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74)
올 힘 마법사 074화
이그니트 마법 아카데미행 마나 열 차는 ‘한적’ 그 자체였다.
마법사들이 레디안 왕국에 들릴 일 은 딱히 없는 데다.
대부분 레버다인으로 향하기 때문 에 당연한 일이겠지만.
뭐랄까.
“……그래도 혼자는 너무 하잖아.”
한적하다 못해 너무 썰렁 하달까.
나는 덩그러니 혼자 쓰게 된 객실 칸을 이리저리 배회하며 시간을 보 냈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조금 지루했으 나.
열차가 레디안 왕국 안으로 들어서 면서부터, 지루함은 다른 감정으로 변해갔다.
“……오랜만이네.”
설렘.
열차 밖으로 보이는 레디안 왕국의
전경은, 분명 레버다인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으나.
왠지 모르게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 기 때문이다.
이 설렘은.
열차가 정차하고, 내가 밖으로 발 을 내딛자마자.
펑!
꽃잎을 담은 작은 폭죽과 함께 터 져 올랐다.
“루인! 어서와!”
“와아아아!”
짧은 환호성과 동시에, 후배들이 내게 건네주는 꽃다발들.
그 뒤에는.
[이그니트 마법 아카데미의 자랑! 루인 아르델!] [루인! 대제전 우승을 축하해!]같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레버다인에서 황태자가 해주었던
환영 행사에 비교해 볼 때, 한없이 작고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물론, 이쪽이 내 마음에 쏙 들었 다.
“루인!”
“자! 다들 들어 올려! 하나, 두울, 세에엣……!”
보자마자 나를 와락 껴안더니, 번 쩍 들어 올려 헹가래를 준비하는 제 이슨과 동기들.
“이제 그만 내려줄래? 열차를 오래 타서 멀미할 것 같은……
“무슨! 이제 시작인데!”
“이 자식들아아아!” 그리고.
루인 군. 고생 많았네.”
한 발자국 뒤에 서서 흐뭇한 미소 와 함께 이런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 이델 교수님과 티리온 이그니트 학 장님까지.
그래.
레버다인이 아무리 화려하다 하더 라도.
결국에는, 내가 마음 편한 곳이 최
고다.
내 환영 행사는 아카데미에 와서도 이어졌다.
대강당에 모여 학장님이 대제전에 서 이루어낸 내 업적을 칭찬하셨고.
모든 재학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 다.
쑥스럽지만, 나 역시 한마디 했다.
“예에……. 다들 축하해 주셔서 고 맙습니다.”
딱, 이렇게.
그 덕분에 제이슨으로부터 ‘에라 이, 멋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녀 석’ 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구구절절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 다.
벌써 두 달 전의 이야기인 데다, 내 우승 스토리는 참가자들로부터 이미 한참을 우려졌기 때문이다.
거기다, 어차피 공식적으로는 임무 에 ‘실패’한 반쪽짜리 우승자이지 않은가.
물론, 동기들은 그에 대해 일절 입 에 담지 않았지만.
그래.
딱, 과하지 않을 이정도의 축하면 충분하다.
‘대제전의 우승자가 아카데미로 돌 아왔다.’
이 이야기는, 비단 아카데미에만 퍼진 것은 아니었다.
레디안 왕국 내에서 마법 명가로
유명한 ‘게리힐 가문’ 이라 던지.
다수의 귀족들.
심지어는.
[친애하는 천재 마법사이자 왕국의 진정한 애국자. 루인 아르델 군에 게…….]“뭐야 이게?”
“왕자님들로부터 온 편지.”
“•…”누구?”
“우리 왕국의 1왕자, 2왕자님.”
생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왕자 님들로부터 ‘친애한다는’ 편지까지 받았다.
“그분들이 나한테 편지를 왜 보 내?”
“너, 라이나크 제국의 황태자에게 제안을 받았었다면서?”
“……어떻게 알았어?”
“세상에 비밀이 어딨냐? 32명이나 모여 있는 만찬장에서 한 이야기인 데, 당연히 우리 귀에도 들어오지 않겠어? 여하튼, 네가 제국 황태자 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니까 왕자님들이 엄청 좋아하 셨데.”
“자기들이 왜?”
“네가 진정한 애국자라고.”
[친애하는 천재 마법사이자 왕국의 진정한 애국자. 루인 아르델 군에 게…….
우선, 대제전이라는 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왕국의 명예를 높 혀준 것에 대해 심심한 감사의…….
……(중략)……
황태자가 루인 군을 원했었다는 이 야기를 들었소. 하지만 그 어떤 값 비싼 황금으로도 루인 군의 애국심 을 시험할 수는 없었을 터. 제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이렇게 왕국으로 돌아와 준 그대의 충성심에 깊은 감 명을 받았소. 나, 1왕자 레디안 크 로스터. 당장에라도 그대와 만나, 장 차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날짜는 언 제가 좋겠소? 답신 기다리겠소.]
편지에는 구구절절 ‘만나자’는 이 야기가 적혀 있었고.
2왕자의 편지 역시 그리 다르지 않았다.
1왕자와 2왕자.
둘은, 아직 확실한 왕위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아 허구한 날 서로 다투 고 있다는데.
아무래도 둘 모두 나를 노리는 모 양이다.
하지만.
“……귀찮네. 정말.”
“왜? 뭐라고 적혀 있길래 그래?”
미래를 위한 진지한 이야기라…….
그딴 거 아무 관심도 없는데 누구 마음대로 이야기를 나누자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받은 편지를 그대로 고이 반 으로 접어 서랍 안에 넣어버렸다.
아무리 다 쓰러져 가는 약소국이라 해도, 왕자님인데.
찢어버릴 수는 없으니까.
[죄송합니다. 지금은 학업에만 열 중하고 싶습니다.]이 정도의 답신이면 충분하겠지?
어쨌든, 일상으로 돌아왔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 뭐가?”
“예나 지금이나……. 수업 시간은 참 졸려. 그렇지?”
“큭큭, 이야, 나랑 똑같네. 학생 수 석은 뭔가 달라도 다를 줄 알았는 데.”
“똑같아. 그냥 참는 거지.”
똑같이 수업을 받고.
똑같은 점심을 먹고.
다음 시험을 준비하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 운동 겸 퀘스트를 하는.
내 평범한 일상.
물론.
[레디안 왕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진정한 수호자. 친애하는 루인 아르 델 군에게…….
……(중략)……
학업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대를 원하는 내 뜻이 이렇게 크다
는 것을 말하고 싶었소. 벌써 열네 번째 편지구려. 이만 줄이며…… 내 뜻을 알아주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바라겠소.
추신 – 나는 요즘 왕실 집배원들 을 닦달하며 그대의 편지를 기다리 는 재미로 하루를 보낸다오. 그럼, 답장을 기다리겠소.]
……귀찮은 편지를 받는 일이 추가 되었지만.
왕자님.
제 편지를 기다릴 게 아니라, 국정 올 돌보시는 재미로 하루를 보내셔
야죠.
그리고 아무 죄 없는 집배원은 왜 닦달하시는 거야.
“또 왔어?”
“웅.”
“왕자님들도 참 끈질기시다니까. 너한테 편지 보낼 끈기로 왕국을 이 끄셨으면 진작 우리도 강대국이 될 것 같은데 말이야. 레디안 제국. 크 으-! 안 그러냐?”
“큭큭, 그러게나 말이다.”
어찌 되었든, 그리웠던 일상이다.
대제전이며, 레바다인이며, 하늘산 오우거들이며, 염왕까지…….
그동안 달려도 너무 달렸다.
이제는 조금 쉬어야지.
조금 있으면.
“루인, 이번 방학 때는 어쩔 생각 이야?”
방학이니까.
내가 대제전과 마탑의 임무를 끝내 고 돌아온 아카데미는, 이미 기말시 험까지 모두 끝내고 방학을 기다리 고 있는 상태였다.
방학.
얼마나 설레는 단어인가.
모두가 방학을 기다린다.
“아, 얼른 영지로 돌아가서 시험으 로 지친 머리를 푹신한 침대에 눕히 고 싶다!”
“시험으로 지쳤다니. 너 반에서 꼴 찌 아니냐?”
“시끄러! 꼴찌는 뭐 시험에 스트레
스 안 받는 줄 알아?”
시험을 망쳐서 얼른 집에 가고 싶 은 학생.
시험을 잘 봐서 얼른 집에 가고 싶은 학생.
어떤 종류든 상관없다.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방학을 기 다리고, 그리웠던 집을 찾는다.
물론, 예전의 나는 빼놓고.
“루인. 올해는 영지에 갈 거야?”
“올해는 집에 가야지.”
“정말?!”
u O w 흐.
내가 집에 간다고 하자, 제이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중얼거렸 다.
“루인이…… 영지로 돌아간다고? 이야……. 이거 믿기지가 않네. 나는 네가 학교 지박령인 줄로만 알았는 데.”
“……지박령이라니. 말이 너무 심 하잖아.”
모두가 방학 때 집을 찾지만, 나는 지난 5년간의 모든 방학 때마다 집 을 찾지 않았다.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유다.
내 뛰어났던 재능이, 실제로는 매 우 하잘것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
아버지를 비롯한 영지민들. 그 누 구의 낯도 보기 힘들었던 탓이다.
남들이 쉴 때, 조금 더 열심히 노 력하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 나를 학교에 붙잡아두 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가야지. 아버지도 뵙고, 여동생도 보고 싶고. 우리 영지도 그립고
지금이라면.
아버지와 여동생.
우리 영지민들을 자랑스럽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잠깐, 영지 하니까 생각난 건 데…….
아이린 프리우스.
내가 분명 우리 영지로 초대했는 데……. 이번 방학 중에 불쑥 나타 나지는 않겠지?
그녀도 바쁠 테니까 말이야.
“집에 간다 이거지? 좋았어!”
갑자기 제이슨이 벌컥 내 옷장을 열었다.
“어디 보자……. 이건 너무 칙칙하 고. 이건 너무 크고……. 에이, 이건 도대체 무슨 옷이야? 7살짜리 꼬맹 이도 안 입을 유치한 취향을……
“지금 뭐하는 거야?”
“뭐하긴? 너 입을 옷 찾고 있지.”
“내가 입을 옷을 네가 왜 골라?”
“너는 강하고 얼굴도 잘생겼고 모 든 것을 다 가졌는데……. 그 옷 입 는 재능이 문제야. 최악이라고. 하지 만 너는 운 좋은 편이지. 내가 그 재능을 타고났거든. 그러니까 너는
내가 맞춰주는 대로 입어. 무려 6년 만에 찾는 영지인데 멋있게 가야 하 지 않겠어?”
아, 그러세요.
제이슨은 옷장에서 이것저것 옷들 을 꺼내더니 내 몸에 대보기도 하 고, 턱 끝을 엄지와 검지로 문지르 며 ‘전문가’의 느낌을 물씬 풍기며 옷을 골라냈다.
하지만 결국에는 ‘입을 옷이 없 네……’라고 중얼거리더니 자기 옷 장을 열어 내가 입을 옷들을 뒤적거
리기 시작했다.
아니. 옷이 이렇게나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고?
이 무슨 모순적인 말이야.
“됐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핑크빛의 화려한 연미복, 손목에 레이스가 달린 턱시도.
너무나 눈에 띄는 꽃무늬 남방에 눈이 부실만큼 새하얀 백바지까지.
제이슨은 철저히 내 취향과는 거리 가 먼 의상들을 골라내었고.
억지로 내 가방에 담아버렸다.
고맙기는 한데…….
미안, 제이슨.
아무래도 그런 옷을 입는 건 무리 일 것 같아.
그때, 누군가 황급히 방문을 두드 렸다.
“루인! 아직 준비 안 끝났어?”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행커스.
‘미켈 사단’의 일원이었지만, 대제 전 이후 이제는 완벽히 내 편이 된 친구.
“방학 선서는 학생대표가 하는 거 잊었어? 지금 바로 나가야 해.”
“알았어. 지금 바로 나갈게.”
“아, 그리고. 멘트 길게 하지 말고. 알았지?”
행커스는 ‘멘트는 짧게’ 해달라며 눈을 찡긋거렸고.
“당연하지.”
나는 알았다는 의미로 어깨를 으쓱 였다.
길고 지루하기만 한 그런 방학식 멘트는, 나도 사양인걸.
“어서 나가자.”
옷 정리를 마친 제이슨은 내 팔을 잡아끌며 말했고.
나 역시 함께 기숙사 문을 나섰다.
방학.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