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85)
올 힘 마법사 085화
에잇-레이크의 무역왕, 빌 발트라 제의 장녀.
세실리아 발트라제.
그녀가 일곱 살이 되던 생일 첫해.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이 뛰어 놀아야 할 나이에 닥친, 무서운 현 실
혼자 감당하기 버거운 무거운 짐.
아버지, 빌 발트라제의 죽음.
누구보다 환하게 웃던 소녀는 웃음 을 잃었고,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 하여 강해져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버지의 목숨을 빼앗아간 사우스 마운틴의 ‘재앙’을 저주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발트라제 가(家)의 존 경을 얻습니다.》
이제 그 재앙은 죽었다.
이런다고, 저 소녀의 아픔이 모두 지워지지는 않겠지만.
조금.
상처가 아물 시간이 지나고 난 후.
10살에 어울리는, 순수한 미소를 찾을 수 있기를.
“이제 계획은요?”
“계속 기다리는 수밖에요.”
“으음. 조금만 시간을 달라 한 지
도 벌써 사흘이 지났어요. 설마, 루 인 님을 잊은 것은 아닐까요?”
아이린이 불안하다는 듯 말했지만, 나는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답했 다.
“아뇨.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사흘.
8인의 대표들의 ‘황금의 전당’을 떠나, 여관으로 돌아온 지도 벌써 사흘이 지났다.
황금의 전당에서 의도치 않게.
《은빛 늑대인간의 갈기》
퀘스트를 완료하고 발트라제 가문 의 존경을 얻게 되었지만, 거기까지.
내 방문 목적에 대해서는 그 어떤 확답도 받지 못했다.
세실리아 발트라제는 ‘조금만 시간 을 주세요’라고 말하며 기다려달라 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기다리기도 어느덧 사흘.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되었는 데……
아이린의 말마따나, 나 역시 조금
초조해지기 시작할 때쯤.
웬 사람들이 우리가 묵고 있는 여 관 안으로 들어섰다.
“루인 아르델 님.”
“••••••아.”
그들은, 내가 그토록 기다리고 있 던 ‘에잇-레이크’의 1대표.
발트라제 가문 사람들이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 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세실리아 님 은 괜찮으신가요?”
“네. 덕분에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대답이 늦어진 이유도, 대표님께서 전대 가주님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 지셔서 늦게 되었습니다.”
“그러셨군요. 이해합니다. 그럼
내가 말끝을 줄이자, 남자는 맥락 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대표님께서 귀공의 제안에 대 한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그런가요?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 네요. 그럼, 잠시 외투 좀 가지고 나오겠습니다.”
내가 숙소로 올라가려 하}자, 남자
는 이런 나를 제지하며 말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 네?”
“대표님께서 직접 오셨으니까요.”
발트라제 가문의 기수들 뒤에서, 슬쩍 고개를 내밀며 모습을 드러낸 소녀.
세실리아 발트라제.
“손님을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 여 죄송합니다. 무례를 용서해 주십 시오.”
세실리아는 앞으로 나와 진심을 다
해 목례했는데, 10살짜리 소녀가 보 여주는 이 예법이 너무나 완벽하여 오히려 이질감이 들었다.
하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은 옷을 걸친 듯 불편할 뿐.
세실리아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그런 위태로움은 없었다.
오히려, 그 표정이 조금 편안해 보 이기도 했다.
나는 그런 세실리아에게 활짝 웃어 주었다.
“그리운 아버지를 보내드리는 시 간. 벌써 3년이나 기다리셨지 않습 니까? 이는 결코 무례가 아닙니다.”
“저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거 든요.”
내 어머니.
이제는 초상화로 떠올리지 못하면, 인상마저 흐릿해진 10년 전의 그리 운 얼굴이지만.
내가 정확히 여섯 살이 되던 생일 날에 생긴 그 날의 비극만큼은 선명 하게 떠오른다.
세실리아가 궁금하다는 듯 눈을 동 그랗게 떴지만, 나는 말을 아꼈다.
대신.
“앉으시 겠어요?”
나는 그녀에게 테이블에 안기를 권 했다.
하지만 그녀는 보는 눈이 많다며, 여관 식당이 아닌 다른 곳으로 자리 를 옮기기를 원했고.
우리는 발트라제 가(家)의 황금마 차에 올랐다.
나는 당연히 그녀의 사택으로 갈 줄 알았지만.
목적지는 아주 의외의 곳이었다.
그 산맥이네요.”
사우스 마운틴.
세실리아는 본인에게 ‘금기시’되어 오던 이 땅의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맞서기로 마음먹은 듯.
직접, 사우스 마운틴을 찾았다.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땅.
그녀는, 아주 잠시 마차에서 내리 기를 머뭇거렸지만.
“ 후우••••••
이내 마음을 굳게 먹고는 사우스 마운틴 흙 위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이곳을 넘어오셨다고 하셨지요?”
“네. 덕분에 밀입국자 신세가 되었 지만, 비밀을 지켜주시리라 믿습니 다.”
순수한 의도의 농담이었지만, 세실 리아는 웃지 못했다.
아마, 아직은 그럴 만한 마음의 여 유가 없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한참을 사우스 마운틴을 뚫 어져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사우스 마운틴에 길을 만들게 되 면, 레디안 왕국 남부인 아르델을
포함하여 서쪽의 모래왕국 오요타까 지 직선 무역로를 만들 수 있습니 다. 지금처럼, 중부 지역을 빙 돌아 서 마차를 보내게 되면 시간이며 비 용이며 여러모로 비효율적이지요.”
“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이곳에 길을 만드는 일. 저희 발 트라제 가(家)에서 도와드리겠습니 다.”
“••••••네?”
이는,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사우스 마운틴에 길을 만드는 일.
이는, 당연히 내가 부담해야 할 것 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큰돈이 없었기 에, 나중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 데.
발트라제 가문에서 도와준다면, 이 야기가 달라진다.
“……그 말씀은, 제 제안을 받아들 이신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겠습니 까?”
“아르델에서 생산되는 어떤 품목이 든 좋습니다. 모두 에잇-레이크에서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해드리겠 습니다.’’
시세보다 비싼 가격.
이는, 너무나 파격적인 확답이었고 내가 잠시 머뭇거리던 찰나.
세실리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
“무역왕이라 불리셨던, 아버지께서 생전에 제게 해주셨던 말씀이 있습 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냉혈한이라 손가락질해도 좋다고. 무역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손해를 보느니, 차라 리 팔지 않는 것이 낫다고.”
“하지만, 저는 아버지와 다릅니다. 발트라제 가문의 은인에게 그에 걸 맞는 은혜를 갚고 싶었고. 신뢰를 약속하고 싶었고. 미래를 기대해 보
고 싶었습니다. 아버지께 그 말이 하고 싶어 이곳을 찾았습니다.”
10살.
남들보다 훨씬 일찍 어른이 되어버 린.
아니,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소녀.
세실리아 발트라제는, 내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다.
오늘, 세실리아 발트라제가 자신에 게 닥친 ‘재앙’에 정면으로 맞섰듯.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다.
내가 정확히 여섯 살이 되던 해 생일날, 아르델에 일어난 끔찍한 악 몽.
진흥평원을 점령하고 있던 머드맨 들이 대대적으로 공격을 했고, 마을 안까지 쳐들어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고.
거기엔 내 어머니가 포함되어 있었
다.
고작, 머드맨 따위들에게.
참으로 허망한 죽음이지 않은가?
하지만 아파할 시간은 길게 주어지 지 않았다.
내가 어머니를 잃은 날, 부모를 잃 은 아이들이 너무나 많았고.
나는 아르델의 소가주로서, 이 아 이들을 대표하여 용기를 내어야 했 기 때문이다.
그날, 처음으로 다짐했다.
강해져야겠다고.
마법사가 되어야겠다고.
그날, 아르델에 일어났던 악몽을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고.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에요.”
“……그러게요.”
이제, 그 첫발을 내디뎠다.
뭐든 처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 가?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운 우리 는, 에잇-레이크를 떠나 곧장 아르 델로 돌아왔다.
이미 한번 걸었던 길이라, 복습하 듯 천천히 걸었는데도 고작 반나절
이 걸릴 뿐이었다.
그래.
또 다른 기회는 이렇게도 가까이 있었다.
“몇 년 후에는, 북적북적한 아르델 을 기대해도 되는 건가요?”
“네. 나중에는 항구도 짓고 싶어요. 에잇-레이크처럼 어딘가에 의존할 필요가 없을 만큼 독자적인 시장도 갖추고요. 물론, 지금 당장은 힘들겠 지만.”
“후후, 저도 덩달아 기대되는데 요?”
내가 신나서 떠들자, 아이린은 그
런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 었다.
“루인 님을 보면, 정말 이 땅을 사 랑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해요.”
“모두가 그렇지 않나요? 고향이란 그런 곳이잖아요.”
“아뇨. 모두가 그렇지는 않아요.”
아이린 프리우스.
그녀는 별것 아니라는 목소리로 말 했다.
“저는 고향을 싫어하거든요.”
하지만, 뭘까.
별것 아니라고 말하는, 이 목소리 뒤에 숨어있는 ‘고통’은.
나는 묻고 싶었지만, 아이린은 그 이상 말하는 것을 아꼈다.
“제가 괜한 이야기를 했네요.”
“들려주실 수 있나요? 아이린 님에 대한 이야기는 아는 게 별로 없어 서.”
“네. 하지만 다음에요. 오늘은 즐거 운 날이잖아요? 얼른 돌아가서 이 소식을 알려야죠.”
그래.
다음에.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아이린 님 의 고향에도 들려보고 싶네요.”
아이린은 긍정도.
그 어떤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확신할 수 있었 다.
언젠가는 ‘프리우스’를 찾을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것을.
♦ ♦ ♦
아르델의 저녁 식사 자리는 오랜만 에 북적북적했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실무관 베긴 스를 포함하여 영지를 이끌어가는 주축들 모두가 함께 들어야 했기 때 문이다.
“홈홈. 다들 식사 마치셨으면 이제 우리 도련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모두가 나를 주목했고.
나는 입을 열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당연히 사우스 마운틴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곳에서 마주한 웨어울프들을 쫓 아내고, 에잇-레이크에 도착했다는 이야기까지는 모두가 꽤 놀랐지만 그런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뭐? 둘이 같이 여관에 묵었다고?”
“방은 따로 썼다니까.”
“확실해? 오빠 너. 설마……
‘여관’이라는 대목에서 루이나가 맥을 끊고 들어온 것이다.
물론, 모두가 이런 루이나의 돌발
행동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루이나는 혼자만 진지한 얼굴로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쥐방울만 한 녀석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 다음부터는 이야기를 몇 번씩이 나 멈춰야 했다.
“정말 그 냉혈한으로 소문난 발트 라제의 대표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아르델에 진 은혜를 갚겠다고?”
‘에잇-레이크’와 계약을 체결했다 는 이야기에서는 실무관 베긴스가 맥을 끊었고.
“이달 안에 사우스 마운틴에 길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된다는 말. 정말 입니까?”
“네. 맞습니다.”
“제국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무역로 라니……. 이거 믿기지가 않는군.”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리신 겁니 까‘?”
“마법이 아닙니다. 그저, 신뢰를 쌓 았을 뿐이죠.”
버려진 산으로 취급되던 산맥에
‘무역로’가 생긴다고 하자 장로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내 수완에 감탄 했다.
“무역로가 생긴다면, 서쪽의 오요 타에서도 이를 이용할 겁니다. 그럼, 덩달아 아르델도 함께 북적이게 되 겠지요.”
“그렇군요. 정말 도련님 말씀처럼 아르델이 커지는 것도 시간문제가 되겠는데요.”
이제는 레디안 남부 무역을 독점하 고 있는 몬조에 의탁할 필요도 이유 도 없다.
물론, 무기를 구매하느라 3만 골드
라는 거금이 한 번에 훅 빠져버리긴 했지만…….
더 큰 일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 다면 충분하다.
“이제, 다음 계획은 뭡니까? 도련 님.”
실무관 베긴스의 물음에 나는 답했 다.
“토벌 준비입니다.”
토벌.
모든 계획의 끝은, 어차피 전쟁으 로 귀결된다.
“물론, 아버지의 허락이 있어야 하 겠지만요.”
아버지의 허락.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의 시선 이 아버지에게로 향했다.
오랫동안 말을 아끼시던 아버지는, 침묵을 깨뜨리며 말씀하셨다.
“……다 컸구나.”
이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대표적으로.
“고맙다.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주
어서.”
고마움.
그리고…….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더니 ……. 이제는 너를 말릴 명분이 없 구나.”
더 이상 나를 만류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두려웠다. 전쟁이. 10년 전의 그 날처럼……. 모든 것들을 잃게 될까 봐.”
아주 오랫동안 숨겨 오시던.
아버지의 진심.
그런 아버지가 꺼낸, 그 이름.
“……오늘따라 메리아가 그립구
나.”
메리 아.
얼굴은 흐릿하지만, 그 따스함만은 선명히 떠오르는 내 어머니의 이름.
아버지는, 그 이름을 끝으로 술잔 을 들어 올리셨고.
다짐하셨다.
“사랑하던 모든 이의 복수를.”
복수.
그리고, 아르델의 영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