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97)
올 힘 마법사 097화
2학기 수업 대부분 ‘실전’에 연관 되어 있고.
우리 훌륭하신 졸업생 선배님들이 ‘기간제 조교’가 되어 수업에 참관 하기도 한다.
현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경험담, 실질적인 조언.
여러 가지 노하우들을 후배들에게 전수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제도임은 분명하지만…….
이는, 그 선배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권력자를 시기하고, 부자들을 향 해 열등감을 드러내는 것은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있어 온 일이야. ‘게 리힐’은 레디안 왕국의 태동부터 마 법명가로 불린 가문이고, 언제나 남 들 위에 군림해 왔지. 그래서 이런 일에는 아주 익숙해. 새삼스러울 것 하나 없다는 이야기야. 우리 같은 사람들이 루인 아르델 같은 별종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는 줄 알아?”
“어떤 생각을 하시는데요?”
“불쌍하다고 생각해. 자기에게도
관심을 나누어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것처럼 보이거든. 하지만, 그런다고 뭔가 바뀔까? 아니. 천만에.”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어. 지금 조금 관심을 받는다고 해서 세상이 루인의 뜻대로 바뀌지는 않아. 왕국 과 가장 가까운 마법사는 줄곧 우리 ‘게리힐’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 야. 거기다, 루인 아르델은 철저한 ‘혼자’야.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거 대한 ‘집단’이지. 어때? 너희들도 ‘게리힐’과 함께 걷고 싶지 않니?”
자킬 게리힐.
이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인 지, 어떤 학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 지만.
왜 게리힐을 대표해서 아카데미에 방문했는지는 아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저도 받아주실 수 있나요? 성 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데……
“성적이 뭐가 중요하겠니? 사람이 더 중요하지.”
“저, 정말요?”
“그럼. 당연하지.”
“와! 저, 저는요? 저도 정말 게리
힐에서 함께 일할 수 있나요?”
자킬 게리힐은 특유의 솔직한 언변 으로 학생들을 유혹했다.
대부분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열 등생들이 타겟이었는데, 이들을 꾀 어내는 솜씨는 탁월했다.
너희가 아무리 ‘루인 아르델’을 띄 어줘 봐야, 졸업하면 너희들을 쳐다 라도 볼 것 같냐? 하지만, ‘게리힐’ 은 다르다.
이런 식의 화법은, 효과적이었고.
내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던 아카데 미의 분위기는, 바닥에서부터 조금
씩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뭐랬어? 결국, 이렇게 될 거 라고 했지?”
“……미켈. 미안해.”
“됐고. 목마르니까 물이나 좀 떠 와.”
“O 웃 –9 O •
그 때문에, 혼자 다니던 미켈 게리 힐의 주변에는 조금씩 학생들이 모 이기 시작했고.
가문의 확실한 지원사격을 받은 미 켈은, 예전의 그 뻔뻔함과 오만함을 되찾았다.
아카데미 구도는, 아주 자연스럽게 2개의 파벌로 나뉘었다.
“자킬 선배님 말씀 들었지? ‘게리 힐’을 위해 일하면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니까? 마법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적어도 궁정 마법사는 되 어봐야 할 것 아니냐고.”
“궁정 마법사는 무슨……. 그냥 쓰 다 버림받을 이용 도구나 되겠지. 네 성적을 봐라. 전교 꼴찌도 간신 히 면하는 주제에, 성공? 궁정 마법 사? 게리힐이 진짜 네가 탐나서 하 는 소리겠냐? 다 우리 사이를 이간 질하려고……
“그럼? 루인만 믿고 있으면 그 자 식이 네 앞길 책임져주기라도 한 데?”
“누가 내 앞길 책임져달라고 친구 하냐? 그냥 좋으니까 친구 하는 거 지.”
“친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졸업 까지 몇 달 남았다고. 친구? 우리 어차피 다 경쟁자들 아니야? 그딴 감상적인 소리나 하다가는 졸업하고 불러주는 곳 하나 없이 손가락만 빨 겠지.”
“차라리 손가락 빨고 말지. 너는 자존심도 없냐? 나는 적어도, 부정
행위로 우릴 5년 넘게 기만해온 미 켈 밑으로는 안 들어간다.”
‘게리힐’과 나.
특별히 파벌을 조장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아카데미 분위기가 이렇게 변해 버렸다.
제이슨을 비롯하여 나와 함께 대제 전을 참가한 상위 30명의 학생들에 게만큼은 굳건한 지지를 받았지만.
좋은 성적도, 노력도. 그 어떤 칭 찬도 받아본 적 없는 하위권 학생들 대부분은 ‘게리힐’을 따르는 분위기 였다.
“어쩔 거야?”
“뭘?”
“자킬 선배……. 아니, 선배는 무 슨. 게리힐 자식들이 자꾸 네 욕을 하고 있는데. 계속 지켜만 볼 거 야?”
“그렇다고 무작정 찾아가서 때릴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어휴! 저 자 킬 게리힐이라는 자식. 꼴에 ‘특강 교수’로 찾아와서, 학생인 너랑 붙 을 일 없다고 저렇게 설치는 거라니 까.”
점점 변화하는 아카데미를 보며 느
끼는 감정은 하나였다.
정말, 유치하다는 것.
이런 치졸한 방식으로 나오는 게리 힐이나…….
유치한 도발에 점점 독이 오르고 있는 나나.
파벌을 만들어 서로 말싸움을 주고 받는 모든 학생들이 유치하다.
아무래도, 아직 16살짜리 꼬맹이가 맞는 모양이다.
그래.
조금 유치하지만.
꼬맹이에게는, 꼬맹이들만의 방식
이 있는 법이다.
“조금만 기다려봐. 기회가 있겠지.”
나는, 저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어 줄 날만을 기다렸다.
반드시 기회가 생길 것이라 여기 며.
그리고, 그 기회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학장님께서 나를 찾으셨다.
지극히 공적인 이유다.
학생 대표로서 아카데미의 전반적 인 일정에 대해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학장님 역시, 학생 대표의 입을 통 해 아카데미의 분위기에 대해 들을 권리가 있으니까.
“……학장님.”
“오, 어서 앉게. 차는 뭐로 들겠는 가?”
“빌 허브로 하겠습니다.”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두었 지.”
내가 쇼파에 앉자, 학장님은 미리 준비된 찻잔에 뜨거운 물을 따르시 곤 내게 건네셨다.
“자네의 차 취향은 이제 확실히 파 악했거든.”
“그런가요?”
“빌 허브는 가장 달콤한 차가 아닌 가? 자네가 알테인에서 즐겨 마시던 코코바닐라며, 빌 허브며……. 입맛 만큼은 영락없는 어린아이군. 흘흘.”
학장님은 나와의 대화가 즐겁다는 듯 웃어 보이시고는, 차를 한 모금 머금으셨다.
그러고는, 분위기를 조금 바꾸시며
물으셨다.
“그래. 요즘 아카데미 생활은 어떤 가?”
특별할 것 없는 물음.
가장 무난한 대화의 시작 같은 질 문이었지만, 이 질문에 숨은 저의가 있음을 나는 눈치채고 있다.
“똑같습니다.”
“똑같다라……. 정말 그러한가?”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고 있기는 하지만, 크게 신경 쓰이는 일은 아닙니다.”
“……그래. 누굴 말하는지 알 것 같군.”
학장님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옅게 신음하시고는 말씀하셨다.
“게리힐……. 나 역시 그리 좋아하 는 이들은 아니네만, 어쩔 수 없었 네. 왕국의 모든 마법사가 그들과 연관이 있으니까. 아카데미라고 예 외는 아니지.”
“네. 이해합니다.”
“하지만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부 터는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는 수업들만 배정해 두었네. 그런데도 아카데미 안팎으로 조금
시끄럽더군?”
“저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제게 악 감정이 많은 듯하더군요.”
“그게 어찌 자네 탓이겠는가? 자기 뜻대로 흘러가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심술 맞은 놈들 때문이지.”
“자킬 게리힐 선배. 어떤 학생이었 습니까?”
내 질문에 학장님은, 복잡한 표정 으로 찻잔을 머금으셨다.
“……전형적인 게리힐의 사람이 지.”
전형적인 게리힐의 사람.
그게 대체 무엇일까.
모르긴 몰라도, 미켈 게리힐보다 곱절은 더한 인간이리라.
“잘생긴 외모에 말주변도 좋아서 인기가 아주 많았지. 겉으로는 대인 관계도 원만해 보였고, 성적도 훌륭 했다네. 하지만, 그건 보여지는 이미 지일 뿐. 그 속에는, 거대한 뱀 한 마리가 살고 있네. 지독할 정도로 권력욕이 크고, 야망이 깊지. 원하는 것은 반드시 쟁취해 낸다네. 그 결 과, 3년 만에 왕국 최연소 수석마법 사가 되었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썩을 대로 썩어있는 인간.
원하는 것은 어떤 부정한 방법을 써서든, 얻어내고야 마는 인간.
이것이, 게리힐.
이 정도면, 때려줄 가치는 충분하 다.
문제는 언제? 무슨 명목으로 때리 느냐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학장님이 남 다른 아이디어가 있으신 모양이셨 다.
“이 이야기는 이제 되었고……. 내
자네를 오늘 보자고 한 것은, 다음 특별수업에 관한 일 때문이네.”
“특별수업이요?”
“원래는 수련기사들을 아카데미로 불러들여 대련 훈련을 진행할 계획 이었지 않은가?”
“네••••••
학장님께서는, 처음 보는 아주 장 난스러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그때, 졸업생들을 학생들과 한 팀 으로 꾸려 함께 수업하면 어떨까 하 는데……
“……졸업생도 함께요?’’
“일종의 합동 수업이지. 당연히 졸 업생들 수준에서야 배울 것이 없겠 지만, 졸업생들의 다양한 경험과 노 하우를, 직접 부딪혀가며 공유해 줄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겠나?”
‘특강 교수’로 온 졸업생들과 함께 ‘학생’ 입장에서 수업한다는 말…….
그러니까, 나와 자킬 게리힐이 붙 어볼 공식적인 자리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
“학생 대표인 자네 생각은 어떤가? 홀홀……. 뭐, 자네가 싫다고 거절한
다면, 내 강제로 밀어붙일 생각은 없네만.”
학장님은 여전히 장난스러운 표정 으로 나를 바라보셨는데, 나는 그 숨은 뜻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었 다.
기대하고 계시는 것이다.
그 잘난 게리힐 가문 장남의 코를, 내가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것을.
오직 학장님만이 하실 수 있는 최 대한 공정한 방식의 복수이리라.
“……저는 좋지만, 과연 그쪽에서 승낙할까요?”
“안 그래도 졸업생 대표에게 먼저
물어보았네.”
“뭐라고 하던가요?”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군. 하지만, 대체로 부정적이었지. 자신이 후배 들과 어떻게 같이 수업을 듣느냐 고.”
그럴 것이다.
괜히 나서봐야, 잘해도 본전.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혹역사가 탄생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여기서 학장님은 한술 더 뜨셨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직접 물어 보면 어떻겠나?”
“……제가요?”
“사랑스러운 후배가 선배님의 노하 우를 배우고 싶다고 간절히 부탁하 는데, 선배된 입장에서 이런 부탁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나는, 처음으로 학장님이 여러 가 지 의미로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 각을 했다.
사랑스러운 후배 루인 아르델이 할 ‘부탁’은, 선배 자킬 게리힐에게는 •도전’으로 들릴 것이고.
후배에게 겁을 먹었다는 사실이, 쪽팔려서라도 절대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자 리라면, 오히려 나를 도발할지도 모 르겠지.
애초에 거절하지 못할, 모든 것이 계산된 치밀한 계획.
“어떤가? 해주겠는가?”
어쩌면, 학장님께서 의도적으로 ‘게리힐’ 가문을 아카데미로 불러들 이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 다.
내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시니.
제자 된 도리로서, 기대에 부응해 드려야지.
나는, 차갑게 식은 빌 허브를 몽땅 들이키며 말했다.
“예. 제가 가서 ‘부탁’드려 보겠습 니다. 지금 자킬 게리힐 선배님 어 디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