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le physical therapist RAW novel - Chapter (203)
기적의 물리치료사-203화(203/205)
# 203
기적의 물리치료사 (4)
갑작스런 질문에 기적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 당혹스런 마음이 목소리를 통해 드러났다.
“나? 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프러포즈라니?”
석한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 5월에 결혼한다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어, 어떻게 알았어?”
“수정 샘? 아니 수정 씨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수정 씨가 지은이한테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고. 지은이가 나한테 이야기해 줬고. 아니야?”
기적은 원망스런 눈빛으로 수정을 바라보다 이내 침을 꿀꺽 삼켰다. 입술에 침을 살짝 바르며 그가 입을 열었다.
“마, 맞아. 5월에 결혼하는 거 맞아.”
석한은 잠시 샛길로 샜던 이야기를 다시 제자리로 끌고 왔다.
“그래서 프러포즈는? 프러포즈는 어떻게 했는데?”
“그야…….”
석한은 어서 말해 보라는 듯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기적이 대답을 하지 않자 이내 표정을 바꿨다.
“너 혹시…… 프러포즈 안 한 것 아니야?”
“…….”
“이거 프러포즈 안 했네, 안했어. 프러포즈도 안 한 놈이 뭐가 어쩌고 어째? 90년대 프러포즈? 나 참, 황당해서…….”
석한의 비아냥이 이어졌다.
“수정 씨도 천사네 천사, 프러포즈도 안 한 놈하고 결혼해 주겠다고 하는 거 보면.”
기적이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수정 샘도 닭살 돋는 거 싫어하고 나도 싫어해서 그냥 안 하기로 한 거거든?”
“하이고, 그 말을 믿어? 여자는 그렇게 말해도 속마음은 다르다니까? 괜히 후회하지 말고 프러포즈해라. 안 그러면 두고두고 너의 아킬레스건이 될 거다.”
기적은 정말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척 말했다.
“상관마라. 우리 연애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자, 이제 그만 쉬고 스트렝스 시작하자.”
딱 잘라 말한 기적이 지체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석한을 채근했다. 석한은 기적을 향해 ‘저거, 저거’라는 말과 함께 손가락질을 하며 버텼지만 계속된 기적의 채근에 결국 말을 멈추고 말았다.
이후로는 보다 안정적인 게이트를 위한 왼쪽 다리 스트렝스 트레이닝이 이어졌다.
“다리 펴야지. 아니, 아니. 아직 완전히 안 펴졌거든? 더! 더! 더! 뒤꿈치 붙이고! 그 상태로 버텨!”
석한을 컨트롤하는 기적의 버발 코멘트는 평소보다 훨씬 크고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서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오늘따라 기적의 몸동작에서는 평소의 치열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그날 저녁.
퇴근을 한 기적은 오늘 오전에 있었던 석한의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하이고, 그 말을 믿어? 여자는 그렇게 말해도 속마음은 다르다니까? 괜히 후회하지 말고 프러포즈해라. 안 그러면 두고두고 너의 아킬레스건이 될 거다.
“정말인가? 정수정이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는 정말 프러포즈를 기대하고 있으려나?”
문득 여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무슨 프로그램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그 프로에 출연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던 기억이 났다.
“보통의 여자라면 확실히 그럴 텐데. 수정이는 조금 다르긴 한데…….”
수정은 구두보다는 운동화를 좋아하고 명품 백보다는 에코 백을 좋아하는 여자였다. 그 때문에 기적은 수정이 보통의 여자와는 다르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프러포즈도 과감히 생략한 것이었다. 하지만 석한의 말을 듣고 나니 괜히 신경이 쓰였다. 정말로 그냥 넘어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겠는데……. 어쩐다? 어떻게 한다?”
그가 프러포즈에 관한 생각으로 머리를 굴릴 때였다. 일순 전화벨이 울리며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자는 김운찬이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혹시?’
오후 11시에 걸려 온 전화.
그 전화에 기적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여보세요, 총장님?”
아니나 다를까? 수화기 너머로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교수…… 아니, 지금은 이 부회장님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축하합니다.
목적어가 없는 축하 메시지였지만 기적은 단번에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챘다.
“정말입니까? 정말로 된 겁니까?”
-이변이 없는 한? 형식적인 절차가 남았지만 사실상 확정됐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기적은 평소 믿지도 않던 신을 소환했다.
“오! 하느님! 부처님! 맙소사!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 총장님 덕분입니다.”
-아니, 아니. 내 공도 분명 있지만 부회장 공도 빼놓을 수 없지요. 지난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활동했잖아요,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을 위해서.
김운찬의 말 덕분에 기적은 떠올릴 수 있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간의 시간을.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기적은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센터 일을 보랴, 물리치료협회의 부회장으로서 업무를 보랴, 미라클 재단의 감사 역할을 하랴, 일인 3역, 4역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비중을 쏟은 것은 물리치료사 부회장으로서의 역할이었다.
김운찬의 지원하에,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정말 열심히 활동한 것이다.
기회만 되면 TV쇼 같은 곳에 나가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역설했고, 물리치료사들을 대상으로 한 데모 교육과 강의에서도 입버릇처럼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지원과 주변에 홍보할 것을 요구했다.
그 덕분에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의사 협회의 강한 반대와 파업이 있었지만 김운찬의 적절한 언론 플레이와 달라진 사람들의 인식 덕분에 이를 잘 이겨 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기적 또한 예상은 하고 있었다,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이 손 내밀면 닿을 듯한 위치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총장님이 없었더라면 결코 해낼 수 없었던 일입니다.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이라니…… 정말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달달달 떨리네요.”
-흐흐흐, 청심환이라도 하나 먹어야겠네. 누누이 말하지만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은 나한테도 도움이 되는 일이에요. 벌써부터 세원대학교 물리치료학과라는 단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니까? 홍보 제대로 하고 있는 거지.
거기까지 말한 김운찬이 잠시의 시간 차를 두고 화제를 전환시켰다.
-아무튼 간에. 아마 지금쯤 인터넷이 시끌시끌할 겁니다. 전화 끊으면 한번 찾아보세요.
“알겠습니다, 총장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김운찬의 허허허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기적은 곧바로 스마트폰을 조작해 포털사이트에 접속했다.
“헐, 이게 뭐야?”
기적은 정말 깜짝 놀랐다. 포털사이트를 실행시키자마자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이라는 단어가 화면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메인 화면에 그러한 단어가 떠올랐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이 검색어 1위 자리를 차지했다는 뜻이었다.
“검색어 1위라니? 대박!”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 문제는 대중들에게도 엄청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듯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 문제는 대중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였으니까. 대중들도 촉각을 세우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기적은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이라는 단어를 클릭했다. 그러자 곧 그에 관련된 기사가 주르륵 쏟아졌다.
-단독!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 내일 중으로 통과될 듯!
-속보!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 국민의 선택권 확대 vs 국민의 건강 침해.
기적은 수많은 기사 중 한 기사를 클릭해 글을 읽어 보았다. 기사의 내용은 굉장히 길었지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물리치료사 협회는 아주 오래 전부터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의 사례를 들어 물리치료과를 독립적인 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해 왔던 것.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의사 협회에 의해 오랜 시간 묵살되어 왔다. 현재 한국 물리치료사들의 실력으로 단독 개원을 허락한다면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침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국민들도 이에 동의했다. 물리치료사에 대한 평판과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기에 국민들 역시 의사 협회의 의견에 힘을 실어 준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여론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물리치료사 협회에서 모든 물리치료사들에게 단독 개원의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의사 국가고시 못지않은 난이도의 시험을 만들고 이를 통과한 극소수의 물리치료사들에게만 개원의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밝혀 왔기 때문이다.
중략…….
이번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은 대한 물리치료 협회의 이기적 부회장의 주도하에 진행되어 왔다. 현재 이기적 부회장은 강남구에서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세원대학교 명예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
쟁점은 이렇습니다. 국민의 선택권 확장이냐? 아니면 국민의 건강권 침해냐? 여론이 어떻든 간에 이제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은 시간문제로 다가온 듯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 찬성하십니까?
장문의 기사는 이와 같은 질문과 함께 끝을 맺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댓글 창에는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 찬성합니다. 불안하면 안 가면 그만인데 무슨 문제입니까?
-안가면 그만이라니…… 잘 모르시는 어르신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갈 수도 있습니다.
-난독임? 의사 못지않은 난이도로 국가고시를 본다잖아요. 합격한 사람만 개원할 수 있다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공감 보소? 물리치료사 알바들 미쳤네. 이제는 하다하다 국민들 건강 볼모로 개원을 하겠다네? 양심 ㅇㄷ?
-반박은 못 하고 알바 운운하는 수준. 물리치료사는 왜 개원하면 안 되는데? 실력 있는 사람만 할 수 있게 한다잖아? 빡대가리야.
-물리치료사랑 간호사 사이에서 고민 중인 학생인데요. 그럼 물리치료사도 이제 의료 기사가 아니고 의료인이 되는 건가요?
찬반 의견이 갈리고는 있지만 공감수를 보면 그래도 찬성하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는 추세였다.
‘됐어. 이 정도면 여론도 나쁘지 않아. 나머지는 우리가 잘해서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거야.’
댓글 읽기는 거기까지. 기적은 다시 포털사이트 메인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의 눈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검색어가 보였다.
그는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내뱉었다.
“헐! 아니, 이게 뭐지? 이게 왜 여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