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ng and construction tycoon RAW novel - Chapter (15)
광산 찍고 건설 재벌-15화(15/230)
15. 포항 철강 박태종(4)
박태종이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내가 무엇으로 보답하면 되겠소?”
“저와 거래를 하나 해 주시면 됩니다.”
태수가 굳이 포항까지 내려온 이유였다.
박태종은 곤란한 듯 웃었다.
“갚을 빚이 있으니 거절하기 힘들군. 그래도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그냥 제안이나 한번 들어봅시다. 그 후에 결정하겠소.”
“귀사에 광물을 납품하려고 합니다.”
“으음, 광물이라.”
박태종은 솔직히 말했다.
“우리는 이미 국영 기업인 대운 중석과 거래하고 있소. 국가 산업과 직결된 문제라 내가 임의로 거래처를 바꾸긴 힘드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대운 중석이 제공하지 못할 겁니다.”
태수는 품속에서 문서를 꺼냈다.
“몰리브덴 품질 확인서?”
“한국 대학교에서 검사받은 확인서죠. 보다시피 꽤 양질의 몰리브덴입니다.”
박태종은 진지한 눈으로 시험 성적표를 훑어 내렸다.
“흐음, 몰리브덴이라. 스테인리스(Stainless) 강과 크로몰리(Chromoly) 강을 만들 때 사용하는 광물이 아니오?”
“맞습니다.”
“확실히 대운 중석엔 몰리브덴 광산이 없소. 하지만 우린 아직 크로몰리 강과 같은 특수강을 만들 여력이 없소.”
박태종은 눈을 감았다.
“아직 제1고로(高爐)조차 완성되지 않았소. 각하께서는 서둘러 고로를 완공해 하루빨리 철강을 생산하길 바라시오. 그 기대를 저버릴 수 없소.”
“포항 철강의 후판(厚板) 공장이 완성되었잖습니까. 특수강도 조만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후판 공장이야 조선소 때문에 최우선으로 만들게 된 거요. 각하께서 조선소에 거는 기대가 워낙 대단하셔서.”
박태종은 씁쓸하게 웃었다.
“솔직히 말하겠소. 일본에서 들여온 돈만으로는 제철소를 짓기에 역부족이요. 턱없이 부족하오. 그래서 당장 돈이 되는 후판부터 생산하는 거요.”
“스테인리스 강과 크로몰리 강으로 건설 자금을 보다 일찍 확보하는 건 어떠십니까?”
박태종은 완강했다.
“크로몰리 강을 생산하는 건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일 거요.”
미국과 독일, 그리고 일본의 철강 회사가 스테인리스 강 및 크로몰리 강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박태종은 아직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들에 비해 자본력도, 기술력도, 경험마저 부족하다.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미국에서 몰리브덴을 워낙 싸게 생산해 내고 있잖소. 그래서 크로몰리 강으로는 이윤이 거의 남지 않소.”
지금 미국은 전 세계 몰리브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그것도 무려 시장의 87%나 장악하고 있다.
“크로몰리 강뿐만 아니라 그대가 몰리브덴을 세계 시장에 내다 판다 해도 가격 경쟁에서 밀리게 될 거요. 미국과 경쟁이 될 리 없으니.”
하지만 미국은 한 달 내로 몰리브덴 석출 중단을 선언할 것이다.
미래를 알고 있는 태수는 그래서 자신만만했다.
“조만간 몰리브덴 가격이 두 배, 세 배 뛰어오를 겁니다. 스테인리스강과 크로몰리 강 가격도 덩달아 뛰게 될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정말 그렇게 되면 두말할 것 없이 특수강부터 생산해서 팔아야지. 하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오.”
그런 일, 조만간 생긴다.
몰리브덴 가격이 두 배, 세 배 오르면서 크로몰리 강도 없어서 못 판다.
발전소, 군수 산업, 석유 산업, 가스 산업, 화학 산업 가릴 것 없이 전천후로 사용되는 크로몰리 강이 아닌가.
다들 몰리브덴을 수급하지 못해 진땀을 뻘뻘 흘릴 때 포항 철강이 크로몰리 강을 시원하게 공급한다면?
‘박태종도 같이 돈방석에 앉는 건데, 아쉽게도 설명할 방법이 없네?’
태수는 씩 웃었다.
지금은 이렇게 말해도 어차피 조만간 몰리브덴을 팔아 달라며 달려오게 될 테니까.
박태종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아무래도 힘들 것 같소. 미안하지만 다른 곳을 알아보시오.”
태수는 품속에 몰리브덴 성분 검사표를 집어넣었다.
“아쉽게 됐습니다. 전쟁 물자라는 몰리브덴인지라 저도 애국하는 마음으로 국익을 우선하여 포항 철강부터 달려온 참입니다.”
박태종이 몰리브덴 납품 제안을 거절하리라는 건 이미 알고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 철강에 한번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었다.
‘조만간 몰리브덴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면 제일 먼저 나를 떠올리게 될 터. 그것으로 충분하지.’
솔직히 말하면 박태종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눈도장은 톡톡히 찍었으니 여기까지 온 목적은 완수했다.
태수가 거래 상대로 굳이 박태종을 고른 이유는 모두 세 가지였다.
모두 당장이 아닌 미래를 위해서였다.
첫째, 한국 유일한 종합 제철소인 포항 철강과 계약해 몰리브덴을 안정적으로 팔기 위해서.
둘째, 박태종과 박정환 대통령과의 끈을 이용해 광산을 지켜 내기 위해서.
섯째, 박태종를 이용해 앙숙인 청일 그룹 한청호를 견제하기 위해서.
‘박태종이 잘나가야지 청일 그룹 한청호가 제대로 힘을 못 쓸 테니까.’
청일 그룹의 회장 한청호는 훗날 대통령의 비호 아래 철강 사업권을 얻게 된다.
청일 제철소는 한청호의 청일 전자 및 청일 중공업에 날개를 달아 준다.
이로 인해 한국 최고의 종합 중공업을 소유한 재벌 브랜드를 구축하게 되는 청일 그룹.
‘미리 훼방을 놓는다. 청일 그룹, 이번엔 청일 제철소를 쉽게 차지하지 못할 거다. 박태종이 그걸 제대로 견제해 줄 거니까.’
태수의 큰 그림 중 하나였다.
“자네, 아주 건실한 젊은이로군.”
속마음과는 별개로 태수의 대답은 박태종을 퍽 흡족하게 만들었다.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고 애국하는 마음으로 예까지 온 성의, 내 그것은 잊지 않겠소.”
“어쩔 수 없지요, 상황이 그런 것을.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태수는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다른 부탁은 없소?”
“없습니다.”
“나 박태종이요.”
“알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부탁을 드릴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는 수밖에 없군요.”
그것참 욕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박태종은 턱을 슬슬 쓰다듬었다.
“음, 잠시만. 이대로 돌려보내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닌 것 같소”
박태종은 눈앞의 훤칠한 젊은이가 마음에 들었다.
태수를 도로 자리에 앉힌 박태종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사정이 이러하니 광산 관련 회사는 도와주기 힘들 것 같소만, 건설 회사 쪽으로는 내 힘을 좀 써 줄 수도 있을 것 같소.”
“그게 무슨 뜻입니까?”
“나와 같이 일해 볼 생각은 없소?”
뜬금없는 제안에 태수는 의아했다.
동시에 코를 찌르는 돈 냄새가 진동한다.
‘이렇게 강한 돈 냄새라니. 대체 무슨 일이기에······.’
무조건 붙들어야 한다.
‘이런 돈 냄새는 놓칠 수 없지.’
태수는 군침을 삼켰다.
몰리브덴을 판다는 핑계로 눈도장이나 찍으러 왔다가 건설에서 대박 나게 생겼다.
‘같이 일하자는 게 무슨 뜻이지? 돈 냄새 나는 일임은 확실한데.’
박태종은 이미 몰리브덴 납품 제안을 확실하게 거절했다.
“동업을 말씀하시는 건 아니실 텐데요······.”
“아까 공사 현장을 둘러봤다면 알 거요. 이곳은 제철 공장만 지어지고 있는 게 아니오.”
태수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더욱 의아했다.
“직원들이 머물 숙소는 거의 다 지어졌던데요?”
“집만 지어졌지 않소. 아직 지어야 할 건물들이 많소.”
“설마.”
“병원, 학교, 상가, 운동장. 이 중에서 골라 보시오. 뭘 원하시오?”
태수에게 하청을 주겠다는 뜻이다.
‘어라? 원래라면 전부 포항 건설에서 맡아서 짓는 건데?’
태수는 확인할 겸 다시 물었다.
“지금 사장님이 운영하고 계신 포항 건설에서 계획하신 일이 아닙니까?”
“물론 그렇소만.”
박태종은 빙그레 웃었다.
“아까 기술 고문의 말을 듣지 못했소? 포항 철강 제련소는 작업 속도에 박차를 가하게 될 거요. 우린 한시가 바쁘오.”
포항 건설은 종합 제철소를 짓는 데 모든 인력을 총동원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준비한 설계도와 자재 일부도 그냥 넘겨 드리리다.”
“그럼 제가 시공과 준공을 책임지면 되는 겁니까?”
“설계대로 제대로만 지으시오. 특별히 초빙한 기술 고문도 제공해 드리지.”
기술 고문은 물론 우시로다 타케시.
이는 모두 박태종의 호의였다.
박태종이 말을 한마디 할 때마다 돈 냄새가 진해진다.
환장하겠다.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 제안이 아니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대박인데?’
병원, 학교, 상가, 운동장 중에서 고르라니.
남들은 간절히 원해도 숟가락을 얹지 못하는 알짜배기 일!
당장 돈이 되는 건 물론이요, 박태종이라는 막강한 연줄은 덤!
‘이야, 이건 거절하기엔 돈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데? 광산이랑 같이 돌려야 하나?’
어쩔 수 있나.
준다고 할 때 냉큼 받아먹는 게 예의!
“감사합니다.”
빈말로 거절 한 번을 하지 않고, 좋다고 받아먹는다.
“무얼 짓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