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99)
올 힘 마법사 099화
아카데미 구석의 마구간.
평소, 학생들은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후미진 이곳에 두 개의 인영이 꿈틀거렸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응? 내가 뭘‘?”
“아까 왜 루인 아르델의 말을 거든 거냐고.”
이들은, 자킬 게리힐과 미켈 게리 힐.
자킬의 질문에 미켈이 움츠러들며 대답했다.
“그, 그건…… 형도 알다시피 루인 녀석을 박살 내버릴 좋은 기회니 까……
“내가 왜?”
“으, 응?”
“루인 아르델은 네가 처리할 몫이 지 내 몫이 아니라고. 근데 내가 왜 그 녀석과 싸우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
“그야 형은 강하니까……. 나 도와 주려고 온 거 아니었어?”
“뭐? 너를 도와줘?”
일순간 자킬 게리힐의 눈빛이 사나 워졌다.
“착각하지 마. 내가 아카데미에 온 이유는, 너를 대신해 찌질한 복수 따위나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지지 리도 못난 동생이 ‘게리힐’의 명예 를 끝없이 실추시키니까 그걸 만회 하기 위해 온 거라고. 내 말 알아들 어?”
“미, 미안……
“제기랄……. 만에 하나라도 내가 지게 되면 이 무슨 쪽팔리는 일이냐 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여러 가지 제 약들로 인해 마법 사용이 통제되는 마법 학교 학생들과 실전을 통해 경 험을 쌓은 정식 마법사의 차이는 매 우 크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
“형이 진다고? 에이, 설마. 그, 그 럴 리가 없잖아……. 형은 왕국 최 연소 수석 마법사로……
“닥쳐라. 최연소? 그거 누가 달아 준 건지는 잊었냐?”
“••••••아, 아버지가.”
“그걸 아는 새끼가 대제전에서 우 승한 마법사한테 그따위 제안을
해?”
“하, 생각할수록 어이없네. 이런 자 식을 동생이라고……
레디안 왕국.
역사상 최악의 약소국.
평화롭다면 평화로운 이 왕국에서 마법사가 실전으로 활약할 일이 뭐 그리 있겠는가?
기껏해야 수도 인근 영지에 파견되 어 잡다한 몬스터나 토벌하는 일이 전부인데, 그마저도 병사들이 있으
니 뒤에서 놀고먹는 식이다.
은빛기사단의 기사들과 아침밥 먹 듯 대련한다는 말도, 당연히 거짓말 이다.
기사들은 일과시간에도 주색잡기에 정신없고, 대련장에서는 기사 그림 자 하나 보기도 힘들다.
더군다나, 살상 마법을 사용해 본 것이 언제인가?
귀족들 접대하랴, 쌍둥이 형제님들 권력 다툼 사이에서 줄타기하랴.
마법은 둘째치고, 귀부인들께 이쁨 받기 위해 옷치장에 더 신경 쓴 일 이 많았다.
그에 반해, 루인 아르델은 ‘대제전’ 에서 우승한 천재 중의 천재.
대제전을 통해 온갖 경험들을 쌓았 을 테니, 그 녀석과 붙게 된다면 이 길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아니.
‘……진다고. 무조건.’
대강당에서 손을 맞잡았을 때 느꼈 던 힘의 격차만 두고 보면 진다는 생각부터 먼저 들 지경이다.
‘제기랄. 그냥 조용히 특강만 하다 돌아갔어야 하는 건데……
한참 어린 후배에게 쫄았다는 생각
에 비참함이 앞섰지만, 지금은 이 비참함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자존심 때문에 물은 엎질러 두었으 니, 이를 어떻게 주워 담아야 할까 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시작부터 막막함이 앞섰다.
“아는 대로 자세히 싹 말해봐.”
“응? 뭘?”
“루인 아르델에 대해 아는 대로 다 말하라고!”
“아! 으, 웅!”
♦ ♦ ♦
졸업반 2학기 과정에서 가장 중요 한 ‘기사와의 연계 및 대련’.
본 수업에 앞서, 폴드렌 기사수련 원 수련기사들이 아카데미로 출발한 다는 공문이 도착했고.
그로부터 3일 뒤.
아카데미 정문으로 십수 명의 사람 들이 말을 타고 들어왔다.
“저기 봐! 도착했어!”
폴드렌의 수련기사들.
기수가 들고 있는 깃발에는 폴드렌 수련원을 상징하는 도마뱀 꼬리가
그려져 있었고, 그 뒤로 구리 갑주 에 투구를 쓰고, 검을 착검한 수련 기사들 40여 명이 대열을 맞춰 들 어왔다.
그 선두에는 근사한 플레이트 메일 을 입은 기사가 투구를 벗고 있었는 데…….
이는, 나도 아주 잘 알고 있는 반 가운 얼굴이었다.
“굴터 경!”
“오, 이게 누구야?”
굴터 피란테 경.
폴드렌 영지의 기사단장이자, 폴드 렌 수련원의 모든 교육을 담당하는 총기 사.
금빛 기사단 단장인 7성 기사 게 겐 경과, 일전에 마주쳤던 쌍둥이 왕자님의 수호기사 은빛기사단 단장 님을 제외하면…….
왕국 내에서 기사로는, 공식 서열 3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전혀 중요하 지 않다.
“이 오우거 같은 자식……. 잘 지 냈냐?”
“예. 굴터 경은요?”
“나야 똑같지. 그보다, 그냥 형이라 고 부르라니까?”
“……음, 도무지 그건 힘들 것 같 은데요.”
“이 자식이? 10년만 지나봐. 나 같 은 얼굴이 동안 소리 듣는다니까? 흘흘.”
기사로서의 명예, 권위 따위는 던 져버리고.
소탈한 동네 형 같은 인품을 가진 사람이 바로, 굴터 피란테 경이기 때문이다.
대제전에 참여하기 전, 굴터 경에 게 배운 체술의 기본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니…….
내게는 스승 같은 존재나 다름없 다.
“소식은 진즉에 들었다. 대제전에 서 엄청난 일을 이뤘다지?”
“네. 굴터 경 덕분에요.”
“그래. 절대 잊지 마라. 네가 더 유명해지면, 그때는 나도 네 덕을 좀 봐야겠으니까.”
“큭큭, 네. 잊지 않을게요.”
“학장님은?”
“이제 나오실 거예요.”
내가 뒤를 가리키자, 멀리서 학장 님과 교수님들이 일제히 걸어 나오 고 계셨다.
학장님 역시, 반가운 얼굴로 굴터 경을 맞이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요. 다 왕국의 미래들을 위 한 일 아니겠습니까? 이런 일이 힘 들다면 나가 죽어야지요. 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희 학생들에게 좋은 수업이 될 것 이 분명합니다.”
“네. 이번 기회에 저희 아이들도, 마법사의 무서움을 똑똑히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기사가 되었다고 다가 아니니까요.”
“그럼, 학생들과 수련기사들은 서 로 인사 나누도록 하고. 저희는 안 으로 들어가실까요?”
“그러시죠.”
학장님께서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씀하셨다.
“그럼 루인 군. 안내를 부탁하네.”
“루인. 우리는 조금 이따 보자.”
“푸흡. 네.”
학장님과 굴터 경.
교수님들이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자
리를 옮겼고, 자리에는 학생들 몇 명과 수련기사들이 남았다.
나는 아카데미 대표로서 이들의 인 솔 임무를 부여받았기에 앞으로 나 서며 말했다.
“만나서 반가워. 나는 아카데미 대 표 루인 아르델. 혹시, 수련기사 대 표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
그런데, 수련기사들의 분위기가 뒤 숭숭하다.
“글쎄. 지금 우리 대표는 바빠서 말이야.”
“•…”응?”
수련기사 대표가 앞으로 나오기는
커녕, 그 누구도 내게 관심을 가지 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모두의 시선은 대열 가장 뒤쪽으로 향해있었고, 내 시선 역시 뒤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이 천한 평민 새끼. 꼭 맞아 야 말을 듣지?”
“큭큭큭, 말티브. 그쯤 해둬라. 애 죽겠다.”
“이런 자식은 죽어도 아무도 신경 안 쓸 텐데, 뭐 어때?”
괴롭힘.
아니, 수련기사들 사이에서 은밀한 폭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수련기사 는, 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한슨?”
방학 중에, 불량배들에게서 그와 누나를 구해준 적 있던 폴드렌의 수 련기사.
한슨.
“루, 루인……
그는, 세 명 정도의 수련기사들에
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이런 모습을 내게 보여주는 것이 끔찍하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아 보였다.
“지금 뭐 하는 짓이지?”
내가 조금 식은 목소리로 묻자, 한 슨을 괴롭히던 세 명의 수련기사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아아. 네가 그 유명한 ‘루인 아르 델’이야? 이야기 많이 들었다. 나는 말티브 게겐이라고 한다. 폴드렌 측 대표 수련기사지.”
말티브 게겐.
아주 인상적인 만남이다.
첫 만남부터 그의 인간성이 어떤지 훤히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들어봤지? 왕국 유일의 7성 기사 이자, 소드 마스터에 가장 가까운 남자. 금빛기사단 단장 벤그라스 게 겐이 바로, 내 아버지야.”
아, 그러세요.
그런 대단하신 분의 자제께서 왜 왕립 수련원에 있지 않고, 폴드렌 수련원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
데…….
난 물어본 적 없는걸?
자기소개를 할 때, 왜 묻지도 않은 아버지 이름을 먼저 꺼내는 걸까?
내 아버지가 이런 사람이니까, 알 아서 기어라…….
뭐, 이런 건가?
“그래. 그보다, 내 질문에 먼저 답 해주면 좋겠는데.”
“……질문? 무슨 질문?”
“지금, 뭐 하는 짓이지?”
내가 한슨을 가리키자, 말티브 게 겐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아, 평민 새끼가 요즘 말을 통 안 들어서 조련 중이었거든.”
“••••••조련?”
“그래. 조련. 뭐 문제 있냐?”
짐승이나 가축 따위도 아니고, 자 신의 부하도 아니다.
평민이라 할지라도 똑같이 존중받 아야 할 동기인데, 사람을 상대로 ‘조련’이라는 말을 하다니.
내 눈빛이 조금 사나워지자, 말티 브가 조금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 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했고. 그보다,
너 지금 나 무시하냐?”
“ 뭐‘?”
“우리 인사하는 중 아니었던가? 그 런데, 왜 저 평민 새끼에게 관심을 가지냐고. 혹시, 둘이 아는 사이 냐?”
그의 눈빛이 노골적일 만큼 공격적 으로 변했다.
“아는 사이 맞지? 아까 보니까 서 로 이름도 알고 있던데.”
“ 친구라면?”
“뭐야, 친구야? 이야! 끼리끼리 논
다더니, 천한 것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나 봐?”
“ 뭐?”
“하긴, 아르델도 평민이나 다름없 는 근본 없는 집안이지? 근본 없는 녀석이 아카데미 대표라니……. 갑 자기 말도 섞기 역겨워지는데?”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분위기가 차갑게 식는다.
말티브 게겐.
생전 처음 보는 이 녀석이, 왜 이 렇게 내게 적대적인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어? 자킬 형!”
“……어라? 말티브! 너도 여기 온 거야? 너 정도의 수련기사가 이런 데는 왜?”
“저야, 뭐 대충 놀러 왔죠. 그러는 형은 여기 왜 있어요? 졸업한 지 오래잖아요? 아! 알았다! 형도 놀러 왔구나? 그렇죠?”
“아아……. 뭐. 나도 대충 비슷한 이유야.”
자킬 게리힐.
그가, 말티브 게겐을 아는체했고.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검의 게겐.
마법의 게리힐.
결국에 끼리끼리 모이고, 끼리끼리 노는 것이다.
내가 한슨을 아는체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어차피 반드시 부딪힐 사 이인 것이다.
“미켈이 학생대표 자리를 뺏겼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아카데미 학 생들이 불쌍하네요. 평민이랑 친구
나 하는 저런 근본도 없는 녀석이 대표라니.”
“뭐, 어쩌겠니? 자자. 먼 길 오느 라 힘들었을 텐데 우선 그 무거운 갑옷부터 벗어야지? 따라와. 루인 대신에 형이 직접 아카데미를 안내 해 줄 테니까.”
“네. 그러죠. 얘들아, 가자.”
자킬 게리힐과, 말티브 게겐.
이들은 자신의 패거리들을 이끌고 저만치 걸어가기 시작했고.
한슨은, 잔뜩 기가 죽은 얼굴로 쭈 볏쭈뼛 내게 다가왔다.
“루, 루인……. 만나서 정말 반가운 데……. 괜히 나랑 아는체하는 모습 을 보여서 좋을 건 없을 거야……
“왜?”
“아무도 나를 조, 좋아하지 않거든. 그러니 나중에 보는 사람 없을 때……
“아니. 우리 친구 하기로 했잖아. 그러니 눈치 좀 그만 봐.”
“하, 하지만……
“전에 수련원에서 너를 괴롭힌다는 녀석. 그게 저 녀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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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나는 한슨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 다.
“내가 조만간 저 녀석을 좀 때려줄 까 하는데……. 너는 어때?”
그래.
나는 조만간 저 ‘말티브 게겐’이라 는 시건방진 녀석을 손봐줄 생각이 다.
심한 모욕을 당했으니, 그에 상응 하는 대가는 받아내야지.
하지만, 나도 나인데…….
진짜 제대로 된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그렇게 무시하는 ‘평민’인
한슨이 직접 손봐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계속 이렇게 당하기만 할 거야? 아니면, 이겨내고 싶은 마음은 있는 거야?”
“눈빛이 죽었잖아. 예전에 누나를 지키던 그 좋은 눈은 다 어디로 간 거야?”
내 말에, 한슨이 수치스러운 듯 고 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완벽한 굴복이 아니라, 약간의 저항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두려운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한슨의 눈빛이 돌연 변했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그래.
이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