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le physical therapist RAW novel - Chapter (60)
기적의 물리치료사-60화(60/205)
# 60
다시 사는 인생 (1)
“그런데 그 사진 어떻게 된 거예요?”
기적의 질문에 수정은 떠올렸다, 사진을 찍기까지 숨 가빴던 시간들을.
“며칠 전에 비품 구매 때문에 마트에 다녀왔었거든요? 구매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전화를 하면서 걸어가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명석한 선생님이었어요. 그런데 어떤 여자랑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얼굴을 정면으로 보지는 못해서 곧바로 떠올리지는 못했는데……. 아까 비품을 사러 갔다가 갑자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무작정 카페로 들어갔죠.”
기적이 보조를 맞춰 주었다.
“카페 CCTV를 보여 달라고 한 건가요? 원래 그런 거 형사랑 같이 가지 않으면 안 보여 주지 않나요?”
“맞아요. 거기 사장님도 원래는 안 보여 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살짝 얼굴을 붉힌 수정이 민망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래서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래서 꼭 확인해야 한다고…….”
“헐! 그렇게까지…….”
민망해하는 기적의 목소리를 뒤로하며 수정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랬더니 여사장님이 갑자기 태세 전환을 하시는 거예요. 거의 우디르급으로…… 막 따라오라면서…… 엄청 적극적으로!”
“우, 뭐요? 우디리요? 그게 뭐예요?”
“그런 게 있어요. 아무튼 그래서 사장님이 CCTV를 보여 주셨어요. 친구랑 통화한 시간이 찍혀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어요. 설마설마하면서 봤는데 맞더라고요. 김유진 님이었어요. 그래서 사진이랑 영상 조금 찍어서 실장님 보여 드린 거예요.”
기적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게 된 거였군요. 덕분에 한 숨 돌렸네요. 이거 고마워서 어쩌죠?”
“아니에요. 별로 한 일도 없는데요…….”
그런데 그렇게 대답하는 수정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이를 발견한 기적이 물었다.
“어? 그런데 수정 샘 왜 웃어요? 지금 저 때문에 웃은 거죠?”
수정은 재빨리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지운 뒤 말했다.
“네? 저 안 웃었는데요?”
“거짓말하지 말아요. 방금 분명 웃었잖아요?”
수정은 아니라는 듯 시치미를 떼어 봤지만 이내 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하나는 실장님 일이 잘해결돼서 기뻐서 웃었고요. 다른 하나는 실장님 말이 너무 웃겨서 웃었어요.”
“내 말이 웃겼다고요? 뭐가요?”
“한 시름 덜었다는 말이요. 요즘 그런 말 잘 안 쓰지 않나요? 그런데 실장님은 가끔 보면 진짜 아재 같은 말 많이 쓰시더라고요. 얼굴에 금칠을 한다거나…… 그리고 우디르도 모르시고…… 뭐 그래서 갑자기 웃겼어요.”
기적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랬나요? 뭐…… 저만의 감성이니까 존중해 주세요.”
“아? 네? 아……! 네에.”
“뭡니까, 대답이 왜 그래요?”
“네? 제가 뭘요?”
수정은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빠르게 깜빡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 상황과 자신의 행동이 우스웠던 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결국 기적도 추궁을 멈추고 웃음을 터뜨렸다. 더 이상 따지고 드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정오의 밝은 햇살이 두 사람을 환하게 비춰 주고 있었다.
결국 김유진의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날개 돋친 듯 퍼져 나갔던 소문은 마찬가지로 날개 돋친 듯 회수되기 시작했다.
“이기적 실장님, 블랙 페이션트에게 당한 거라며?”
“어쩐지. 나는 처음부터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이기적 실장님이 그럴 분이 아니잖아.”
“어머? 얘 좀 봐? 언제는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는 일 없다더니?”
“내가?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거였지. 그렇다는 건 아니었어.”
이러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며 내리막을 걷던 기적의 평판도 어느덧 오름세로 돌아섰다.
-병원에 옹호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평판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61/100)
-병원에 옹호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평판이 상승합니다. (70/100)
-병원에 좋은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평판이 상승합니다. (75/100)
이렇듯 평판이 급속도로 상승한 것은 비단 오해가 풀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기적의 대응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기적 실장님 진짜 대단하지 않아? 그 여자가 막 우니까 오히려 위로해 줬대.”
“와, 진짜 인성 대박! 어떻게 그러지? 엄청 짜증 났을 텐데.”
“그러니까. 참 대단한 분이야. 상금으로 커피 돌리는 것도 봐. 그러기가 어디 쉽나?”
완벽한 전화위복이었다. 이에 따라 기적의 평판 상승은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병원에 좋은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평판이 상승합니다. (78/100)
-병원 내에 인기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평판이 상승합니다. (80/100)
그렇게 평판이 상승일로를 걷던 어느 날, 기적은 명의진의 호출을 받았다.
노크와 함께 원장실로 들어서자 명의진이 기적을 반겨 왔다.
“실장님, 오셨습니까?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러네요. 아무래도 요즘 정신이 없어서…….”
말끝을 흐리자 명의진이 예의 젠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사다마라는 말 아시죠? 원래 사람이 좋은 일을 겪다 보면 마가 끼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도 젊은 시절에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잘해결됐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렇게 말한 명의진이 잠깐의 시간 차를 두고 말을 이었다.
“이번 일 처리하는 것을 보고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 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명의진이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기적의 머릿속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사의 신임을 얻었습니다. 평판이 2 상승합니다. (90/100)
-퀘스트 [추락하는 평판에는 날개가 없다?]의 달성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1,100(+100)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보상으로 출장을 갈 기회를 얻었습니다.
명의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뭐 사설이 길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실장님을 불렀습니다. 한번 봐 보시겠습니까?”
기적은 엉겁결에 명의진이 내민 A4 용지를 받아들었다. 클립으로 고정된 A4 용지 다발은 서울시 PNF 협회에서 보낸 공문이었다.
“음…… PNF 레벨 3A 교육을 연다는 공문이네요?”
명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보니까 부팀장님이 PNF 레벨 2까지 들으셨더라고요. 이번에 레벨 3A를 들을 차례 아닙니까? 마침 우리 병원에서 1명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인데, 실장님이 들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비 일체를 병원에서 지원해 드릴 테니까 한번 다녀오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와 동시였다.
-퀘스트 보상 출장을 갈 기회가 주어집니다.
마침맞게 퀘스트 보상이 주어진다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은 있었다.
“저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1주일이나 자리를 비워야 할 텐데…… 예약 환자들 괜찮겠습니까?”
명의진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할 마음이 없었더라면 애초에 기적을 부르지도 않았을 터였다.
“예약 환자야 미리미리 시간 조정을 하면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 교육이 열리기까지 한 달도 넘게 남지 않았습니까? 제가 듣기로는 이거 자주 열리는 교육이 아닌 걸로 아는데요? 지금 안 들으면 또 언제 들을 수 있을지 모르는 것 아닙니까?”
“그야 그렇지만…….”
“그러면 다녀오세요. 실장님이 스펙을 추가하면 그게 또 병원에 도움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오겠습니다.”
“별말씀을.”
싱긋 웃어 보인 명의진이 다음 안건을 꺼내 놓았다.
“그리고 저번에 말씀드렸던 특수치료실 신규 직원 채용 건 말입니다. 면접 날짜를 내일로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기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점심시간에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1시까지 특수치료실로 오라고 전달하겠습니다. 실장님도 식사하시고 해야 하니까요. 30분이면 면접 시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병원장 정도 되는 인물들은 어떤 사안을 두고 양방향 소통이 아닌 원사이드한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명의진은 달랐다. 항상 어떤 사안을 다룰 때마다 기적의 입장을 먼저 물어봐 주었다.
그것이 기적에게는 참 고맙게 다가왔다.
‘만약 원장님이 없었더라면 이 병원에서 버티기 힘들었을 거야.’
사실 기적의 앞에 계속해서 암초들이 돋아나는 것은 숙명과도 같았다. 꼭 명석한 때문이 아니더라도 두각을 드러내는 젊은 피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때마다 기적을 지탱해 준 것은 명의진이었다. 이번 일만 해도 그랬다. 안 좋은 소문이 퍼졌을 때 만약 명의진이 기적을 닦달했더라면 기적은 사면초가에 놓였을 터였다. 하지만 명의진은 기적을 신뢰했고, 기적은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기적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원장님, 감사합니다.”
그러자 명의진은 예의 젠틀한 미소로 그 인사를 받아 주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다음 날, 점심 식사를 마친 기적은 실장실에 앉아 곧 있을 면접을 준비했다. 그의 책상에는 어제 부로 받은 응시자의 입사 지원서가 놓여 있었다.
지원서를 살피며 기적은 계속해서 놀라고 있었다.
‘와, 뭐야, 이 사람? RPT 합격했잖아?’
강한수라는 남자의 경력지는 화려했다. 서울대 물리치료과를 졸업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뉴욕 주 RPT(미국 물리치료사 시험)에 합격한 뒤, 뉴욕에 위치한 병원에서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바로 올해 초였다.
‘영어는 당연히 잘할 테고. 자격증도 많이 취득했고……. 엘리트 중에 엘리트네.’
화려한 지원서를 살피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면접생이 도착한 것은 1시 정각을 5분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노크 소리가 들리며 남자 1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십니까? 면접 보러 온 강한수입니다. 실장님 되십니까?”
기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남자가 자리에 앉는 것을 본 기적이 면접을 시작했다.
“입사 지원서를 봤는데, 경력이 무척 화려하시네요? RPT 면허증이 있으시면 미국에서 사셔도 될 텐데 한국에 들어오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한국 사람이잖습니까? 아무래도 미국 생활이 맞지 않아서 말입니다. 사실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살기가 쉽지는 않잖습니까? 보이지 않는 편견도 있고…… 그래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답변을 하는 강한수의 얼굴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태도에서는 여유가 넘쳤고, 말에서는 확신이 느껴졌다.
공통 질문이라 할 수 있는 케이스를 잡아 치료하는 질문에서도 강한수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지난 면접에 나왔어도 이 사람을 외면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자신감이 조금 과한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기적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시네요. 면접은 합격입니다. 다음 주부터 출근하시면 됩니다.”
특수치료실 제6의 멤버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사건이 일단락되었기 때문일까?
특수치료실은 더욱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기적은 이날도 또 1명의 지정 환자를 배정받았다. 지정 환자란 원하는 치료사를 지목해 치료받는 환자를 말했다.
“음…… 이름 백지훈. 나이 21세. 진단명은 뇌성마비로 인한 사지마비. 진단받은 지는 15년…….”
얼마 전 치료했던 소영이와 비슷한 환자였다. 성인형 마비에 지적 장애가 동반되지 않는다는 점까지 똑같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소영이는 아직 어리고, 백지훈은 이미 성인이 되었다는 점 정도였다.
그래서 기적은 백지훈의 상태가 궁금했다. 백지훈을 통해 소영이의 15년 후를 미리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는데? 빨리 시간이 됐으면 좋겠네.”
기적이 그렇게 말하며 차트를 살필 때였다.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다.