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70)
올 힘 마법사 070화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팔씨름이 라니.
뭐, 어쩌면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 실한 힘의 증명이 될 것 같기는 한 데…….
“정말 그거면 돼?”
“그럼, 뭐가 더 필요하지?”
“……아냐. 좋아, 팔씨름. 해보자
고.”
누구 하나 죽을 때까지 피 터지게 싸우라는 것은 아닐까 싶었던 것에 반해 조금 맥이 풀릴 지경이다.
하지만, 오우거들의 팔씨름 대결을 ‘고작’이라 표현한 것은 완벽한 내 실수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 팔씨름 상대는 ‘단순한’ 오우거 가 아니었으니까.
“잠시만. 네가 내 상대라고?”
“그렇다! 인간! 나는 오메루칸의 아들. 오메루쉬다!”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데.”
오우거들의 평균적인 키는 작게는 4m에서 5m 내외다.
하지만, 내 팔씨름 상대로 지목된 오우거 오메루쉬는 하늘산 소봉에 모여 있는 오우거들 사이에서도 가 장 큰 덩치를 자랑했다.
당연히 부족장인 ‘거인 오우거’ 하 르칸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평균 보다 머리 두 개 만큼은 더 컸으며 덩치는 거의 두 배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가장 말이 안 된다고 느 낀 것은, 다름 아닌 팔뚝이다.
“무슨 팔뚝이 내 키만 하냐……
과장 조금 보태서, 오메루쉬의 팔
뚝 굵기는 정말 성인 남성의 키만큼 이나 컸으니까.
거기다, 주먹 크기는 또 어떠한가.
저 무지막지한 주먹을 마주 잡고, 과연 팔씨름이 가능하긴 할까 싶을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싸움이었다.
어른과 아이.
아니.
어른 할아버지에 할아버지에 할아 버지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부족하 다.
하지만, 이제 와서 ‘핸디캡은 없냐’
는 등, ‘체급이 맞지 않는다는 둥 변명을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메루쉬! 당장 저 인간을 박살 내버려라!”
“박살 내버리자!”
“우! 우 우 우!”
“우우우우!”
만약 내가 대결을 피하기라도 한다 면, 당장에라도 각자 들고 있던 강 철 몽둥이로 내 온몸을 찜질해 버릴 기세였기 때문이다.
그때.
“인간! 앞으로 나가라!”
파악!
한 오우거가 강제로 내 등을 밀쳐 냈고, 나는 앞으로 떠밀려갔다.
소봉에는 이미, ‘오우거와 인간’의 팔씨름 대결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 든 오우거로 꽉 차 있는 상태였고.
“우! 우! 우 우!”
나는 졸지에 흥분한 수백의 오우거 들에게 에워싸인 형국이 되었다.
“부족장이 명했다! 지금! 오메루칸
의 아들 오메루쉬와 인간의 숭고한 대결을 시작한다!”
“쿠아아아아아앙!”
나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오직 팔씨름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듯한 평평한 바위 앞에 섰다.
바위 맞은편에는, 오메루쉬가 바닥 에 엎드린 채 바위 위에 팔꿈치를 대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손을 맞잡으라는 듯 그 가 손짓했고.
나는 그런 오메루쉬의 손을 마주 잡았다.
‘잡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색 할 정도로, 그냥 단단한 바위에 손 을 얹은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때, 오메루쉬가 말했다.
“이것은 오우거들의 숭고한 대결! 오메루칸의 아들 오메루쉬! 상대가 인간이라고 절대 봐주지 않는다!”
그래.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오우거들의 숭고한 대결 방식.
이들에게 환영받기 위해서는, 이들
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
마음을 비우자, 오기가 생기기 시 작한다.
“후우……. 그래, 어디 죽어보자 고.”
나 역시 힘을 와락 주자, 오메루쉬 가 조금 놀란 듯 눈썹을 꿈틀거렸 다.
“평범한 인간은 아니라는 것은 알 고 있었지만. 오메루쉬. 조금 놀랐 다.”
“놀랐냐? 그럼, 더 놀라게 해줄게.”
“오메루쉬. 전력을 다한다.”
나와 오메루쉬.
둘 모두 준비가 끝났다는 사인을 주고받았고, 그러자 긴 수염을 늘어 뜨린 늙은 오우거 하나가 앞으로 나 오며 맞잡은 손 위로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하늘산 전체가 떠나갈 듯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시———작!”
♦ ♦ ♦
선공은 나였다.
“으갸갸갸갸갸쟈!”
시작 신호와 동시에 젖먹던 힘을 다해 힘을 주었다.
맙소사.
어찌나 힘을 줬던지, 바지에 실수 할 뻔했다고.
내가 시작부터 전력을 다하자, 주 춤하던 오메루쉬는 눈빛을 바꾸었 다.
전력을 다한다는 신호였고.
동시에 주먹이 급격히 무거워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전세가 기울 어지기 시작했다.
내 힘은 현재 3,500이다.
쿤칸의 어금니를 보유하여 보정된 힘의 수치가 이렇다.
하지만, 이렇게나 무력할 줄이야.
빠드드드득!
팔뚝의 혈관이 터져 버릴 정도로 힘을 주었지만, 이미 내 팔은 반쯤 꺾여 버렸다.
도저히 이 팔을 넘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질 수는 없잖아.
“으랴랴랴라랴!”
다리에 힘을 빡 주고, 스킬 ‘오우 거의 격노’를 시전했다.
그러자 딛고 있던 흙바닥은 훅! 아 래로 꺼질 만큼, 순간적으로 힘이 상승했고.
아주 잠깐이지만, 오메루쉬의 팔이 들썩거리며 균형이 무너졌다.
난리가 난 쪽은 오우거들이었다.
“오메루쉬! 설마 숭고한 대결을 봐 주는 것이냐!”
“인간이라고 절대 봐주지 마라! 당 장 끝내 버려!”
아주 잠깐의 역공에 오메루쉬는 당 황한 눈치였지만.
“오-메-루-쉬-! 절대 지지 않는 다!”
이 무지막지한 오우거는 괴성을 내 지르며 온 힘을 쏟아내었고.
나는 끝까지 버텨보려 했지만, 결 국.
쾅
팔이 꺾여 버린 쪽은 나였다.
“오메루쉬-! 나의 승리다!”
“오메루쉬가 인간을 박살 내버렸 다!”
“박살! 박살! 박살!”
“우 우! 우 우! 우! 우!”
하늘산을 뒤덮을 오우거들의 환호 성과 동시에 나는 바닥에 철푸덕 주 저 앉았다.
“아……. 졌다.”
손목은 피가 통하지 않아 하얗게 질려 그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 고, 마치 무거운 추라도 달아놓은 듯 무거웠다.
내 평생 이렇게 안간힘을 써본 적 이 있던가.
하지만 졌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패배감과 동 시에 급격하게 몰려오는 피곤함.
풀썩.
나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드러눕고 말 았다.
새삼스럽지만…….
엄마 보고 싶다.
이런 내게 오메루쉬가 손을 내밀었 다.
“인간. 일어나라.”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다.
이번 대결에서 이겼어야, 오우거들 의 ‘환영’을 받을 수 있는데.
지고 말았으니,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쫓겨나는 건가?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나는 오메루쉬의 손을 맞잡고 자리 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걱정하던 것과는 다르게 분위기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 다.
“난생 이런 인간은 또 처음 보는 군. 인간. 너 이름이 뭐냐?”
“하늘산 최고 전사인 오메루쉬를 상대로 이렇게나 오래 버티다니.”
“인간. 지는 게 당연한 거다. 그
유명한 드라카도 하늘산의 최고 전 사를 힘으로 이기는 데 17년이 걸 렸으니까.”
호의적이다.
분명, 팔씨름에서는 내가 졌지만.
저들은 나를 배척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환영해 주고 있었다.
내가 얼떨떨한 얼굴을 지어 보이 자, 오메루쉬가 내게 다가오며 말했 다.
“오우거의 숭고한 대결에 패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열심히 싸 웠고. 패배자가 아니다. 그러니 아쉬 워하지 마라.”
“•…”어‘?”
“이 오메루쉬. 너의 그 말라 비틀 어진 신체에서 나오는 무시무시한 힘에 진정으로 감탄했다. 너는 강하 다. 그렇기에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리고는, 내 팔을 붙잡고 번쩍 위 로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나 오메루칸의 아들 오메루쉬! 아 니! 하늘산의 모든 오우거가 너를 환영한다!”
터져 나오는 함성.
동시에, 눈앞이 번쩍하며, 아주 오 랜만에 생성된 퀘스트.
《퀘스트》
《하늘산의 이방인》
《하늘산 오우거들은 ‘힘’을 승상 합니다. 강한 자가 높이 올라갑니다. 드라카는 힘으로 오우거들에게 존경 받기까지 17년이 걸렸습니다. 그가 그러했듯, 힘으로 오우거를 꺾으십 시오. 그리고 존경을 이끌어내십시 오.》
《오메루쉬와의 팔씨름 대결에서 승리 : 0/1)
《보상 : 하늘산 오우거의 자긍 심.》
반드시 이기라는 퀘스트.
‘드라카가 17년이 걸렸다고?’
그럼, 나는 한 달 안에 끝내주지.
퀘스트와 더불어 나를 환영해 주는 오우거들 덕에, 다시 한번 숭부욕을 불태웠고.
나는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오메루쉬. 다음에 또 붙어보자. 그 때는 지지 않아.”
그러자 오메루쉬는 콧김을 숭숭 뿜
으며 답했다.
“훙흥흥. 인간. 얼마든지.”
팔씨름이 끝나자마자, 하늘산 소봉 에는 시끌벅적한 잔칫상이 마련되었 다.
대제전이 끝나고 마련된 연회장에 서 보던 그런 산해진미는 존재하지 않고, 있는 음식이라고는 온통 멧돼 지를 통째로 불에 구운 바비큐가 전 부에다.
음료라고는 고급스러운 포도주에 맥주 대신, 제대로 발효되지도 않은 엉망진창의 곡주에 돼지기름주가 전 부였지만.
“오……! 맛있다.”
이상하게도 이쪽이 마음이 더 편했 다.
내가 체질이 인간보다 오우거에 가 깝다거나 하는, 그런 슬픈 이유 때 문은 아니다.
뭐랄까…….
“인간. 많이 먹어라. 그래야 다음에
또 덤비지.”
“오냐. 고맙다.”
“흥흥흥.”
이들은 나를 그 어떤 선입견도 갖 지 않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힘센 인간.’
저들이 나를 환영하는 이유는, 이 거 하나면 충분한 것이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만! 멈춰라! 뒷다리는 내 것이
다!”
“뭐야? 눈이 달려 있기는 한 거 냐? 내가 먼저 집었는데?”
“멍청한 놈이 명을 재촉하는군. 따 라와라. 진짜 뒷다리 주인을 가려보 자.”
“흥! 내가 겁먹을 줄 알고? 오냐. 붙어보자. 오늘 팔씨름은 내가 이겨 줄 테니까.”
다혈질에 성질 급하고.
대화보다는 주먹이 더 편한 녀석들 이지만.
몬스터라는 편견을 버리고 보니, 저들도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
았다.
오히려 ‘힘’ 하나만을 단련하며 살 아가는 모습에서, 때 묻은 인간보다 더 순수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저들은 왜 스스로를 이런 ‘성역’ 속에 가두고 살아가고 있는지.
뭐, 언젠가는 물을 기회가 있을지 도 모르겠다.
지금은 당분간.
‘좀 색다른 세계를 즐겨볼까.’
하늘산에 머물며, 훈련과 퀘스트에 집중할 생각이다.
애초에 나는 ‘임무’ 때문에 이곳을 찾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는 까맣게 잊었다.
왠지, 이곳에서 임무보다 더 중요 한 무언가를 건질 수 있을 것 같다 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 감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인간. 초대 부족장 쿤칸의 어금니로 뭘 만들 생각이지?”
“응?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는 데.”
“원한다면 내가 만들어줄 수 있다. 오직 인간만을 위한 무기를.”
벌써 시작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