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80)
올 힘 마법사 080화
여행자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기 힘 든 조용한 시골 영지 아르델.
이곳을 찾은 아주 뜻밖의 방문자.
아니, 어쩌면 조금은 기대하기도 했던…….
“……아이린 님?”
내 손님.
아이린 프리우스.
정말 왔다…….
“으음, 저보다 늦었다고 너무 부담 갖지는 않으셔도 돼요. 저도 오늘 막 도착했으니까.”
그녀는, 아버지와 루이나 옆에 함 께 서서 내게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 고.
루이나는 이런 나와 아이린의 얼굴 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입술을 삐죽 이며 말했다.
“오빠.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해 주 실까?”
아버지 역시 설명을 바란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는데, 처음 보는 표
정이었다.
내가 대제전에서 우승했다는 이야 기를 했을 때도 저런 표정은 아니셨 는데.
지금은 마치.
‘이 녀석, 다 컸잖아?’
중손자를 본 할아버지의 미소마냥 기특해 죽겠다는 둣 미소 짓고 계셨 다.
아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야.
저희는 그냥 친구일 뿐이라고요.
♦ ♦ ♦
“……그러니까, 그냥 친구라 이거 지?”
루이나는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양 볼을 크게 부풀린 채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아 있었는데.
“확실한 거겠지? 애인이라거나, 그 런 거 아니지?”
나와 아이린의 사이를 캐묻는 어투 가 마치, 범죄자를 취조하는 수사관 을 연상케 했다.
이거, 같은 혈육인 나도 다 불편할
지경인데.
“푸흡……. 네. 맞아요. 친구.”
아이린은 그 모습이 뭐가 그리 재 미있는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루이나는 그마저도 못마땅 한 모양이었다.
“언니. 제가 웃겨요? 왜 자꾸 웃어 요?”
“아, 미안해요. 푸흡. 너무 귀여워 서.”
“저도 벌써 열두 살이거든요? 그러 니까 귀여워하지 말아주실래요?”
아, 그러세요.
벌써 열두 살이나 되신 레이디 루 이나 양은, 양 허리에 손을 얹으며 ‘귀여워하지 말아주세요!’ 라고 당당 하게 요청했고.
아이린은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리 고 말았다.
“아……. 저도 갖고 싶어요. 저런 여동생.”
눈물까지 흘리면서 내 동생을 귀여 워 해주는 건 고마운데 말이야…….
나는 이런 분위기가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걸.
아버지 역시 똑같다.
아무래도, 즐기고 계신 모양이다.
“프리우스 양이라고 했나요?”
“아, 네. 아이린 프리우스라고 합니 다.”
“루이나가 버릇없는 아이는 아니에 요. 아무래도 6년 만에 만난 오빠다 보니, 친구에게 빼앗기는 것처럼 느 끼는 모양인데……. 금방 풀릴 겁니 다.”
“네. 이해합니다. 오히려 너무 보기 좋네요. 이런 가족……
아버지는 예의 바른 아이린의 첫인 상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지 흡족 히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럼, 루이나. 프리우스 양에게 영 지 구경을 시켜 주겠니? 아빠는 오 빠와 둘이서 할 이야기가 남아서 말 이야.”
“내가? 왜?”
“그래?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나중 에 루인이 직접 하는 수밖에.”
“어? 오빠가 직접……?”
오호라.
저런 방법이.
아버지의 덫에 빠진 루이나는.
“아, 아냐! 내가 갈게. 내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몸놀림으로 벌떡 일어나 아이린의 손을 잡아끌 며 말했다.
“따라와요. 제가 안내해 줄게요.”
“아, 고마워요. 레이디 루이나 양?”
“언니. 그렇게 부르지 말아줄래요? 꼭 놀리는 것 같은데.”
“미안해요. 그럼 뭐라고 부르면 좋 을까요?”
“그냥 루이나요. 루이나.”
“후후, 알겠어요.”
아이린은 또 웃음을 터뜨리며 눈가 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었다.
아무래도 밀어내려는 루이나의 마 음과는 별개로 아이린은 루이나가 쏙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럼, 조금 있다 뵙겠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아이린과 루이나가 아버지 접견실을 빠져나가고, 나와 아버지만 남게 되었다.
아버지는 남자 대 남자로서 솔직하 게 굴자며 한마디 툭 물으셨다.
“정말 여자친구 아니니?”
“아니라니까요.”
“……그것참, 아쉽구나.”
뭐가 아쉬우시다는 걸까.
어쨌든, 우리 부자간의 사적인 대 화는 여기까지였다.
우승 상금 1만 골드를 어떻게 사 용할지부터.
내가 몬조에서 받아온 3만 6천 골 드에 대한 이야기까지.
앞으로 해야 할 쌓여 있는 공적인 이야기가 많았으니까.
“베긴스, 들어오게.”
아버지는 접견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실무관 베긴스를 안으로 불러 들였고.
베긴스는 내가 일전에 건네준 1만 골드의 금화가 든 상자를 들고 있었 다.
상자를 건네받은 아버지는, 내게 돌려주며 말씀하셨다.
“이 돈은 받을 수 없다.”
“왜죠?”
“이건, 루인의 돈이지. 아르델의 돈 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아버지의 고지식함.
그리고, 청렴함.
이 모습을 누구보다 존경하는 나 는, 이런 아버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조금은 서운해졌다.
“저는 아르델의 일원이 아닌가요?”
마치, 언제나 영지 일에는 나를 빼 고 이야기하시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더욱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그 누가 부정하려 해도, 루인 네 가 아르델의 중심이라는 사실은 절 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아르델 밖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지 않니?”
“아뇨. 제 생각은 달라요. 제 돈이 니, 아르델의 돈이기도 해요. 그러니 제 뜻대로 쓰겠어요. 아버지가 그러 셨던 것처럼요.”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요.
이 말에 아버지가 실무관 베긴스를 바라보았고, 베긴스는 멋쩍은 듯 뒷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이거 제가 또 실언을 한 모양이군요. 영주님께서 그동안 사비로 아르델을 지탱하던 일. 이
역시, 도련님께서 아셔야 한다고 판 단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섣불리 판단하기 전에는 나와 꼭 상의해 주면 고맙겠군.”
“네, 영주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이번만큼은 뜻 을 번복하지 않으시겠다는 둣 완강 하셨다.
“네 뜻이 그렇다 해도 받을 수 없 다. 아르델의 책임을 네게 지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
아버지는, 내게서 건네받은 몬조산 3만 6천 골드 보따리를 혼들어 보
이며 옅게 웃어 보이셨다.
“내게는 여기 3천 6백 골드. 이 돈 이 있지 않니‘? 원래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이었지만, 이렇게 되찾 고 보니 잊고 있던 비상금이라도 찾 은 기분이구나.”
응? 3천 6백 골드라니?
3만 6천이 아니라?
그러고 보니, 3만 6천 골드가 들어 있어야 할 보따리의 부피가 아주 작 다.
뭐야.
나는 금화 상자를 열어 확인해 보 니, 딱 원금 3,600골드를 제외한 나
머지 3만 2천 4백 골드가 1만 골드 와 함께 들어 있었다.
“네가 무슨 수로 빌코스 몬조에게 서 원금의 10배나 되는 돈을 받아 내었는지는 묻지 않겠다. 벌써, 짐작 이 되니까.”
“빌코스 몬조에게 돌려주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 돈 역시 내 가 함부로 받을 수는 없다. 아르델 의 돈이 아니기 때문이지.”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되지 않는 불 공정한 돈은.
그 어떤 경우에도 받지 않으신다.
나는 아버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내가 아버지의 상황이었더라도, 이 런 큰돈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쉽지 않은 일이니까.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르델.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아 직 부족함은 없다. 그러니 그 돈은 네 뜻대로 써라. 네가 원하는 대로.”
이런 아버지의 뜻을 존중한다는 것.
나는 실무관 베긴스를 바라보며 물 었다.
“저와 지난번에 했던 이야기. 아버 지께 말씀드리셨나요?”
토벌과 영토 확장을 위해.
1만 골드를 어떻게 굴리면 좋을지 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베긴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영주님께서 금화를 받지도 않으시니,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했 습니다.”
“그렇군요.”
차라리 잘되었다.
내 우승 상금 1만 골드. 거기에 몬 조에서 얻어낸 3만 2천 4백 골드까
지.
나는 아버지께 다시 물었다.
“아버지. 이 4만 2천 4백 골드. 분 명, 제가 원하는 대로써도 좋다고 하셨지요?”
“그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영주인 아버지와 실무관 베긴스의 도움 없이.
내 뜻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아르델 가(家)의 소가주.
루인 아르델의 뜻대로.
그래.
내가 ‘직접’ 하면 된다.
접견실을 나와 곧바로 테라스로 향 했다.
아르델만의 장점 하나를 꼽아보자 면, 이곳 테라스에서는 언덕 아랫마 을이 훤히 보인다는 점이랄까.
저 아래서 저택으로 다가오는 아이 린과 루이나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는 모 르겠지만, 분위기는 조금 전과 무척 달라져 있었다.
루이나가 먼저 아이린의 손을 잡아 끌며 주도적으로 행동했고.
환하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가끔은 부끄러운 듯 얼굴도 붉혔는 데, 왜 그런지는 금방 알 수 있었 다.
“남자 친구 얘기는 오빠한테 비밀 이에요.”
“……남자 친구?”
“힉! 오빠?”
어느새 불쑥 나타난 나를 보며 루 이나가 화들짝 놀라며 아이린 뒤에 숨었고.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루이나에게 물었다.
“뭐야, 루이나. 벌써 남자 친구가 있어?”
“아, 아니야! 나, 남자 친구는 무 슨? 그렇죠? 언니?”
맞네, 맞아.
요 녀석.
열두 살 주제에 벌써부터 애인이 생기다니.
열여섯 살 오빠는 아직 손 한번 제대로 못 잡아봤는데 말이야.
하여튼, 요즘 애들 참 빠르단 말이 야?
“어떤 녀석이야? 원래, 남자는 남 자가 봐야 알거든. 말 나온 김에 내 가 직접 보고 싶은데……
“돼, 됐거든! 왜 남의 얘기를 훔쳐 듣고 그래? 흥!”
“남이라니 친오빠 조금 섭섭
한데……
“언니. 오빠 좀 부탁해요. 그리고 저랑은 내일 또 놀아요!”
“후후, 네.”
잔뜩 당황한 루이나는 아이린에게 오히려 나를 ‘부탁’하며 저택 안으 로 줄행랑쳤다.
그나저나 내일 또 놀아요, 라니.
둘이 벌써 친해진 거야?
아이린은 그런 루이나가 사랑스러 운지 눈을 반달로 뜨고는 말했다.
“루이나 말이에요. 너무 귀엽지 않 아요?”
“음, 네. 귀엽죠. 근데 옛날엔 더 귀여웠어요. 요즘은 애가 좀 폭력적 으로 변했는데 툭하면 등부터 때리 고……
“폭력이라뇨. 약한 오빠를 지켜주 겠다고 검을 배우다니. 얼마나 기특 해요?”
“……네, 맞아요. 그건 부정할 수 없네요.”
아이 린.
그녀는, 아르델의 진한 숲 내음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레버다인과는 많이 다르네요.”
“많이 불편하시죠?”
“아뇨.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아름답 고, 소박하고. 루인 님이 고향에 긍 지를 가지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 아요. 또, 지켜야 하는 고향이 있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요.”
고향이라…….
그나저나, 프리우스 가문은 어떤 가문이지?
나는 ‘프리우스’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 게 깨달았지만.
이에 대해 물어볼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이번 방학 계획, 세우셨어요?”
아이린의 질문에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네.”
“물어봐도 돼요?”
“제 영지를 지켜야죠.”
아버지의 도움 없이,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당장 많지 않겠지만.
작은 발걸음부터.
아주 천천히.
가장 처음으로 할 일은…….
돈 불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