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87)
올 힘 마법사 087화
아르델의 검술 연무장은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
아르델의 귀여움을 모두 독차지하 는 루이나의 ‘검술대련’ 때문이었다.
“볼바르 경!”
“아가씨. 제가 너무 늦었나요?”
연무장에 홀로 서서 볼바르 경을 기다리고 있던 루이나는, 입술을 삐 죽 내밀며 말했다.
“벌써 10분이나 늦으셨다고요. 언 제는 숙녀를 절대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으면서?”
“하하, 죄송합니다. 오늘은 늦은 벌 로 왼손만 사용할까 하는데, 괜찮으 십니까?”
“ 왼손만?”
루이나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그리고, 내 뒤에 있는 아이린에게 도.
갑자기 구경꾼이 많아진 탓일까.
“……좋아요. 후회하지 마세요.”
긴장된 기색이 엿보이긴 했지만,
조금은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우리 앞에서 볼바르 경 을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 은 모양이다.
아이린은 그 모습이 귀엽다며 웃음 을 터뜨렸지만.
나는 꽤 진지한 눈으로 루이나가 목검을 쥔 자세를 주목했다.
검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잘 배운 것 같은데?’
일전에 대제전을 준비하며 기사 ‘굴터 피란테’ 경에게 체술과 걸음 걸이에 대해 배운 적이 있지 않은
가.
아주 조금 배운 식견으로 보았을 때, 루이나가 들고 있는 검의 균형 은 완벽했고 보폭 역시 일정했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증거다.
말괄량이 12세 소녀기사라고 놀려 줄 요량이었는데, 아무래도 루이나 의 수준은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인 듯했다.
“와……
아이린이 감탄할 만큼 훌륭한 공격 을 선보였으니까.
자신의 상체보다 큰 목검을 자유자 재로 가지고 놀았고, 신체 균형을 유지한 채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움직임 역시 일품이다.
물론, 아직 신체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나이다 보니 근력이 부족했고.
12세 소녀의 목검으로는 창성 기 사를 위협할 만한 장면은 나오지 않 았지만.
“보셨습니까? 루이나 아가씨의 실 력이 벌써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검 술 실력만 놓고 본다면, 이제 도련 님도 아가씨를 당해내지 못하실 겁 니다.”
볼바르 경의 말처럼, 아주 훌륭한 성장 속도였다.
비실비실한 오빠를 지키겠다며, 드 레스 대신 검을.
연회장 대신 연무장을 선택한 루이 나의 그 기특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 을 정도로.
막눈인 내가 봐도 재능이 넘쳐 보 이는데, 볼바르 경이 보시기엔 얼마 나 기특할까?
“여기가 비었습니다.”
볼바르 경은, 루이나의 검을 가볍 게 흘려내며 옆구리를 가볍게 툭 쳤 다.
루이나는 바닥에 철푸덕 쓰러졌지 만,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일어났 다.
루이나는, 이제 나와 아이린의 시 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 볼바르 경을 공격해 야 할지에만 집중했고.
볼바르 경은 루이나의 가르침에 집 중했다.
“흔히들 검과 창을 ‘팔의 연장선’ 이라고 말하며 수족처럼 편히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틀렸습니 다. 오히려 반대지요. 누구보다 조심 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 마치, 오늘
처음 잡은 검처럼.”
루이나의 회심의 찌르기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고.
볼바르 경은 가볍게 몸을 회전시키 며 루이나의 검을 튕겨내었다.
“어제 수천 번을 휘두른 목검이라 도. 이미 너무 익숙해진 검의 무게 일지라도. 오늘은 처음 잡은 것처럼 신중하십시오. 그리고……
“••••••이잇!”
바짝 독이 오른 루이나가 또 한 번 찌르기를 시도했고, 볼바르 경은 아주 가볍게 툭 쳐내고는.
그야말로 ‘섬광’ 같은 몸놀림으로
루이나의 목 끝에 목검을 가져다 대 었다.
“경계하십시오. 익숙함에서 오는 ‘무뎌짐’을.”
짝짝짝짝.
박수가 자동으로 나오는 깔끔한 무 위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 가씨.”
루이나는 져서 분하다는 듯, 잔뜩 화난 얼굴을 지어 보였지만 검을 바
닥에 집어 던지거나 하는 무례한 행 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가르침을 체득하려 는 듯.
검을 잡은 자신의 손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아, 이 감정 뭐야.
이런 게 바로 아빠의 기분일까.
철부지 어린아이인 줄로만 알았던 내 동생이 이렇게나 컸다니.
너무 기특해서 안아주고 싶어지는 데?
그때, 볼바르 경이 내게 말했다.
“이제는 도련님 차례입니다.”
내 차례.
나는 연무장 구석에 비치되어있는 목검을 헐겁게 쥐고 앞으로 나왔다.
정말 검을 오랜만에 잡아보는구나, 하는 감상보다는.
아홉 살.
마법사도 검에 대해 잘 알아야 기 사를 상대할 수 있다며, 볼바르 경 과 목검 대련을 하던 추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설마, 이 늙은이에게 마법은 쓰지 않으시 겠지요?”
“그럼요. 교내 규정 위반이거든요.”
“껄껄, 좋습니다. 이거 옛날 생각나 고 좋은데요?”
아무래도 볼바르 경도, 그날의 추 억이 떠오르시는 모양이다.
옛날에는 이 목검이 그렇게나 무겁 게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깃털처럼 가볍다.
나는 검을 쥐고 허공에 두어 번 휘둘러보았다.
내 ‘힘’이 더해졌기 때문일까.
수웅- 수웅-!
목검은 바람을 가르듯, 무자비한 속도로 허공을 베어냈고.
“ 호오••••••
볼바르 경이 헛숨을 집어삼키셨다.
“도련님 소식은 들었습니다. 요즘 체술■을 익히셨다지요?”
“네.”
“검술 역시 체술과 별반 다르지 않 습니다. 이거, 얼마나 성장하셨을지 기대되는데요.”
볼바르 경이 검을 들어 올리셨다.
물론, 루이나 때와 똑같은 ‘왼손’이 셨다.
“우선은 이렇게 시작하겠습니다. 괜찮으십니까?”
“네.”
볼바르 페튼 경.
본인은 스르로 ‘늙었다’라고 말하 지만, 그가 얼마나 강하고 많은 깊 은 연륜이 있는 기사인지는 잘 알고 있다.
호랑이는 호랑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야 했고, 단 일격 이라도 성공시키고자 하는 전투적인
마음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물론, 마음과는 별개로 내 자세는 무척이나 어설펐지만 말이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검을 들고 있는 적을 상대하는 법.
이미, 대제전이라는 대회에서 한번 경험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둠 프라임.
최고의 재능을 타고난 마검사.
나는, 둠 프라임을 상대하던 경험 을 떠올리며 볼바르 경에게 달려들 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오, 움직임이 상당하신데요.”
눈으로 좇을 수도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내 목젖을 겨냥한 볼바르 경 의 검끝이었다.
그의 실력은.
“이거 7년 전과는 움직임이 너무 좋아지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다시 해볼까요?”
조금 전, 활활 불태우던 내 전의마 저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엄청났
다.
나를 공격한다는 아주 작은 ‘위기 감’조차 받지 못했으니까.
기사들이 이렇게 강하단 말이야?
한때, 반국 페르나의 고위마법사 10여 명을 베어냈다는 그 명성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을 것이다.
이는, 허탈함을 넘어서 박탈감에 가까운 감정이었지만.
나는 목검을 다시 들어 올릴 수밖 에 없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도 련님.”
아름다운 추억에 가려져 있던 기억 의 조각이 떠올라 버렸거든.
볼바르 경.
그와의 대련에서는 항상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지만.
마지막에는 항상 눈물로 끝이 났다 는 것을.
♦ ♦ ♦
지금 내가 느끼는 박탈감의 큰 이 유 중 하나는.
“이쪽이 비었습니다.”
따악!
«..으 ”
볼바르 경은 ‘창기사’라는 점이다.
본인의 장기인 창술이 아니라, 목 검을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 도라니…….
아홉 번.
볼품없이 바닥을 나뒹군 횟수.
검을 들고 있으니, 사람이 정말 바 보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내 검은, 그 흔한 옷깃 하나 스치 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우……. 이거 뜻대로 안 되니 답답하네요.”
하지만 볼바르 경은.
“아뇨. 좋아지고 계십니다.”
“좋아지고 있다고요? 똑같은 것 같 은데요?”
“본인은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다 시 해보시겠습니까?”
뭐가 좋아지고 있다는 건지,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거, 희망고문 같은 건가?
나는 당장에라도 이 불편한 검을 집어던져 버리고, 편한 주먹으로 상 대해 보고 싶었지만.
“후우……. 다시 해볼게요.”
끝까지 검을 고집했다.
딱히, 검을 잘 다루고 싶다는 욕심 이 있어서는 아니다.
‘기사’라는 존재에 대해 그동안 너 무 문외한이었고.
이번 기회에 기사들의 움직임을 이 해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
좋은 기회다.
지금 느끼는 이 박탈감은, 성장하 기에 더없이 좋은 원동력이 된다.
이는, 절대 부정할 수 없다.
독이 바짝 올랐고.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도련님. 방금 그 표정, 마음에 드 는데요?”
“네. 지금 바짝 독이 올랐거든요. 방금, 목표를 정했습니다.”
“목표요?”
“볼바르 경이 오른손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겠습니다. 그 전에는 포기 안 합니다.”
내 다짐에 볼바르 경이 즐겁다는 듯 검을 고쳐 쥐었다.
“ 얼마든지요.”
틈이 없다.
내 손에서만큼은 ‘무쓸모’로 재탄 생하는 이 목검을 집어 던져 버리 고, 주먹을 들어 올린다면 어떻게든 해볼 수도 있겠으나.
지금 상태로는 답이 없다.
기회는 단 한 번.
왼손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공격을 해야만 했다.
“갑니다.”
나는 또다시 볼바르 경을 향해 달 려들었다.
똑같은 루트.
정직한 움직임.
내 ‘힘’을 맹신한 직선적인 공격.
이제껏 모두 통하지 않았다.
볼바르 경은 내 ‘힘’에 맞서지 않 고 언제나 홀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나는, 정면에서 급격히 방향을 틀 어 왼쪽 어깨를 노렸다.
“시도는 좋았습니다만……
하지만 볼바르 경은 한 발자국 뒤 로 물러나며 내 눈먼 검을 가볍게 피해 냈다.
“이러면 동작이 커져서, 틈을 내어 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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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기사’들의 역습 찬스 가 왔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한 나 는.
다음 공격을 하는 대신, 내 허점을 가리기 위해 방어 자세를 취했고.
따악!
“호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요.”
볼바르 경의 공격을 처음으로 막아 냈다.
하지만, 기뻐할 시간은 없었다.
내가 공격권을 가져갈 차례였기 때 문이다.
나는 볼바르 경과 내 사이에 존재 하는 틈을, 한 움큼 빠르게 좁히며 달려들었고.
찌르기를 시도하려는 척, 어깨를 앞으로 밀어 넣으며 동시에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
속임수에 속임수.
왼손으로 목검을 쥐고 있는 볼바르 경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방어가 허 술할 수밖에 없는 왼쪽만을 집요하 게 노린 회심의 휘둘러치기였다.
하지만.
“..I”
조금 당황한 볼바르 경은 한 발 뒤로 물러나더니.
따악!
내 검을 흘려 버리고는, 강력하게
위로 올려쳤다.
덕분에, 내 검은 우스꽝스럽게도 내 손을 떠나 저 멀리 날아가 버렸 다.
명백한 내 패배.
하지만.
“돼, 됐다!”
환호한 쪽은 오히려 내 쪽이었다.
볼바르 경은 어느새, 오른손에 목 검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련님.”
그는, 놀라움과 당혹스러움 人?기.
기특함과 아리송함이 혼재된 복잡 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른손잡이 기사가 왼손으로는 절 대 막을 수 없는 공격……. 이건 의 도하신 겁니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하신 겁니까?”
“글쎄요. 계산하기는 했는데…….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네요.”
물론, 공격은 실패했다.
내 검은 볼바르 경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고, 저 목검을 부수지도 못했으며.
오히려 볼품없이 검을 놓쳐 버렸 다.
그럼에도 내가 웃을 수 있는 이유.
“……타고나셨군요.”
볼바르 경의 공격을 한 번 예측했 고, ‘오른손’을 쓰도록 만들었다는 것.
이것으로, 내 오늘 목표는 달성한 것이다.
“ 후아••••••
나는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 다.
바닥이 나를 빨아당기는 것 같은
기분.
이대로 잠들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노곤노곤함.
그때, 볼바르 경은 내게 한 마디를 툭 던지고는 등을 돌리셨다.
“내일 이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네?
잠시만요.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