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ng and construction tycoon RAW novel - Chapter (220)
광산 찍고 건설 재벌-220화(220/230)
220화 운명의 주주총회(2)
검찰총장이 직접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세상은 연일 마약 수사와 관련해 시끄러웠다.
신문과 방송은 너도나도 이를 보도했다.
-일본 최대 폭력단이 얽힌 대규모 마약 밀수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일본 마약상이 한국 폭력 조직과 연계하여 국내 마약 유통을 장악한 정황을 포착해, 검찰은 수사망을 확대하였습니다.
-검찰은 록히드 게이트에 휘말린 일본 고위 관료들이 대거 연루되었다는 증거를 입수, 일본 관계 당국에 공조 수사를 요청하였으며…….
뉴스를 본 사람들의 분노는 당연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마약이다.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했다.
“아니, 일본 마약상이 국내에서 활개 치는 동안 경찰과 정부는 뭐 한 거야?”
“깡패 새끼들이 문제야. 일본 깡패나, 한국 깡패나.”
“엄중히 처벌해라. 마약은 절대 안 된다!”
여론에 힘입어 야당의 거물들도 목소리를 높여 전(前) 정부를 규탄했다.
“마약 밀수 조직에 이 나라 국경이 뚫렸다는 소립니까? 이게 말이 됩니까?”
“박정환 정부가 과연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요? 모르면 무능이고, 알면 매국입니다!”
“세관은 대체 뭘 한 겁니까? 경찰은 눈뜬장님이에요? 여태 정황 파악도 못하고 있었답니까?”
“샅샅이 조사해야 합니다. 일본 고위 관료가 연루된 마약 루트에 한국 관료들 줄이 안 닿았으리란 보장이 없어요.”
책임자를 문책하라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었다.
급기야 안정우 당선인까지 나섰다.
-마약 밀수만큼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 어느 누구도 수사를 방해할 수 없을 것이며, 누가 연루되었던 간에 절대로 봐주지 않을 겁니다.
-관련자들은 모두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범죄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잘한다. 이참에 아주 깡패 새끼들 뿌리를 뽑아버려라!”
“깡패 놈들 보내라고 만든 게 감옥이지.”
“마약 뿌리고, 걸핏하면 칼부림부터 내는 놈들 무서워서 어디 살겠나?”
검찰 측에서도 마약 수사 중간 브리핑을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아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청일 건설 사장이 마약 밀수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검거되었습니다.
-개인이 저지른 일인지, 청일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일인지 초점을 맞춰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 발표가 던진 파문은 엄청났다.
<청일 건설 사장까지 연루된 마약 유통.>
<청일 그룹 주가 일제히 폭락.>
<그룹 차원에서 대응은 모르쇠뿐?>
사람들의 제보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새로운 청일 그룹 총수가 인천항을 오가며 마약 사범들과 접촉하는 걸 제가 봤습니다.
-청일의 젊은 총수는 오래전부터 종로의 폭력배들과 어울려 다녔어요.
-종로의 폭력배들이 시중에 은밀하게 약을 유통하고 있는 걸로 알아요. 혹시 청일이…….
이 모든 것이 방송을 통해 나갔다.
그 결과 청일 그룹 홍보실엔 비난 전화가 빗발쳤다.
청일 그룹 본사 앞에서는 시위대가 확성기 소리를 높였다.
“청일 총수는 해명하라!”
“해명하라!”
“해명할 수 없다면 해임하라!”
“해임하라!”
촤악.
장 비서는 청일 그룹 본사 11층에 자리한 회장실 커튼을 쳤다.
장 비서의 표정이 매우 딱딱했다.
“청일 그룹과 회장님은 정말 마약 유통에 관련이 없는 거 확실합니까?”
“네가 검사야? 지금 나 취조하냐?”
한일권이 눈알을 부라렸다.
손에서 놀리던 나이프를 장 비서에게 던진다.
장 비서가 흠칫 놀라 재빨리 피했다.
자칫했으면 머리통이 뚫릴 뻔했다.
장 비서는 오늘도 식은땀을 훔쳤다.
“청일 그룹 안팎으로 시끄럽습니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홍보실에선 뭐 하는 거야? 일 안 해?”
“그룹 차원에서 어불성설이라고 아무리 보도 자료를 내돌려도 믿지를 않습니다. 차라리 회장님께서…….”
“나 지금 주총 가는 거 안 보이냐?”
한일권이 양복 외투를 몸에 걸쳤다.
탁탁 소맷부리를 털면서 한일권은 눈살을 찌푸렸다.
“청일 그룹과 총수인 내가 밖에서 물어뜯기고 있는데, 청일의 공신들이란 놈들이 앞장서서 내 목에 칼을 겨눠?”
괘씸하다.
생각 같아서는 전부 잘라버리고 싶다.
하지만 일반 직원 자르는 것과 임원진 해고하는 것은 엄연히 절차부터 달랐다.
감사팀에 임원 감사 들어가라고 지시했는데도 요지부동이다.
하는 시늉만 한다.
새로 부임한 애송이 총수보다 오래도록 청일에 헌신한 충신들의 파워가 더 세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그렇게 오늘이 오고 말았다.
바로 임시 주주총회 말이다.
“가자!”
한일권은 9층에 마련된 주주총회 회의실로 향했다.
* * *
임시 주주총회 회의실.
먼저 이곳에 입장한 사람들은 모두 수군대고 있었다.
창밖 너머 시위대가 시끄럽다.
한숨과 함께 걱정이 밀려왔다.
“정말 청일 그룹이 마약 밀수에 깊이 연루된 건 아니겠지요?”
“한일권 회장이 여태 망나니 생활을 했다는 건 유명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망나니 생활을 했어도 약은 아니죠. 설마 이문복을 움직여 밀수를…….”
눈앞이 깜깜하다.
의혹만으로도 청일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만일 한일권이 정말로 마약 밀매에 한 발 걸치고 있다면 그룹 차원에서 폭격을 받을 것이다.
‘한청호 회장이 자식 농사를 개판으로 지어놔서 이 사달을 만드는구나.’
‘한일권이 경영 재목이 아니란 건 이미 오래전에 증명됐는데. 기어이 제 자식이라고 지주회사 사장 자리에 앉히더니…….’
‘청일 그룹 망할 날이 코앞이구나.’
당장 청일의 임원들부터가 한일권을 믿지 못했다.
어디 임원진들뿐이랴.
아버지인 한청호조차 아들을 못 믿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한 전적이 있지 않은가.
“여론이 심상치 않습니다. 안정우 당선인까지 나선 일이에요.”
“자칫 청일이 공중 분해될까 걱정이 큽니다.”
“김 사장, 이 일을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청일의 임원진들이 김봉남에게 모여든다.
오늘 임시 주주총회를 연 사람이었으며, 청일 최고의 충신으로 이름이 높았기 때문이다.
“어떡하긴요. 청일 그룹 회장님께 직접 그 책임을 물어야지요.”
“책임을 묻는다면…….”
그때였다.
회의실 바깥이 시끄러웠다.
웅성대는 소리가 회의실 안까지 들려왔다.
소란의 이유는 곧 밝혀졌다.
“태양 그룹 총수 강태수 회장이 떴습니다!”
주주총회에 입장할 수 있는 사람은 해당 그룹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 한정된다.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입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과연 정말로 태양 그룹 강태수 회장이 회의실 안으로 입장할까 싶었다.
* * *
태수가 회의실 입구에서 진행 요원에게 신분 확인을 받고 있을 때였다.
사람들 웅성대는 소리와 함께 좁은 복도가 홍해처럼 갈라졌다.
복도에 늘어선 사람들이 저마다 벽에 달라붙어 길을 터 주는 건 흔한 광경이 아니었다.
“이게 누구신가?”
재수 없는 저 목소리.
태수는 고개를 돌렸다.
한일권이 장 비서를 데리고 껄렁껄렁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홍해는 한일권 때문에 생긴 것이다.
“경비들이 사람 통제를 이따위로 하네? 잡상인은 들여보내지 말라고 누누이 일렀는데, 쯧쯧.”
“몰랐나 보군.”
주주총회가 열리기로 결정됐을 때 주주 명단도 진즉 나왔을 텐데.
그것만 봤어도 태수의 이름 석 자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주들 명단조차 확인하지 않고 주총에 참석하는 그룹 총수가 여기 있었다.
태수가 엄지로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주주총회 참석하러 왔다.”
“…청일 그룹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네가 총수 자리에서 쫓겨나는 순간을 놓칠 수야 없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불구경, 싸움 구경이랬다.
한일권이 도마에 올라 청일의 충견들에게 물어뜯기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 아닌가.
태수는 오랫동안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웃음이 묻어나는 태수의 목소리가 한일권의 배알을 뒤집었다.
“헛꿈 꾸고 있었네?”
어느새 몇 발자국 앞까지 걸어온 한일권이 눈을 부라렸다.
“회사는 대주주가 먹는 거야. 그리고 내가 청일의 총수이자 최대주주지.”
기업들이 괜히 지분 싸움 벌이는 게 아니다.
지분이 권력이자 힘이었다.
그리고 한일권 일가는 청일의 지주회사인 청일 건설 주식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한일권은 아버지의 위임장과 어머니의 위임장까지 받아왔다.
위임장으로 그들의 의결권을 대리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니 무서울 게 없다.
“그러니 헛물켜지 말고 그만 돌아가는 게 어때?”
“그럴 수야 없지.”
신분증을 되돌려 받은 태수가 한일권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번엔 태수가 한일권 앞으로 다가갔다.
단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선 것뿐인데도 박력이 대단했다.
“금산 조선 해양 출범식에서 네 아버지가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하나?”
당시 한일권도 현장에 있었다.
한청호가 박정환에게 불려가 독대를 하고 나오던 때.
독기에 찬 한청호는 태수에게 이를 갈며 말했다.
-넌 쓰레기만 갖게 될 거다, 강태수.
그렇게 한청호는 두 눈 뜨고 알짜 중의 알짜였던 청일 정유를 빼앗겼다.
원한에 찬 아버지의 목소리를 한일권이 잊을 리 있겠나.
“강태수, 넌 쓰레기조차 갖지 못할 거야. 내가 용납하지 않아.”
태수는 그때 한청호에게 했던 말을 한일권에게도 똑같이 해주었다.
“네가 갖고 있는 것, 목숨처럼 소중한 것,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 난 그런 것들을 빼앗아 올 거야.”
“어림없다.”
한일권은 절대로 호락호락하게 빼앗길 생각이 없었다.
“난 아버지와 달라.”
아버지는 박정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고작 한다는 짓이 청일 정유를 빈껍데기로 만들어 넘기는 것뿐이었다.
그 정도는 박정환도 눈감아줄 테니까.
“난 누구에게 내 것을 빼앗길 바에는 차라리 내 손으로 부숴버리고 말아.”
하지만 한일권은 그런 아버지 방식을 싫어했다.
태수는 피식 웃었다.
“내가 그때 말했었지? 너 감방 구경도 시켜 주고, 밑바닥 생활도 시켜 주겠다고.”
“그런 일은 죽었다 깨도 없을 거야. 나 청일 그룹 총수 한일권이야.”
“청일 그룹 총수 자리를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 것 같나?”
태수는 한일권의 귓가에 말했다.
“너 역시 속수무책으로 내게 빼앗기게 될 거다.”
바로 이곳 주주총회에서 결판이 날 것이다.
태수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성큼성큼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주주총회 회의장에 들어선다.
한일권은 태수의 등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강태수……!’
절대로 저놈의 말처럼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이곳은 청일 그룹이고, 청일 그룹의 주인은 바로 나 한일권이니까.
벌컥.
한일권 역시 두 손으로 힘차게 문을 열었다.
주주총회 회의장을 밝힌 불빛이 한일권에게 쏟아졌다.
모여 있던 사람들의 시선까지도 한꺼번에.
“그럼 회의를 시작해 볼까?”
* * *
주주총회.
주식회사 최고의 의결기관을 말한다.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들이 모여 가진 주식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는 곳.
그 말은 주식이 많을수록 목소리가 높다는 뜻이다.
시작은 가뜩이나 말이 많은 청일 건설 사장 이문복에 관해서였다.
“청일 건설 사장 이문복이 마약 밀수 현행범으로 현장 체포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청일 건설뿐만이 아니라 청일 그룹 계열사 전체 주가가 폭락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청일 건설로 인한 적자 때문에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는데, 계열사 돈을 박박 긁어가서 이 사달을 만들어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겁니까? 대답해보세요!”
청일의 임원진들이 곧 주주들이었다.
한청호 회장이 맡긴 차명 주식의 주인이기도 했고, 청일을 떠받드는 경영진이기도 했다.
청일 그룹의 순혈 충신들이 한 목소리로 들고 일어나 한일권을 압박했다.
“이문복이 마약 밀수와 관련됐다는 것을 정말 몰랐습니까?”
“이문복은 한 회장께서 직접 데려와 그 자리에 앉힌 사람이 아닙니까?”
“대답해보세요! 정말 몰랐습니까? 그룹이 얽히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당장 한 회장까지 마약에 손 안 댔다고 맹세할 수 있습니까? 조폭들과 어울려서 약 했어요, 안 했어요?”
“당신 대답에 따라 청일의 미래가 달라지는 중대한 사항입니다! 거짓말하지 말고 똑바로 대답하세요!”
그 선봉에는 김봉남이 있었다.
“책임을 지세요! 당신 같은 사람을 그룹 총수로 둘 수는 없습니다!”
김봉남이 한일권의 총수직 해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