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98)
올 힘 마법사 098화
내 물음에, 학장님은 아주 가벼운 투로 말씀하셨다.
“지금쯤, 대강당에 있을 것이네.”
“……강당이 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대강당 사용을 요청하더군. 그래서 허락해 주었네.”
강당이 라
방학식이나 개학식, 시험같이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하는 교내 행사가 아니라면 잘 쓰이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학생들에게 ‘개소리’를 전파하려고 대강당까지 빌린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그 추잡한 수완만 큼은 아카데미 수석급이 확실하다.
“지금 가 보겠나?”
“네.”
“좋아.”
내 대답에 학장님께서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셨다.
“자킬 게리힐에게 강당을 빌려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빌려주길 잘했다고?
그래.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니까, 확실히 거절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 다…….
설마 여기까지 계산하신 건가?
“어서 가 보게. 다른 곳으로 가버 리기 전에.”
“아, 예.”
학장님…….
아무래도,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분인 게 분명하다.
이번 계획만큼은, 염왕 테론 못지 않았다니까?
“그럼,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흥미로운 소식, 기다리고 있겠네.”
나는 학장실을 빠져나와, 곧장 자 킬 게리힐을 찾아 대강당으로 향했 다.
뭐랄까.
강당으로 가는 복도는 무척이나 ‘썰렁’하게 느껴졌다.
아마, 적잖은 수의 학생들이 대강
당에 모여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이는 사실이었다.
끼이익-!
내가 대강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 어서자, 강당 안에 모여 있던 학생 들이 일제히 뒤돌아보았는데…….
“이야, 이게 다 몇 명이야.”
“•…”루인?”
그 인원만 족히 50명은 넘어 보였 다.
그리고, 아카데미까지 직접 찾아와 학생들 허파에 바람만 잔뜩 불어넣 고 계신 우리 졸업생 대표.
자킬 게리힐은, 강당 단상 위에 서 서 나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호기심’과 ‘불쾌함’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이들은, 눈으로 내게 묻고 있었다.
‘네가 여길 왜 와?’
그래.
게리힐 가(家)의 차기 주인과 예비 게리힐 마법사들이 모여 장밋빛 미 래를 약속하는 파티장.
졸지에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이 되어 이 판을 깨어버린 형국이 되었 지만…….
알게 뭐람.
나는 싱긋 웃어 보이며 자킬 게리 힐에게 인사했다.
“여기 계셨네요?”
“왜 그래? 알고 찾아왔잖아.”
“네, 맞아요. 안 그러면 제가 여길 왜 오겠어요. 구린 냄새가 저기 정 문까지 진동하는데.”
“……나를 찾은 용건은?”
나는 강당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단상 위로 올라가 자킬 게 리힐을 향해 아주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선배님께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 다.”
“•…”부탁?”
부탁.
내 입에서 이런 단어가 튀어나올 것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자킬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무슨 꿍꿍이냐?’라고 묻는 것 같았는데.
이런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 는 자킬 게리힐과는 다르게, 곁에 함께 서 있던 미켈 게리힐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부탁? 하! 드디어 항복이냐? 그 래. 내 언젠가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어쩌냐? 우 리 게리힐에는 너 같은 별종은 필요 가 없는데. 여기서 무릎이라도 꿇고 사정하면 또 모를……
“착각하지 마. 그런 부탁이 아니니 까.”
나는 미켈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자킬 게리힐을 향해 말했다.
“학장님께 제안받으셨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다음 주에 있을 기사연 계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합동 수 업을 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요.”
“……그런데?”
자킬 게리힐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벌써 짐작했 다는 의미였다.
물론, 대답 역시 정해져 있겠지.
하지만, 네가 과연 이 제안을 거절 할 수 있을까?
“허락해 주세요. 졸업생들과 저희 들의 합동 수업을요.”
“……하, 합동 수업?”
합동 수업.
이 단어가 나오자마자, 좌중이 술 렁거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자킬 선배님과 같이 수업 을 듣는다고? 그게 진짜야?”
“그럼……. 선배님들 실력을 가까 이서 볼 수 있는 거야?”
“자킬 게리힐 선배님은 왕국 최연 소 수석 마법사시라고! 이런 선배의 실력을 볼 수 있다니! 이야! 끝내준 다!”
전체적인 반웅은 긍정적.
물론, 개중에도 뜻밖의 걱정을 하 는 부류도 있었다.
“잠시만. 그럼, 루인이랑 선배님이 같은 무대에서 붙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잖아?”
“어? 그러네?”
자.
이런 상황에서, 자킬 게리힐은 어 떤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거절하겠지.
첫 번째 거절은, 간을 보기라도 하 듯 아주 약하게 밀어내기.
“내가 왜?”
«*..2”
“내가 왜 그런 수업을 들어야 하냐 고. 우리 졸업생들에게 필요할 거라 생각하는 거냐? 우리 졸업생들은 수 년간 실전에서 직접 구른 전문가들 이야. 그딴 수업 들을 필요가 전혀 없을뿐더러 오히려 시간 낭비지. 너, 우리를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거 아 니야?”
그래.
이렇게 나올 것쯤은 예상했다.
앞서 말했듯.
잘해봐야 본전, 못하면 개 쪽일 테 니까.
그렇기에, 반드시 졸업생들이 우리
와 같은 무대에 서야만 한다.
개쪽을 줘야만 하니까.
저 ‘게리힐’이라는 이름이 온갖 부 정행위로 쌓아 올린 쥐뿔도 없는 집 안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가르쳐 줘 야 하니까.
그렇기에, 나는 기막히다는 반응으 로 답했다.
“그 말씀……. 조금 황당하네요.”
“••••••뭐?”
“선배님들이 아카데미에 방문하신 목적이, 저희들의 실력향상과 노하 우 전수가 아니던가요?”
“그래. 그러니까 내가 너희들에게 ‘특강’ 해주고 있는 거잖아?”
“합동 수업은 선배님들의 출중한 기량을 가장 가까이에서 후배들에게 알려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 가요? 그런데, ‘그딴 수업’이라고 매 도하시 다뇨.”
“그야 너희들에게는 중요한 수업이 겠지만, 우리 졸업생들에게는 별 도 움이……
“게리힐은 ‘하나의 집단’이라고 그 렇게 강조하시더니, 정작 여기 모인 후배들의 성장을 위한 ‘부탁’은 거 절하시네요. 아니면, 혹시 거절하시
는 다른 이유라도 있으신 건가요?”
내가 강당에 모여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자, 자킬 게리힐이 조금 당황 한 눈으로 분위기를 살폈다.
학생들은, ‘존경하는 자킬 선배님’ 이 이런 부탁을 거절하는 이유가 궁 금하다는 표정이었고.
나는 그런 학생들을 향해 중얼거렸 다.
“……이를테면, 쫄았다든가……
그래.
이건 부탁이 아닌, 도발.
왕국 최연소 ‘궁정 수석 마법사’라
는 자킬 게리힐의 자존심을 긁어내 는 한 수였고.
매우 효과적인 발언이었다.
“쫄아? 누가? 내가? 너한테? 하하, 어이가 없네……
자킬 게리힐은 당황스러움을 숨기 며, 최대한 여유로운 척 말했지만.
아주 미세하게 동공이 흔들리고 있 었다.
효과 제대로다.
그는 주절주절 떠들어대기 시작했 으니까.
“얘야. 네가 아무리 대제전에서 우
승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학생이야. 그에 반해 나는 실전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마법사라 고. 진검 앞에 서면 아무것도 못 할 애송이 녀석이 어쭙잖은 도발은 ……. 너, 사람은 죽여봤니?”
거 참, 말 많네.
진검 앞에는 무수히 많이 서봤고.
사람도 ‘거의’ 죽여봤다.
고작 그런 것들로 실력을 판가름하 려 들다니…….
대답할 가치도 없었기에, 나는 본 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승낙해
주세요. 선배님들이 아니라, 후배들 을 위해서요.”
“하. 이야기가 자꾸 빙글빙글 도는 데, 그런 귀찮은 일을 우리가 왜……
“네! 저희도 선배님 실력을 보고 싶어요.”
“••••••뭐?”
‘후배들을 위해’.
이 말에, 우리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학생 한 명이 소리쳤다.
“맞아요! 실전에서 갈고닦은 실력 이라니……! 너무 궁금해요!”
“보여주세요!”
자킬 게리힐이 눈썹을 또한번 꿈틀거렸다.
그때, 눈치 없는 미켈 게리힐이 자 신의 형 옆구리를 찌르며 결정타를 날렸다.
“형, 뭘 망설여? 그냥 승낙해.”
“……야. 너는 입 다물고 조용 히……
“아, 왜? 그냥 이번 기회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저 자식을 아예 박살 내버려.”
“뭐?”
“루인 아르델. 너는, 오늘 이 제안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거다. 우리 형을 나랑 똑같이 생각한다면 큰 오 산이야. 진짜 강한 마법사라고.”
“그래, 그래.”
모두가 합심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존경하는 우리 선 배님’은 과연 거절할 수 있을까?
아니, 절대.
“후우……. 이 자식들이……. 그 래.”
자킬 게리힐은 여러모로 곤란한 눈 치였지만, 그런 티를 오래 낼 수는 없었다.
여기 대강당에는, 오직 자신만을 믿고 따르는 사랑스러운 후배들 수 십여 명이 모여 있지 않은가?
이 어린 양들 앞에서만큼은 누구보 다 강한 주인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만 했고, 여유로운 선배의 모습을 보여야만 할 것이다.
그렇기에, 답은 정해져 있다.
“……좋아. 귀찮은 일이긴 하지 만…… 내 후배들을 위해서 승낙하 지.”
“정말이죠?”
“그래. 기사들과의 연계 수업이라 고? 아마, 폴드렌의 수련 기사들이 오겠지?”
“네.”
“이제껏 줄곧 정식 기사들을 상대 해왔는데, 수련 기사들쯤이야……. 너희들도 들어는 봤겠지? 은빛 기사 단. 왕자님들을 수호하는 왕국 최정 예 기사들. 매일 아침밥 먹듯 그들 을 상대해왔지. 그래. 보여줄게. 마 법사가 기사를 상대하는 방법을.”
아, 그러세요.
제가 본 은빛 기사단은 죄다 맹하 고 멍청한 기사들뿐이던데요.
하지만, 괜히 우쭐한 이 상황에 초 칠 필요는 없겠지.
많이 기뻐해 둬라.
이 순간을.
“와아아아!”
자킬 게리힐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기대감이 폭발해 버린 학생들의 함 성이 터져 나왔고.
자킬 게리힐은 이 환호를 즐기며, 마지막까지 여유로운 척 굴었다.
“루인 아르델. 나는 네가 수업에서
활약할 기회가 줄어들지도 모르니까 양보하기 위해 거절한 건데, 정말 괜찮겠어? 네 성적을 위해서라 도……. 지금이라도 없던 일로 하자 고 하면 안 할 생각도……
양보는 개뿔.
“아뇨. 꼭 해주세요. 부탁드립니 다.”
“……뭐, 정 그렇다면 별수 없지.”
그는, 마치 ‘관대한 선배’를 연기하 기라도 하듯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잘해보자.”
악수다.
하지만 이 악수는, 자킬 게리힐이 선택한 최악의 한 수였다.
왜냐고?
나는 싱긋 웃어 보이며, 자킬 게리 힐의 손을 마주 잡았고.
동시에 아주 약간의 힘을 주었으니 까.
u । n
빠드득!
순식간에 자킬 게리힐의 안색이 새 하얗게 질리며, 내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나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배 님.”
“이, 이거……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나는 자킬 에게만 들릴 만큼 아주 조그만 목소 리로 말했다.
“……기대하세요.”
선배님.
어쭙잖은 실력은 안 통할 테니까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