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81)
올 힘 마법사 081화
아이린 프리우스가 아르델에 도착 한 지도 벌써 사흘이 흘렀다.
“여기,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아이린은 복잡한 도시가 꽤 지긋지 긋했던지, 한적한 아르델을 아주 마 음에 들어 했고 주로 책을 읽거나 영지의 숲길을 산책하고는 했다.
물론.
“언니! 오늘은 연금공방에 놀러 가
요!”
“으음, 그럴까?”
그녀의 곁에는 항상 루이나가 있었 다.
아무래도 루이나는 오빠인 나보다 아이린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은 눈치 인데…….
처음에는 그렇게 견제하더니.
이제 조금 질투가 나려고 하는걸?
어쨌든, 나는 퀘스트와 체력 훈련 을 진행하는 오전 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시간을 실무관 베긴스와 ‘비밀 회담’을 가졌다.
본 비밀 회담의 안건은 단 하나.
“도련님. 이제 어쩌실 생각이신가 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 야지요.”
내가 영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우승상금 1만 골드.
거기에, 몬조에서 얻어낸 3만 2천 4백 골드까지.
총합 4만 2천 4백 골드라는 거금 을 이용해 아르델을 성장시킬 방법 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이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방법인 ‘몬스 터 토벌.’
거금으로 용병들을 고용하여 몬스 터가 점령한 지역을 토벌하고 그 땅 을 점령 및 경작하여 되파는 방법은 분명 그럴듯한 생각이었지만.
“일전에 말씀하셨던 몬스터 토벌 은, 영주님의 허락이 필요해서 힘들 것 같습니다.”
“네. 아무래도 당장은 불가능하겠 지요.”
당장은 실행에 옮기기는 힘든 일이 다.
아무래도 아카데미 졸업 후, 학생
딱지를 떼어놓은 뒤에 시도해 보는 것이 좋으리라.
그렇다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 는 일은 무엇일까?
방학 중에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아버지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위 험부담이 크지 않은 일.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아주 ‘가 까운 의외의 곳’에서 찾을 수 있었 다.
바로, 아이린 프리우스와의 대화에 서.
“그런데 말이에요. 아이린 님.”
“ 네?”
“갑자기 궁금해서 그러는데……. 아르델. 어떻게 오셨어요?”
이는, 아주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 되었다.
아이린 프리우스.
라이나크 제국의 수도인 레버다인 에서 출발한 그녀는 변방에 있는 아 로델에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도착할 수 있었는가?
레디안 왕국 남쪽에는 마나 열차 환승역도 없는 데다.
아카데미에서 말을 타고 열흘은 족 히 달려야 하는 외진 곳에 있는데 말이다.
“어떻게…… 라고요?”
“네.”
하지만 아이린은, 이런 내 물음이 별것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생각보다 가깝던데요? 레버다인에 서 이틀 만에 도착했는걸요.”
이틀이라니.
자국에서 출발한 나도 열흘이 걸렸 는데, 타국에서 온 아이린이 고작
이틀이라고?
“어떻게요? 배라도 타고 오셨나 요?”
“아뇨. 아르델에는 항구가 없잖아 요.”
“그렇죠. 그럼 어떻게……
“레버다인에서 마나 열차를 타고, 제국 최남단의 에잇-레이크에서 내 렸어요. 그리고……
아이린은 아르델 영지 우측을 그림 처럼 감싸고 있는 산맥을 가리키며 말했다.
“에잇-레이크에서 출발해 저 산맥 을 넘어왔죠. 그러니 바로 아르델이
던데요?”
길이 없는 산맥을 그냥 넘어왔다 고?
저기에는 길이 없는데?
잠시만.
“뭐야? 그럼 설마, 허가도 받지 않 고 무단으로 국경을 넘어오신 건가 요?”
“헤헤, 네.”
불법체류자였잖아?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자, 아이린은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고.
나는 숨을 크게 내쉬며 물었다.
“원래 그렇게 앞뒤 생각 안 하고 움직이는 성격이었나요? 혼자 인적 도 없는 국경을 넘어오다니. 위험하 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이번에야말로 ‘남자답게’ 호되게 꾸짖어 보리라 생각했지만.
“루인 님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생 각하는데요?”
아이린의 역공에 나는 입을 꾹 다 물고 말았다.
음, 그렇게 말한다면 할 말은 없는 걸.
“이게 바로 제대로 된 일탈이죠. 후후.”
아이린은 그저, ‘가끔은 일탈도 해 줘야죠’ 하고 웃을 뿐이었다.
하여간 정말, 가끔 보면 못 말리는 구석이 있다니까.
나를 이겨보겠다고 무작정 이 먼 곳까지 오질 않나.
여자 혼자서 길도 존재하지 않는 미개척 산맥을 덜컥 올라 국경을 넘 어오질 않나.
그러다 몬스터나 강도라도 만났으 면 어쩌려고 그러지?
물론, 이 땅 절대다수의 강도들은 아이린 프리우스의 옷깃 하나 건들 지 못하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얼굴만 보면 온실 속의 화 초처럼 애지중지 자랐을 것 같은데 은근히 나랑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
킁킁.
물론, 내 몸에서 나는 칙칙한 냄새 말고.
묘하게 닮은 ‘잡초’ 같은 인간미랄 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이린은 책으로 시선을 돌리며 한 마디 툭 던졌다.
“가깝고 좋기만 하던데……. 왜 길 을 만들지 않는 걸까요?”
“무슨 문제가 있으려나? 이런 어른 들의 문제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니까요.”
아이린은 별 의미 없이 던진 한마 디였지만, 적어도 나는 뒤통수라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대에에엥!
이렇게.
“……그러게요. 왜 길을 만들지 않 았을까요.”
라이나크 제국 최남단의 해상 자유 도시 ‘에잇-레이크’와 레디안 왕국 의 최남단의 ‘아르델’ 사이를 가로 막고 있는 산맥.
사우스 마운틴.
특별한 이용 가치가 없기에, 이름 도 붙지 않았다.
그냥 남쪽의 국경처럼 쓰이고 있는
곳이다.
이 산맥의 60%가량이 아르델 영 지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워낙 산세 가 험하여 경작이 불가능하고, 채굴 할 수 있는 천연자원도 전무한 데다 이따금 출몰하는 몬스터 때문에 인 적조차 없이 버려진 곳이다.
하지만.
이곳의 이용 가치는 따로 있었다.
“……아이린 님. 에잇-레이크에서 아르델까지 얼마나 걸리셨죠?”
“한나절 정도요. 근데, 길이 없어서 헤매서 그 정도 걸렸고. 만약 길만 제대로 있었으면 반나절도 안 걸렸
을걸요?”
육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무역로.’
프렐리아 대륙의 모든 항구와 직선 항로를 가지고 있는 해상 자유도시 ‘에잇-레이크’를 지척에 두고 있다 는 이 지리적 이점.
이게 바로, 사우스 마운틴이 가지 고 있는 진짜 가치였다.
만약 이를 잘 이용한다면, 아르델
의 목숨줄을 쥐고 언제든 위협을 가 할 수 있는 ‘무역도시 몬조’에 기대 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아니.
남쪽에서 유일하게 ‘라이나크 제 국’으로 통하는 길목으로 만들기만 해도.
영지 자체적인 힘을 가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무수히 뻗 어가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기 시 작했다.
무역도시 몬조로부터의 해방.
남쪽에서 제국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목, 아르델.
몬스터 토벌로 영지를 확장하고.
항구를 만들어 해상무역에도 도전 한다면…….
“루인 님? 무슨 일 있어요? 표정 이……
“아이린 님……
나는 이 ‘해답’을 선물해준 아이린 을 나도 모르게 끌어안을 뻔했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아이린의 두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네?”
“아무래도 저…….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내가 어찌나 세게 손을 꽉 잡았는 지, 아이린이 슬그머니 손을 들어 올렸고.
나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놓았다.
“아! 미, 미안해요.”
“홈홈……. 괜찮아요. 그런데 방법 이라뇨? 혹시, 일전에 말했던 영지 문제요?”
“네.”
나는 창가에 그림처럼 걸려 있는
사우스 마운틴을 바라보며 말했다.
“덕분에 정답을 찾았어요.”
에잇-레이크.
여덟 개의 거대한 호수가 만나 바 다로까지 이어져 있는 거대한 해상 도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도시 규모의 ‘국가’다.
라이나크 제국 연방 소속으로, 대 제전이 열렸던 알테인과 같은 중립
국이라 볼 수 있는데.
그 성격은 무척이나 다르다.
우선, 왕이 없다.
왕 대신, 8개의 상단 대표가 ‘공동 대표’라는 직함으로 왕을 대신한다.
대륙 무역을 주름잡는 8인의 거상 들이 한자리에 모여 거대한 시장을 만들었고.
제국의 비호를 받는다.
그렇게 돈을 갈퀴로 쓸어 담는다.
일종의, 거대한 사업체랄까.
어디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구조 인데, ‘제국 연방’ 소속이라는 것 하
나만으로 모든 문제를 불식시킨다.
돈
황금.
식량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곳.
이런 곳과 지척에 닿아 있다는 지 리적 이점.
그동안, 이 꿀과 황금이 넘치는 땅 을 왜 포기하고 살았을까?
“어떠세요?”
나는 아버지와 실무관 베긴스에게 내가 생각한 이야기를 전했고.
아버지의 얼굴이 진중해지셨다.
나는, 이 진중함 다음에는 당연히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것이라 예상 했는데…….
아니었다.
“불가능하다.”
“••••••예?”
“이미 시도해 보았으니까. 하지만 에잇-레이크의 8개 모든 상단에서 거절당했다. 실패였지.”
이미 아버지도 생각해 본 적 있는 일이었고.
거기다, 시도까지 하신 적 있는 일 이니까.
“거절했다고요? 이유는요?”
“간단한 이유다. 저들 입장에서 아 르델은 큰돈이 되질 않으니까.”
약간 김이 빠진다.
이제껏 생각했던 방법 중, 가장 위 험부담이 없으면서 확실한 방법이라 고 생각했는데.
이미 실패한 계획이었다니…….
그것도, 고작 ‘큰돈’이 되질 않는다 는 게 이유라고?
우리에게는 희망이 걸린 일인데?
그러니까…….
“도련님. 저희 입장에서 좋은 기회 라는 사실은 영주님도 잘 알고 계시 지만……. 무역이라는 것이 저희가 하고 싶다고 무턱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미 8개 상단에서 모두 거절했으니, 다시 요청해 봐야 돌아올 결과는 같습니……
“아뇨.”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잖아.
“예전과는 다를 겁니다. 아니, 달라 지게 만들 겁니다.”
“••••••루인.”
“아르델은 이미 많은 것이 달라졌 어요. 작은 걸음이지만, 분명 움직이 고 있습니다.”
달라졌다.
금화 한 잎 없이 무턱대고 ‘무역’ 을 요청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 내 수중에는 4만 골드가 홀 쩍 넘는 큰돈이 있다.
온전히 내 ‘뜻’대로 쓸 수 있는 돈 이.
거기다.
“8인의 대표들도, 제 요청을 쉽게 거절하기는 힘들 겁니다.”
이제는 아르델에, 대제전 우승자가 있지 않은가?
“저, 왕국에서보다는 오히려 제국 내에서 먹어주는 타입이거든요.”
나는 장난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 였지만.
아버지도, 실무관 베긴스도.
여기 모두가 알고 있다.
이 장난스러운 미소 뒤에는, 무엇
보다 강렬한 진심이 숨어 있다는 것 으
“사우스 마운틴을 넘겠습니다. 내 일 곧바로 에잇-레이크에 다녀오겠 어요. 가서, 확답받고 돌아오겠습니 다.”
방학.
집에서 하루종일 잠만 자는 휴식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훨씬 여기저기 돌아다니 게 되는걸?
아무래도 나…….
역마살이라도 끼어 있는 것이 아닐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