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91)
올 힘 마법사 091화
“……들어본 적 있어. 네 이름.”
이 소년이 내 이름을 어디서 들었 을지도 벌써 예상된다.
대제전 우승자라는 이야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소년의 소속은, 폴드렌 영지의 수 련 기사라고 했으니까.
폴드렌 영지.
이곳에는,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기사가 계시지 않은가?
“굴터 피란테 경. 맞지?”
“어, 어떻게 알았어?”
내가 굴터 경의 이름을 말하자 소 년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나를 마법사가 아니라 점성술사쯤 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봐. 잘못 짚었다고.
“아까 대화를 들었어. 네가 폴드렌 영지의 수련 기사라고. 거기다 굴터 경이라면 동네방네 내 얘기를 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마, 맞아. 단장님께서 아카데미에 엄청나게 강한 마법사가 있다고 하
셨어.”
“뭐, 내 이야기는 됐고. 얼른 누나 를 구해야 하지 않아?”
“•…”아!”
나는 기절한 동료들은 내팽개치고 저 혼자 살겠다며 달아나는 불량배 들을 가리키며 물었고.
소년은 ‘아차!’ 하며 벌떡 일어나더 니, 자신의 누나에게 달려가 손과 입에 묶인 포박을 풀어내었다.
“누, 누나!”
“한슨!”
이름이 ‘한슨’이었구나.
한슨과 그의 누나는 서로 아주 오 랜만에 만난 듯 서로 얼싸안고 눈물 을 흘렸는데…….
남매의 남다른 우애가 참 보기 좋 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루이나 생각이 난 탓이다.
그리곤, 달아나는 ‘옹이 나무단’을 뒤쫓아가서 이 남매를 괴롭히지 말 라며 혼내줄까도 잠시 고민해 보았 지만.
이 이상 타인의 일에 깊숙하게 개 입하는 것도 오지랖인 듯하여 고개
를 저었다.
그래.
불의를 참지 못하고 뛰어든 정의감 넘치는 마법사.
딱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나는 말 안장에 다시 올라타며 고 삐를 가볍게 쥐었다.
그때 였다.
“자, 잠시만요!”
한슨의 누나가 나를 멈춰 세우더 니, 이윽고 눈물로 범벅된 뺨을 닦 아내며 말했다.
“저, 저희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
다. 보답으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 은데요……
식사라.
어차피 점심을 먹으려던 참이기는 한데…….
“바, 바쁘시지만 않다면……. 부탁 드립니다.”
이 남매와의 인연을 아주 조금 더 붙들어두는 것도 괜찮겠지?
♦ * ♦
한슨과 그의 누나의 집은 정확히 말하자면 폴드렌 영지는 아니었다.
영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이었는데…….
꽤 번화한 동부 지역에도 이런 곳 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외진 곳이었 다.
“누추하지만 안으로 들어오세요.”
누주하다니.
뭐랄까.
오히려, 아르델 생각이 나는 분위 기라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곳인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가볍게 인사하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 아무도 없어요. 아버지는 또 어디 술집 바닥에 누워계실 시간이 라서 요.”
“아•••••• 예.”
이런 심각한 이야기를 ‘옆집 아저 씨는 동네 산책가셨을 시간이라서 요’라는 투로 말하다니.
이걸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모르겠다.
내부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늑했 지만, 나는 조금의 내색조차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그, 금방 식사 준비할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저는 괜찮으니 천천히 하세요.”
한슨의 누나는 뭐가 그리 급한지 부엌 안으로 우다다 달려 들어갔는 데.
아니나 다를까, 쨍그랑!
식기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저는 괜찮으니 신경 쓰 지 마세요!”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내가 놀란 눈으로 한슨을 쳐다보 자, 한슨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원래 좀 저렇게 덤벙대……
“••••••요.”
요?
왜 갑자기 존댓말이람?
“어, 어쨌든……. 아까는 도와줘서 고마워……
요.”
“편하게 말해. 왜 갑자기 어색하게 존댓말이야?”
“하, 하지만 너는…… 아, 아니. 그 쪽은 귀족이고…… 나는……
“몇 살인데?”
“나 열여섯……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그냥 하던 대로 말 편하게 해.”
“••••••하지만••••••
“자꾸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불편 하면 존댓말이라도 편하게 해줄래? 이도 저도 아니게 말하지 말고.”
너무 몰아붙였나.
한슨은 조금 기가 죽은 듯 고개를 떨구었고, 당장에라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존댓말을 잘하겠다고 맹세할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알았어. 그럼, 말 편하게 한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다?”
반말이 편한 거였냐.
나는 황당함에 코웃음 쳤고, 한슨 도 이제야 좀 편하다는 듯 처음으로 웃어 보였다.
웃는 얼굴은 처음 보는데, 웃으니 까 제법 잘생긴 얼굴이다.
여자들한테 인기 좀 있겠는데?
“나는 한슨. 성은 없고. 폴드렌 수 련원의 수련 기사야. 루인……. 루인 이라고 불러도 되지?”
O ” 흐.
“네 얘기 정말 많이 들었어. 우리 단장님께서 매일 네 얘기를 하셨거 드 ”
“어떤 얘기?”
“아카데미에 어마어마하게 강한 마 법사가 있다고. 오우거 뺨치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자기보다는 힘이 약 하다고 하셨어.”
아, 그러세요.
굴터 피란테 경.
분명, 아카데미에서 체술을 배우기 전에 팔씨름으로 서열 정리를 끝내 고 시작했는데…….
나보다 힘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했 단 말이야?
뭐, 그렇다고 굳이 내가 더 강하다 는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지?
“요 몇 달간 계속 네 얘기만 하셨
어. 루인이 검을 배워도 너희보단 강할 거다. 계집애 같은 검술은 당 장 때려치워라. 루인이라면 이렇게 안 할 거다. 등등……
“나 참……. 그 양반. 내 얘기는 엄청나게 하고 다니셨구만?”
“루인. 너 우리 단장님이랑 많이 친해?”
“뭐, 조금.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던 데……. 어디 형으로 보이는 얼굴이 어야지.”
“우와! 대단하다! 단장님께 형이라 니……
‘굴터 피란테’ 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의 한슨은,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이 신난 얼굴로 변했는데.
“나도 얼른 강해져서 우리 단장님 같은 훌륭한 기사가 되고 싶어!”
동부 지역에서 유일한 6성 기사.
굴터 피란테 경은, 한슨이 알고 있 는 최강의 기사이자 우상이었기 때 문이다.
굴터 경은 강하다.
그렇기에 그를 목표로 두는 것은, 훌륭한 목표다.
하지만.
“……아직은 약하지만.”
이런 말 하기는 미안하지만 한슨 은, 수련 기사라고 밝히지 않았다면 몰랐을 만큼 약했다.
6성 기사는커녕, 수련원을 제대로 졸업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일 만큼.
“실은, 나 수련원 성적 꼴찌거든. 그래서 매일 놀림 받아. 평민이라 돈도 안 내는 주제에 그 실력으로 어떻게 수련원에서 버티고 있냐 고……
“모두가 나를 비난했지만, 우리 단 장님만은 다르셨어. 내게는 다른 이
들이 갖지 못한 재능이 있다고. 지 금은 빛을 못 보고 있지만 계속 노 력한다면, 누구보다 강해질 수 있다 고 하셨어.”
이것이, 굴터 피란테 경을 존경하 고 우상으로 생각하는 이유.
한슨의 이야기를 듣다, 문득 옛 생 각이 떠오른 나는 쓰게 웃으며 말했 다.
“맞아.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 남들 보다 조금 늦을지는 몰라도, 끈질기 게 갈구한다면 언젠가는 기적이 찾 아오지.”
“정말? 정말 그럴까?”
“응. 나도 그랬거든.”
“네가? 루인 너도 나처럼 꼴찌였다
고?”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똑같다.
하이델 교수님과 학장님이 끝까지 나를 믿어주셨듯.
굴터 피란테 경이 한슨을 믿어주고 있다.
이 믿음에 배신하지 않고 노력한다 면, 기적은 찾아온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내가 검술은 잘 모르지만, 너는 눈빛이 좋아.”
“……단장님도 그 말씀을 하셨어.”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할 테니 까.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말고 계 속 노력해. 그럼 분명 강해질 수 있 을 거야.”
술주정뱅이 아버지.
덤벙대지만 순수하고 착한 누나.
이 중에서 제일 어리지만, 벌써 이 집안의 가장은 한슨이다.
“응!”
한슨은 조금 용기를 얻은 듯 환하 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다 됐어요! 오래 기다리셨죠”
딱 알맞은 타이밍에 한슨의 누나가 음식을 차려왔다.
빵과 옥수수 스프에 버섯볶음.
그리고,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나 꺼낼법한 말라비틀어진 베이컨 몇 조각까지.
소박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밥 상이었고.
“잘 먹겠습니다.”
나는 기분 좋게 식기를 들어 올렸 다.
그리고는 옥수수 스프를 한 움큼 떠 입안 가득 밀어 넣었는데.
이런 내 귀에 대고 한슨이 조그맣 게 말했다.
“미안. 미리 말한다는 걸 깜빡했는 데, 우리 누나 음식 솜씨는 완전 꽝 이거든.”
아, 싱거워.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하지만 한슨의 누나는 순진한 얼굴
로.
“맛이 어때요? 괜찮나요?”
라고 물었고, 나는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에……. 엄청요.”
“아! 다행이다. 조금 싱거우면 어 쩔까 많이 고민했거든요.”
하지만 손은, 반사적으로 한슨이 슬쩍 건네준 후추를 집어 들고 있었 다.
죄송해요.
사실은 너무 싱거워요.
♦ ♦ ♦
조금은 밍숭맹숭한 식사를 끝내고, 나는 한슨의 누나가 건네주는 찻잔 을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이건, 싱겁지 않겠지?
홈홈.
괜찮네.
어쨌든 식사가 끝난 후, 나는 이들 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을 수 있었 는데…….
한슨 가족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이야기였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빚을 대신 떠 안은 두 남매.
하필 돈을 빌린 상대는, 이 근방에 서 온갖 나쁜 짓은 다 한다는 ‘옹이 나무단’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폭력배들.
돈을 받아낼 길이 막막했던 폭력배 들은, 한슨의 누나를 매음굴로 팔아 버리려고 했고.
그걸 막기 위해 검을 뽑아 들었다 는 한슨의 이야기.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나는 물었 다.
“옹이 나무단? 거기는 뭐 하는 곳 이야? 이름은 귀여운데 하는 짓은 영 질이 나쁘네.”
“그렇게 들릴지 몰라도 엄청 잔인 한 놈들이야. 수틀리면, 옹나무 밑 둥. 거기에 사람을 묶어놓고 목을 베어버리거든.”
옹이 나무단.
여기서 옹이 나무는, 사형할 때 쓰 이는 옹나무 밑둥을 의미하는 것이 었다.
즉, 자신들이 사형을 내린다는 뜻 인데.
참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다.
“거기다 두목인 ‘너셀’이라는 남자 는 벌써 사람 네 명을 칼로 찔러 죽인 녀석이야. 아무도 못 건드리 지.”
“폴드렌 영지에서는 그런 녀석들을 가만히 놔둬?”
“녀석들의 활동 구역은 폴드렌이 아니야. 여기 우리 마을을 비롯하여 작은 마을 몇 곳이지.”
“그렇다고 해도 여기도 경비병이 있을 거 아냐?”
“없어. 있다고 해도 전부 다 술집 에 있지. 빌어먹을 놈들. 우리 일에 는 관심도 없을걸?”
레디안 왕국.
최악의 약소국.
모든 결과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 가 있다.
폭력배들이 이렇게 기승을 부리는 데, 잡아낼 생각조차 하지 않다니.
원래라면, 나는 이 남매와의 인연 을 딱 여기까지만 하려 했다.
곧 아카데미로 돌아가야 하고, 내
가 개입할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이 다.
하지만.
‘혼내 줘야 하나……
생각보다 더 악질인 녀석들이라, 혼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려던 그때.
쿵쿵쿵!
“나와라! 이 앙큼한 연놈들아!”
“……쉿! ‘옹이 나무단’ 녀석들이 야.”
손님.
아니, ‘불청객’이 찾아왔다.
그것도.
“오호라.”
제 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