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84)
올 힘 마법사 084화
해상 자유무역 도시 ‘에잇-레이크’ 를 이끄는 8명의 대표들.
이들은, 남녀 가릴 것 없는 것은 물론.
80세는 훌쩍 넘어 보이는 노인에 서, 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어린아 이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공통 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 가지를 꼽자
면.
“설마 했는데 사실이었군. 일전에 알테인에서 본 적이 있어. 정말 우 승자였잖아?”
“존귀하신 차세대 마법사께서 어찌 이런 외진 곳까지 방문하셨습니까?”
뜻밖의 내 방문에 지대한 ‘호기심’ 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래.
이제 내 차례다.
나는, 저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어야 했다.
“거래를 하고자 왔습니다.”
“……거래요?”
“네. 아르델에서 생산되는 품목들 을 에잇-레이크에 팔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 방문 목적으 로 저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 엔 부족한 모양이다.
“이거, 차세대 마법사로 방문한 것 이 아니라…… 아르델 가(家)의 소 가주로서 방문하신 모양이군요.”
“아르델……?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3대표, 거기가 어디였지?”
“소국 레디안 남쪽에 위치해 있습 니다. 6대표님.”
“아아…… 기억났어. 키송어와 고 구마를 팔려던 그 시골 영지군. 일 전에 아르델의 영주가 우리를 찾아 온 적이 있던 것 같은데……. 8대 표. 그날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던 가?”
“거절했었죠. 8대 0. 만장일치로.”
“이유는?”
“돈이 안 되니까요. 일방적인 판매 만을 원했거든요.”
“그렇군. 그럼 이야기가 끝났군
요?”
공과 사.
내게 선을 긋는 것이 확실히 느껴 진다.
차세대 마법사라는 별명도, 아르델 의 소가주라는 내 명예도.
두 가지 모두 다 나인데.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차세대 마법사께서 ‘에잇-레이크’ 를 찾으셨다면, 두 팔을 벌려 환영 했을 텐데……. 아쉽군요.”
저들은 나를 철저히 ‘아르델의 소 가주’로 대하고 있다.
자신들의 ‘돈’을 훔치려는 가난한 시골 영지 출신 소가주로.
소름 돋을 만큼 무서운 이분법.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저들에게 이 런 사고방식은 무척이나 당연한 듯 보였다.
원래, 상인들은 이런 건가?
“다른 목적은 없습니다만……. 저 희 쪽 제안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 았습니다.”
“그럼 이제 들어보죠. 과연, 얼마나
흥미로운 제안을 가지고 저희를 찾 아오셨는지……. 하지만, 일전에 부 친께서 하셨던 제안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드실 겁니다. 설령, 황태자의 관심 을 받고 계신다는 ‘차세대 마법사’ 라 할지라도.”
“부디 흥미로웠으면 좋겠군요.”
나는 숨을 한 번 골라 내쉬며 말 을 이었다.
“무기를 사고 싶습니다. 가능한 많 이.”
♦ ♦ ♦
키송어, 고구마, 밀.
아르델이 자랑하는 고품질 생산품 목들을, 차세대 마법사라는 위명을 앞세워 사달라고 요청할 것을 예상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구걸’이라도 하길 바랐을지도 모 른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무기요?”
무기를 구입하고 싶다는 예상 밖의 이야기였고.
“무기라. 정확히 어떤 무기를 말씀 하시는 겁니까?”
“검, 방패, 창, 기마용 투창, 공성 병기, 도끼……. 무엇이든 가리지 않 습니다. 가능한 많이 구입하고 싶습 니다.”
“가능한 많이라면…… 얼마나요?”
“우선은 3만 골드어치 정도를 예상 하고 있습니다만, 잘 처리해 주신다 면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구매할 의 향도 있습니다.”
이 예상 밖의 이야기는, 깐깐한 상 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엔 충 분한 듯 보였다.
“3만 골드? 어디 전쟁이라도 준비 하십니까?”
3만 골드.
어지간한 영지 한 해 총예산에 맞 먹는 큰돈이다.
그런데, 이런 돈으로 모두 무기를 구매하겠다?
전쟁을 앞두거나, 대대적인 몬스터 토벌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 이상.
아르델 같은 조그만 시골 영지에서 대량의 무기가 무슨 필요가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나는 안다.
무역도시 몬조와의 사건을 겪으면 서 뼈저리게 느꼈다.
힘은, 돈을 자연스럽게 따라붙게 한다는 것을.
그 힘이 평화를 만든다는 것을.
무기는 어디서든 반드시 공수해야 만 하는 물건이고, 기왕이면 이 거 래를 조건으로 ‘에잇-레이크’와 기 반을 다질 것이다.
그래.
이번에는 일방적인 ‘판매’만을 원 하는 것이 아니다.
‘거래’다.
8명의 대표 중, 8대표라 불린 눈이 쭉 찢어진 남자가 내게 물었다.
“귀공께서 말씀하신 제안의 진위를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 르델에 그만한 돈이 준비되어 있습 니까? 제가 알기로 아르델은 자금 사정이 꽤 빠듯한 곳……
나는 배낭에서 금화 보따리 세 개 를 꺼내 들었다.
“100골드짜리 제국 금화 100개로 1만 골드씩 세 개. 총 3만 골드입니 다.”
8대표가 손가락을 튕기자, 곁을 지 키던 하인이 보따리를 열어 금화를 확인해 보기 시작했고.
이내 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8대표의 태도가 바뀌었다.
“이거, 아르델에서 귀한 손님이 오 셨군요. 소공. 이리 앉으시지요.”
이제야 자리에 앉으라고 하다니.
하지만 나는 자리에 앉기 전, 이들 에게 물었다.
“에잇-레이크의 여덟 대표님들은 저마다 취급하는 품목들이 다른 것 으로 알고 있는데……. 무기를 취급 하는 분은 누구십니까?”
내 질문에 8대표가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에잇-레이크에서 가장 큰 부를 축적하고 계시는 1대표님이십니다. 무기 및 철광. 각종 농식물 및 선박 까지 가장 폭넓은 품목을 담당하고 계시지요.”
그런데, 조금 의외다.
1대표라 불린 여자는, 말 그대로 어 린아이 였으니까.
이제 막 10살쯤은 되었을까.
루이나보다 더 어려 보였다.
하지만, 루이나 같은 활발하고 순 진무구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1대표 세실리아 발트라제 입니다. 제가 에잇-레이크에서 무기를 담당 하고 있습니다.”
“……루인 아르델입니다.”
이를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묘하다.
10살짜리 어린 아이가, 눈빛만으로 어떻게 저런 진중함을 뿜어낼 수 있 을까.
내가 10살 때는, 알량한 재능을 가 지고 위대한 마법사가 되겠다는 꿈 을 안고 아카데미로 상경한 풋내기 일 뿐이었는데.
그에 반해, 세실리아라는 여자아이 의 눈빛에서는 어지간한 성인들보다 훨씬 깊은 관록이 엿보였고, 범상치 않은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었다.
“제게 하실 말씀이 무엇인가요?”
그런데, 고작 10살에 7명의 대표들 을 이끄는 대표 중의 대표라…….
저 세실리아라는 여자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산 걸까?
이런 순수한 궁금증이 들었지만, 지금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실례이 리라.
“3만 골드치의 무기. 준비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궁금합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당장 그만한 수량이 준비되어 있지는 않 습니다. 하지만 3개월의 기간을 주 신다면, 모든 무기를 공급하여 아르 델 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도록 준비할 수 있습니다.”
3개월?
어차피, 내가 아카데미에 있을 시 간이다.
“6개월 내에만 준비해 주시면 됩니 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습 니다.”
“조건이라……. 무엇인가요?”
“저희 아르델의 생산 품목들을 ‘에 잇-레이크’에 받아들이는 것을 고려 하여 주십시오.”
내가 본심을 꺼내 들자, 대표들 사 이에서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분 위기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당장의 거부감보다는, 호기 심이 더 커보였다.
모두가 1대표의 다음 대답을 주목 했고, 1대표라 불린 세실리아는 한 참을 숙고한 뒤에 입을 열었다.
“그 제안의 조건에는, 무기 거래도 포함되는가요?”
“그럴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릅니 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아까 전쟁을 준비한다고 물으셨지 요?”
“네. 그랬습니다.”
“맞습니다. 아르델 인근의 대대적 인 몬스터 토벌을 계획하고 있습니 다. 무기 거래는 이 준비의 첫 단추 일 뿐입니다.”
나는 숨을 한 번 골라 내쉬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지금 당장은 아르델의 작물들이 에잇-레이크에 큰 이득을 가져다주 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미래를 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토벌을 성공 적으로 마치고, 아르델이 지금보다 더 커진 이후. 저희들의 신뢰가 더 욱더 견고해진 이후를요.”
감성에 대한 호소.
하지만, 1대표.
세실리아는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 게, 장사수완이 남다른 자였다.
“저희는 모두 장사꾼들입니다. 이 익에 따라 움직이죠. 그런데, 저희더 러 찾아오지도 않은 불확실한 가능 성에 도박을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저들은 당장의 이익만을 따지는 상 인들이 지.
하지만 그 ‘상인’들이 한 가지 간 과한 것이 있다.
“정말, 불확실해 보이십니까?”
상대는, 차세대 마법사라는 것.
이 자신감.
허언으로 보일 만큼 과한 자신감.
과연, 이게 괜한 자신감일까?
내 말에 세실리아는 잠시 입을 다 물었고, 이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 다.
“예. 귀공께서는 아주 높은 확률로 토벌에 성공하실 겁니다. 존귀하신 차세대 마법사이시니까요.”
“하지만, 아르델과 장기적인 거래 를 약속하기에는 여전히 문제가 남 아 있습니다.”
“문제요?”
“어쩌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에잇 -레이크와 아르델 사이에는 무역로 가 없지 않습니까?”
물자를 운반할 무역로.
그래.
에잇-레이크와 아르델 사이에는 분명, 길이 없다.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길이 있지 않
은가?
“사우스 마운틴을 넘으면 됩니다.”
사우스 마운틴.
나와 아이린이 직접 넘어온 산맥.
이곳에 거점과 길을 만들면,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홈, 홈홈……
“귀공. 이곳에서 그 ‘산맥’의 이름 은 자제해 주시지요.”
내가 무슨 ‘금기어’라도 말한 것처 럼.
‘사우스 마운틴’이라는 이름이 나 오자 분위기가 급격히 이상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사우스 마운틴’이라는 이 름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었고,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이는, 모두 세실리아 때문이었다.
1대표 세실리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을 넘어, 하얗게 질려가 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제가 말실수를 한 모양이군요. 죄 송합니다.”
나는 세실리아에게 황급히 사과했 고, 그녀는 한참을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무언가를 ‘참아내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슬픔’.
아니, 지독한 슬픔을 넘어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렇게 감정을 정리한 세실리아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사우스 마운틴을 넘으신다고요? 아뇨.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곳에는
악마가 사니까요.”
사우스 마운틴에 사는 악마.
그리고,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대표직까지.
내 머릿속에서는 어떠한 그림이 그 려지기 시작했고…….
나는, 악마에 대한 직설적인 분노 를 숨기지 않는 세실리아를 향해 말 했다.
“제가 어젯밤. 그 산맥을 넘어왔습 니다.”
“……거짓말.”
“아뇨. 거짓이 아닙니다. 그 산맥에 서 누군가를 만났죠.”
내 배낭 속에 간직하고 있던, 퀘스 트 아이템.
《은빛 늑대인간의 갈기》
나는 이를 꺼내 들며 물었다.
“혹시, 말씀하신 악마가 이겁니 까?”
“..I”
동시에 세실리아의 동공이 크게 혼 들렸고.
내 눈에 상태창 하나가 떠올랐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