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ng and construction tycoon RAW novel - Chapter (199)
광산 찍고 건설 재벌-199화(199/230)
199화 호가호위 (1)
한일권은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금고가 텅 비었다.
최무룡에게 받아온 10억 중 9억이 들어 있던 금고였다.
“어떤 새끼가 여기에 손댔어?”
오늘 당장 청일 건설에 투입할 자금이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드나들지 못하도록 경비를 서는 집에서 도둑이라니.
“다른 건 아무것도 건들지 않고 9억만 회수했다고? 말이 안 되잖아!”
금고 안에는 들어 있던 다른 물건들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
의도적인 노림수였다.
“하……! 미쳐 버리겠네.”
금고 안에 들어 있는 종이 한 장을 발견한 한일권.
<청일 건설의 부도, 막을 수 있을까?>
한일권은 크게 웃었다.
한참을 웃다가 돌연 종이를 구겨서 바닥에 내던졌다.
“지금 장난해?”
구겨진 종이를 마구 밟았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최무룡이라…….”
화살이 가리키는 방향은 확실했다.
그래서 한일권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이거 일이 아주 재밌는데?”
* * *
금산 호텔 바의 VIP룸.
이틀 연속 같은 곳을 찾게 된 태수다.
테이블 위에 올린 양주병을 보며 말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 시간은 아주 비싸요. 그러니 본론으로 바로 넘어가죠.]달그락.
엘리스가 얼음이 든 양주잔을 빙글 돌렸다.
하지만 눈은 계속 태수에게서 떼지 않은 채였다.
[내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들어야겠어요.] [좋습니다.] [차기 록펠러 가주.]태수가 보낸 전보를 보자마자 파기한 후, 바로 전용기를 띄운 이유였다.
[나는 겉으로 차기 가주에 대한 욕심을 한 번도 드러낸 적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은 대뜸 날 차기 가주로 만들어 주겠다고 전보를 보냈죠.]그건 몰랐다.
이 야심만만한 미래 부동산 재벌이 일부러 속내를 숨기고 사는 줄은.
[어째서 그런 판단을 내렸을까요? 이유를 확실히 설명해야 할 것 같군요. 혹시 당신이 내 근처에 누군가를 심었다거나…….]엘리스는 뒤는 더 말하지 않았지만, 태수가 그 뜻을 모르겠는가.
태수는 태연하게 웃었다.
[이유를 설명할 필요 있습니까? 증명은 당신이 했는데.] [……?] [내 전보를 받자마자 당신이 찾아왔잖습니까. 여기, 이렇게, 벌써 두 번이나.]태수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친다.
[사우디에서 한 번, 오늘 한국에서 한 번. 석유 때문에. 가주가 되고 싶어서.]태수의 도발적인 대답이 마음에 든다.
[재밌군요. 한번 던져 본 미끼를 내가 물었다는 건데…….]엘리스 역시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나를 떠보기 위해서 보낸 거 맞아요? 전보가 너무 노골적이던데요. 경악해서 당장 달려와야 했을 만큼.] [그러지 않았다면 당신이 여기까지 날아왔겠습니까?]안 왔다.
그런 노골적인 전보가 아니라면 화가 나서 찾아오지도 않았다.
태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차기 가주가 되기 싫으십니까?]싫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남몰래 숨긴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되자 화가 치밀었다.
엘리스는 양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양주에, 불이 붙은 것처럼 화르륵거렸다.
[당신, 그거 알아요? 당신이 내게 건넸던 록펠러 기술을 1억 달러에 팔라는 제안. 그거 까였어요.]심술이었다.
항의이기도 했고, 투정 섞인 도발이기도 했다.
탁 소리가 나도록 양주잔을 내려놓는 엘리스의 눈에선 불똥이 튀었다.
[가주님이 일언지하에 거절했어요. ‘아무리 와일드 캣(Wild cat)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 불확실한 일에 뛰어들 만큼 록펠러는 한가하지 않다.’라고 하셨죠. 그뿐인 줄 알아요?]-아버지께선 당신의 제안을 사기꾼의 거짓말이라 단정 지으셨어요.
목구멍까지 치솟은 말은 차마 내뱉지 못하고 꿀꺽 삼켰다.
엘리스는 태수를 만났고, 록펠러 가주인 아버지는 태수를 만나지 못했다.
엘리스는 자신이 그래도 사람 보는 안목이 꽤 높은 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애송일지언정 눈까지 썩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보기에 태수는 보통 비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일본 정부가 은밀히 찾아와서 이에 대해 확인했다고 하더군요. ‘일본 해역에 석유는 없다.’가 아버지께서 내리신 결론이에요.]엘리스가 태수에게 연락조차 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하지만 그 음흉한 일본 정부가 록펠러 가주를 만나 로비할 때엔, 그만큼 매장 가능성이 높은 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어요.] [석유 재벌 가문인 록펠러가 나서면 일본 정부는 석유에 빨대 꽂기 힘들어질 테니까 그랬을 겁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하지만 아버지 생각은 달라요. 록펠러 가주의 생각은 절대적이고요.]엘리스는 머리를 짚었다.
[내가 그런 아버지를 설득하고 있었어요. 이 일에 대해 한 번 더 의논하기 위해 일정을 다시 잡았죠. 그런데 당신은 뭐라고 폭탄을 던졌죠?]엘리스가 한국까지 날아와서 화를 내게 된 이유였다.
[내가 당신의 전보를 먼저 받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그 전보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운이 좋았다.
[당장 한국에 오는 록펠러 가문 사람과 석유 개발을 함께하겠다고요? 전보를 받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땠을 것 같아요?] [둘 중 하나겠죠. 당신처럼 바로 비행기를 잡아타고 와서 확인해 보거나, 아니면 당신 아버지처럼 헛소리라고 치부하고 무시했거나.]아마 높은 확률로 무시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우디에 엘리스 혼자 오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거기에 나를 콕 짚어 차기 가주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다니.] [록펠러의 엉덩이는 무겁지만 명예를 위해서라면 먼 길도 마다하지 않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전보를 보낸 겁니다.]엘리스를 겨냥해서 보낸 전보였다.
태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한국에 와 주길 바랐습니다.] [왜 나죠?] [당신이라면 대화가 통할 것 같았으니까.]태수의 말에 엘리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불같이 나던 화가 어째서인가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죠. 당신 미쳤어요?] [헛소리가 아니라 사실입니다. 당장 한국에 온 당신과 함께 석유 개발을 할 생각이고, 당신을 차기 가주로 만들어 줄 생각도 있으니까.]태수는 웃었다.
[우리 솔직해집시다. 이제 와서 감출 속내가 있습니까?]엘리스는 외려 차갑게 웃었다.
[그래요. 난 차기 가주가 되고 싶어요.]말을 할수록 목이 탔다.
엘리스는 태수를 주시하면서 양주를 마셨다.
태수의 일거수일투족뿐만 아니라 작은 표정 변화까지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눈이다.
[차기 가주에 대해 아주 쉽게 말하시던데. 록펠러 가주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어요?]록펠러 가문은 철저하게 베일에 휩싸인 가문이다.
전생에 태수는 록펠러 가문 사람을 제대로 만나 보지 못했다.
상류층에서 어쩌다 한번 흘러나오는 정보들을 주워들은 게 전부다.
하지만 태수가 만나던 상류층이 어디 보통 상류층이던가.
‘엘리스가 차기 가주 자리를 두고 형제들과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지만 끝내 패배했다는 것을 알지.’
기회는 두 번 오지 않았다.
차기 가주의 자리는 오로지 당대에 단 한 명뿐이다.
[록펠러의 차기 가주 자리를 노리려면 세 가지 조건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호언장담한 만큼 제법 잘 아시는군요.]엘리스가 흥미로운 눈으로 태수를 본다.
[첫째, 석유 관련 사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일 것.]록펠러는 세계적인 석유 재벌 가문이다.
그러니 누구보다 석유 사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석유 사업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는 자가 바로 차기 석유 재벌의 수장이 될 것이다.
[둘째, 가문에서 내어 준 돈으로 경영 능력을 증명할 것.]록펠러라는 거대한 가문을 꾸리기 위해서는 경영 능력이 필수적이다.
수장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돈 단위부터가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경영 능력이 없는 자가 가문을 맡으면 말아먹기도 쉽다.
[셋째, 결혼하여 아이를 낳을 것.]석유왕 록펠러는 19세기 사람이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자식이 없으면 어른이 아니라는 고정 관념이 있었다.
가정을 이끌어 본 경험도 없는 자가 가문을 잘 이끌어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더구나 가문이 번창하려면 자손은 반드시 필요하다.
엘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서 엘리스 록펠러는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이 되고도 차기 가주가 되지 못했다.
앞서 말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명석해도, 지도력이 강해도 안 되었다.
[엘리스, 내가 당신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도와줄 생각이죠?] [먼저 석유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드릴 수 있겠군요. 한국의 대륙붕에 유전이 있다고 알고 계십니까?] [정확히 말하면 ‘유전이 있다고 추정되는 곳’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곳을 같이 개발합시다.]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엘리스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여전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차분하게 물었다.
[지난번에도 비슷한 제안을 하셨죠. 록펠러는 기술만 제공한다. 그 일이라면…….] [지난번 제안을 정정하죠. 엘리스 님은 대한민국 석유 개발에 관해 전반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겁니다.]엘리스가 떡 벌어지려는 입을 애써 앙다물었다.
[지금 저보고 석유 개발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자고 제안하셨나요?] [그렇습니다.]흔치 않은 제안이었다.
중동 전쟁 이후 유전이 밀집된 중동 국가들이 자원민족주의를 부르짖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외국에 새로운 유전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한 미국은 어떤가?
록펠러 가문이 유전이 있을 것이라 추정하는 많은 땅을 사들였다.
그리고 유전 개발의 기회를 자신의 아들들에게 내어 주고 있다.
록펠러의 차기 가주로 만들기 위해.
사생아이며 딸로 태어난 엘리스에게는 그런 기회가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기술 제공에서 동업 제안으로 선회한 거군요. 갑자기 왜 마음을 바꾸었죠?] [확실하고 빠른 방법을 택한 겁니다.]석유를 혼자 다 먹기보다는 확실하게 록펠러를 끌어들이는 게 낫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록펠러가 석유 개발에 함께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태수가 쉽게 가려면 록펠러의 힘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앞길을 막는 놈들을 힘으로 밀어붙이기 위해서.
[석유 개발에 관해 독점적인 동업자의 지위를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은…….] [당신을 제외한 록펠러, 그밖에 로스차일드, 베어링, 모건 등 석유 가문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뜻입니다.]아주 만족스러운 제안이었다.
당연히 처음에 받았던 제안보다도 훨씬 마음에 든다.
엘리스는 마음이 크게 기울었다.
엘리스가 환하게 웃었다.
[좋아요. 그럼 내가 얼마를 투자해야 하죠? 그 석유 개발의 독점적인 지위를 보장받기 위해서요.] [한 푼도 안 내셔도 좋습니다.]이런 엄청난 개발 사업에 돈 한 푼을 요구하지 않다니.
그 말에 엘리스의 표정이 묘해졌다.
[내게 유리한 제안이군요.]긴장으로 목이 탄 엘리스가 양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차라리 큰돈을 원하거나 기술을 원했다면 안심했을 거예요.] [록펠러의 기술은 필요합니다.]기술 값으로 1억 달러를 생각했던 태수가 아닌가.
록펠러의 기술 없이는 석유 개발이 더뎌지고, 어려워진다.
그건 천문학적인 돈을 바다에 버리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돈 대신 다른 것을 요구할까 합니다.] [그게 뭐죠?] [나는 록펠러 가문의 힘을 빌려 쓰길 원합니다.]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 모든 개발 계획을 밀어붙여 실현되도록 만드는 힘.
미국 대통령도 한 수 접어 줘야 한다는 세계적인 재벌 가문의 권세.
그 힘을 빌려 호가호위할 생각이다.
[미안하지만 전 아직 가주가 아니에요.] [당신이 가주가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당신이 엘리스 록펠러라는 게 중요한 겁니다.]한국엔 록펠러 가문 이상의 힘을 가진 가문이 없다.
대한민국 재계 부동의 서열 1위라는 삼청의 이씨 가문도 록펠러 가주를 먼발치에서도 못 봤을 정도다.
록펠러가 나왔다면 대통령부터 달려왔을 정도니까.
[호가호위라는 말을 아십니까?]록펠러를 등에 업고 칼춤 한번 춰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