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94)
올 힘 마법사 094화
나를 찾은 손님.
그는, 편지를 통해서만 몇 번 대화 를 나눠본 것이 전부였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만나게 될 사람이었다.
창밖 정원을 가득 메운 기사들과 신하들.
기사들이 들고 있는 깃발에 그려진 황금 태양새 인장.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왕자님이군.’
황금 깃발의 흰색 태양새 무늬는 레디안 왕국의 국조이자, 왕실을 대 표하는 인장이었고.
왕의 혈육들을 수호하는 ‘은빛 기 사단’ 인장이 그려진 깃발도 함께 있었으니, ‘왕’이 아닌 ‘왕자’가 왔음 을 의미했다.
아니.
정확히는.
‘왕자님들’이리라.
“왕자님들 이 저를 찾아오셨군요.”
“그래.”
“……왜 왔대요?”
“뻔하지 않겠니?”
“네. 참 끈질기시네요. 편지로 거절 의사를 그렇게 밝혔는데도 직접 찾 아오시고.”
1왕자 크로스터 레디안과 2왕자 포스터 레디안.
1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왕자들 이며, 다음 왕위를 이을 후계가 정 해지지 않아 각각 왕당파와 신당파 로 세력을 나누어 대립 중인 이들.
나를 찾아온 목적은 두 번 말하기 도 입 아플 정도다.
알량한 밥그릇 지키랴, 정치 싸움 하시랴, 여러모로 바쁘신 분들께서
나를 만나러 아카데미까지 직접 찾 아오시다니…….
이걸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면 귀찮다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후자에 가까운 것 같은 걸.
“꼭 만나야 하나요?”
“선택은 너의 자유겠지만, 거절한 다면 여러모로 골치가 아파지겠지.”
확실한 것은, 귀찮다는 이유로 거 절해 버리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손님이라는 것.
“별수 없네요. 다녀올게요.”
나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귀찮게 하지 말라고 확실하게 못 박아 버리 기로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가관이었다.
아카데미 중심인 봄의 정원으로 내 려가자, 갑자기 돌돌 말린 카펫을 들고 있는 궁인 두 명이 내 쪽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그러고는 왕자님들 방향으로 카펫 을 펼치며 큰소리로 외쳤다.
“1왕자님 행차시요!”
“2왕자님 행차시요!”
재미있는 점은 궁인도 2명, 깔린 카펫도 2개였다는 것이다.
바닥에는 각각 새빨간 레드 카펫과 짙은 블루 카펫이 깔렸고, 이 카펫 들 끝에는 각각 1왕자와 2왕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 있었는데.
궁인들은 저마다, 자신이 깐 카펫 위를 걷기를 요구했다.
“이쪽으로 걸으시지요.”
“아닙니다. 여기, 이쪽으로 걸으시 지요.”
마치, 내게 1왕자와 2왕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를 강요하는 것 같 았다.
그래.
‘대제전 우승자가 ‘선택’한 왕자는 누구인가?’
나를 상대로 알량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어이가 없군.
나라가 약한 이유가 다 있다니까?
이런 사소한 것 하나부터 자존심 싸움을 벌일 필요가 있는 거야?
오히려 기분이 나빠진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보기 좋게 카펫 사이의 흙바닥으로 걸어갔다.
“저. 저, 저런! 맹랑한……
뒤에서 지켜보던 기사 중 한 명이 이런 내 모습을 보고 혀를 찼지만, 알게 뭐람.
왕자님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 다.
카펫 끝에서 똑같이 생긴 사람 두 명을 찾으면 되었으니까.
나는 공평하게 이들 정중앙에서 가 볍게 목례 했다.
“왕자님들을 처음 뵙습니다. 루인 아르델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내게 혀를 차던 그 기사가 내게 호통을 쳤다.
“이놈! 왕자님들께 이 무슨 무례 냐!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하겠느냐!”
“왕실 예법도 배우지 못하였느냐! 얼른 무릎을 꿇고 손등에 입을 맞춘 뒤 고개를 조아리며 예를 갖추어 라!”
일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손등에 입을 맞추라고?
그건, 충성을 맹세하는 행위다.
기사도 아니고. 공직자도 아니고.
그저, 마법 학교 학생일 뿐인 내 게?
제국의 황태자인 쇼메르탄 라이나 크도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 았다.
애매한 녀석들이 더 한다더니…….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
내가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호통치 는 기사를 쏘아보자, 그 기사는 눈 에 쌍심지를 켜며 소리쳤다.
“저, 저, 발칙한 눈을 좀 보게! 이
노오오오옴! 감히 내가 누군지 아느 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대 은빛 기사단의 총기사로 왕자님들의 막중 한 호위를 맡고 있는……
그때 였다.
“닥치시오.”
“……에, 옛?”
“떠들지 말고 입 닥치라고 하였 소.”
“하, 하지만 왕자님……
“경이나 분위기 망치지 말고,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계시오. 내 ‘왕국의 미래’와 만나게 되는 오늘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모르
는 것이오?”
뿔난 기사를 닥치고 무릎 꿇게 만 든 남자.
그는, 내게 줄기차게 편지를 보내 오던 1왕자 크로스터 레디안이었다.
“무려, 제국의 황태자의 제안까지 거절하신 분이오. 이미 왕국에 대한 충성심이 완벽하게 증명되었다는 소 리지. 아시겠소?”
“알아들었으면, 내 그만하라 할 때 까지 무릎 꿇고 계시오. 손도 들고.”
1왕자의 명령에, 기사는 당장에라 도 눈물을 왈칵 쏟을 것 같은 얼굴 로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내 대신 사과드리겠소. 부하의 과 한 충성심이 독이 된 것이니, 현명 하신 차세대 마법사께서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소.”
왤까.
이 진중한 분위기가 우습게 느껴지 는 것은.
1왕자의 진중한 모습에, 이에 질세 라 2왕자 역시 내 편을 들며 나섰 다.
“경들은 모두 잘 들으시오. 내 오 늘 존귀하신 차세대 마법사와 함께 왕국에 드리운 어두운 그늘을 걷어 낼 방법에 대한 고견을 나눌 것이 오. 여기에 훼방을 놓거나 끼어들 면…… 그때는 정말 각오하시오.”
1왕자, 2왕자 모두.
내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것인지, 내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곳을 찾은 본연의 ‘목적’ 역시 잊지 않는다.
“귀공. 갑작스럽게 방문하여 많이 놀랐을 것 같은데, 놀란 마음을 달
래줄 진귀한 선물을 준비했소. 잠시 나와 독대를 나눌 시간을 준다 면……
“아니. 내가 준비한 선물이 더 귀 하다오. 형님 말고, 내게 먼저 시간 을 허락해 주시오.”
“어허. 찬물에도 위아래가 있는 법 이거늘. 당연히 형님인 내가 먼저지 않겠느냐?”
“1분 먼저 태어난 것도 형님이라면 형님인가? 내 형님 대우를 해줄 때 조용히 양보하시지요. 아카데미에 먼저 도착한 것은 저이지 않습니까? 무려 5분이나 일찍.”
“이 녀석이……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내 ‘사랑’을 갈구하며 다투는 두 왕자님들의 모습이라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눈물이 앞선 다.
당연히, 감동 따위의 눈물은 아니 고.
뭐랄까…….
허망함이 랄까.
함께 힘을 합쳐서 난세를 극복해도 모자를 판국에, 사랑싸움이라니…….
이런 사람들을 국왕으로 믿고 따라 야 하는 것인가?
물론, 이들의 속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왕세자에 책봉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대제전에서 우승한 내가 한쪽 편을 들어주게 된다면 분명 큰 힘이 될 테니까.
하지만, 나는 관심 없다고요.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좋은 생각? 암. 현명하신 차 세대 마법사께서 선택해주시지요.”
“좋소. 우리 모두 귀공의 뜻대로 따르겠소.”
나는 두 왕자님들에게 싱긋 웃으며 말했다.
“두 분, 함께 보시지요.”
“크홈!”
“엣헴!”
둘이 함께.
내가 편지에 답장을 소홀히 하자,
조급해진 두 왕자님들은…….
방학이 끝남과 동시에 아카데미를 찾았다.
두 사람 모두 나와 ‘단둘이서 나누 는 긴밀한’ 대화를 원했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둘을 동시에 만나겠다는데.
“괜히 나와 루인 공 사이를 훼방 놓으려는 생각이면 넣어두어라. 내 나중에 크게 꾸짖을 것이니.”
“흘흘, 형님이나 괜한 기대는 접어 두시지요.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루 인 공의 선택은 제가 될 테니까요.”
“뭐라? 어찌 그리 확신하느냐?”
“척 보면 압니다.”
“보면 안다? 못 보던 사이에 점성 술이라도 익힌 모양이구나?”
“어리석으십니다. 그런 걸 꼭 익혀 야만 압니까? 척 보면 척이지.”
“그만들 싸우십시오. 다 왔습니다.”
“크홈!”
“엣헴!”
벌써부터 험난해 보인다.
이 둘을 어떻게 돌려보내야 할지.
우리 셋은 나란히 응접실로 들어섰 고, 이 불길한 예감은 틀리질 않았 다.
응접실에 들어서자마자, 또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너는 맞은편에 앉거라.”
“제가 먼저 자리를 잡았습니다만?”
“어허. 저기 빈 자리가 많지 않느 냐?”
“말 한번 잘하셨습니다. 형님 말씀 대로 빈자리는 많으니 아무 곳이나 앉으면 되지 않습니까? 왜 굳이 제
자리를 빼앗으려는 것입니까?”
“그야, 루인 공의 옆자리는 내 것 이니 하는 말이지 않느냐.”
“그게 왜 형님 자리입니까?”
“어허! 이 녀석이?”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내 옆자리.
이들은 내 옆자리만을 고집했다.
별수 없이 내가 자리를 옮겼는데, 이들은 똑같이 나를 따라 왔다.
유치해 죽겠네.
어린 애야?
나이는 나보다 열댓 살은 더 먹으 신 분들이, 뭐 어쩌자는 거냐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내가 가운데 앉고 양쪽에 두 왕자님들이 앉는 것이다.
멀쩡히 맞은편 의자들을 남겨두고, 쪼르르 세 사람이 붙어 앉은 기묘한 형국이었다.
이건 뭐랄까…….
집착.
아니, 광기에 가깝다.
“이래서는 원활한 대화가 되지 않
으니, 제가 맞은편에 혼자 앉는 것 이 어떻겠습니까?”
“크, 크흠! 그렇게 하시지요.”
“엣헴! 알겠습니다. 형님 때문에 이게 무슨……
“또, 또!”
정말, 철벽에 가깝다.
형 동생에게만큼은, 아주 약간의 양보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막강한 수비력.
제발 이런 견고함으로 국정에 돌봐 주세요.
이런 말이 목구멍을 맴돌았지만,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노 력 했다.
아무리 모자라 보여도…….
왕자님이 잖아.
“뭐, 이렇게 갑작스럽게 저를 찾아 오셔서 조금 당혹스럽긴 하지만 ……. 잘 오셨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도 있었고.”
‘드리고 싶은 말씀’
이 대목에서 두 사람이 또 한 번
크게 반응했다.
“오! 내게 하고픈 말이 있었구려! 어서 말해보시오. 잠시! 내 귀공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되니, 메 모라도 해야 할 듯하군.”
“쯧쯧. 형님은 좀 가만히 계십시오. 딱 보아도 제게 하고픈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척 보면 모르시겠습 니까?”
“넌 아까부터 뭘 척 보면 안다는 것이냐?”
“그야 뻔하지……
“제발 그만들 좀 하십시오.”
나는 둘 모두를 제지하며 말했다.
“두 왕자님 모두에게 드리고 싶은 얘기입니다.”
그러자, 둘의 눈이 휘둥그렇게 변 했다.
“……우리 모두에게?”
“네.”
그래.
두 사람 모두에게 하고픈 이야기.
“저는 두 분 중, 그 누구도 ‘주군’ 으로 선택할 생각이 없습니다.”
제발, 귀찮게 좀 하지 마.
나는 이 뜻을 간곡히 돌려 말했고.
“홈홈•…”
내 단도직입적인 말투에 두 왕자님 의 얼굴이 당혹스럽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