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le physical therapist RAW novel - Chapter (115)
기적의 물리치료사-115화(115/205)
# 115
어제보다 나은 오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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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남중단의 통증 수치는 날이 갈수록 좋아졌고, 결국 1주일이 지나지 않아 통증 수치는 20 이하로 내려갔다. 치료를 끝냄과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통증 수치가 7만큼 감소합니다. (25 → 18)
-퀘스트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달성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11,000(+1,000)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보상으로 센터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새로운 치료법의 접목으로 PNF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81/100)
-새로운 치료법의 접목으로 보바스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41/100)
퀘스트가 완료된 것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포인트가 주어졌고, 센터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며, 덤으로 PNF와 보바스에 대한 이해도도 상승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보상이었다. 그런데 메시지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PNF에 대한 이해도가 커트라인인 80을 넘었습니다.
-보바스에 대한 이해도가 커트라인인 40을 넘었습니다.
-두 치료법을 조합하여 새로운 치료법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PNF 치료법을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치료법을 창조하시겠습니까?
지금까지 기적은 두 치료법의 이해도 모두 100을 넘어야만 새로운 치료법을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100까지 채우라고 말한 적은 없으니까…….’
생각과는 달랐지만 문제는 없었다. 80까지 채우라고 했다가 100으로 바뀌었으면 몰라도 그 반대라는데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기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새로운 치료법을 등록할게.’
그러자 다시 한 번 메시지가 들려왔다.
-새로운 치료법을 창조했습니다. 새로운 치료법의 이름을 등록해 주세요.
기적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MF, 미라클 파실리테이션.’
그러자 곧바로 치료법이 등록되었다.
-새로운 치료법 [Miracle Facilitation]을 등록합니다.
-새로운 치료법을 창조하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0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보상으로 레벨 업 확정권 3장이 주어집니다.
새로운 치료법이 등록된 것만도 대박인데 어마어마한 보상이 뒤따라왔다. 하지만 기적은 그보다는 다른 곳에 포커스를 맞췄다.
‘뭐지, 왜 아무런 변화가 없지?’
치료법이 등록되기 전만 해도 기적은 이런 기대를 품었었다. 새로운 치료법을 등록하면 그에 대한 정보가 주르륵 떠오를 것이라고.
하지만 기대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짧은 메시지가 들려왔을 뿐 어떠한 정보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뭐지, 새로운 치료법은 어디로 간 거지? 이것도 다른 보상들처럼 나중에 주어지는 건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남중단이었다.
“멀뚱히 서서 뭘 그렇게 생각하누?”
그제야 기적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아! 죄송합니다. 잠깐 향후 계획을 생각해 봤습니다.”
“향후 계획, 무슨 계획?”
“어떠세요? 이제 거의 안 아프지 않으세요?”
“음…… 그렇지? 이제는 아픈 줄 모르겠어.”
“그러니까요. 앞으로는 매일 안 오셔도 될 것 같아요.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방문하셔도 되겠어요. 물론 제가 알려 준 운동은 집에서도 꾸준히 하셔야 하고요.”
“그거 잘됐구먼, 알겠어. 그러면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뭐. 그런데 이상하네.”
남중단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기적은 반문했다.
“어떤 게 이상해요?”
“좋아졌으니까 나오지 말라는 거잖아. 그럼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기분이 마냥 좋지가 않은 게 묘하네. 시원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기적은 남중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경험을 수없이 했던 그였으니까.
“아무래도 몸을 부대끼면서 정이 드니까요. 그런 만큼 아쉬운 마음도 클 수밖에 없죠. 하지만 좋은 일이잖아요. 이런 걸 두고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하는 거죠.”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말에 남중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잠깐의 시간 차를 두고 기적이 말했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매주 월요일에 오세요. 지금과 같은 시간에요.”
“그러지요, 선생님.”
짧게 대답한 남중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분주히 움직이며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끝마쳤다.
“그럼…….”
언제나처럼 손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 남중단이 센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남중단은 이내 몸을 돌려 기적을 바라보았다.
“…….”
남중단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내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그동안 자네에게 신세 많이 졌어. 내 자네 덕분에 다시 웃는 법을 배웠어.”
남중단이 어쩐지 수줍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 모습에서 처음의 억세고 억센 할머니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생글생글 웃는 소녀만이 있을 뿐.
그 모습을 보며 기적은 확신했다. 앞으로도 남중단은 계속해서 웃을 수 있을 거라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그녀의 앞에 계속해서 펼쳐질 것이라고.
‘그렇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계속되기를.’
기적은 가볍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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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힐링 센터에 손님이 찾아들었다. 아직 어린 손님의 정체는 바로 하진아였다. 할머니를 치료해 줘서 고맙다고 감사 인사라도 하러 온 것일까? 그러나 하진아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그녀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선생님이죠?”
기적은 어쩐지 뜨끔한 표정이었다. 평소와는 달리 당황한 목소리가 그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왔다.
“뭐, 뭐가? 뭐가 선생님이야?”
“다 알고 왔으니까 연기하지 마세요. 후원해 주시는 거 말하는 거예요.”
후원이라는 단어는 기적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기적이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알았어? 직원분께 비밀을 지켜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그러자 그녀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분은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그냥 의심이었는데, 선생님이 지금 확인해 주셨어요.”
“아…….”
기적은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지난 수요일.
큰 아버지댁을 방문하기 전 기적은 따로 시간을 내 남중단의 회원 정보에 적힌 주소지의 주민 센터를 찾아갔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불우이웃 후원을 담당하는 직원을 만나 후원 계약을 맺었다. 남중단에게 매달 30만 원을 후원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이었다.
당시 기적은 직원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자신이 후원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으니 꼭 좀 비밀을 지켜 달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는 사람이 후원한다는 사실을 어린 남매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된 탓이었다.
그런 이유로 기적은 탄식을 내뱉으며 하진아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그는 곧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뭘 그렇게 눈치를 보세요. 저번에도 말했지만 저 그런 걸로 상처받지 않아요. 후원받는 제가 선생님 눈치를 봐야 하는데, 선생님이 왜 제 눈치를 보세요? 완전히 주객이 전도되었네요.”
하진아는 기적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서 기적에 대한 원망의 빛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한 어조로 하진아가 말을 이었다.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선생님께 받은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요. 이다음에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선생님께 받은 은혜 다 갚을게요.”
기적은 괜찮다고 대답하려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정말로 은혜를 받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자신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눈앞의 소녀를 성공으로 이끌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일이 될 테니까.
“나 최고의 보험 상품에 가입한 셈인가? 그럼 노후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되겠네.”
기적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하진아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표정 못지않게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기대하세요. 선생님 노후는 제가 책임질 테니까요.”
“그래, 고맙다.”
월 납입금 30만 원. 기적은 조금 비싸지만 최고의 보험에 가입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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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은 하늘 아래 펼쳐진 서울 강남의 한 거리.
그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출근으로 바쁜 직장인들, 친구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대낮의 서울을 바삐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70대의 노파가 수레를 밀고 차도와 인도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수레 안에는 폐지가 가득했다. 라면 박스, 음료 박스, 사무용 박스, 교과서, 참고서, A4 용지 등 다양한 종류의 종이들이 수레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비록 종이라고는 해도 70대의 할머니가 뜨거운 햇살 아래, 커다란 손수레를 끌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노파의 얼굴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셈일까? 노파의 얼굴에는 짜증은커녕 한 줄기 미소가 어려 있었다.
수레를 끄는 노파의 표정이 좋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실 노파는 정말로 오랜만에 폐지 수거를 나온 참이었다.
지난 몇 달간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이라는 중증 질환에 걸려 도저히 일할 여건이 되지 않은 탓이었다.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은 바람만 스쳐도 엄청난 통증을 안겨주는, 극복하기 어려운 대표적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노파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편한 표정으로 수레를 끌어 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어떻게 저 작은 몸으로 저 큰 수레를 무리 없이 끌 수 있지? 노파의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그런 노파를 보며 ‘기적’이라고 수군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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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기적이었다. 출근을 위해 힐링 센터로 향하던 기적은 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그 노인은 남중단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중단이 폐지 수거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기적은 그 노인의 모습에서 남중단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었다.
말없이 걸어간 기적은 힘겹게 오르막길을 오르는 노인의 수레를 뒤에서 힘껏 밀어주었다. 그러자 수레가 가벼워진 것을 느낀 노인이 뒤를 돌아보고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 왔다.
기적은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는 노인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남중단을 떠올렸다.
‘부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시기를…….’
오늘도 기적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