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ng and construction tycoon RAW novel - Chapter (6)
광산 찍고 건설 재벌-6화(6/230)
6. 몰리브덴 광산, 그리고 형제(2)
광부는 능숙하게 곡괭이를 휘둘렀다.
곡괭이가 벽을 찍을 때마다 사방에 돌가루가 피어올랐다.
쿵. 쿵. 쿵.
한참 만에 쩍 소리와 함께 벽 귀퉁이가 떨어졌다.
숨겨진 안쪽이 비밀의 방처럼 드러났다.
‘이거다!’
이 진한 돈 냄새.
바로 저기서 난다.
“저게 뭡니까?”
“뭐 말이오?”
“저거, 희끗희끗한 거.”
“오-”
광부가 다시 능숙하게 곡괭이를 휘둘렀다.
캐낸 원석을 불빛에 비춰 보던 광부.
광부가 강한수에게 원석을 건넸다.
“얼핏 보면 흑연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소. 하지만 이건 수연(水鉛)이오.”
“수연?”
“정확히 말하자면 휘수연석(輝水鉛石)이라 하오. 총, 대포, 비행기 만들 때 많이 쓴다고 전쟁 광물이라고도 불렀소.”
“······!”
한수가 번개라도 맞은 표정으로 태수를 돌아봤다.
‘하여간 눈치는 빨라.’
누가 안기부 송곳 아니랄까 봐.
“이거 설마 네가 말하던······.”
“그래.”
“몰리브덴, 맞구나.”
“맞다.”
“진짜 몰리브덴을 발견하다니, 말도 안 돼.”
몰리브데넘(Molybdenum). 일명 몰리브덴.
국가 전략 자원으로, 극히 중요한 광물이다.
특히 크롬과 몰리브덴을 첨가해 만드는 크로몰리(Chromoly)강으로 많이 쓰인다.
고강도이며 부식에도 강하니까.
‘발전소, 군수 산업, 석유 산업, 가스 산업, 화학 산업에도 사용된다.’
쓸데가 많으니 팔 데도 많다!
‘필라멘트, 극압 윤활제, 엔진오일 첨가제까지. 안 들어가는 데가 없는 광물이지.’
사용처는 무궁무진!
‘좋아! 됐어!’
태수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데 정작 펄쩍펄쩍 뛰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이거 대박이오! 대박이야! 몰리브덴 광맥이로세!”
광산주보다 광부가 더 흥분해 날뛰다니.
“폐광산 벽 뒤에 숨겨진 몰리브덴 광맥이라니! 상상도 못했소! 어찌 이럴 수가!”
아주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어 곡괭이질 하려는 걸 가까스로 뜯어말렸다.
“놓으시오! 내 저걸 파야하오!”
“진정하세요.”
“아니, 눈앞에서 몰리브덴 광맥이 저리 줄줄이 이어져 나올 것 같은데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소?”
광부는 콧김을 훅훅 내쉬었다.
그러다 태수를 붙들고 눈을 초롱초롱 반짝이는 게 아닌가.
“비결이 뭐요?”
“네?”
“비결이 있을 것 아니오! 댁이 콕 짚어 이 벽을 허물라 했잖소!”
“······.”
이거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고.
태수가 난감해할수록 광부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하오. 비결을 쉽게 발설할 수는 없을 테지.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영업 비밀을 캐묻다니, 실례했소.”
혼자 납득해 버린다.
“전문가라 자처한 나보다도 예리한 탐색 기술이라니! 대단하시오!”
혼자 탄복하기까지.
“오호라! 이제야 알겠소! 바로 이것을 보고 알아챈 것이었군! 몰리브덴 광맥을 찾는 비결이 이런 것이었다니! 오오!”
혼자 알아채고, 혼자 터득하고.
“참으로 대단하시오! 어찌 이리 젊은 사람이 이것을 알았는지! 세상에 인재는 많고도 많다더니. 덕분에 개안했소! 고맙소!”
혼자 감탄하더니 혼자 고마워한다.
태수는 어색하게 웃었다.
‘입 아프게 나불대지 않아도 되니 세상 편하다.’
광부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 손에는 곡괭이가 야무지게 들려 있었다.
“날 말리지 마시오! 몰리브덴 광맥, 내가 제대로 짚어 볼 테니!”
* * *
캐낸 몰리브덴 원석을 가지고 광산 밖으로 나왔다.
한수는 직접 겪고도 못 믿는 눈치였다.
“소 뒷걸음에 쥐 잡는다더니. 믿을 수가 없어.”
몰리브덴 원석을 보고 있자니 안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진짜 몰리브덴이라니. 이제 어떡할 거냐.”
“어떡하긴 뭘 어떡해? 당연히 캐서 팔아야지.”
한수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런 폐광산에 몰리브덴이라. 그동안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걸 강태수가 발견했다고?”
“운이 좋았지.”
“운 같은 소리 하네. 넌 여기 몰리브덴이 있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잖아.”
“어? 그러는 넌 그걸 어떻게 알았냐?”
“나한테 넌 콕 짚어 몰리브덴을 알아볼 만큼 노련한 광부를 찾으라고 요구해 놓고선.”
“······.”
실수다.
“궁금해 죽겠다. 어떻게 콕 짚어서 몰리브덴인 줄 알았지?”
그야 오춘식이 몰리브덴 광산으로 떼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거야, 원.
에라, 모르겠다.
눈 딱 감고 질렀다.
“무당이 그러더라. 흙 파 보라고. 그럼 몰리브덴으로 떼돈 번다더라.”
“헛소리 그만해라.”
“진짜야. 난 그냥 무당이 한 말을 철석같이 믿었을 뿐이야.”
“······.”
한수는 기가 찼다.
“며칠 전에 용식이 형이랑 무당집에 갔다더니.”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애들이 보고하더라. 너 신들려서 질질 짰다며?”
“······.”
죽을 때 인생의 주마등을 봤더니 회한이 많아서 그만.
“못 말린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등 돌리는 강한수.
성큼성큼 저만치 가 버리자 태수는 당황, 아니 황당했다.
‘뭐야, 저놈이 무당 말이라니까 그냥 넘어가 준다고?’
너 똑똑한 놈이잖아? 눈치 빠른 놈이잖아?
둘러댄 말이란 걸 모를 리가 없잖아.
‘형이라고 봐줬다 이거지? 이 자식도 참··· 솔직하지 못해.’
태수는 저만치 가는 강한수의 뒤통수에 대고 크게 외쳤다.
“한수야, 같이 가!”
이 자식이, 갑자기 그렇게 뛰기 있냐?
* * *
볼일이 끝난 광부는 광산을 내려갔다.
형제 둘만 남게 된 폐광산 앞.
한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몰리브덴을 캐서 판다고 했지?”
“당연히.”
“광산을 통째로 파는 방법도 있어.”
“헐값에?”
광산 시세가 10만 원이라고 했었나?
“몰리브덴이 매장되어 있다는 걸 증명하면 비싼 값에 되팔 수 있을 거야.”
“아니, 우리가 먹는다. 통째로.”
태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하늘이 준 기회다. 두고 봐, 몰리브덴으로 떼돈을 만지게 해 줄 테니까. 형님 멋져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될걸?”
“하여간에 큰소리는. 떼돈 버는 게 그렇게 쉬울 것 같아?”
“어려울 건 또 뭐야. 살다 보면 로또도 맞고 그러는 거지.”
“로또는 또 뭔데?”
“······.”
어, 지금으로 치면 주택 복권?
이것 참,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태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한수는 여유가 넘쳐 흐르는 형의 얼굴이 낯설었다.
“광산, 그냥 통째로 팔지?”
“아깝잖아. 제값도 못 받을 텐데.”
“이거 운영하는 거 보통 일이 아닐 거야.”
“까짓거 해 보지, 뭐.”
형이 청일 그룹도 운영하고 그랬었어.
한일권 새끼가 못된 짓만 골라 하느라 회사 일은 더럽게 안 해서.
계열사가 백 개가 넘었거든? 그런데도 사장들 족치면서 어찌어찌 잘 키워 봤어.
부려 먹힌 걸 생각하면 열 받지만 그래도 회사 굴리는 건 아주 잘해.
하지만 이런 사실을 한수가 알 턱이 있나.
한수는 큰소리만 탕탕 치는 형이 걱정되었다.
늘 제멋대로 일을 벌이곤 했으니까.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대로네. 내가 맨날 형 뒷수습하느라 얼마나 똥줄 빠졌는지 알아? 이번에도 또 그러라고?”
“그래, 그랬지. 넌 언제나 내 뒤를 묵묵히 지켜 줬었지······.”
태수가 순순히 인정하자 한수가 오히려 놀랐다.
동생을 보는 태수의 눈은 따뜻했다.
‘우리 한수, 안기부에서 늘 이런저런 고급 정보를 물어 다 줬었는데. 내 앞길 방해하는 놈들은 슬쩍 치워 주고, 내 뒷덜미 잡아채는 놈들은 와락 끌어내고.’
곁에 있을 때는 그 고마움을 잘 몰랐다.
한수가 그렇게 가고, 사방에서 정신없이 몰아치는 견제 세력들 때문에 얼마나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았던가.
괜히 재벌들이 탐내는 칼잡이가 아니더라.
‘고맙단 말 한 번을 제대로 못했더라. 그게 얼마나 후회되던지 넌 모를 거다.’
태수는 아련한 눈으로 한수를 보았다.
“그랬을 거야. 내가 앞만 보고 달려가는 동안 너와 홀쭉이가 내 뒤와 옆을 봐줬겠지. 나는 넘어지지 말라고, 뒤통수 얻어맞지 말라고.”
“······.”
“나 대신 더러운 일을 도맡아 했었겠지. 나 대신 칼 맞고, 나 대신 싸우고, 나 대신 다치고.”
“······.”
태수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미,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한수가 죽고, 오랫동안 혼자 되뇌던 말이었다.
죽을 때까지 후회로 남았던 한마디였다.
“나 혼자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너도 같이 달려 주고 있다는 걸 몰랐거든.”
“······.”
“못난 형도 형이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 네 덕분에 든든했었어. 진심이다.”
“으······.”
한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가슴속에서 뭔가 울컥 차올라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한수는 태수를 마주 볼 수 없어서 등을 돌렸다.
“낯간지러운 소리 그만해. 강태수답지 않게. 안 어울려.”
“그래, 한수야. 앞으론 함께 가자. 뛰어도 내 옆에서 같이 뛰어.”
“느려.”
한수는 고개를 까닥였다.
“그러니까 뜀박질 연습이나 많이 해라. 그럼 같이 뛰는 거, 한 번 생각해 볼게.”
“하하하, 그래.”
힐끗 돌아보니 태수는 활짝 웃고 있었다.
‘강태수가, 아니 우리 형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한수 역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형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고 있었다.
‘그래, 같이 한번 해 보자!’
정말 광산에서 몰리브덴이 나왔다.
이제 떼돈 벌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