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le physical therapist RAW novel - Chapter (23)
기적의 물리치료사-23화(23/205)
# 23
꿈을 향해 던져라 (6)
그날 이후 치료는 본궤도에 올랐다. 게임이라는 공통분모로 성우와의 공감대를 끌어낸 기적은 차츰 대화의 비중을 줄이고 치료의 비중을 늘려 나갔다.
“자 자, 이렇게 움직여야지. 그래야 쉽게 몸을 일으키지.”
“그렇지, 잘하네. 게임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운동신경도 좋네?”
“솔직히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엄청 잘하네?”
치료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성우의 근력 상태가 생각보다 양호했기 때문에 기적은 진도를 쭉쭉 빼낼 수 있었다.
그렇게 1주일의 시간이 지나자 일상생활 동작도 실시하기 시작했다. 슈파인(똑바로 누운 자세)에서 프론(엎드린 자세), 프론에서 시팅(앉은 자세), 시팅에서 휠체어로 이동하기 등 힘들었거나 하지 못했던 일상생활 동작들을 교육했다.
“베드에서 휠체어로 넘어올 때 핵심은 골반 회전이야. 힘으로만 하려고 하면 힘들기도 하고 잘못해서 떨어지면 큰일이니까.”
“덤블링 해 봤어? 머리를 넘길 때 두려움을 느끼지만, 사실 머리만 넘기면 덤블링은 다 한거나 마찬가지거든. 이것도 똑같아. 떨어질 것 같아서 무섭지만 머리 숙이고 골반만 넘기면 사실상 다 한 거야. 내가 도와줄 테니까 골반을 이쪽으로 넘겨 봐. 머리 너무 숙이면 앞으로 쓰러질 수 있으니까 조심하고.”
“좋아, 그렇게. 지금 좋았는데 머리를 조금만 더 숙여 보자. 머리 숙이면 골반이 알아서 올라가거든.”
“좋아. 휠체어로 올라간 김에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기적은 치료를 마무리하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만족도는 이제 50까지 올라와 있었다. 목표치인 80까지 단 30의 만족도가 남은 것이다.
단순히 만족도만 오른 것이 아니었다. 만족도가 오른 만큼 성우의 근력과 일상생활 동작 또한 좋아졌다.
짧은 시간치고는 엄청난 성과였다.
‘레벨 업 시스템과 성우의 의지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겠지.’
레벨 업 시스템이 바늘이라면 환자의 의지는 실이라 할 수 있었다. 실과 바늘이 힘을 합쳐야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듯, 레벨 업 시스템과 환자의 의지 또한 합쳐져야 비로소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시스템을 한번 볼까?’
성우를 올려 보낸 기적은 막간을 이용해 시스템 메시지를 호출했다. 그러자 3D 인체 모형과 시스템 정보가 주르륵 떠올랐다.
-매직 핸드 LV 4 (다음 레벨을 위해 필요한 포인트 : 110)
-매직 아이 LV 3 (다음 레벨을 위해 필요한 포인트 : 30)
-매직 브레인 LV 2 (다음 레벨을 위해 필요한 포인트 : 10)
-매직 페이스 LV 2 (다음 레벨을 위해 필요한 포인트 : 10)
-매직 마우스 LV 2 (다음 레벨을 위해 필요한 포인트 : 10)
-남은 포인트 : 121 (치료 성공 보상 10% 상승효과 적용 중)
‘어, 110 넘었네?’
매직 핸드의 레벨을 올리기에 충분한 포인트가 모였다는 것을 확인한 기적은 고민 없이 매직 핸드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그러자 환한 빛무리와 함께 매직 핸드의 레벨이 올라갔다.
-매직 핸드의 레벨이 5가 되었습니다. 손의 감각이 섬세해지고 악력이 강해집니다. 환자들이 당신의 손길에 감탄할 것 같습니다. 다음 레벨을 위해서는 매직 아이, 매직 브레인이 5 레벨 이상이어야 합니다. 다음 레벨을 위해 필요한 포인트는 350포인트입니다.
‘뭐야, 레벨 업에 조건이 생겼네?’
병원에 입사한 지도 어느덧 한 달.
기적은 그간 모은 포인트를 매직 핸드에 몰아주고 있었다. 다른 능력들보다 매직 핸드의 능력이 직관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답안지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마치 물리치료의 신이 정답을 알려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였다. 다음 레벨을 위해서는 매직 아이와 매직 브레인의 레벨 업이 필요했으니까. 아무래도 시스템은 하나의 능력에만 포인트를 주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 듯했다.
‘왜 매직 아이와 매직 브레인의 레벨을 올려야 하는 거야?’
그렇게 묻자 시스템 메시지가 답변을 해 왔다.
-매직 핸드와 매직 아이, 매직 브레인은 유기적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테크트리라는 건가? 완전 게임 같네. 현실 반영 게임.’
설명에 납득한 기적은 남은 포인트로 시선을 돌렸다. 11이라는 숫자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남은 포인트는 11포인트…… 테크트리를 생각하면 매직 브레인에 투자해야겠지.’
그러나 다음 순간 기적의 시선이 향한 곳은 매직 브레인이 아닌 매직 페이스였다.
‘아, 몰라. 일단은 매직 페이스에 투자할래.’
훈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기적이 매직 페이스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그러자 또 한 번 메시지가 들려왔다.
-매직 페이스의 레벨이 3이 되었습니다. 얼굴의 윤곽이 뚜렷해지고, 또 부드러워집니다. 첫인상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얼굴의 변화는 3일에 걸쳐 이루어집니다(3일간 레벨 업 불가능). 다음 레벨을 위한 필요 포인트는 30입니다.
‘됐다! 훈남화 진행 중!’
포인트 분배를 마친 기적이 기분 좋게 몸을 돌렸다. 다음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다음 환자인 홍치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적은 병실로 전화를 걸어 홍치환을 찾았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 컨디션이 안 좋아가 오늘은 조메 쉬겠습니다.
새삼스럽지만 홍치환은 보험금 수급 문제로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환자였다. 그래서 1주일에 한 번은 치료실에 내려오지 않고 꾀를 부리곤 했다. 늘 있는 일이었기에 기적은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쉬어라. 나야 뭐…… 좋지.’
뜻밖의 휴식 시간이 생겼다. 뭘 할까, 잠시 고민하던 기적은 휴게실로 향했다. 그런데 치료실을 가로지르던 기적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치료실 한쪽에 마련된 기구 치료실에서 3팀 인턴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흠…….’
휴게실로 향하던 기적은 기구 치료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기구 조작법을 잘 몰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맹동식의 등을 두드렸다.
“그거 말고 그 옆에 거. 그렇지, 그거. 그거 누르면 돼요.”
그러자 맹동식이 아! 하는 탄성을 흘리며 옆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틸팅 테이블(혼자 서지 못하는 환자를 세워 주는 기구)이 지이잉 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갔다.
“거기까지.”
적당한 각도를 정해 준 기적이 동식을 향해 말했다.
“그런데 사수는 어디 가고 선생님들 셋이서 이러고 있어요?”
기구 치료는 3개 팀의 인턴들이 돌아가면서 담당하되, 반드시 평 치료사 이상이 그들을 지휘하게끔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셈인지 담당 치료사는 보이질 않고 인턴 치료사 3명이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맹동식이 당황한 듯 눈동자를 드르륵 굴렸다.
“어, 어…… 잘은 모르지만 화장실에 가신 것 같은데요?”
“담당이 누구예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맹동식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왔다. 언제 옆까지 왔는지 구지숙이 당찬 목소리로 말해 왔다.
“임수영 선임이신데 과장님 호출로 잠깐 자리 비우셨어요.”
“아, 그래요?”
“넵.”
씩씩한 목소리. 뒤에서 조용히 옵저베이션을 할 때는 몰랐는데 구지숙은 상당히 활발한 성격인 듯했다.
피식 웃은 기적이 마침 기구 작동을 마친 정수정을 불러들였다.
“세 분 선생님들이랑 밥 한 번 먹고 싶은데, 다들 언제가 편해요?”
“…….”
잠깐의 눈치 싸움이 이어지고, 그 끝에서 구지숙이 입을 열었다.
“밥 사 주시는 거예요?”
“네, 뭐. 입사 동기지만…… 일단은 제가 부팀장이니까요.”
“와! 그럼 오늘이요. 오늘 사 주세요!”
구지숙이 발표를 하고 싶은 초등학생처럼 손을 들며 말했다. 그러다가 뒤늦게 동기들의 의견을 구했다.
“수정 샘 괜찮지? 동식 샘도 괜찮죠?”
정수정과 맹동식이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오늘 약속 없어요.”
“나도, 나도 없어.”
북 치고 장구 친 구지숙이 이번에는 기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머! 그러고 보니 부팀장님 의견을 안 물어봤네요? 오늘 괜찮으세요?”
조금 갑작스럽긴 했지만 다행히 약속은 없었기에 기적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나도…… 괜찮아요.”
모두의 동의를 얻어 낸 구지숙이 꽝꽝 도장을 찍었다.
“그럼 오늘 저녁 확정! 땅땅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