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ng and construction tycoon RAW novel - Chapter (141)
광산 찍고 건설 재벌-141화(141/230)
141화 차기범의 보답(1)
“정말 너무해요!”
결국 참지 못하고 송소리가 밖으로 뛰쳐나갔다.
홀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눈치를 보다가 홀쭉이와 송창준이 재빨리 송소리 뒤를 따라 뛰어간다.
송 비서는 가만히 술을 홀짝였다.
‘혼자 똑똑한 척은 다 하는 애가 사랑에 관해서는 멍청하기 짝이 없어. 꼴을 보아하니 여태 혼자만 애태웠나 보구나, 쯧쯧.’
송 비서가 제 앞에 바친 양주병과 과일 안주 접시를 물끄러미 봤다.
한수와 태수는 조용히 술을 마신다.
‘어이구, 속 터져.’
딸을 둔 아빠 마음은 심란해 죽겠다.
술이 아주 술술 들어간다.
“흠흠.”
그때 김광록이 주섬주섬 몸을 뒤진다.
송 비서 앞 테이블 위로 총을 올린다.
대검에 단검, 송곳과 예비용 탄창에 이어서, 급기야 수류탄과 연막탄까지 올리는 게 아닌가.
“고작 술에 안주 따위를 바쳐서야 미인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이 정도는 되어야지요.”
송 비서가 테이블 가득 올린 무기와 김광록을 번갈아 바라본다.
“튼튼한 사위는 어떠십니까?”
근육을 꽉 쥐어짜며 포즈를 취하는 2미터 거구 김광록이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 * *
송 비서는 술에 떡이 되고 말았다.
돌아오지 않는 딸을 기다리며 연거푸 술을 들이붓더니만 결국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태수와 한수가 양쪽으로 부축해 송 비서를 호텔 방에 데려다 놓았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와, 130킬로의 위력…….’
‘3대 450 치는데도 버겁네. 취객은 몇 배나 무겁다더니.’
겨우 송 비서를 침대 위에 올렸는데, 송 비서가 벌떡 일어났다.
허공에 삿대질하면서 혀 꼬부라진 소리로 외쳤다.
“내 딸이 어디가 부족하냐! 예쁘지, 똑똑하지, 야무지지, 알뜰하지!”
“예, 예.”
한수가 성의 없이 코대답한다.
“잘난 신랑감이 줄을 섰어요. 안 그러냐?”
“예, 예.”
솔직히 송소리는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였다.
송 비서가 울컥했다.
“포기해! 그냥 포기하라고! 주위에 널리고 널린 게 신랑감이야!”
송 비서가 허공에 발차기를 하면서 술주정한다.
태수가 한수를 데리고 방 밖으로 나왔다.
송 비서는 닫힌 문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일에 눈 돌아가서 여자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놈이 뭐가 좋다고.”
술을 퍼마신 이유였다.
“차라리 다른 놈을 택했다면 일생 속 편하게 살 텐데. 왜 그리 눈은 높아 가지고.”
이해는 간다.
저놈을 보고 나면 딴 놈들은 눈에 차지도 않을 테니까.
“한국은 위험하다고 그렇게 말려도 짐 싸서 뛰쳐나가더니, 반년 동안 대체 뭘 한 거야?”
남녀 사이엔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 법이거늘.
목숨 걸고 와서는 이게 뭐야?
암만 눈 비비고 봐도 둘 사이에는 단내가 안 나는데.
“여기서 그놈 대신 죽도록 일만 했겠지. 책상 위에 서류가 얼마나 많이 쌓였던지 어휴.”
딸이 머물고 있다는 호텔 방을 보고서 뒷목을 잡았다.
코피 닦아 가면서 밤새워 일만 했던 게 틀림없다.
“이런 미련퉁이. 그렇게 좋으면 몸 바쳐 일하는 게 아니라 진짜 몸을 바쳤어야지.”
입이 쓰다.
속도 쓰리다.
“예쁜 얼굴, 잘 빠진 몸매를 뭐 하러 썩혀. 죽으면 썩을 몸, 그리 아껴서 뭐하게?”
같이 호텔까지 드나들면서 대체 뭘 한 거야.
호텔이 아무리 숙박업소라지만 진짜 건전하게 숙박업소로만 이용하다니.
남들처럼 불건전하게 이용하라고!
불타는 청춘들이 왜 이리 늙은이처럼 살아!
“쪽팔려서 뛰쳐나갈 용기라면 쪽팔림을 무릅쓰고 몸부터 던져 봤겠네.”
그러니 이만 포기해야지.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이 아깝다.
* * *
신문에선 연일 외국 은행의 국내 은행 투자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가뭄에 단비가 내리나! 도산 직전인 은행에 달러가 쏟아진다!>
<미국 스테이트 스트리트 뱅크가 한세 은행과 대홍 은행에 대규모 투자를 결심하다!>
<영국 맨체스터 뱅크가 세광 은행과 토건 은행에 투자하다!>
<홍콩 바이두 은행이 정일 은행과 미주 은행, 도경 은행과 투자 협약!>
<일본 신세카이 은행이 광명 은행과 태상 은행, 목마 은행을 인수하다!>
태수는 신문을 접었다.
“송 비서님이 합류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는군.”
비서 송창준이 태수에게서 신문을 받아 들었다.
“강한수 씨가 적극적으로 은행장을 만나고 다니고 있으니까요.”
“남은 은행은 몇 개입니까?”
“어디 보자, 초명 은행과 장수 은행을 제외하고 총 일곱 군데군요. 미리 약속을 잡았으니 사흘 내로 모든 은행장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아주 좋습니다.”
태수가 아파트 건설 현장을 둘러보았다.
모델 하우스가 빠른 속도로 지어졌다.
불과 열흘 만에 목조 작업과 타일까지 끝냈다.
“회장님!”
모델 하우스 안에서 작업 지시를 내리던 박철완이 태수를 반갑게 맞는다.
“내부 진행 상황은 어느 정도 진척됐습니까?”
“오늘 오전 중으로 전기 작업이 완전히 끝날 겁니다.”
“언제까지 내부 마감을 끝낼 수 있겠습니까?”
“며칠 걸릴 것 같습니다. 보름 내로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단 며칠이라도 앞당겼으면 좋겠는데, 안 되겠습니까?”
“해 보겠습니다. 벽지, 마루, 전등과 싱크대는 야간 작업도 가능하니까요.”
“좋습니다.”
박철완은 언제나 태수를 흡족하게 한다.
일을 잘한다.
태수가 인테리어 팀장을 돌아보았다.
“조명은 어떻게 됐습니까?”
“직원들을 풀었습니다. 전구 가게를 돌면서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못 찾았다는 겁니까? 벌써 열흘이나 지났는데?”
태수의 눈빛이 싸늘해지자 해당 팀장이 쩔쩔맨다.
“워낙 고급스러운 조명을 원하시니. 게다가 조명이 한두 개도 아니고…….”
“그만.”
태수가 변명을 단칼에 잘랐다.
“겉으로 보이는 것들, 고급스러운 집안으로 보이기 위해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죠.”
“…네.”
“화면에서 조명은 생명입니다. 조명은 인물과 배경을 살아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분위기에 한몫합니다. 괜히 여배우들에게 반사광을 쏘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태수는 멈추지 않았다.
“카메라에 잡힐 화면뿐만이 아닙니다. 자기 집에 반짝이는 고급 조명을 달고 싶은 건 여자들의 로망입니다.”
“…네.”
“우리가 모델 하우스를 왜 짓습니까? 집을 팔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집을 구매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조명이 큰 몫을 한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네.”
“사치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부잣집입니다. 크리스털 샹들리에부터 시작해 간접 조명, 직접 조명까지 조명에 특히 신경 써야 합니다.”
태수는 다음 질문을 이었다.
“가구는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그것도 아직…….”
못마땅하다.
인테리어 담당을 맡고 있는 팀장은 고개를 숙였다.
“정 모르겠으면 호텔이라도 돌아보세요. 그럼 어떤 조명, 어떤 가구를 어떻게 쓰는지 감이 잡힐 테니까요.”
“명심하겠습니다.”
태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인테리어 팀장이 급하게 움직였다.
이후 태수는 각 팀에 따로 지시를 내렸다.
태수의 말을 받아 적는 직원은 땀을 뻘뻘 흘린다.
할 일이 너무 많다.
태수가 스튜디오 작업 현장에서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이동할 때였다.
“회장님.”
송창준이 태수를 부른다.
“차기범 대통령 경호실장님께서 오셨습니다.”
태수는 안전모를 벗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계십니까?”
“컨테이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태수는 서둘러 컨테이너를 향해 갔다.
* * *
컨테이너 안은 인부들의 휴식과 식사를 위해 꾸며져 있었다.
차기범은 의자에 앉아 차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송창준이 태수를 부르기 전에 내어놓은 차였다.
“차 실장님.”
“앉지.”
태수가 맞은편 의자에 앉자 송창준이 태수에게도 차를 한 잔 내어 준다.
차기범이 찻잔을 슬쩍 들어 올리며 웃었다.
“자네 비서가 차를 제법 잘 우리더군.”
송창준이 어깨를 으쓱한다.
집안일을 잘할 거라고 송 비서가 단언한 남자다.
확실히 설거지도 잘하고, 차도 잘 우리고, 요리도 제법 한다.
“자네가 내게 장성들을 보냈더군.”
차기범이 찻잔을 내려놓는다.
“고마운 일을 해 줬어. 덕분에 내가 충남 찍고 강원도까지 다녀가야 할 수고를 덜었지.”
“별말씀을요.”
전두호를 견제하기 위해 언제고 한 번은 찾아가야 했던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 일을 내팽개치고서는 갈 수 없지 않겠나.
기회만 두고 보던 차기범이다.
“자넨 참 재주도 좋아. 육군 참모 총장 이세후에 제1 야전 사령관 정승환, 수도 경비 사령부 참모장 장태원이라니.”
“운이 좋았습니다.”
“운? 이게 운으로 될 일이던가?”
차기범이 의자에 등을 기댄다.
“대체 어떻게 그들을 움직인 건가?”
“전 그저 묻는 대로 사실만을 대답했을 뿐입니다.”
“장성들도 그러더군. 자네는 묻는 말에만 대답하더라고.”
차기범이 턱을 쓰다듬었다.
태수를 보는 눈빛에는 감탄이 가득했다.
“호락호락한 자들이 아닌데, 자네 칭찬이 자자하더군. 육사로 들어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던데. 인재를 놓쳤다고 어찌나 안타까워하던지.”
차기범이 깍지를 끼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태수를 바라보며 웃는데, 아주 만족스러워 보였다.
“믿기지가 않아. 그 고집불통들이 내게 먼저 달려오는 날이 있다니.”
“제가 아니어도 차 실장님 전화 한 통화면 가능했을 일입니다.”
“그게 가능했으면 내가 지금 여기 오지 않았을 거야.”
차기범이 크게 웃었다.
“육군 참모 총장 이세후가 어디 쉬운 인물인가. 내가 전화를 했으면 군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엄포를 놨을 거야. 서로 얼굴만 붉혔겠지.”
육군 참모 총장의 자존심이 있지.
대통령 경호실장 권력이 아무리 강해도 군대에서 최고 우두머리까지 손가락으로 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어려운 일을 이리 가볍게 해내다니. 진즉에 자네를 통했으면 그간 골머리를 썩지 않아도 좋았을 것을.”
장성들이 먼저 고개 숙여 함께 머리를 맞대자고 청하는 순간을 어찌 잊으랴.
그동안 쌓였던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시원했었다.
“내가 이래서 자네를 좋아해. 내게 딸이 있었다면 당장 자네에게 주었을 거야.”
이 양반이 큰일 날 소리를!
차기범이 물끄러미 태수를 본다.
“신기하단 말이야. 분명 자네는 제대로 된 아부 한마디 하질 않아. 청탁을 위해 뇌물도 바치지 않고, 사람들을 끌어들여 편 가르기도 하지 않는데…….”
차기범이 입꼬리를 끌며 웃는다.
“다들 자네에게 넘어가 있단 말이지. 나도 그렇고.”
태수는 조용히 차를 한 모금 마실 뿐이었다.
“내 등에 날개를 달아 줬는데, 이걸 어찌 보답해야 할까.”
“보답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닙니다만…….”
“하지만 내가 그 덕을 보았어. 절대로 작다고 할 수 없는 덕이었지.”
차기범이 차를 마시며 덤덤하게 말했다.
“장성들이 내게 힘을 실어 준다고 약속했다.”
박정환을 두고 전두호와 차기범은 알력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지금껏 내게 호의보단 경계를 더 보이던 꼬장꼬장한 자들이었지.”
그들은 박정환의 심복이랄 수 있는 박태종과 끈끈한 사이였지, 차기범과 끈끈한 사이는 아니었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더군. 그토록 고고하게 굴던 육군 참모 총장과 제1 야전 사령관이 먼저 내게 손 내밀 줄이야.”
전두호의 상관이라 할 수 있는 육군 장군들이 차기범 뒤에 섰다.
“육군 참모 총장 이세후가 이번에 전두호를 찍소리도 하지 못하도록 눌러 놨어.”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전두호가 각하께 직접 보고를 드리겠노라 고집을 피웠던 것을 아나?”
잘 안다.
차기범 앞에서 전두호가 공언한 사안이었다.
“육군 참모 총장이 전두호를 불러서 뺨을 후려갈겼다는군.”
위아래도 못 알아보고 날뛰었다며.
상관에게 보고 한 번 올리지 않고, 사람 많은 데서 분란을 일으켰다며.
너 이 새끼, 육군 참모 총장은 눈에 보이지도 않느냐며 혼쭐을 내놨다.
“보고는 전임 보안 사령관이 했던 대로. 상명하복을 거부하면 영창에 처넣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어. 이러니 전두호가 어찌 거부할 수 있었겠나. 하하하.”
박정환의 비호를 받는 오성회는 섣불리 건드릴 수 없어도, 육군 참모 총장이 어디서 큰소리 못 칠 군번은 아니다.
“덕분에 전두호가 바라던 대면 보고는 물 건너갔어. 그 자식은 앞으로도 쭉 내게 보고를 올려야 할 거야. 이게 다 자네 덕분이지.”
눈에서 멀어지면 권력에서 멀어진다.
대통령을 만나는 것부터가 권력이다.
전두호가 그리 바라던 것이 물거품이 됐다.
“그러니 내가 자네에게 무얼 해 주면 될까?”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권력이라면 대통령과 24시간 붙어 다니는 경호실장의 권력은 얼마나 될까?
“말만 해. 내 그 보답은 톡톡히 할 테니까.”
태수는 웃었다.
“꼭 하나만 청해야 합니까? 두 개는 안 됩니까?”
차기범이 크게 웃었다.
“좋아! 말해 봐!”
시원시원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