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75)
올 힘 마법사 075화
방학 선서.
이는, 일종의 맹약이다.
“첫째, 우리는 마법사이기 이전에 학생이다. 약속된 상황 외에는 마법 을 사용하지 않는다.”
“약속된 상황 외에는 마법을 사용 하지 않는다.”
학생 대표가 선창하면, 나머지 800 여 명의 재학생이 동시에 후창 하 는.
방학을 맞이하는 마법사들이 지켜 야 하는 약속.
이 선서의 내용은 대부분 뻔한 이 야기들로 구성되어있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마법을 남용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약속된’ 상황이라면.
신변에 위협이 생기는 상황이거나.
다른 누군가가 위험하거나.
아주 우연히 몬스터와 조우하거나 하는 아주 특별한 경우만을 말한다.
남용.
품위.
절제.
법규.
명예 등.
나는 방학식이 진행되는 대강당 단 상 위에서 총 7가지의 방학 선서를 선창하고, 티리온 학장님을 바라보 았다.
학장님은 잘했다는 듯 미소 지으시 고는 입을 여셨다.
그렇게 학장님의 훈화 말씀이 이어
졌다.
“학생 여러분들. 새로운 학년이 되 어 학기가 진행된 지도 벌써 반년이 흘렀습니다. 마법사가 되기로 결심 하여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린 여러 분들이 각자 계획하고 다짐했던 계 획들을 실천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본 아카데미의 창립자인 대마법사 프로이얀 이그니트는 생명 의 불씨가 다하는 그 날까지도 이 말을 했습니다. ‘끝이 없다.’ 마법의 끝을 누구보다 가깝게 보았음에도 그 끝을 느끼지 못한 것입니다. 방 학이라고 나태해지지는 않는지 스스 로를 돌이켜보고 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훌륭한 이야 기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방학을 앞 둔 학생들에게는 지루한 이야기일 것이다.
자비는 없었다.
대마법사 프로이얀 이그니트가 말 했던 것처럼.
학장님의 감사하지만 지루한 훈화 말씀만이 ‘끝이 없이’ 이어졌다.
학장님은 다 좋으신데 말이야…….
훈화 말씀만큼만은 조금의 융통성 도 없으시단 말이야.
그렇게 장장 10분에 가까운 기나 긴 학장님의 훈화 말씀이 끝났고, 드디어.
“다음은, 마지막으로 학생 대표의 ‘방학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있겠습니다.”
방학식의 끝을 장식하는 내 차례가 되었다.
주제.
방학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단상 위의 양피지에는 내가 밤새 열심히 준비한 이야기가 빼곡하게 적혀져 있었지만.
나는 그만 종이를 뒤집어버렸다.
그러고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졸린 눈을 비비고 있는 재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후회 없는 즐거운 방학 되시길 바 랍니다. 이상입니다.”
* ♦ ♦
아카데미 입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다.
“여깁니다! 도련님!”
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각 영지에서 나온 수행 인원들과 마 차들 때문이다.
하지만, 몰려든 인파에 비교해 크 게 혼잡하지는 않았다.
아카데미를 1초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학생들은, 마차에 오르자마 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아 카데미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제이슨 역시 마찬가지.
데이먼 가문의 인장인 ‘오동나무 맥주통’이 그려진 멋들어진 은마차 에 몸을 실은 제이슨이 내게 손가락 을 튕기며 말했다.
“역시, 루인……. 난 널 믿었다니 까?”
“ 뭘?”
“아카데미를 다닌 지난 6년 동안, 수많은 방학식 인사를 들어왔지만, 오늘처럼 짧으면서도 강렬한 방학식 인사는 네가 처음이야. 후회 없는 즐거운 방학식. 내 마음에 쏙 들어.”
“방학은 길게. 방학식은 짧게.”
“그렇지!”
내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화답했고, 제이슨은 내게 손을 흔들며 아카데 미를 빠져나갔다.
“그럼, 두 달 뒤에 보자!”
루인, 두 달 뒤에 보자.
매년 방학 때마다 지겹게 들어왔던 이야기였지만, 오늘따라 이 말이 새 롭게 들리는 이유는 하나일 것이다.
혼자 아카데미에 남아 궁상떨지 않 고.
‘나도 집에 갈 수 있다……
오늘, 고향으로 출발한다는 것.
하지만,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아 르델 가문의 ‘수행 인원’은 오지 않 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방학 때 집으로 간다는 기별 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델 영지는, 마법사라고는 단 한 명도 없는 왕국 최남단에 위치한 시골이라 오로지 편지를 통해서만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편지가 도착하고, 수행 인원이 아르 델 영지를 출발해 아카데미에 도착 하는 데에만 한 달 가까이 소요된다.
차라리, 나 혼자 이동하는 편이 빠 르다.
‘그럼, 출발하자.’
나는 부푼 가슴을 안고 아카데미 뒤뜰에 있는 마구간으로 향했다.
이곳의 말들은 모두 아카데미 소유 로, 특별한 용무가 아니라면 사용할 수 없지만 나는 미리 허락을 받아두 었다.
“지금 출발하니?”
“……교수님.”
하이델 교수님에게.
교수님은 나를 기다리고 계셨는지, 직접 말의 고삐를 몰아 오셨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은 복잡해 보 이는 얼굴이셨다.
“고향을 찾는 일……. 즐겁겠구나.”
“네.”
교수님의 고향은 나와 똑같은 아르 델 영지다.
아르델의 평민 출신이고, 내 아버 지의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교수님은……. 영지에 안 내려가 시나요‘?”
나와는 조금 다른 이유로, 아주 오 랫동안 고향을 찾지 않으신다.
왤까?
왜 수십 년간 고향을 찾지 않으시 는 걸까.
그 이유를, 내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교수님이 풍기는 감정만큼은, 어렴 풋이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그것은, 죄책감.
“내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때. 그때는 나도 너처럼 고향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혹은, 미안함에 가까웠다.
하이델 교수님은, ‘평민’이라는 신 분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한번 꺾였던 경험이 있는 분이다.
부끄럽지 않을 때라는 것은.
아마도, 아르델 영지를 기억에서 지우고 ‘평민’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었던 과거의 얼룩 때문은 아닐까.
나는 그 얼룩을 자책하지 말라고 위로하고 싶었지만.
입을 꾹 다물고, 대신 싱긋 웃어 보이는 쪽을 택했다.
“아버지께는 대신 안부 전해드릴게 요.”
모름지기, 모든 일에는 시간과 계 기가 필요한 법이니까.
바로,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래.”
교수님은 쓰게 웃으시며 내게 말 고삐를 쥐여주셨다.
“조심히 다녀와라.”
♦ ♦ ♦
무려, 열흘.
나는 쉬지 않고 말을 몰았다.
10살에 이 길을 거슬러 올라가 아 카데미에 들어간 뒤로.
단 한 번도 내려와 보지 않은 길 이다.
기억도 나지 않는 길이었기에, 새 삼스러운 감흥은 없었다.
덕분에 마차를 타고 보름가량 걸리 는 거리를 열흘까지 단축할 수 있었 다.
레디안 왕국의 최남단의 무역도시
오블랑을 지나, 나는 한적한 숲길에 접어들었고.
그제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사람들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아르델 영지령이다.
바다와 인접해 있지만, 기본적으로 농업을 주업으로 다루는 이 작은 시 골 영지는 6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 은 풍경을 자랑했다.
초록으로 물든 숲길.
숲 나무 틈 사이로 엿보이는 작은 해변.
해변 뒤로는 수확을 기다리는 작물 이 심어져 있고.
그 옆에는 우물을 중심으로 작은 통나무 집들이 모여있다.
밥 짓는 냄새와 사람 냄새가 가득 한 곳.
아르델.
다그닥- 다그닥-.
나는 속도를 줄이고,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아주 천천히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 응?”
“누가 온 모양인데?”
이방인이나 여행자의 발길이 워낙 드문 곳이다 보니 내 등장에 마을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누구지?”
침낭 겸으로 쓰이는 낡고 해진 망 토를 두르고, 챙이 넓은 여행용 모 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알아보지 못할 수밖에.
“누구시오?”
한 건장한 체구의 남성이 내 앞을
막아섰고, 나는 말에서 내리며 쓰고 있던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파이슨 아저씨죠? 풍채는 여전하 시네요.”
“……어, 어엇?”
“오랜만에 뵙네요. 그동안 잘 지내 셨어요?”
“도, 도련님?!”
파이슨 아저씨.
내가 영지를 떠나던 10살에, 첫 아 이를 낳으셨으니.
지금쯤 아이가 여섯 살이려나?
아니나 다를까, 파이슨 아저씨의
옆에는 딱 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 고 있었고.
나는 그 아이를 향해 허리를 숙이 며 싱긋 웃어 보였다.
“안녕?”
꼬마 아이는 파이슨 아저씨의 다리 뒤로 숨으며 나를 경계했지만.
그 모습이 귀엽게만 보였다.
내가 아카데미로 떠날 때.
내 여동생.
루이나가 딱 저 나이쯤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컸으려나?
나는 숙였던 허리를 들어 올렸고.
“도, 도련님이야……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의 파이슨 아 저씨가 내 얼굴을 다시금 확인하더 니 마을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 다.
“정말 도련님이 돌아오셨다!”
“누가 오셨다고?”
“누구긴 누구야! 도련님이 돌아오 셨다니까! 루인 도련님이!”
“……에에엥? 루인 도련님이?”
나와 이들 사이에는 ‘귀족과 평민’
이라는 신분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 지만.
‘아르델’이 워낙 귀족 같지 않은 귀족이기에, 우리는 서로 집 숟가락 이 몇 갠지도 훤히 알만큼 가까운 사이다.
몇 안 되는 모든 마을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할 만큼.
내가 저들을 기억하듯.
“죄송해요. 제가 너무 오랜만에 왔 죠?”
“아이고오! 도련니이이임!”
저들도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준 다.
돌아가신 내 어머니를 대신해, 유 모를 자처해 주었던 마을의 아주머 니들.
가끔은 둘러앉아 재미있는 옛날이 야기를 해주시던 할아버지들.
그리고, 신분과 관계없이 함께 이 거리를 뛰놀던 아이들까지.
마치, 가족처럼.
모두가 친근하다.
“도련님! 소식이 없으셔서 저희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요?”
“맞아요, 맞아요. 얼마나 궁금했다
고요. 건강하신 거죠?”
“마법 아카데미는 어때요? 소문대 로 정말 위대한 마법사들이 많나 요?”
“에잇! 위대하기는 개뿔. 우리 도 련님이 더 위대하시지. 그 어린 열 살 때부터 수도에까지 소문이 퍼질 정도로 마법에 재능이 넘치셨는데. 안 그래요?”
“암! 그렇고말고. 자자, 이렇게 도 련님도 돌아오셨는데 잔치라도 열어 야 하는 거 아니우?”
“해야지. 암! 해야지. 그보다 우선, 영주님께 가야지. 그렇지요? 도련님?”
“하하, 예.”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요 앞 붓장이 집.
언덕 위에 있는 파이슨 아저씨네 밀밭.
그 뒤편의 연금술사 공방.
어촌 계장 할아버지의 나룻배와 나 루터까지.
눈을 감아도 훤히 그려지는 아르델 영지를 거닐었고, 이런 내 뒤로 모 든 마을 사람들이 따라 나와 함께 걸어주었다.
그리고, 어느새 도착한 내 ‘집’ 앞 에.
“영주님! 여기 좀 나와보세요! 나 와서 누가 왔는지 좀 보라니까요!”
온 영지민들이 한 곳에 모여들자, 델린 아르델.
아르델의 영주이자.
내 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루인••••••
아버지는 적잖이 당황하신 듯 눈을 큼지막하게 뜨셨고.
그 뒤로.
“오빠?”
내 여동생.
루이나 아르델이 폴짝 뛰며 나를 반겼다.
이야, 엄청 조그맣던 녀석이 벌써 저렇게 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