한 모양의 가 죽 보따리였다.
“악신 헬카리온이 만들어낸 물건이 지요. 보따리 안에 무한한 수납이 가능함은 물론. 그곳에 넣지 못하는 물건이 없다고 전해집니다.”
“네. 악신 헬카리온은, 이곳에 수백 명의 살아 있는 사람을 넣어 보관했 다고 하지요?”
“잘 아시는군요.”
“책만 읽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요.”
나는 웃어 보이며, 보따리를 들어 보았다.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질 않는다.
이 녀석은 아니다.
그래, 납치용 보따리 따위가 무슨 필요가 있겠어.
다음은, 작은 손거울이었다.
“말레록의 눈입니다. 거울 속에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여준다
고 하지요. 다른 이름으로 고백의 거울이라고도 불립니다.”
“네. 똑같은 것을 본 적 있습니다. 저희 아카데미에도 하나 있거든요. 이것보다 좀 더 크지만.”
“그렇군요. 제아무리 흉악한 마족 이라도 눈은 두 개였을 테니까요.”
이것도 패스.
나는 이후…… 손수건, 안경, 반지 며 목걸이들과 계속해서 접촉했다.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아 티팩트들이었고, 개중에서는 그 어 떤 날카로운 절삭력에도 절대 잘리 지 않는다는 아이언의 손수건이 가
장 마음에 들었지만.
그 어떤 아티팩트도 내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이제껏 아티팩트에게 선택받지 못 한 사람도 있었습니까?”
“있기는 있었지만…… 극히 적었습 니다. A구역에 들어올 정도의 마법 사라면, 아티팩트 한둘의 구애를 받 고도 남을 실력일 테니까요.”
그럼, 나는 뭐란 말인가.
모두에게 외면받다니…….
조금은 서글퍼지는걸.
그때, 스트랑은 A구역의 아티팩트 들을 보고 코웃음 쳤다.
“실망할 것 없어. 쓰레기들이니까. 모두.”
“••••••웅?”
“물론, 인간의 입장에서 희귀한 물 건들이기는 하겠지만, 진짜 진귀한 물건들은 따로 숨겨 놓고 있어.”
스트랑이 손을 들어 올렸다.
“바로, 저기에.”
스트랑이 가리킨 곳.
그곳은, ‘X구역’이었다.
“저기. 모르긴 몰라도…… 드래곤 이 만들어낸 물건도 하나 있는 듯한 데?”
“드래곤?”
스트랑이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응. 드래곤 특유의 수백 년은 씻 지 않은 지독한 비늘 냄새가 배어 있어.”
그런 것도 맡을 수 있는 거였냐.
뭐, 어쨌거나.
드래곤이든, 신이든.
제아무리 귀하다고 한들 ‘X구역’ 물건이다.
내게는 구경조차 허락되지 않는 공 간이고, 강제로 구경하겠다고 우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나는 X구역에서 시선을 거두고, 남은 아티팩트에 집중하려 했다.
그때 였다.
스사아아아아-!
순간, X구역 방향에서 기묘한 빛 이 뿜어져 나왔고.
다채로운 빛무리가 아티팩트 존 전 체를 휘감기 시작했다.
“이, 일어났다아아!”
동시에 이를 발견한 ‘맛있는 멧돼 지’ 씨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잔뜩 흥분한 듯 기괴한 표정으로 소리 질 렀다.
“트,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무우 우려-! 56년 만에에에에에!”
길고양이 씨가 말하길, ‘특별한 일’ 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설령, 황제라도 절대 들어가 볼 수 없다던 X구역.
그곳에서.
“이런, 이런……. 얼른 탑주님께 보 고를 드려야겠군요.”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쿤칸의 이빨이 깨어났다고.”
♦ ♦ ♦
마법사의 탑.
최상층.
권좌에 앉아 조용히 찻잔을 기울이 던 마법사의 왕, 염왕 테론의 눈썹 이 꿈틀거렸다.
“……쿤칸의 이빨이 반응했다고?”
“네.”
그의 앞에는, 마법사 길고양이가 서 있었다.
조금 전.
아티팩트 존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보고를 받던 테론이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 헛웃음 뒤에 튀어나온 말의 무게는 상당했다.
“루인 아르델……. 녀석이 차기 권 좌에 오를 재목이라는 건가?”
차기 권좌.
이는, 지금 테론이 앉아 있는 테론 의 권좌를 의미했다.
모든 마법사들의 왕이라는 의미였 고.
이 탑의 주인이라는 의미였다.
테론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단 순한 억측이 아니다.
‘X구역.’
이곳에는, 마법사의 탑에 보관되어 있는 수천 가지가 넘는 무구들 중에 서도.
아예 격이 다른 3종의 아티팩트가 보관되어 있다.
알갈의 지팡이.
모르시의 비늘.
마지막으로, 쿤칸의 이빨.
먼저 알갈의 지팡이는, 이 땅에 뿌 리를 내린 인간 최초의 마법사가 쓰 던 지팡이다.
마법의 파괴력을 끝없이 증폭시켜 주며, ‘마법사의 왕’의 상징이기도 했다.
56년 전.
염왕 테론이 학생이던 시절에 대제 전에서 우승하며 ‘X구역’에서 알갈 의 지팡이에게 선택받았고.
차기 ‘마법사의 왕’으로 낙점되었 던 것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알갈의 지팡이가 선택한 남자는, 모두 탑의 정점에 올랐으니까.
하지만 알갈의 지팡이는, 지금 현 재 염왕 테론이 들고 있으니 제외하 고.
남은 것은 2종의 아티팩트.
두 번째, 모르시의 비늘은 갑주다.
그 어떤 공격.
그 어떤 마법으로도 뚫을 수 없는 절세의 갑주.
그랬기에 마법사의 전유물이 아니 라, 기사의 전유물이었다.
라이나크 제국보다 더 오래된 역사
를 지닌 물건이기에 다양한 주인을 경험했다.
한 세기에 1명씩 간간이 제 주인 을 향해 떠났고, 주인이 죽고 나면 다시 탑으로 돌아왔다.
물론, 선택받은 기사들 대부분이 제국의 수호신으로 추앙받는 전설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이 역시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
‘쿤칸의 이빨’
염왕 테론이 가장 의아하게 여긴 점이 바로 이것이다.
‘왜, 이제야?’
쿤칸의 이빨은, 말 그대로 ‘이빨’이 다.
오우거들을 하나로 규합하여 ‘부 족’을 만들어낸 최초의 오우거 부족 장, 쿤칸의 어금니.
단순한 어금니 조각이지만, 가장 미스테리한 아티팩트였다.
지난 수백 년의 역사 동안, 그 어 떤 주인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 다.
아니.
설령 누군가 선택받았다고 하더라 도.
아마 그 아티팩트를 사용하지 못했 올 것이다.
왜냐.
“루인 아르델은, 쿤칸의 이빨을 어 떻게 했지?”
“들었습니다.”
“••••••들어?”
“네. 그것도 아주 가뿐하게 들어 올렸습니다. 마치, 물잔이라도 들어 올리듯이.”
그 주먹만 한 어금니 조각이, 성인 장성 다섯이 달려들어도 들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무게였기 때문이 다.
하지만 루인은 들어 올렸다.
쿤칸의 이빨이 그를 선택했다는 것.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정말, ‘권좌’라도 꿰찬다는 의미인 걸까?
“오우거라. 오우거……
오우거를 닮은 괴력.
특별 임무, 하늘산 봉우리.
최초의 부족장, 쿤칸의 이빨.
염왕 테론은 계속되는 ‘오우거’라 는 연관성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곤,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비명의 마법사를 불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